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레드릭 리비에라 GE GGO 부사장 겸 CFO | 최고 경쟁력의 GE 다시 잭 웰치式 비용절감 나섰다

    입력 : 2014.06.09 15: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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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싱가포르항공을 좋아한다. 그러나 싱가포르항공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그저 사우스웨스트항공 정도면 된다.” 세계 최대이자 가장 수익성 높은 인프라스트럭처 회사로 꼽히는 GE의 프레드릭 리비에라 GGO(Global Growth Operation) 부사장 겸 CFO가 지난 5월 16일 한국CFO협회 주최 라운드 테이블에서 밝힌 대목이다. 가장 넓은 퍼스트 클래스와 180도로 젖혀지는 비즈니스 클래스로 유명한 프리미엄 항공사가 아니라 세계 제일의 저가항공사만큼 비용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리비에라 CFO는 이날 ‘GE의 성공적 기업변신과 단순화’라는 제목의 강연을 통해 제프 임멜트 CEO 취임 후 성장전략을 추구해왔던 회사가 최근 다시 잭 웰치 체제에 버금갈 만큼 비용절감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입사 이후 24년간 GE의 재무 또는 자금 부서에서 근무해 자연스레 잭 웰치를 가까이서 지켜볼 기회가 많았던 그는 “웰치는 무서울 만큼 엄격한 보스였다”고 회상했다.

    “잭 웰치는 항상 ‘코스트, 코스트, 코스트(cost, cost, cost)’를 외치며 비용절감을 강조했다. 그가 무엇을 말하면 반드시 결과를 보고해야 했다. …그렇지만 (웰치는) 마케팅 측면에선 부족했다. 9·11과 엔론 사태를 겪은 뒤 제프리 이멜트(현 CEO)는 마케팅을 강화하고 인수합병에 나서는 등 강력한 성장전략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성장을 위한 포트폴리오 구축과 비용절감을 타협하자고 했다.”

    이멜트의 GE가 다시 비용절감에 나선 것은 무슨 까닭일까. 리비에라 CFO는 먼저 엄청나게 복잡한 GE의 경영현황부터 설명했다.

    “GE는 (지난해) 1460억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169억달러의 이익을 냈다. 30만7000명의 종업원이 세계 150개가 넘는 지역에서 일하고 있으며 7개 글로벌 R&D센터를 두고 48억달러 정도를 R&D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면서 파워&워터, 항공, 헬스케어, 오일&가스, 에너지 관리, GE캐피털 등 여러 사업부문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GE는 수많은 사업부문을 망라하고 있는 재벌 기업의 구조를 띠고 있다.

    리비에라 CFO는 그런 GE가 지금도 계속 성장을 거듭하는 비결을 ‘끊임없는 재창조’에서 찾았다.

    “새로운 게 나오면 GE는 거기서부터 다시 재창조를 한다. GE는 처음 전구회사로 출발했다. 내가 입사할 때 플라스틱 사업부는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할 만큼 컸다. 그러나 지금은 플라스틱 사업부가 없다. 항공 비즈니스는 계속 발전해 연 219억달러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파워&워터 사업부도 크다. 지금은 서비스사업 부문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01년까지 에너지 사업부문에서 근무했는데 그때 엔론 윈드를 인수해 크게 성장했다. 파워&워터 사업부는 수십억달러에서 성장해 지금은 25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잭 웰치는 이 부분이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았다. 오일&가스 부문에선 8년간 근무하는 동안 150억달러의 M&A를 해서 지금은 17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사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신사업 진출 모델도 설명했다.

    “우리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고 앞으로 어느 쪽이 성장할 것인지를 본다. 항공기 부문의 경우 소형 엔진을 전력 분배에 이용하거나 터빈을 LNG에 사용하기도 한다. 하나의 기술을 여러 플랫폼에 적용할 수 있을지를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일&가스 부문 자체 매출은 얼마 되지 않지만 다른 분야에서 가져올 수 있기에 커진다.”

