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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클라마듀 솔베이 CEO | “한국에서 제2의 퀴리부인 나올 겁니다.”
입력 : 2014.06.27 1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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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과거 유럽과 신대륙에 집중됐던 화학수요가 최근에는 급격하게 성장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한국에 진출하는 이유는 바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 마련의 성격이 짙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6월 2일 세계 10대 화학기업으로 손꼽히는 벨기에의 종합화학기업 솔베이의 경영진이 한국을 방문했다.
3년 전 이화여대와 산학협력을 체결한 후 건설을 시작한 ‘이화-솔베이 R&I센터’가 드디어 위용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준비하고 있는 장 피에르 클라마듀 솔베이 회장을 만나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한국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는 이유와 한국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팽창하는 아시아, 한국이 교두보 “아시아는 앞으로 전 세계 화학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지역입니다. 그래서 아시아에서 높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한국의 위상 역시 높아질 것입니다.”
클라마듀 회장은 한국에 글로벌 화학기업들이 잇달아 진출하는 것은 바로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의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중국의 급격한 성장으로 아시아 시장에서 화학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최근 몇 년 새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어, 오는 2030년에는 전 세계 화학 수요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비롯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그는 “앞으로의 화학산업은 과거와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한 환경 요인들이 화학산업의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기후변화와 자원고갈, 건강에 대한 높은 관심과 웰빙열풍 등의 요인들이 화학산업의 트렌드를 변화시키고 있다”며 “과거와는 달리 가격이 아닌 친환경과 웰빙 요인이 화학산업의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래서 한국시장은 우리에게 아주 중요합니다. 한국은 첨단산업이 고도로 발달해 있고, 트렌드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서의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특히 “화학업체들의 차세대 산업은 전자-자동차 등 첨단산업이 될 것”이라며 “한국은 바로 이 분야에서 높은 기술력과 위상을 갖고 있으며, 소비 수준 역시 까다롭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시장이다”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 역시 클라마듀 회장과 마찬가지로 글로벌 화학기업들의 R&D센터가 한국에 잇달아 진출하는 이유에 대해 “아시아 시장의 진출을 위한 테스트마켓”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화학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개발인력과 아시아 시장의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한국시장이 투자의 최적지라는 분석이다.
장 피에르 클라마듀 솔베이 회장이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과 6월 2일 개관한 ‘이화·솔베이 R&I센터’를 방문했다.
이화여대 산학협력관에 문을 연 이화-솔베이 R&I센터는 약 6600㎡(약 2000평) 규모로 아시아 최대 규모다. 무엇보다 이 건물에는 솔베이그룹의 특수화학사업 부분의 글로벌본부가 이미 입주해 있다.
전 세계에서 판매되는 특수화학 부분의 매출이 바로 이곳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클라마듀 회장은 새롭게 문을 연 이화-솔베이 연구센터 역시 기존 R&D센터와는 다른 역할을 맡는다고 힘을 줘 말했다.
과거 R&D센터가 단순한 연구와 개발만을 담당했다고 한다면, 이번 이화-솔베이 연구센터는 ‘R&I(리서치 & 이노베이션)센터’로서 연구는 물론, 혁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솔베이의 연구개발센터는 전 세계 곳곳에 있지만, 이화-솔베이 R&I센터는 이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먼저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인 배터리 부분에 대한 연구가 중점적으로 이뤄지는 것 동시에, OLED-디스플레이 소재는 물론, 자동차용 첨단 소재 등의 연구가 같이 진행될 것이다.
클라마듀 회장은 이와 관련 “세계 최초로 여대 내에 공과대학을 설립할 정도로 과학에 대한 열정은 높은 점을 중요하게 판단해 산학협력의 파트너로 이화여대를 선택했다”면서 “이화-솔베이 연구센터를 통해 한국에서 제2의 퀴리부인과 같은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국시장에 추가 투자계획도 밝혀 클라마듀 회장은 이밖에도 한국시장에 새로운 투자계획을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한국시장은 우수한 노동력과 혁신의 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이미 투입된 2300억원 외에 추가로 12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인터뷰 말미 그는 이화여대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솔베이는 1911년부터 ‘과학이 사회를 개혁시킨다’는 기치 아래 과학계 전 분야를 망라하는 ‘카운실 데 피지큐 솔베이(Conseil De Physique Solvay)’ 회의를3년마다 열고 있는데, 이 모임에는 여성 노벨상 1호 수상자인 퀴리 부인도 참석했다”면서 “솔베이와 함께 만든 이화-솔베이 R&I센터를 통해 여성 최초의 한국인 노벨화학상 수상자가 탄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을 통해 아시아 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에 뛰어든 글로벌 화학기업 솔베이 클라마듀 회장의 기원대로 아시아 시장을 사로잡을 제 2의 퀴리부인이 한국에서 탄생할지 앞으로가 기대된다.
150여 년 화학외길, 벨기에의 국민기업 ‘솔베이’ 벨기에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화학회사 솔베이는 1863년 설립됐다. 화학자였던 에르네스트 솔베이가 1861년 처음 개발한 솔베이법을 활용하여 세운 소다공장을 모태로 삼고 있다. 솔베이법은 소다회로 알려진 공업용 알칼리 탄산나트륨 제조법으로, 화학공정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단순한 소다공장으로 출발한 솔베이는 1870~1880년 사이에 벨기에를 비롯한 프랑스와 영국, 러시아, 미국에서 공장을 가동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 세계 56개국에 진출해 있으며, 2013년 기준 99억4000만유로의 순매출을 기록했다. 2010년 구조조정을 통해 특수폴리머, 특수화학, 필수화학, 비닐 등 4개 사업그룹으로 재편했으며, 이중 특수화학 본부를 국내에 두고 있다. 1988년 솔베이코리아를 통해 국내에 진출했으며, 삼성, SK, 효성,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과 함께 다양한 특수화학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솔베이의 강점은 바로 원천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운영하는 R&D센터만 15곳으로 2000여 명의 연구원이 지난해에만 25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전자소재 산업에 과감한 투자를 나섰으며, 최근에는 2차 전지를 비롯한 에너지 소재와 유기물, 정밀화학 분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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