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성장률 전망치 최고점 찍을 것” VS “천만에! 유로존 위기 재발 가능성 커”

    입력 : 2014.02.04 17: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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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와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 모두 올해 미국 경제가 지난해보다 더 큰폭 성장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미국경제 성장 속도에 대해서는 의견차가 있다. 특히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놓은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현실적인 수치인지 여부를 놓고 현격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연준 경기전망에 대해 로고프 교수는 합리적인 수준이라고 판단한 반면 굴스비 교수는 과도하게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유로존 경제에 대해서도 로고프 교수는 테일리스크(발생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일단 벌어지면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위험)가 사라졌다는 분석을 내놓은 반면 굴스비 교수는 유로존 위기 재발 가능성을 높게 봤다. 다만 양적완화 조치가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올해도 주식이 최고의 투자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공유했다.

    기자는 굴스비 교수를 시카고대 부스경영대학원 교수실에서, 로고프 교수는 지난 1월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AEA)연례 콘퍼런스 현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연준 성장률 전망치 적절하다 VS 과도하게 낙관적이다 기자는 지난해 9월 하버드대 교수실에서 로고프 교수를 만났다. 당시 로고프 교수는“미국 경제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네 달 만에 필라델피아에서 다시 만난 로고프 교수는 미국 경제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로고프 교수가 전망한 올해 미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2%선. 미국 연준이 올해 미국경제성장률로 제시한 2.8~3.2%의 최상단이다. 로고프 교수가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지난 6년간 이어져온 글로벌 금융위기가 막바지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점.

    덕분에 유로존 붕괴나 미국경제 재침체 등 테일리스크가 확 줄었다는 게 로고프 교수의 판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마무리되면서 금융시장도 회복되고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가계 소비가 정상화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봤다. 그만큼 소비여력이 커질 것이라는 진단이다.

    둘째, 미국 정치리스크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 지난해 연방정부 폐쇄(셧다운)를 초래하는 등 미국경제 불확실성을 높였던 정치권이 정신을 차리면서 합리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게 다행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그간 미국 의회 입법활동에 가장 큰 장애물로 작용했던 티파티(초강경 보수주의 유권자 단체)영향력이 확 줄면서 미국연방정부 셧다운, 미국 국가 디폴트 가능성이 사라졌다고 진단했다.

    셋째, 미국 연준이 상당기간 경기부양을 위한 초완화통화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벤 버냉키 의장보다 더 비둘기파적인 자넷 옐런 연준의장 시대가 열리면서 조기통화긴축 염려가 수그러들 것으로 봤다. 반면 굴스비 교수는 연준 경제전망이 과도하게 장밋빛이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원래부터 미국 경제전망을 부풀려서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굴스비 교수의 주장. 굴스비 교수는“지난 2년 6개월간 연준은 미국경제 성장률을 실제보다 높게 예측해왔고 당장 경기회복세가 강하지 않더라도 항상 그 다음해에는 미국경제성장률이 3%선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을 매년 되풀이 해왔다”고 꼬집었다.

    올해 미국 경기전망도 이 같은 맥락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 굴스비 교수는 연준이 기대하는 만큼 주택·가계지출이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굴스비 교수에 따르면 지난 1908~1998년 90년간 미국 주택값은 연평균 0.3~0.5% 상승했다. 그러다가 1998~2006년 주택값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 폭등했고 결국 거품이 터지면서 주택시장이 붕괴되는 상황을 맞았다. 이와 관련해 올해 부동산 시장 회복세가 지속되겠지만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나타났던 부동산 활황세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진단이다. 거품이 쌓여 부동산값을 밀어 올리는 흐름자체가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금리오름세가 지속되는 점도 주택시장 회복세를 둔화시킬 것으로 봤다.

    또 연준은 가계 디레버리징(차입축소)이 거의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 올해 가계소비지출이 큰폭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굴스비 교수는 여전히 향후 경제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활짝 열 것으로 기대하기 힘들다고 평가했다.

    굴스비 교수는 미국경제의 문제를 두 가지로 정리했다. 미국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큰 문제로 유럽 등 전통적인 무역파트너들이 경기침체에 빠져있다는 점을 꼽았다. 중국 등 신흥시장 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상황도 미국수출 확대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둘째, 불확실한 경기회복 전망 때문에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 점이다. 미국기업들이 인건비 절감 등 구조조정을 통해 이익을 크게 내면서 미국 국내총생산(GDP)대비 기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최고치로 확대됐다. 그런데도 기업들은 천문학적 규모의 현금을 쌓아둘 뿐 설비투자 등에 나서지 않으면서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게 굴스비 교수의 분석이다.

