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기 존슨 퀄컴 글로벌사업개발부 사장 | 디지털 감각, 인간의 제 6감각으로 등장했다

    입력 : 2013.12.20 14: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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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생 생일 선물을 사러 쇼핑몰에 갔는데, 골프용품 가게를 지나치는 순간 스마트폰 화면에 ‘이곳에서 사세요’란 알림이 뜹니다. 동생이 골프 좋아하는 것을 스마트폰이 알아채고 미리 정보를 보낸 것이죠. 이것이 ‘디지털 식스 센스(Digital Sixth Sense)’입니다.” 페기 존슨 퀄컴 글로벌사업개발부 사장은 제14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모바일 이후엔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디지털 감각’이 인간의 제6감각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식스 센스는 스마트폰이 사용자를 둘러싼 모든 물리적인 정보를 분석해 주변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존슨 사장은 “큰 회의실에서 30명의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해야 할 때, 발표 전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자동으로 조명이 켜지고 프로젝터가 작동되고 온도가 조절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내가 어떤 방에 들어가서 수동으로 할 작업들을 나의 ‘디지털 식스 센스’를 통해 다 자동으로 수행하게 해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모든 것은 스마트 기기의 카메라 등 각종 센서들이 주변 데이터를 증강시켜주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퀄컴테크놀로지 총괄 부사장 겸 글로벌 사업개발 사장이자 퀄컴 랩스(Qualcomm Labs)까지 총괄하고 있는 존슨 사장은 퀄컴 내 신규 사업 및 새로운 시장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퀄컴의 주력 사업은 무선 기술 및 모바일 기기를 위한 칩셋을 개발하는 것인데 아직 이런 인프라·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다양한 산업에 소개하는 것이다.

    존슨 사장은 퀄컴이 지난달 초 공개한 스마트 손목시계 ‘토크’를 차고 있었다. 그는 모바일 이후 무엇이 뜰 것 같으냐는 질문에 곧바로 ‘웨어러블 컴퓨터’라고 답했다. 존슨 사장은 “웨어러블 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우리가 스스로를 지속적으로 감시(persistent monitoring)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지금은 초기 단계지만 실시간으로 사용자와 데이터를 주고받으며 우리 생활에 깊숙이 들어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톡을 단순히 ‘시계’라고 생각하지 않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기기라 생각한다. 스마트폰은 디스플레이가 꺼져있지만, 톡은 미라솔 디스플레이 덕분에 항상 켜져 있어 메시지나 알림 등을 확인하는 데 훨씬 실용적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처음에 전원을 켜고 암호를 입력하고 앱을 실행하고 나서야 확인/응답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웨어러블 시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무선 충전 기술이 중요하다는 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여러 단체가 표준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곧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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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시대 안주는 안 돼 그는 어느 때보다도 빨리 흘러가는 모바일 시대에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늘 고개를 들고 자신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퀄컴의 사훈도 ‘절대 안주하지 마라(never be complacent)’다. 그는 배터리의 경우가 변화를 대응한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

    이전에는 배터리 사용량을 해결하기 위해 단순히 더 커다란 배터리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지만 부피의 한계가 있기에, 결국 프로세서를 더욱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집중하여 배터리 소모량을 줄였다는 것이다. 그는 “직접 거론하기는 어렵고, 최근 동향을 살피고 오늘날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라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소프트웨어가 약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개발자들이 계속해서 다양한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이익모델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기기들은 정말 뛰어나다. 소프트웨어와 관련하여 퀄컴에서도 동일한 고민을 했다. 수년 전 브류(BREW) 플랫폼을 선보였는데, 이 당시 고민이 하나의 앱을 어떻게 하면 여러 가지 기기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가다.

    이를 위해 몇 가지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우선 개발자들에게 트레이닝 기회를 제공했고, 소프트웨어 개발 킷(Software developer kit, SDK)을 주었고, 무엇보다도 개발자들도 이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밝혔다.

    오전에 분당 샛별중학교를 방문해 갤럭시 LTE 태블릿을 제공하는 등 봉사활동에 참여한 그는 디지털 교육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험을 치른 뒤, 학생들의 결과를 즉시 확인하고 피드백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개별 학생에 대한 관심을 주기 원활하다. 시험지를 걷고, 채점한 뒤 다시 돌려주는 방식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채점 결과를 즉시 확인할 수 있다면, 선생님 입장에서는 교과 과정에서 다룬 내용을 완벽히 숙지한 학생들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고, 숙지하지 못한 학생들은 공부할 수 있도록 즉각 소통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로 인해 수업 방식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모바일 교육이 아이들의 감성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시각에 대해선 “어떤 이들은 오히려 모바일 기기의 도입으로 소통의 폭이 더욱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내 아들의 경우, 온라인 접속을 통해 독일에 사는 친구와 함께 게임을 즐기는데 이런 부분은 이전에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현실 공간보다 디지털 공간에서 소통이 더 많아진 경향은 있다. 그러나 이런 부분도 충분히 관리가 가능하다고 본다.

    물론, 학교에서도 학생들이 기기를 남용하지 않도록 이런 부분을 통제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내 우편배달 하다 공학에 빠져 25년을 엔지니어로 살아온 그는 여성으로서 흔치 않은 길을 선택하게 된 뒷이야기도 공개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경영학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당시 캠퍼스에서 우편배달 일도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공학부에 우편물을 배달하러 가게 됐다. 우편물을 수거하는 여성 두 명은 그가 공학부에 대해 들으려 방문을 했다고 착각하고, 여성이 얼마 없는 곳이라 반갑게 맞이하며 공학부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했다. 존슨 사장은 그 다음날 바로 전공을 공학으로 바꿔버렸다. 그는 “즉흥적인 선택이었지만 공학부에 간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며 “그런데 정작 공학이 정말 흥미로운 분야라면서 나의 전공까지 바꾸게 한 그 두 여인은 두 번 다시 볼 수 없었다”고 웃었다.

    그는 오늘날 여성 엔지니어가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공학도에서 하는 일은 ‘문제 해결하기’인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꼭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더 효율적인 방법도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런 측면에서 꼭 남성만 있는 집단보다는 남녀가 함께 있어 서로 다른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생각이 비슷한(Like-minded) 사람들로 구성된 것보다는 생각이 다른(Different-minded) 사람들 조합이 더 이상적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존슨 사장의 목표는 우선 퀄컴 사내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인 ‘임팩트(ImpaQt)’를 더욱 확대하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이 프로그램을 통해 2만7000여 명에 달하는 결코 적지 않은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다.

    그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도록 장려하며, 우리가 이를 선정하고 시제품화(Prototyping)하도록 돕고, 아이디어 단계부터 상용화까지 적극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재 퀄컴에서 정말 집중하고 있는 분야는 스몰셀(Small cells)이다. 앞서 간략하게 언급하긴 했지만, 이미 1000x 데이터 챌린지를 통해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으나, 어쩌면 데이터 사용량이 우리의 예상을 뒤엎고 1000배 이상 증가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손유리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사진 박상선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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