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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살린 힘으로 공무원 노조와 맞서다…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입력 : 2013.09.03 09: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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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제2의 실리콘밸리로 우뚝 뉴욕하면 금융 도시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뉴욕에 와서 보면 주변에서 IT, 바이오 벤처기업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맨해튼 곳곳에서 거의 매일 벤처사업가들이 월가 큰손들을 상대로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벤처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행사가 열리고 있고, 뉴욕시 벤처창업지원금을 받은 벤처기업들이 그간의 개발성과를 발표하는 이벤트들이 끊이지 않는다.
블룸버그 시장 취임 후 기존 금융산업 외에 뉴욕시의 신성장동력으로 IT, 생명공학 벤처비즈니스를 적극 지원하면서 새롭게 나타난 풍속도다.
보다 많은 벤처기업들이 뉴욕에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블룸버그 시장은 뉴욕시경제개발공사(NYCEDC)를 통해 뉴욕 전역에 16개의 벤처인큐베이터를 설치했거나 오픈을 준비 중이다. 탁월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초기·신생 벤처기업)들은 맨해튼의 살인적인 임대료의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한 임대료만 내고 벤처인큐베이터에 입주할 수 있다. 단순히 낮은 임대료뿐만 아니라 지적재산권보호·법률자문, 기존 벤처기업인·투자자들이 경험에서 우러난 창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멘토 서비스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인큐베이터 시설에 이미 6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이 입주했고 뉴욕시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신생벤처까지 합치면 1000여개가 넘는 벤처들이 뉴욕을 본거지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이 제2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르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넘어서는 벤처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과거 치안 부재로 범죄의 온상이 됐던 흑인 집중 거주지 할렘이 바이오벤처 요람으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블룸버그 시장의 뉴욕 균형발전과 벤처산업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전략의 산물이다.
오는 11월이면 할렘 중심지인 맨해튼 127스트리트와 콘벤트 애비뉴가 만나는 423번지에 위치한 6층짜리 사무용 빌딩에 생명공학 벤처 인큐베이터인 할렘바이오스페이스(Harlem Biospace)가 들어선다. 그리고 이곳에 차세대 의약품, 최첨단 의료장비 등에 대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24개의 바이오 스타트업 기업들이 입주한다.
NYCEDC가 지원한 62만5000달러의 지원금을 받아 할렘바이오스페이스를 구축한 벤처기업가이자 컬럼비아대 생명공학과 교수인 사뮤엘 시아 교수는 기자와 만나 “완벽한 실험실과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는 할렘바이오스페이스에 입주하면 1년 365일 이 같은 시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맨해튼 중심지 임대료가 수만 달러에 달하지만 이곳은 월 995달러만 내면 된다”며 “할렘바이오스페이스가 바이오벤처 혁명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할렘바이오스페이스 외에 올여름 할렘 118스트리트에 문을 열 할렘벤처스페이스(Harlem Venture Space)도 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할렘에 보다 많은 벤처기업을 진출시켜 벤처 비즈니스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블룸버그 시장의 정책은 할렘에 예술·문화·상업시설이 들어서는 대규모 복합단지 어번 리그 임파워먼트 센터(Urban League Empowerment Center)를 세워 할렘에 생기를 불어넣으려는 할렘르네상스 프로젝트와도 맞닿아 있다. ULEC는 맨해튼 125번 스트리트와 아담 클레이튼 파월 주니어 블러바드와 레녹스 애비뉴·말콤X 블러바드에 걸쳐 있는 42만2000제곱피트(18만평)의 땅에 들어선다.
이곳에는 뉴욕 주 최초의 인권기념관이 들어서는 한편 흑인 인권보호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설립된 민권단체 전미도시동맹(National Urban League) 본부도 새롭게 자리를 잡는다. 2억2500만달러를 들여 2015년 첫 삽을 뜨는 ULEC는 할렘에 들어서는 가장 큰 복합문화상업단지로 할렘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 건강은 내가 지킨다 블룸버그 시장은 뉴요커들의 건강은 내가 지킨다는 신념으로 각종 건강증진 정책을 쏟아냈다. 우선 뉴요커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비만의 주범으로 지목한 트랜스지방(Trans-Fats)이 들어간 식품 판매를 금지했다.
블룸버그 시장의 트랜스지방 사용금지 조치는 전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고 한국에서도 트랜스지방 추방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됐다. 패스트푸드 체인점 메뉴판에는 칼로리를 표시하도록 해 주문하는 음식의 칼로리가 얼마나 되는지 소비자들이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비만과의 전쟁에 나선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심지어 엘리베이터도 공공의 적으로 삼았다. 뉴욕에 들어선 건물들이 계단보다는 엘리베이터 사용이 편하도록 설계돼 있어 뉴요커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게 블룸버그 시장의 주장. 때문에 계단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해 신축건물이나 재개발·재건축 건물의 경우 계단을 잘 보이도록 설계하는 한편 계단으로 통하는 문을 항상 열어놓고 사용을 권장하는 게시물까지 부착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 36호에서 계속... [박봉권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6호(2013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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