    유로존, 신중한 회복론 VS 위기 재발 로고프 교수는 장기적으로 유로존이 여전히 글로벌 경제의 문제아로 남아있겠지만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확률은 크게 줄었다고 봤다. 최소한 독일, 프랑스 등 핵심 국가들이 유로존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 유로존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이처럼 유로존 재정위기 재발가능성이 낮아지면서 유로존이 안정을 찾고 있는 것만으로도 유로존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굴스비 교수는 로고프 교수보다 상대적으로 유로존 경제를 비관적으로 봤다. 굴스비 교수는 “유로존 이코노미스트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마이너스 성장을 하던 유로존이 올해 0.3% 성장하면서 최악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냉정하게 바라봐서 0%대 성장이 침체에서 벗어나는 신호라고 볼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기본적으로 유로존 재정위기가 해결된 게 하나도 없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내수를 늘리기 힘든 상황에서 수출을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해야 하는데 유로라는 공동화폐에 묶여있는 점도 유로존 경제회생에 부담이라고 굴스비 교수는 분석했다. 결국 독일이 선제적으로 나서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에 보조금 지급 등을 통한 지원을 하지 않는다면 9개월 내에 유로존 재정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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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적완화 축소 신흥시장 충격 제한적 로고프 교수, 굴스비 교수 모두 연준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가 긴축의 신호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굴스비 교수는 “지난 12월 FOMC 정례회의후 나온 성명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양적완화 축소가 아니라 장기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는 선제적 안내 강화”라며 “버냉키 연준 의장도 양적완화 축소 조치가 긴축통화정책 신호탄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테이퍼링이 통화긴축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신흥시장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굴스비 교수는 지난 1982년 폴 볼커 전 연준의장이 통화긴축을 단행했을 때와 현재 연준 통화정책을 비교했다. 지난 1982년 당시 볼커 의장이 통화긴축에 나서자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달러자금이 유출됐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통화정책으로 금리가 폭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연준은 통화긴축에 들어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양적완화 축소를 점진적으로 진행할 것이고 금리상승 속도도 완만할 것이라는 게 굴스비 교수의 설명이다. 테이퍼링과 미국경기회복세로 금리가 상승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강달러 추세가 강화되고 이로 인해 달러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자금이 미국쪽으로 몰릴 수는 있다. 하지만 금리가 완만한 속도로 오를 경우, 신흥시장에서 대규모 뭉칫돈이 이탈하는 등 외환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굴스비 교수는 연준 양적완화에 대한 신흥경제의 이중성을 꼬집었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시행할 때 신흥국들은 미국이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수출, 달러가치를 떨어뜨리고 미국 수출경쟁력만 끌어올린다고 거세게 비난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연준이 양적완화를 줄인다고 하니까 신흥국들은 자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자본이 유출된다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로고프 교수도 양적완화 축소조치가 긴축으로의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미국 시중 금리가 급등하기보다는 점진적으로 오를 것이기 때문에 신흥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오히려 연준이 미국경제 회복에 대한 자신감속에 테이퍼링에 나선 만큼 미국 수입수요가 늘어나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도 좋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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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식이 최고 투자대상… 그레이트 로테이션 계속된다 로고프 교수는 “금리 상승이 주택시장에 부정적이지만 금리 오름세 자체가 미국경기 회복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로고프 교수가 볼 때 주택값은 아직 과도하게 오른 상황(오버슈팅)이 아니다. 현재 집값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아직도 10년은 더 소요될 것으로 봤다. 로고프 교수는 주택값이 앞으로 5년간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식에도 거품이 있다고 보지 않았다. 지난해 급등세가 재연되지는 않겠지만 미국경기 회복세를 토대로 올해도 미국증시가 랠리를 지속하면서 부의 효과를 창출해 가계소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굴스비 교수도 채권에서 주식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그레이트로테이션(대전환)이 지속될 것으로 자신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증시랠리가 연준 양적완화에 따른 과잉유동성 덕분이라고 보지만 굴스비 교수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양적완화축소가 증시에 부정적일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올해 들어 증시랠리가 가능했던 것은 미국 기업실적이 사상 최고수준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라는 게 굴스비 교수의 설명. 지난 3년간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대에 그쳤지만 기업들이 생산성을 올리고 비용을 내리는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기업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주식가치가 기업실적이 개선된 만큼 상승했고 아직까지 미국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 추세선에서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상승 여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봉권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41호(2014년 0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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