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연배 오토젠 회장 서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 ‘아너 소사이어티’와 함께하는 행복한 사회 “더불어 살아야 행복할 수 있습니다”

    입력 : 2014.06.27 11: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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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살자는 게 아니라 모두가 살자고 했습니다. 그때 직원들이 이해해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오토젠은 없었겠죠. 직원들에게 다시 보너스를 지급하던 기억은… 위기 극복의 원동력은 신뢰와 비전 공유라고 확신합니다.” 1997년 IMF 외환위기를 회상하던 이연배 오토젠 회장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당시 원청업체였던 대우자동차가 부도와 매각이라는 우여곡절을 겪게 되자 오토젠도 설립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다. 부사장이던 이 회장은 정도경영을 고집하던 설립자이자 남편 조용선 회장 대신 총대를 멨다.

    “팔 수 있는 건 다 내다팔았어요. 대우차에 담보로 제공한 물건을 빼오려고 얼마나 뛰어다녔는지 모릅니다. 보너스 삭감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믿어달라고 설득하길 반복했는데, 마지막 회의에서 반장님 중 한 분이 다른 건 못 믿어도 회장님은 믿는다며 사인해주더군요. 그 말을 평생 잊지 못하겠습니다.”

    회사의 위기에 가족도 똘똘 뭉쳤다. 당시 미국 유학을 마치고 군 복무 중이던 아들(조홍신 사장)은 어머니의 편지 한 장에 미국 MBA를 포기하고 달려왔다. 이전까지는 소유와 경영은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지만 부도 위기 앞에선 그저 빛 좋은 개살구였다.

    “아들이 직원들과 호흡하고 신뢰를 얻게 하려고 일부러 집이 아니라 회사 근처 공구상가에서 지내게 했습니다. 냉난방도 안 되고 온수도 안 나오는 곳에서 출근하면서 직원들과 똑같은 작업을 했지요. 오죽하면 같이 지내던 외국인 직원들이 먹을 걸 나눠주기도 했다더군요. 측은지심이었겠죠.”

    그렇게 절치부심하던 오토젠은 5년 후, 유보됐던 보너스를 전액 지급했다. 2008년엔 미국 GM이 뽑은 ‘올해 최고의 협력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850억원, 금형을 생산하는 자회사 코링텍의 매출을 합하면 총 1000억원을 달성했다. 10년 후에는 매출 5000억원, 20년 후 글로벌 강소기업이 목표다.

    위기를 함께 헤쳐 온 경영진과 직원들의 끈끈한 유대는 직원 복지로 이어졌다. 덕분에 업계에선 종종 오토젠의 직원복지가 회자되곤 한다. 자녀 장학금 지원, 대학 진학 지원, 외국인 직원과 원거리 통근자를 위한 사택, 통근차량 제공, 동호회 활동 지원, 때마다 직원들의 집으로 배달되는 김장김치까지, 중소기업에서 실천하기 쉽지 않은 지원이 오토젠에선 현실이 됐다.

    “위기 당시 170명이던 직원이 현재 250명으로 늘었어요. 지금은 건강에 초점을 맞춰서 사내 금연 정책을 펴고 있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결국은 좋은 일이란 걸 알고 있으니 동참해 주리라 믿습니다.(웃음)”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당연한 의무 올 3월 국세청이 발표한 ‘아름다운 납세자’ 33인에 이름을 올린 이연배 회장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회원이다. 아들인 조홍신 사장도 가입해 국내 최초의 모자 회원이 됐다. 1999년부터 저소득층과 노숙인에 대한 무료 진료를 지원해 온 이 회장은 그동안 총 5600명을 지원하며 2011년부터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글쎄요… 나눔은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시간을 쪼개 봉사활동에 나설 수도 있고 좋은 재능을 기부할 수도 있습니다. 나누면 보람되고 행복하다는 걸 아시는지요. 그 점이 제 삶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전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일상인 것, 그게 나눔입니다.”

    조용히 기부를 실천해 온 이 회장은 이번엔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장의 입장에서 우려와 희망을 전했다. 세월호 참사 후 줄어든 기부금이 걱정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큰 기업들의 기부는 하나 둘 이어지고 있는데, 작은 기부들은 세월호 참사 이후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어쩌면 기업이 나서니 나 하나쯤이란 생각을 할 수 있는데, 작은 마음이 모여 큰 결실을 맺게 되잖아요. 서울모금회(seoul.chest.or.kr)는 2000년 23억원이었던 모금액이 지난해 711억원으로 30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마음을 전해 주시면 꼭 좋은 곳에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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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너 소사이어티’를 알고 계십니까?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을 위해 2007년 12월에 설립한 개인 고액기부자들의 모임이다. 1억원 이상 기부하거나 5년간 1억원을 약정할 경우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다. 워렌 버핏, 빌게이츠 등 기부 활동에 적극적인 갑부 2만여 명으로 구성된 미국 단체 ‘토크빌소사이어티’를 벤치마킹했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6호(2014년 0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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