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텅 빙셩 장강상학원(CKGSB) 부총장 | 정글로 변한 China 쫓겨나지 않으려면 전략 바꿔라

    입력 : 2014.06.27 11: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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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상학원(CKGSB) 유럽캠퍼스 부총장 겸 전략 경영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뉴욕시립대(City University of New York)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략적 제휴’ 부문의 권위자인 텅 부총장은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경영학 학회 Academy of Management의 회원이며 ‘International Entrepreneurship’ 및 ‘Management Journal’ 등과 같은 유명 학술지의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젖과 꿀이 흐르는 땅’ 중국을 떠나는 글로벌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2012년 일찌감치 발을 뺀 구글 외에도 영국의 테스코 역시 지점을 중국현지기업에 매각하고 떠났다. 화장품 기업 레브론(Revlon)과 로레알 그룹의 가르니에도 ‘철수’를 결정했다. 아직 중국에 발을 들이지 못한 기업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것과 다른 모습이다.

    남아 있는 기업들 역시 크게 상황이 좋지 않다. 잘나가던 스타벅스나 월마트는 2010년 이후 야심차게 계획했던 사업 확장을 유보한 상태다. 이외에도 중국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도 상당수다. 원인을 단순히 중국경기 불황이라 치부하기에는 지속적으로 순항하고 있는 기업들의 선전을 설명하기 힘들다.

    “1990년대만 해도 중국청년들에게 한국기업들을 포함한 중국 내 글로벌 기업은 가장 좋은 직장으로 꼽혔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지금은 아닙니다. 이는 지난 25년 동안 중국 비즈니스를 잘 이끌어온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고전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차이나드림’은 점차 힘든 일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9일 글로벌 명문 MBA 장강상학원(CKGSB)과 스위스국제경영개발원(IMD)이 공동으로 개설할 예정인 ‘CKGSB-IMD 듀얼 EMBA’ 소개차 방한한 텅 빙셩 CKGSB(장강상학원)의 유럽캠퍼스 부총장 겸 전략경영학 교수 역시 강연을 통해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중국에 있는 많은 다국적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중국경기 불황 이외에 크게 주요 변화 중 하나로 비용 상승이 있습니다. 2008년부터 2011년까지 평균적인 소비재 가격은 50% 이상 오른 반면 인건비는 62%, 원자재는 약 70%나 상승했습니다.”

    중국 내 생산기지를 꾸리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지속적인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 전망한 텅 교수는 특히 인건비 상승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했다.

    “10년 전만 해도 글로벌 스포츠화 대부분은 중국에서 생산했지만 지금은 베트남이 중국을 능가하고 있습니다. 한 싱크탱크에서는 중국의 인건비가 상승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명목상의 인건비는 중국이 낮지만 생산량 대비 단위노동 비용을 비교해 보면 크게 차이가 없다는 것이지요. GE에서 최근 켄터키 주로 공장을 이전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업 간 지속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전략적 제휴(Strategic Alliance) 분야의 권위자인 텅 교수는 중국이 기술집약적 산업으로 이전하고 있고 엔지니어 인건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활용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에 글로벌 R&D센터와 시안에 낸드 플래시를 생산하는 반도체공장을 설립한 삼성을 예로 들기도 했다.

    다음으로 그는 중국기업들의 빠른 성장 역시 위협적인 요소라고 지적했다.

    “비용 상승 외에 강력한 중국기업들의 도전도 글로벌 기업의 포지셔닝 전략을 다시 생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하이얼, 레노버 모두 내수시장에서 1등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베스트바이는 수낸 등과의 경쟁에 밀려 철수했고 월마트는 우마트를 피해 다른 쪽으로 입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중국기업들의 가시적인 성장이 글로벌 기업에는 심각한 도전이 되고 있다고 밝힌 텅 교수는 여러 기업들이 중국 소비자들의 변화된 인식을 빠르게 파악하지 못한 점도 문제라고 지목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중국의 AS정책을 다른 국가에 비해 안 좋게 적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중국 언론에 시달렸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 역시 중국에 출시되는 제품이 일본에 선보이는 모델에 비해 사양이 떨어진다는 의혹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습니다. 이는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가진 구매력(Buying Power)에 걸맞은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구식모델이나 사양이 떨어지는 제품이 아닌 하이엔드 제품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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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익은 ‘관시’는 자충수, 떠오르는 중산층 노려야 글로벌 기업들의 고급화 전략을 강조한 그는 달라진 규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30번째 이륙할 예정인 비행기 안에 있는 사람이 중국 공항 관재탑에 전화를 걸어 첫 번째 이륙할 자격을 얻는 것이 가능합니다. 같이 비행기를 탄 승객들은 전화를 건 사람에게 순서대로 찾아와 감사의 표시를 전합니다. 다른 국가의 경우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명확한 규칙이 자리 잡은 분야라도 중국은 그러한 부분을 ‘관시(연줄,관계)’를 통해 건드릴 수 있는 셈이지요. 비즈니스에 있어서도 아직까지 관시가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만 상황이 조금씩 변하고 있습니다.”