    기존 포트폴리오에서 새 사업 아이디어를 찾은 대표적 사례로 그는 ‘진행형 기계’를 꼽았다.

    “MRI나 CT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지를 미리 파악해 고치도록 한다. 항공기도 날아가는 동안에 생기는 문제점을 파악해 공항에 착륙하면 바로 정비하도록 한다.”

    이처럼 세심한 서비스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한 경쟁력을 갖췄을 뿐 아니라 그걸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GE캐피털은 특히 이런 데에 뛰어나다.

    “캐피털 부문은 2008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많이 성장했다. 부동산을 비롯해 다양한 부문에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어 지금 많이 성장하고 있는 GE의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GE캐피털은 항공기를 구매해 항공사에 임대하는 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금융위기로 항공사의 유동성이 떨어졌을 때 부채조정을 GE캐피털이 지원했다.”

    GE는 한 기술을 그룹 전역에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사진은 GE의 가스터빈엔진 LM2500
    GE는 한 기술을 그룹 전역에서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사진은 GE의 가스터빈엔진 LM2500


    새로운 변화-글로컬라이제이션 그는 성장을 위한 GE의 변신 전략의 하나로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을 꼽았다.

    “지금은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내가 GE에 처음 입사했던 1990년대엔 GE가 어떻게 글로벌 기업이 되느냐가 관심사였다. 그런데 지금은 글로벌화한다고 런던이나 파리에 사무실을 여는 시대는 끝났다. 지금은 글로컬라이제이션 시대다. 글로벌 투자를 하되, 현지에 들어가 각 지역 사정에 맞는 일을 해야 한다. 한곳에서 전체를 하려고 하면 안 된다. 가령 지금 러시아에서 장비를 팔려고 하면 안 된다. 그것보다는 러시아에서 제조업을 어떻게 할까, 핵심기술은 우리가 갖고 있으면서 파트너에게 그 중 얼마를 제공할까 생각한다.”

    GE는 미국에서 700억달러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나머지는 170개국에서 올린다. 외부 비중이 크기 때문에 어렵고 위험하다고 나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어려운 곳으로 많이 간다. 베네수엘라나 아르헨티나에 가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남부 아프리카에 가지 않는다면 비즈니스를 할 수 없다. 그런 시장을 찾아가 가장 좋은 정답이 무엇인지를 본다. 나는 앙골라에 가서 팀을 구축하고 왔는데 몇 년 뒤 다시 가보니 엄청 발전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처럼 성과를 확인할 때 큰 보상을 얻는다.”

    그러면서 GE의 앞선 기술과 노하우를 현지에 접목해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미에서 오일&가스 사업을 많이 인수했고 풍력이나 항공부문도 많이 키웠다. 2000년께 브라질 항공회사를 인수했다. 위치도 좋지 않았고 품질도 좋지 않은 엔진 제조업체였는데 우리 팀이 가서 이 공장을 세계 제일의 GE네트워크로 변모시켰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여기서 정비하고 있는데 처음엔 왜 우리가 브라질에 가느냐고 했으나 지금은 브라질 엔진만 쓰겠다고 할 정도다.



    비즈니스 환경 만드는 적극적 현지화 GE의 MENAT(중동 북아프리카 터키) 지역 총책임자이기도 한 그는 GE는 현지인들이 전혀 기대하지 않던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인력이 아예 없는 국가에서 인재를 양성해 해당국을 지원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MBA 출신 여성인력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면서 이들의 사회진출을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국립대 출신이 거의 없을 만큼 인력이 부족해 현지화가 불가능할 것 같았던 모잠비크에선 지금은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을 만큼 자체 인력을 양성했으며, 에티오피아는 국가 전체의 고급인력보다 GE 캠퍼스의 고급인력이 더 많다고 했다.

    “우리는 방어적인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현지화를 하고 있다. 방어적으로 나설 경우 효과가 크지 않다.”

