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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엽 Story | 1991년 4000만원 들고 무선호출기로 사업 시작
입력 : 2013.12.20 11: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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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동고를 졸업하고 재수학원을 다녔다. 처음에는 연고대반에 들어갈 정도로 성적이 나쁘지 않았지만 공부에 흥미를 잃고 목표한 점수를 얻지 못했다.
결국 점수에 맞춰 들어간 곳이 당시 4년제로 막 전환한 호서대 경영학과였다. 그의 역량은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1987년 맥슨전자 영업사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는데 당시 사장이 신입사원이었던 박병엽을 주요 미팅자리에 끌고 다니며 회사를 이끌 재목이라고 자랑했을 정도다. 1991년 단돈 4000만원을 들고 무선호출기(삐삐) 업체 팬택을 창립해 1997년 휴대폰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1년 11월 현대큐리텔을 인수하고 2005년 12월에는 SK텔레텍을 연이어 합병했다. 한때 박병엽의 팬택은 세계 7위의 휴대폰 업체였다. 이 당시 그의 지분가치를 포함한 추정자산은 4000억원을 웃돌았다고 한다.
그는 친화력이 놀라운 사람이다. 술자리에 마주앉아 5분만 지나면 금방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지방대 출신으로 백그라운드 없는 ‘마이너’ 출신으로 그만큼 성공한 사람은 찾기 힘들 것이다.
2007년 경영난으로 회사가 워크아웃에 들어가자 보유 주식 전부를 내놓으며 회사 정상화에 앞장섰다.
이후 팬택은 지난해 2분기까지 20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쓰며 회생 움직임을 보였다. 당시 박병엽은 회사를 다시 일으키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기자간담회 등의 자리에서 금융권에 넘겨준 회사를 되찾겠다는 각오를 밝히며 “내가 세운 회사를 다시 돈 주고 사야 하다니…”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를 기점으로 적자로 돌아서며 경영이 위축됐다. 올 초 퀄컴에서 261억원을, 5월엔 경쟁사인 삼성전자로부터 530억원을 투자받으며 회사 경영을 안정시키기 위해 애썼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지난달 24일 회사를 살릴 방편으로 전체 직원 3분의 1인 800명을 상대로 6개월간 무급휴직에 들어가는 자구책을 내놓으며 책임경영의 자세로 회사에서 물러났다.
그는 직원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에 사퇴했다고 할 정도로 인간미를 가진 인물이다. 전체 직원 중 3분의 1에 가까운 800명이 무급 휴직이란 명목으로 회사를 떠났는데, 책임질 가정이 있는 사람들을 회사 어렵다고 출근하지 말라고 해놓고 창업자인 자신이 버젓이 회사에 나올 수 없어 사퇴했다는 그다.
그런 인간미 때문에 그를 따르는 사람이 많았고 그것이 이제까지 팬택을 이끌어온 자산이기도 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어려웠던 결심을 한 그 스스로가 책임을 졌다. 그게 잡음을 줄이고 회사를 조기에 안정시킬 거라는 그는 영원한 팬택맨이다.
[홍장원 매일경제 모바일부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8호(2013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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