    현지화의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며 조세회피 행위와 뇌물에 대해 강력한 견제를 하고 있는 현지정책에 깜깜할 경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약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뇌물스캔들로 철수를 고려해야 할 정도의 사건에 휘말렸습니다. 업계 관행상 의사에게 뇌물을 주는 행위가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었기에 공식적인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만 소용이 없었죠. 이처럼 비리와 관련한 리스크가 점차 높아지고 있습니다.”

    강력한 정부규제로 관리나 기업관계자들이 신변을 보호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현지분위기를 전한 텅 교수는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에게는 장기적으로 투명한 사업 환경이 조성돼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러한 정부규제가 중국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다.

    “일부사업의 경우 자국 산업을 보호할 필요도 있고 그러한 조치도 행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내 아주 중요하고 긍정적인 역할들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중국정부도 그들을 몰아내면 어떤 인센티브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한편 텅 교수는 급변하고 있는 중국환경이 어렵다고 철수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밝혔다. 기업의 기존 마인드를 바꿔 특히 중국은 더 이상 저렴한 시장이 아니라 소비력이 강한 시장이라는 마인드 전환이 시급하다고 했다. 특히 그는 글로벌 기업들이 타깃으로 부상하는 중국 내 신흥도시와 중산층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구매력이 빠르게 성장하는 중산층과 2~4선(Tier)도시를 겨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장은 소비자가 있는 곳에 자리해야 합니다. 이케아 같은 경우 구매력이 있는 주요도시에만 소수 매장을 열어 성공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고 베이징 점은 관광명소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유명해졌습니다.”

    중국 영업망을 주로 성회도시(1, 2선 도시)에 집중해 3, 4선 이하 시장으로 빠르게 확대되는 소비시장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레브론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떠오르는 중산층 공략이 성공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밝힌 그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빙그레,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 등은 상당히 우수한 전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리치시장을 타깃으로 해 큰 성공을 거뒀습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유통채널은 2~4가지 선(Tier)까지 늘려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입니다. 이랜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독특한 ‘코리아 스타일’을 가미해 차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독보적인 아이덴티티를 만들지 못하면 금방 복제(Copy)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는 분이 조선족 의류회사를 하고 있는데 한국식 의류를 따라해 큰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이랜드에게는 이러한 기업들이 위협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현재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M&A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기업들에게 흥미로운 팁을 남겼다. 중국기업들을 타깃으로 한다면 유통채널이 강한 기업을 선택해 빠르게 현지화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조언했다.

    “중국시장에 M&A를 통한 진출을 위해서는 대상을 선택할 때 브랜드 인지도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대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것이 쉽고 소비자들도 마인드가 상당히 열려 있는 편이죠. 인수할 때도 브랜드 파워보다는 강력한 유통채널을 확보한 기업인가가 중요합니다. 인수 후에는 유형자산은 남아 있을 수 있지만 창립멤버나 인재풀을 잃으면 실패할 확률이 커집니다. 유통채널의 경우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이뤄지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수 후 유능한 현지 인재들이 오랫동안 남아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중국과의 교류가 크게 늘어난 지금도 관시의 개념에 대해 혼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중국 비즈니스에 정통하다는 자칭·타칭 전문가들 역시 관시의 개념에 대해 정확하게 정의 내리기 힘들다. 비즈니스가 전제된 관계에서 깊은 신뢰를 쌓는 것은 중국뿐 아니라 어느 국가에서나 풀기 어려운 숙제다. 텅 교수의 입을 빌어 몇 가지 비즈니스 팁을 제안한다.

    텅 빙셩 교수가 제안하는 ‘관시’를 여는 비책 1. 당신의 회사와만 일을 하고 싶습니다

    반드시 배타적일 필요는 없지만 로열티를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나치게 독점적인 계약을 체결할 필요는 없지만 그러한 부분을 감사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2. 장기간 함께 일합시다

    중국 기업들이 그동안 여러 글로벌 기업과 합작회사를 꾸려온 결과 짧은 기간 안에 떠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회사가 접근해 왔을 때 자신의 회사가 중국시장 진출을 위한 수단으로만 이용된 경우가 상당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장시간 일하려는 제스처는 관시를 맺는 데 상당한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3. 같이 얻고 함께 책임집시다

    중국 기업들은 수익과 책임에 있어 불균형에 대해 민감합니다. 중소 기업들도 아무리 크고 힘 있는 기업과 함께 일하더라도 이윤과 책임은 같길 원합니다. 불균형한 비즈니스의 경우 단기간에 달아나버릴 가능성이 큽니다.

    4. ‘접근금지’ 엄포는 금물

    “우리 기술이니까 건드리면 안된다. 독점기술이며 블랙박스이니 접근하지 마라”는 이야기를 들을 경우 중국 비즈니스맨들은 공격받은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계약사항을 통해 명기됐더라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좋습니다.

    5. ‘우리 방식·본사 결정을 따르시오’식 태도 자제

    “이것은 내 결정이다. 너와 상의할 필요 없다. 본사에서 결정을 하고 알려주겠다”는 등의 경직된 태도는 ‘나는 내부결정을 하는 사람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하며 이너서클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비즈니스 외에도 문화적인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지시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면 관계는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박지훈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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