    그러기 위해선 현지 진출 2~3년 전부터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퍼스트 무버’로서 확고한 지위를 구축하려면 그 정도 투자는 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현지화를 하면서 각 현지법인이 충분히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선 다른 나라와 비교해 해저 탐사나 EPC사업(설계, 구매, 시공을 함께 하는 사업)이 많이 이뤄진다. 발전이나 항공뿐 아니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고객에 대응하면서 한국 파트너와 협조한다. 유럽에선 해저·북해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아프리카 비즈니스나 석유가스 개발을 위해 셸이나 BP 등과도 협력하고 있다. 이처럼 지리적으로 인접한 지역사와 협의해 고객을 지원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서비스로 전 세계에서 매출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진출국 자체의 수요가 다양해지고 있는 점도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하는 이유다.

    “앙골라에선 일자리 창출이나 직원 교육, 파트너십 등을 원했다. 사우디 아람코의 경우 과거엔 석유가스 사업만 얘기했는데 요즘은 너무 커지다 보니 대화 수준이 아람코를 넘어서 사우디 전체에 뭐를 해줄 것인지를 묻고, 장기 파트너로서 사우디에 얼마나 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는지, 또 사우디 밖에서 어떤 일을 함께 할 수 있는지 묻는다.”

    한마디로 요즘 현지화를 하려면 할 일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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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개발 비용은 아끼지 않아 전 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려면 선도기술(테크니컬 리더십)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했다.

    “제프리 이멜트 CEO는 기술투자와 관련한 예산은 절대로 삭감하지 않는다. 다른 부문 비용은 절감하지만 기술 부문은 줄이지 않는다.”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것뿐 아니라 회사 자산을 사업별로 적절히 배분하는 것도 CFO의 중요한 역할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고객은 효율을 원하면서 적기공급도 원한다. NPI(신제품 개발)도 중요하지만 고객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다. 신제품을 개발할 때 제품의 기술적 성능뿐 아니라 소재나 자재의 향상도 필요하다. 새로운 엔진을 만들려면 온도 한계를 벗어나는 새로운 소재를 개발할 기술도 갖춰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파악해야 한다. 맞춤화한 솔루션을 제공해야 가치창출이 가능하다.”

    리비에라 CFO는 그러면서도 마진 확대는 CFO의 피할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GE의 핵심은 혁신을 통해 마진을 확대하는 것이다. CFO의 역할이 그것이다. 마진 확대에 누구든 도움을 줄 수 있다. 마진이 줄면 언론조차 비난한다. 이 때문에 장기계획을 갖고 마진을 확대하고 있다. 2013년엔 15.8%까지 확대한 데 이어 앞으로 더욱 넓힐 것이다.”

    한마디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비용절감과 글로컬라이제이션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무작정 허리띠를 졸라매지는 않는다. 쓸 것은 쓰되, 중복된 부문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누수를 합리적으로 막는다.

    리비에라 CFO는 비용절감 핵심수단으로 글로벌 엔지니어링센터와 공유 서비스(shared services)를 들었다. 폴란드나 중국(청두) 등에 설치한 엔지니어링센터는 글로벌 혁신과 스피드경영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비용절감의 새 수단, 공유 서비스 GE는 판관비를 줄일 목적으로 다섯 곳의 글로벌 공유서비스센터를 세웠다. “이곳은 파이낸스나 IT 등 모든 절차를 표준화하고 중앙에 집중해 효율을 창출한다. 중앙 집중화와 현지화 사이의 조정은 IT 솔루션이나 ERP로 한다. 엔지니어링 사양이나 매뉴팩처링 사양을 ERP에 넣는 식으로 처리해 25% 정도의 효율증대가 가능하다.”

