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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권 선진 사장 | 돼지고기 팔아 1조원 매출 올립니다
입력 : 2014.12.05 15: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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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이 커지다 보니 조직도 복잡하다. 선진 밑에 농장법인과 육가공법인 등이 있고 해외에도 별도 법인이 있다. 또 선진은 하림홀딩스 소속이고 농장은 제일홀딩스 소속이다. 다만 관리는 선진CU(Culture unit)로 묶어서 하고 있다. 선진은 2007년 농수산홈쇼핑(현 NS홈쇼핑)에 인수되면서 하림 계열이 됐다.
이 사장은 회사가 커지고 있지만 인지도가 낮아 고민이라고 했다.
“‘닭’하면 ‘하림’이라고 모두가 아는데 돼지에서 ‘선진’의 인지도는 약하다. 1994년에 상장한 회사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조차 많다.”
그렇지만 해외사업을 고려해 사명은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외국인이 느끼는 영어 발음의 어감이 괜찮다는 것이다.
그는 양돈 기술만큼은 누가 뭐래도 선두라고 강조했다.
“양적으로는 1위라고 할 수 없으나 기술적으로는 맨 앞을 달리고 있다. 해외진출도 가장 앞섰다. 그만큼 우리는 늘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브랜드화도 최초로 했다. ‘선진포크’라는 브랜드로 (상품을) 내고 있다. 경영혁신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가치 위주 경영을 해 안정적으로 경영하려고 노력하는 게 선진의 강점이다.”
그래서인지 매출 1조원대를 바라보는 회사치곤 사무실은 아주 소박했다.
“선진은 근본적으로 농업을 바탕으로 하는 회사다. 이 정도도 과분하다. 축산은 아직 경쟁력이 뒤졌다. 이를 극복하려면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했다.
국제기구에 등록한 우수 품종 확보 선진은 지금 종돈을 100% 자체 생산해 자체농장과 협업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우수 품종을 확보해 국제식량농업기구의 가축 다양성 정보 시스템에도 ‘선진요크셔’와 ‘선진랜드레이스’를 등록했다. 그만큼 국내 유일의 고정된 유전자를 확보한 앞선 회사다.
“외국서 도입한 종돈을 18년간 폐쇄 상태로 키워 국내에서 기르기 쉽고 삼겹살 등 육질도 좋은 종돈을 개량해냈다. 품종은 외국서 도입한 것이지만 완전히 토착화했다.”
그만큼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국내 업체 최초로 종돈사업을 시도하면서 실패한 경험도 들려줬다.
“한때 SPF(Specific Pathogen Free)돼지 생산을 시도했다. 새끼돼지를 제왕절개해서 꺼내 기르면 특정 질병에 걸리지 않는 돼지를 만들 수 있다. 그 돼지를 생산하려고 시도했으나 잘되지 않았다. 연구개발비도 많이 들었다. 웅돈(씨돼지)을 보급하려고 캐나다까지 가서 농장을 하다가 까먹기도 했다. 그렇지만 결국 인터그레이션 시스템(일관생산체제)을 구축했다.”
투자한 보람이 있어 돈육업계 최초로 ‘선진포크’라는 브랜드 포크도 냈다. “자체 생산한 종돈으로 키운 돼지의 육질이 좋게 평가돼 본격 개발에 나섰다. 이를 통해 선진포크가 맛있다는 것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브랜드 포크를 내게 된 계기도 들려줬다. “일본에 수출할 때인데 일본 바이어들이 육질이 아주 좋다고 평가했다. 등심 마블링이 적당하게 돼 있다는 거였다. 마침 현대백화점에서도 새로운 아이템을 찾고 있었다. SPF 돼지도 남아 있을 때라 이것과 맛을 결합해 현대백화점에 제의해 브랜드 포크가 나왔다.”
국내 최초의 브랜드 포크 선진은 현재 160여 회원농장을 두고 있다고 했다. 종돈을 모두 자체 생산할 정도로 품질관리에 주력하는 회사가 회원농장에서 돼지를 사육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엔 자체 생산하다 회원농장으로 확대했다.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농장을 다 가져가지 말고 협업체계를 갖추는 게 사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 새끼 생산부터 비육생산 시스템을 만들어 계약생산을 하고 있다. 시장 리스크는 회사가 지고 사육기술을 농장에 적용해 농민들은 시세에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 게다가 우리 돼지로 우리 사료를 가지고 정해놓은 사양관리 표준에 따라 키우니 균일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혼자서는 그 많은 양을 생산하지 못하고 품질도 관리하지 못했을 것이다. 선진포크의 맛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 시스템을 갖춘 회사는 선진이 유일하다.”
실제 매출 주력은 사료 돼지 전문업체지만 선진은 매출의 60% 정도를 사료에서 올리고 나머지를 양돈과 식육사업으로 올린다. 국내만 보면 사료 비중은 45% 정도다. 선진은 사료에서도 선진화를 추구했다.
“소사료 쪽에선 한국 최초로 플레이크(Flake) 사료를 펠릿(Pellet) 사료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사육 패턴을 바꿨다. 플레이크보다 펠릿이 소의 대사가 안정되고 원가도 싸게 먹힌다. 기술로는 양돈뿐 아니라 낙농우나 비육우 모두 우월하고 앞서 있다. 우리는 낙농가에 경쟁력 있는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 사장은 “다만 가격이 좀 비싸다”며 웃었다. 사료업체인 만큼 국제 곡물가 변동의 영향을 직접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거의 직접 영향을 받는다. 원재료비의 80%를 차지하고 있어 사료 자체로는 흡수하기가 어렵다. 사육농가와 공동으로 흡수하고 이익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다만 원료가 상승 시 수입원을 다변화해 값싼 원료를 사는 정도의 노력은 기울이고 있다.”
