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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앙 토나레 바쉐론 콘스탄틴 아시아 총괄 매니징 디렉터 | “경제가 어려울수록 변하지 않는 가치가 빛을 발한다”
입력 : 2014.08.05 08:5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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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의 전 세계 매출 중 한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궁금한데요. 정확한 숫자는 비밀입니다.(웃음) 바쉐론 콘스탄틴은 브랜드 설립 초기부터 중국시장에 진출했어요. 중국의 많은 황제들이 우리 브랜드를 애용했죠. 아시아 고객들은 역사와 전통을 지닌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무려 260년의 역사와 헤리티지를 지니고 있습니다. 당연히 아시아마켓이 중요할 수밖에 없지요. 그중 한국시장은 우리의 키 마켓 중 하나입니다. 지난 6월 말에 오픈한 갤러리아 명품관 부티크를 합하면 현재 서울에서만 총 3개의 부티크(롯데 에비뉴엘 명품관, 현대 본점, 갤러리아 명품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한 도시에 3개 이상의 부티크가 있는 건 한국뿐이죠. 리테일 비즈니스가 강세를 띠고 있기도 하지만, 그만큼 바쉐론 콘스탄틴이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방증입니다.
불황에도 한국의 수입시계시장은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어떻게 보십니까. 손목시계뿐만 아니라 수많은 명품 브랜드에서 중국인 고객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은 내국인 고객층도 탄탄하지만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가 균형을 맞추고 있어요. 저희 입장에선 굉장히 모범적인 시장이죠. 중국인들은 가까운 여행지로 특히 한국과 태국을 선호하는데 이들의 높은 구매력이 한국 수입시계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한국 고객들은 시계에 대한 감식안이 뛰어납니다. 이번 전시회에도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고객들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단순히 값비싼 고급 브랜드를 선호하는 게 아니라 예술적 가치를 향유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바쉐론 콘스탄틴은 한국시장에서 별다른 기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장기적인 성장을 추구합니다. 갑작스레 인기를 얻고 성장하는 걸 경계하죠. 천천히 장기적으로, 그러나 꾸준하게 성장하며 브랜드를 뿌리내리는 것이 바쉐론 콘스탄틴의 전략입니다. 아, 사실 세월호 참사라는 가슴 아픈 사건 이후 잠시 매출이 주춤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 시기를 제외하면 론칭 이래 큰 기복 없이 조금씩 성장해 오고 있습니다.
역사와 기술력이 반드시 정비례하는 건 아닌데요. 바쉐론 콘스탄틴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기술력, 디자인, 클래식한 브랜드 이미지까지 다양한 장점이 있는데, 무엇보다 브랜드의 헤리티지(유산)를 꼽을 수 있습니다. 헤리티지를 보유한 브랜드와 역사가 깊은 브랜드는 분명 차이가 있어요. 우리는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가 아닙니다. 역사를 보존해 온 방대한 아카이브(Archive)가 있지요. 브랜드가 보유한 박물관에선 설립 초기부터 보관해온 서류와 서신, 200년도 더 된 빈티지 시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인들의 기술도 그대로 전승됐는데, 계승에 대한 책임의식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들이지요.
200년이 넘는 유산을 보관하고 있는 건 설립 당시부터 브랜드의 정책적 판단입니까. 사실 운이 좋았죠.(웃음) 2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 유실이나 훼손 없이 브랜드의 유산을 지킬 수 있었던 건 분명 행운입니다. 그런 면에서 바쉐린 콘스탄틴은 정말 흥미로운 브랜드입니다. 아직 우리도 우리 브랜드의 유산을 전부 찾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재도 옥션이나 전 세계 수집가들에게 빈티지 제품을 구입해 아카이브를 보강하고 있어요.
중립국이란 위치가 도움이 됐을 법한데요. 아주 정확한 지적입니다. 아마도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전쟁이나 분쟁이 비교적 적었기 때문에 귀중한 헤리티지를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얇은 미닛 리피터 ‘패트리모니 컨템퍼러리 울트라-씬 칼리버 1731’
올 바젤월드에선 시계 업계의 화두 중 하나가 중국의 ‘부패와의 전쟁’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매출이 크게 떨어졌다는 브랜드도 여럿이었는데요. 분명히 영향력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중국이 선포한 건 부패·뇌물과의 전쟁이지 고가의 선물이나 명품과의 전쟁이 아니에요. 중국인들은 오래전부터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이 있고 이 전통은 아마 미래에도 쉽게 변하지 않겠지요.
중국의 고가품에 대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 고객들의 명품에 대한 인식 변화와 중국 내외에서 증가하고 있는 구매력을 감안하면 그 성장성은 아직 여지가 많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시계산업은 장밋빛 전망만 가득한 것 같습니다. 분명 걸림돌이 있습니다.(웃음) 브랜드마다 다르겠지만 ‘자연스러운 도태(Natural Exit)’가 존재하고 있어요. 경제적인 이유든 철 지난 유행 때문이든, 어떤 산업이건 쇠퇴하는 때가 오기 마련이죠. 그럴 때 오히려 성장하는 브랜드가 있는 반면, 가장 약한 브랜드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곤 합니다. 산업이 어렵거나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쉽게 유행을 타거나 한 번 쓰고 버릴 제품보다 오래도록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에 투자합니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대목이죠.
(왼쪽)제네바 홀마크를 지닌 24개의 바쉐론 콘스탄틴 인하우스 칼리버가 전시된 쇼케이스 , (오른쪽)스위스 워치메이커의 시연 모습
바쉐론 콘스탄틴의 경쟁자를 꼽는다면. 경쟁자라기보다 바쉐론 콘스탄틴처럼 제네바에 근거를 두고 있고 오랜 역사와 헤리티지, 기술력을 동시에 갖춘 브랜드 중 하나가 파텍필립입니다. 두 브랜드 모두 서로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비슷한 철학과 가치관을 지니고 있습니다.
흔히 시계에 열광하는 이들은 남자라고 합니다. 과연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네요. 우선 남자들은 선천적으로 기계를 좋아합니다. 제 어린 아들도 벌써부터 자동차나 비행기를 좋아하거든요.(웃음) 시계는 아주 작은 물체지만 그 안에 과학과 물리학의 총체가 응축되어 있는 메카닉의 진수죠. 또 하나는 남자들의 거의 유일한 액세서리가 시계예요. 저 또한 결혼반지와 시계를 제외하곤 그 어떤 액세서리도 하지 않습니다. 시계를 보면 그 남자의 취향과 스타일을 알 수 있다는 게 괜한 말이 아닙니다.
바쉐론 콘스탄틴(Vacheron Constantin) 1755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시계 생산이 중단되지 않은,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다. 무브먼트 개발(모든 무브먼트는 제네바 인증을 받는다)부터 모든 제작과정이 자체적으로 진행된다. 1880년에 상표 등록한 말테 크로스(Malte Cross)가 브랜드의 상징이 됐다. 1906년 제네바 케드릴 지구에 오픈한 최초의 부티크는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며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이어오고 있다. 1996년 리치몬트 그룹에 합류한 이후 세계 3대 시계 브랜드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www.vacheron-constantin.com (02)3446-0088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7호(2014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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