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은 브릭스를 피할 때 차라리 현금 들고 있어라…데이비드 전 KDB자산운용 공동대표
입력 : 2013.09.03 09:19:38
-
미국이 비록 서브프라임 사태를 일으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을 제공했고 엄청난 국가부채를 안고는 있지만 지금 위험한 곳은 다른 곳이란 게 그의 설명이다.
“얼마 전 남해에 다녀왔다. 거기서 보니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갈 때 약한 것들은 모두 쓸려 나가더라. 마찬가지로 미국이 유동성을 빼기 시작하면 약한 곳은 모두 쓸려 나간다. 미국이 유동성을 거둘 때 약한 상태의 브릭스, 특히 브라질이나 인도의 리스크가 크다. 한국에선 중국이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하겠지만 올 하반기와 내년에 걸쳐 이 문제가 매우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다.”
그는 위기가 바짝 다가왔지만 누구도 그걸 직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4년 세계 경제에 대한 의견이 있는가. 5개월 후 일인데 누구도 그에 대한 의견이 없다. 왜 이렇게 됐나. 그동안 유동성의 단기 효과에 중독돼 4개월 뒤도 보지 않고 이번 달, 이번 주, 오늘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것은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니다. 리서치가 하루 일주일 위주로 나온다. 자료를 생산하는데 들어가는 인풋은 미디엄(중기) 또는 롱텀(장기)인데 아웃풋은 숏텀(단기)이다.”
지금 나오는 자료들이 거의 쓸모없는 것이란 얘기다. 오히려 이런 쓸데없는 전망들이 쏟아져 중장기 전망을 막는 게 진짜 리스크라고 했다.
“다시 내년을 생각해보자. 많은 이들이 아무 근거 없이 그저 막연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정도다. 이건 괜찮은 게 아니다. 아닌 것을 정리하면 리스크가 드러나는데 그저 ‘내년이면 괜찮겠지’ 라고 하면 거기에 적합한 의견만 나온다. 2013년 기업실적이 연초 전망보다 한창 빠지고 있는데 아직도 2014년 전망은 크게 상승할 것이라고 한다. (바뀐 것을) 반영하지 않으니 주가가 싼 것 같다. 제대로 하려면 미디엄에서 롱텀 전망까지 보고 그에 따라 평가해야 한다. 단기 이슈를 넘어선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팽창했던 유동성 수축되며 위기 그렇다면 그는 지금 상황에서 리스크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제까지 미국이 유동성을 줄인 것을 분석해보면 유동성 효과가 떨어진다고 판단됐을 때 유동성을 뺐다. 시장에선 미국이나 유럽이나 금리를 낮게 가져가 유동성은 풍부한 상태로 유지해 성장이 계속 나타나길 바란다. 그러나 성장률이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나면 유동성을 줄여야 한다. 큰 그림을 볼 때 미국과 일본 유럽은 지난 10년 동안 유동성을 풀었다. 그런데 2008년 이후엔 이머징마켓에서 미국보다 더 과감하게 유동성을 풀었다. 미국 유럽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5배 성장했는데 중국인민은행은 7배나 성장했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은 양적완화라고 밝히지 않았지만 과감하게 돈을 풀었다.”
그렇게 유동성을 풀다보니 부동산 버블 등 후유증이 생겼고 이제 그것이 리스크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버블이 터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경험으로 볼 때 버블은 두 경우에 터진다. 먼저 크레디트 상품을 잔뜩 깔아놓았는데 성장률이 떨어지면 터진다. 또 유동성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다가 증가 속도가 떨어지면 버블이 터진다. 한국에선 1996년에 그렇게 크게 늘어났는데 97년 버블이 터졌고 일본은 89년에 신용이 급증했는데 90년에 붕괴됐다.”
이머징마켓 유동성 과잉 공급 그는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엔진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크레디트에 부작용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경기 확장기에 과도하게 대출에 의존해 성장하던 경제가 신용이 수축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위기를 맞을 것이란 분석이다.
“중국과 브라질 인도가 제일 위험하다.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세계에선 크레디트 사이클이 언제 시작되느냐가 가장 큰 이슈다. 이미 미국의 출구전략이 진행되고 있다. 얼마 전까지는 미국이 QE4(네 번째 양적완화)로 가는 게 최고 시나리오였고 QE3를 유지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그러나 5월 이후 QE3를 유지하는 게 최고 시나리오이고 QE3를 중단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됐다. 그런데 (연준은) 이미 추가 양적완화를 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는 미 연준이 양적완화를 끝내기로 하면서 패러다임이 바뀌었다고 한다.
“이제는 유동성이 문제가 아니라 성장이 문제다. 그런데 성장률이 플러스가 아니라 플랫(0%)으로 가고 있다. 모든 나라가 수출을 해야 성장한다는데 어떤 나라도 수입을 늘리지 않으려 해 수출을 통한 성장이 어렵다. 이게 하반기의 제일 이슈다.”
※ 36호에서 계속...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