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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igorating the Global Economy | 15th 세계지식포럼서 세계의 변화를 논하다
입력 : 2014.09.26 16: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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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를 벗어나면서 이제 좀 경제가 좋아지나 싶은 기대가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경기는 살아나질 않고 있다. 오히려 만성적인 저성장을 염려하는 목소리만 커지는 형국이다. 이른바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 논쟁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방안을 모색하자는 의미에서 올해 세계지식포럼 대주제는 ‘세계경제 새로운 태동(Invigorating the Global Economy)’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총 7개의 트랙을 꼽았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 원아시아(Investing in Asia), IoT(사물인터넷), 국가혁신(State Reform),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비즈니스와 금융(Business and Finance), 인문학(Beyond).
무기력증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을 사무국에서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엄선했다.
기조연설자로는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이 나선다. 그는 최근 프랑스 정치계에서 가장 핫한 인물이 됐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차기 프랑스 대통령 선호도 1순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전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유럽 국가를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의 공조를 주도했다. G20(주요 20개국) 회의가 그의 손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올해 세계지식포럼에서 지지부진한 성장 정체의 늪에 빠진 세계를 뛰게 할 리더십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국가 혁신 세션에는 위기 후 대응에서 전 세계를 감동시킨 인물들이 다수 참여한다.
조지프 파이퍼 뉴욕소방청 대테러본부장은 9·11 테러 당시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했다.
구조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리더십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지면서 9·11테러의 영웅이 됐다. 그가 구조 현장에서 입었던 소방복은 워싱턴 스미스소니언역사박물관에 전시되기도 했으며 유엔의 대테러 콘퍼런스에 연사로 초청되기도 했다. 당시 경험을 강연을 통해 소개한 것이 화제가 돼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 등에서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도 했다. 9·11테러로 명예를 얻었지만 개인적인 아픔이 적지 않았다. 9·11테러 당시 소방관으로 일하던 그의 동생은 구조에 투입됐다가 사망했다. 라우렌세 골보르네 전 칠레 광업부 장관은 무너진 광산의 지하 700m 갱도에서 광부 33명을 구해낸 인물이다. 사고 발생 당시 에콰도르를 방문하고 있던 골보르네 장관은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급거 귀국해 69일 만에 전원 구조를 이뤄냈다.
이외에도 걸출한 연사들이 참여한다. 미국의 2대 국토안보부 장관을 지내며 연방 재난구호체계를 개편한 마이클 처토프 전 장관, 역대 최장수 형사담당 미 법무부 차관보를 지낸 래니 브루어 코빙턴앤벌리 부회장 등도 세계지식포럼을 찾는다.
아세안의 대표주자라는 노니 푸르노모 블루버드 사장도 참여한다. 블루버드는 아시아 최대의 택시회사이기도 하다. 창업주의 손녀로 지난해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의 주목할 여성 12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블루버드는 여행객들 사이에서 ‘동남아에서 가장 안전한 택시’로 통한다. 1972년 택시 25대로 출발한 이 회사는 2014년 5월 기준 보유 차량 2만7000여 대, 기사 3만3000여 명에 달하는 현지 최대 택시업체로 성장했다. 현재 자카르타, 발리, 롬복 등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월평균 850만명이 블루버드 택시를 이용한다.
경제 분야 맞짱 토론에는 대니얼 앨트먼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와 판강 중국 국민경제연구소 소장이 참여한다. ‘10년 후의 미래’로 유명한 앨트먼 교수는 장기적 성장을 결정짓는 딥팩터가 잘못된 이상 중국 경제의 순항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판 교수는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지만 순항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두 사람의 토론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포용적 성장 세션에서는 올 한해 세계를 뒤흔든 토마 피케티 교수가 사전행사에 연사로 참여했다. 지난 9월 19일에 열린 사전행사에서 피케티 교수는 불평등 심화의 해법에 대해 과세뿐 아니라 성장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경제학자들이 가장 즐겨 찾는 경제학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으로 유명한 타일러 코웬 조지메이슨대 교수, 제임스 갤브레이스 교수 등이 연사로 나선다. 갤브레이스 교수는 케인스 이후 최고 경제학자로 꼽히는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교수(작고) 아들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지난 2009년 <이번엔 다르다>라는 책을 통해 인류 역사상 금융위기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그는 지난 800년의 역사 속에 등장한 7번의 금융위기에서 위기 발생의 원인과 결과 그리고 해결방식이 매우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환율 전문가로도 명성이 높은 로고프 교수의 환율과 중앙은행 독립성에 관한 연구로도 유명하다. 환율 전문가로 명성을 떨쳤던 그는 젊은 시절 체스에 빠져 박사과정에서 쫓겨나기도 했었다. 체스 세계 최고수에게 부여되는 그랜드 마스터 타이틀을 갖고 있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로버트 머튼 MIT 교수도 세지포 연사로 나선다. 그는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투자법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금융과 비즈니스 트랙에서는 중앙은행 총재 라운드테이블이 눈길을 끈다.
인문학 세션에서 참여하는 세라 루이스 하버드대 펠로는 35세가 되는 올해 TED 강연을 통해 세계적인 스타가 됐다. 예술가들의 창작 과정을 연구해온 그는 창조와 성공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예술작품과 예술가들의 인생을 통해 설득력 있게 전달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역시 TED를 통해 이름을 알린 <스포츠 유전자>의 저자인 데이비드 엡스타인 프로퍼블리카 기자도 세계지식포럼을 찾는다. 그는 맬컴 글래드웰의 ‘1만시간의 법칙’을 반박하고 나서서 화제를 모았다. 한편 올해 세계지식포럼에서는 세계 인터넷 거버넌스의 미래를 결정할 GCIG(인터넷거버넌스 글로벌 위원회)회의도 진행된다. 5월 스웨덴 회의에 이어 2차로 서울에서 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에는 칼 빌트 스웨덴 외교부 장관(의장), 고든 스미스 캐나다 전 외교부 차관(부의장), 마이클 처토프 전 미 국토안보부 장관, 도로시 고든 가나 선진정보기술재단 사무총장, 베스 노벡 뉴욕대 거버넌스랩 소장 등 글로벌 인터넷 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회의 어젠더는 ‘인터넷이 글로벌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현재 사이버 해킹과 범죄 등 인터넷의 파편화가 전쟁에 버금가는 국제 문제를 낳고 있다. GCIG 서울회의는 내년 9월로 예정된 미국 국제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의 인터넷주소 관리 권한 이양에 대한 해결 방법을 제시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올해 세계지식포럼은 신라호텔로 장소를 옮겨 시즌2를 시작한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세계지식포럼을 알리기 위해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오픈 세션이 진행된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즐길 수 있도록 실시간 라이브스트리밍 서비스 등도 새롭게 시도된다.
세계지식포럼 등록은 온라인 홈페이지(www.wkforum.org)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정욱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9호(2014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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