선진은 오래전 일본으로 돈육 수출을 하면서 국제화에 눈을 떴다.
“한국 모델을 여건이 허락하는 현지에 적용하면 잘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현지시장 상황에 따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사육역량과 사료 제조판매 역량, 축산물 유통 역량 이 세 가지를 해외서도 활용하는 게 회사 이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직접 사육은 여건이 성숙돼야 한다. 질병 리스크를 국가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곳에서나 직접 사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때 진출한 필리핀을 비롯해 베트남과 미얀마, 중국 등이 주 사업무대다. 중국에서도 사료만 생산하는데 양돈 진출은 아직 시기상조라고 했다.
“양돈시장의 변동성이 매우 크다. 시기적으로 검토하고 있는데 언젠가는 한다. 시장구조도 투명해야 한다. 미얀마에서도 생산을 시작했다. 육계사료 위주로 생산하고 있다. 돈육 수요가 늘어나면 돼지사료도 생산할 것이다. 이미 기반은 갖춰 놓았다.”
이 사장은 올해 선진CU 전체로는 1조원 매출이 무난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만으로는 어려울 것 같지만 해외를 함께 보면 큰일은 아니라고 했다. 그렇지만 아직은 작은 회사라고 했다.
“아시아 1위는 태국의 CP(Charoen Pokphan)그룹이다. 중국에도 큰 회사들이 많다. 희망그룹 등이 1000만 톤 이상을 생산하고 있다. 그들에 비하면 선진은 아직 작은 회사다.”
그렇지만 그는 희망을 갖고 있다. 시장은 넓기 때문이다. 선진 전체 매출 중 해외 비중은 20% 내외라는 것.”
이 사장은 “하루하루가 사건사고의 연속이지만 과거를 돌아볼 여유가 없고 그럴 의미도 없다”고 했다. 12조 매출을 올리는 태국의 CP를 보면 과거를 돌아볼 틈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주 오래전부터 최고를 추구해왔다는 얘기만은 빼놓지 않았다.
“1987년에 일본으로 돈육을 수출했다. 그만큼 안전 위주로 관리하고 있다. 한국 최초로 일본에 수출할 때 검사를 면제받을 만큼 자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
필리핀 농업부 장관과 함께 찍은 사진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하자 필리핀 진출 당시 외환위기를 만난 얘기도 덧붙였다.
“공사가 한창일 때 외환위기를 만났다. 당시 돈으로 500만달러니 큰 투자였다. 국내에서도 흔들리는 마당이라 철수를 해야 하느냐 논란이 많았다. 그때 현장에 나가 3년 동안 진행해온 사업을 완성시키고 공장을 가동했다. 필리핀 정부로서도 큰 투자였기에 농업부장관까지 나와 축하했다.”
돼지고기는 필수식품 FTA 극복 가능 그에게 최근 확산되는 FTA의 여파에 대하여 물었다.
“어려운 과제다. 지금보다도 어려운 환경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핵심역량에 집중하다보면 극복 못할 환경은 아니라고 본다.”
1차적으로 생산성을 높여 생산원가를 경쟁력 있는 수준까지 낮추는 게 목표라고 했다. 협력 농장들과 함께 노력해야 달성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한국의 수준에 대해 “국제수준을 많이 쫓아갔다. 우리 농장은 90% 수준까지는 갔다. 그래도 원가 면에서 낮춰야 할 게 많다”고 했다.
특히 시급한 게 시설현대화라고 했다.
그에게 아킬레스건 같은 구제역에 대해 물었다.
“구제역 자체는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다만 백신을 접종했을 때 성장이 지연되는 등의 문제가 남아 있다.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정부나 학계에서 해결해줘야 한다.”
가축질병이 돌 때마다 매출이 감소하는 것에 대해서도 그는 걱정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고 웃었다.
“돼지고기는 이제 필수식량이다. 영어로 말하면 스테이플(staple)이 되었다. 일시적으로 수요가 줄었다가도 금방 돌아온다.”
그에게 주인이 바뀌는 데도 13년이나 계속 사장을 맡은 비결을 물었다. 이 사장은 “그건 회장님 철학”이라며 자신의 일은 아니라고 했다. 다만 매일 아침 8시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부지런한 새가 벌레를 더 많이 먹는다고 하지 않나. 그래서 8시에 업무를 시작한다. 다만 필수 부서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사람은 탄력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그는 순간순간이 위기라고 생각하고 대응하고 있다며 말을 마쳤다.
“미래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그런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 그래야 사업이 성립된다. 알 수 없는 미래에 대응하는 것 자체가 사업이다.”
주 5일 돼기고기 먹어도 날씬 이 사장은 아주 균형 잡힌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돼지고기 전문업체 대표인 그가 얼마나 돼지고기를 먹는지 궁금했다. “1주일에 5일은 먹는다. 주로 직원들과 삼겹살에 소주를 먹지만 살은 안 찐다. 돼지고기 먹어 살찐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돼지고기가 문제가 아니라 나중에 먹는 밥이 문제다. 참기 힘들겠지만 후식을 먹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쉽지 않을 것이다. 탄수화물 중독이다.”
그러면서 한국 사람들은 고기를 더 먹어도 된다고 강조했다.
“고기 많이 먹으면 성인병 걸린다는데 우리는 세계에서 야채를 가장 많이 먹는 나라다. 그래서 고기 더 먹어도 된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51호(2014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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