    글로벌 네트워크의 업무를 표준화하고 중복되는 일을 제거하는 식으로 비용을 절감한다는 것이다. 물론 세계 각국의 수준이 다르고 정치체제도 다르기에 표준화엔 한계가 있다. 알제리의 경우 KPMG에 회계처리를 맡겼는데 알제리에서는 감사를 하지 못해 프랑스에서 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단 하나의 작은 비용절감도 그에겐 긍정적 고려의 대상이다.

    “1%의 생산성 향상이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가치를 가져다줄까 생각해 봐라. 모든 장비를 한곳에서 모니터링하면서 제때 정비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가치가 발생할까. 이런 방식은 운송이나 철도에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진행형 기계로 언제 어떻게 정비할까를 파악할 수 있다.”



    간소화 전략으로 판관비 5% 절감 리비에라 CFO는 특히 간소화 전략으로 판관비를 대폭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경영에는 다층의 레이어가 있다. 가령 하나의 사업부(P&L)가 진출할 때 가격을 어떻게 결정하고 생산은 어떻게 할지 등을 하나하나 점검하다 보면 아주 오래 걸린다. 그런 층을 없애고 바로 고객에게 다가가는 게 간소화다.”

    그는 특히 고객과의 접점에서 의사결정을 빨리 해야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간소화 전략의 목표와 수단은 공유 서비스를 늘리고 공급 체인을 통합해 줄이며, ERP를 축소하고 네다섯 층이 생길 수 있는 사업부(P&L)도 간략화 하는 것이다. 특히 본사나 본부 조직을 적게 축소하는 게 좋다. 더불어 간접비용 절감을 통해서도 비용절감을 할 수 있다.”

    그는 이 같은 간소화 전략으로 2012년 17.5%였던 판관비를 5%나 낮췄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비용 구조를 줄여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된 게 GE라는 얘기다.

    FastWorks·GE의 새 변화 프로세스 GE는 잭 웰치 전 회장 재임 때 6-시그마를 통한 혁신적 품질경영으로 유명세를 탄 바 있다.

    그런데 그는 지금은 패스트워크 시대라고 했다. 패스트워크란 어느 정도의 실패를 용인하면서 스피드나 리스크 테이킹, 책무성 등을 추구하는 새 경영기법을 말한다.

    “GE 같은 거대한 회사는 가급적 위험을 회피하려고 한다. 99% 확신한다면 시도하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못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베팅이 필요하다. 분석해서 어느 정도 가능성이 보이면 시도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일단 하는 것이다. 처음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바로 시도하자는 것이 패스트워크다. 테스팅을 해보고 옳지 않다면 각도를 바꾸면 된다. 이런 방법으로 첫날 99%의 답을 얻을 수 있다.”

    여기엔 특히 파이낸스 담당자의 전향적 자세가 요구된다고 했다.

    “파이낸스는 완벽하지 않으면 결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90%가 괜찮으면 진행하면서 완벽을 추구해야 한다. 처음부터 완벽하면 절대로 하지 못한다. (분석해 보고) 리스크가 편안한 수준이면(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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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드릭 리비에라 CFO는 1990년 파리 소재 GE헬스케어의 FMP로 GE에 합류했다. 이후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미국 등의 헬스케어 비즈니스에서 회계(accounting)는 기본이고 FP&A, 울트라사운트 파이낸스, 6-시그마 등 다양한 파이낸스 업무를 수행했다.

    1999년 본사 FP&A팀에 합류한 뒤 2000년 발전사업 부문 커머셜 파이낸스 매니저가 됐고, 나중에 항공서비스 부문 CFO가 됐다. 2006년 초 오일&가스 부문 CFO로 선임돼 이 부문에서 150억달러의 M&A로 GE의 핵심 비즈니스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올해 1월 GGO 겸 CFO로 선임됐으며 동시에 MENAT(중동·북아프리카·터키) 지역 최고 책임자가 됐다. 프랑스 비즈니스 스쿨인 ESDE를 나와 미국 하트포드대에서 파이낸스와 인터내셔널 비즈니스로 MBA를 받았다.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5호(2014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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