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지해 엠티콜렉션 대표 | “한국여성 3명 중 1명이 우리 고객, 핸드백도 이젠 세계무대를 겨냥합니다”

    입력 : 2014.09.02 17: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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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과 7월, 국내 패션계의 핫한 브랜드는 단연 ‘메트로시티(METROCITY)’였다. 우선 6월(12일~17일)에는 일본 도쿄 신주쿠에 자리한 다카시마야(高島屋) 백화점의 메트로시티 팝업스토어가 화제였다. 일본 진출의 첫 출사표를 던진 자리에서 메트로시티는 올 SS컬렉션과 대표 에디션, 오트 쿠튀르(Haute Couture) 라인을 선보이며 현지 관계자와 소비자들의 호평을 이끌었다. 아무 브랜드나 입점할 수 없다는 일본 3대 백화점에 명함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전적으로 상대방의 요청 때문이었다. 브랜드에 관심을 갖게 된 백화점 측의 한 임원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7월 23일부터 사흘간 도쿄 다이칸야마(代官山)의 T-site 가든 갤러리에서 진행된 프레젠테이션 현장에는 현지 패션유통업계가 총출동했다. 한큐, 미쓰코시, 이세탄 등 일본의 대형 유통사를 비롯해 빔스, 블루스 등 현지 유명 편집숍 관계자들이 직접 제품을 확인하고 건넨 첫마디는 ‘스바라시’였다.

    행사를 위해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히 챙기고 준비한 양지해 엠티콜렉션 대표는 “행사인원을

    3개 조로 나눠 행사장을 찾은 모든 분들을 일일이 접객했다”며 프레젠테이션 이후 달라진 메트로시티의 위상을 전했다.

    “인터뷰 20분 전에 오사카의 한큐백화점에서 크리스마스 시즌(12월 17~25일) 팝업스토어를 기획해 달라는 연락이 왔어요. 럭스멘에 가장 먼저 공개하는 따끈따끈한 뉴스예요.(웃음) 도쿄에 있는 미쓰코시 긴자 백화점에서도 같은 제의가 왔습니다. 프레젠테이션 이후에 일본 바이어들과 상담이 이어지고 있는데 미국과 유럽도 차근차근 공략할 예정입니다.”



    10년째 업계 최연소 대표이사 세계 최대 의류 전시회인 매직(Magic)쇼 참관을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주말을 보내고, 가죽페어가 열리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날아가 원부자재 계약과 새로운 아이템, 거래처를 발굴한다. 이후 피렌체에서 바이어 상담이 있고 잠시 한국에 돌아와 숨을 고른 후 일본 도쿄의 행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일본에서 곧바로 미국 LA로 넘어가 쇼룸 방문, PR과 미팅한 후 뉴욕에서 열리는 코트리쇼에 참석한다. 그러고 나서 일본 다카시마야 타임스퀘어점의 팝업스토어를 위해 도쿄로 날아갈 예정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스케줄이 아니다. 8월과 9월양 대표가 직접 뛰어야 할 비즈니스 강행군 내용이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일정인데 지금부터가 새로운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께서 뿌려 놓으신 씨앗이 지금껏 열매를 맺었다면 이젠 제 힘으로 새로운 씨앗을 만들어야죠.”

    창업주인 양두석 회장의 장녀인 양지해 대표는 이탈리아 패션스쿨 마랑고니에서 수학한 패션 재원이다. 양 회장은 당시 25살이던 그녀를 엠티콜렉션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로선 파격에 파격을 더한 인사였다.

    “안 그래도 1년 전인가 그때 제게 왜 회사를 맡기셨냐고 여쭤봤더니 그 정도는 할 줄 알았다고 하시더군요. 또 네가 잘못한다고 무너질 회사가 아니라고 하셨어요. 저에 대한 믿음보다 회사에 대한 믿음이 크셨겠죠. 아마도 꾹 참고 양지해란 판도라의 상자는 열어보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웃음)

    자신보다 회사를 앞세웠지만 업계에선 양 대표가 지난 12년간 엠티콜렉션의 고속성장을 견인해왔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없다. 우선 취임 전 400억원대이던 매출이 올해 1500억원대로 성장했다. 매장 수도 102개로 늘었다. 게다가 최근 일궈낸 일본에서의 성과를 바탕으로 브랜드가 나아가야 할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메트로시티의 광고모델도 늘 업계 화두였다. 밀라 요보비치(2011년), 메건 폭스(2012년), 아드리아나 리마(2013년)에 이어 올해는 할리우드 스타 케이트 베킨세일이 메트로시티의 핸드백을 들었다.

    “사실 일본 진출은 전혀 생각지 않았던 결과에요. 몇 년 동안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준비했는데 일본보다 미국이나 유럽이 먼저였습니다. 어려운 시장이지만 제가 젊잖아요. 지금부터 10년을 고생해도 최연소 CEO란 생각에 부딪쳐 보자고 마음을 다지고 있었어요.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일본 다카시마야의 제의가 왔습니다. 일본의 주력 유통사로 꼽히는 이세탄, 한큐, 미쓰코시, 다카시마야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통하는 포트폴리오거든요. 방향을 살짝 선회했습니다.”

    우연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 직원이 퇴근시간과 휴가를 반납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겸하고 있는 양 대표는 디자인 단계부터 제품의 트렌드를 짚어나갔다. 부서장 회의 때마다 입버릇처럼 ‘전 세계 어디에도 우리 기술력을 따라올 회사는 많지 않다’는 말을 수없이 되뇌었다. 온라인 소통채널을 통해 각 부서장들과 24시간 대화하고 자료를 공유했다. 덕분에 일본 소비자의 패턴과 특성을 빠르게 디자인에 반영했고 그들만을 위한 스페셜 에디션이 완성됐다.

    “제 취미 중 하나가 기타연주라 빨간색 에나멜 기타케이스를 갖고 있었는데, 그것도 일본에 출시했어요. 또 제 고양이를 위해 제작했던 애완용품도 출시했습니다. 국내에선 공정이 까다롭고 수요가 충분치 않아서 대량생산이 불가능했는데, 일본에선 실제 구매로 이어지고 있어요. 구체적이고 세분화돼 있는 일본의 패션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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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핸드백은 과학, 고객이 외면하지 않는 브랜드가 명품 늘 톡톡 튀지만 한 가지 사안에 무섭게 몰입하는 양 대표의 스타일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 변함없는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다. 취임 초기에 경영 수업보다 몸으로 부딪치는 현장경영을 택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결재서류가 올라오면 한 글자 한 글자 집중해서 분석했고 때때로 검품장에 내려가 102개 매장에서 들어온 반품을 일일이 들여다보기도 했다. 매장 직원과 본사 직원이 서로 업무를 바꿔 근무하는 사내 역지사지 프로그램에도 대표가 먼저 나섰다. 새로운 제품을 고민할 때면 직접 손으로 그려 제안하기도 했다.

    “백(Bag)은 과학입니다. 안에 늘 물건을 담고 다니기 때문에 중력을 계산해야 해요. 한쪽으로 쏠리진 않는지, 바닥은 무너지지 않는지, 가죽이 당겨져 문양이 풀리진 않는지, 어깨에서 흘러내리진 않는지, 모든 걸 계산하지 않으면 들고 다닐 수가 없습니다. 당연히 고객들은 외면하겠죠. 재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브랜드는 명품이 아닙니다.”

    여전히 젊은 30대 CEO의 목표가 궁금했다. 역시나 톡 튀는 답변이 돌아왔다.

    “많은 2세 경영인들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려고 하는데 전 그렇지 않아요. 회장님이 있어서 디자인하고 경영하는 데 영감과 응원을 얻고 있습니다. 사실 전 처음부터 어려운 브랜드를 맡은 게 아니었잖아요. 탄탄한 조직과 구성원들이 늘 제 후원군이죠. 지금까진 회장님께서 일궈 놓으신 성과라면 앞으로의 글로벌 시장 도전은 제가 뿌릴 씨앗입니다. 여전히 젊은데 해봐야죠.”(웃음)

    메트로시티 이탈리아 오리진 ‘메트로시티(METROCITY)’는 올해 국내 론칭 17주년이 됐다. 론칭 당시 ‘자카드(Jacquard) 백팩’과 ‘M퀼팅 핸드백’이 주목받으며 국내 패션업계를 리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20대 중반부터 40대 중반의 여성이 주 고객층이며 재구매를 통한 고정 고객층이 많은 브랜드로 알려졌다. 여타 브랜드에 비해 유난히 롱런 아이템이 많은 것도 메트로시티만의 특징이다. 2007년 출시된 빅 쇼퍼백 ‘MF670’은 이틀 만에 완판 기록을 세우며 현재 누적판매 8만9000개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출시된 퀼팅백 ‘MQ563’은 지금까지 7만 개가 팔렸다. ‘MQ310’은 12년째 베스트10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국내 론칭 이후 판매된 메트로시티 핸드백의 누적 판매량은 약 576만 개. 통계청이 조사한 20~50세 여성 수가 1100만 명임을 감안하면 핸드백을 구입하는 대한민국 여성 3명 중 1명이 메트로시티 핸드백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8호(2014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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