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유영만 한양대 교수& 배양숙 삼성생명FC 명예사업부장

    입력 : 2013.08.09 17: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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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의 팔공주 집 둘째로 태어난 소녀는 늘 배움이 고팠다. 하지만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열 식구가 단칸방에 무릎을 맞대야 하는 현실이 발목을 잡았다. 그때가 중학교 3학년.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한 소녀는 타자 아르바이트를 하며 동생들을 챙겼다. 그렇게 생활하길 3년여. 졸업하기도 전에 삼성그룹 고졸공채에 합격한 소녀는 전혀 뜻하지 않게 삼성생명으로 발령이 났다.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 접하는 일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똑’소리 나게 일하고 ‘딱’부러지게 행동하는 신입으로 통했다.

    설계사가 되고선 가업승계와 상속세 재원에 주목하며 각 기업 CEO, 임원들과 연을 맺었다. 소녀시절 간절했던 배움의 갈증은 각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을 수료하며 하나하나 채워나갔다. 매일경제가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에도 매년 참석했다. 심지어 세계 각국의 수뇌들이 모이는 다보스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스위스까지 날아갔다.

    이렇게 직접 체험하며 얻은 지식은 ‘2세 경영인 멘토링 프로그램’ ‘수요포럼 인문의 숲’ 등으로 모습을 달리하며 결실을 맺는다. 교수가 꿈이었던 소녀가 지난해부터 자비를 들여 진행 중인 ‘수요포럼 인문의 숲’은 작지만 깊은 파장이 비즈니스 리더들 사이에서 화제다. 포럼 참가자 중 어떤 이는 적자로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고, 급작스런 불황에 죽음을 결심했던 CEO는 다시금 출발선에서 숨을 고르고 있다.

    이제 40대 후반이 된 소녀의 이름은 배양숙. 삼성생명 FC 명예사업부장(상무보)이 공식직함인 그녀는 연봉 13억원을 받는 보험업계의 전설이 됐다. 내년에는 한민족의 시원으로 알려진 러시아 바이칼에서 ‘수요포럼 인문의 숲 세계학술세미나’를 개최할 계획이다.

    스무 살, 청년에겐 꿈이 없었다. 장학금을 받고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졸업 후 그의 직업은 용접공이었다. 귀가 왱왱한 근무시간이 지나면 청년은 으레 술집을 찾았다. 재미없는 삶을 사는 게 무의미했던 그 시절, 청춘이란 시커먼 터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다 한 권의 책에 시선이 꽂혔다. 청년의 눈을 번쩍 뜨게 한 건 ‘고시체험수기’. 촌스럽게 왜 그런 책을 보느냐는 다른 이의 핀잔은 별나라 얘기일 뿐, 청년은 공고생도 사법고시에 합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접하곤 거짓말처럼 다른 사람이 됐다. 흔한 성장영화나 성공스토리 그득한 삼류소설 같지만 청년이 주인공인 실화는 그 순간부터 주경야독, 대학진학, 미국 플로리다대 교육공학 박사란 단어로 채워지며 감탄사를 낳는다.

    불혹을 넘겨 모교인 한양대 교수가 된 청년의 이름은 유영만. 올해 지천명이 된 그는 어딜 가나 메모하고 사유하며 한두 달 만에 뚝딱 한 권의 책을 출간하는 지식인이 됐다. 이른바 지식생태학자라 불리는 유 교수가 지금까지 저술한 책은 총 69권. 최근엔 우리 시대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한 <브리꼴레르>를 출간하며 다시 한번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어렵고 방황하던 시절을 견디고 버텨낸 소녀와 청년의 인연은 우연한 기회에 흘러들었다. 배 상무가 포럼을 통해 희망을 전파한다면 유 교수는 책과 강연을 통해 더 나은 세상을 이야기하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선한 기운 전도사. 한국의 브리꼴레르로 배양숙 상무를 꼽은 유영만 교수가 “만나는 순식간에 통했다”고 하자 배 상무는 “인생을 걸어가는 패밀리로 허락을 받았다”며 “수요포럼에도 연사로 모실 계획”이란다. 과연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행복의 조건은 무엇일까.

    체험적 지식인이 변화를 가져온다 최근에 연이 닿은 걸로 아는데, 오랜 친구처럼 보인다. 유영만(이하 유)-좋은 사람은 언젠가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배양숙(이하 배)-유 교수님 지인들과 알고 지냈는데, 교수님이 저술한 책을 직접 보내오셨다. 그래서 식사자리를 갖게 됐는데…. 유-순식간에 통했지.(웃음)

    -연구실에 초대받아 가 봤더니 팬들이 최근 출간한 <브리꼴레르>를 하나하나 필사해 제본했더라고. 50번째 저서가 출간됐을 때 제자들이 선물했다는 50권의 미니어처 책도 봤다. 속으로 연예인보다 더 스타구나 했다. 수요포럼에도 모실 생각이다. ‘수요포럼 인문의 숲 세계학술세미나’를 계획 중이라던데. -내년에 러시아 바이칼에서 개최한다. 유 교수님을 포함해 혜민 스님, 데니스 홍 교수님 등 다섯 분의 연사를 모실 계획인데, 모두 한국어로 진행하고 SNS로 중계할 예정이다. 8년 동안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면서 얻게 된 수많은 메시지들이 수요포럼의 씨앗이 됐다. -배 상무님은 책상 앞에서 책만 읽는 북 스마트, 책 똑똑이가 아니라 스트리트 스마트, 직접 경험해서 지식을 얻는 분이다. 그래서 더 감동받았다. 그래서 한국의 브리꼴레르로 배 상무를 꼽은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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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에선 첫 번째 한국의 브리꼴레르로 다산 정약용을 들었지. 그분처럼 세상의 지식을 편집가공해서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편집자적 브리꼴레르가 있다. 또 정주영 회장처럼 역발상, 한계에 도전하고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분들이 있지. 이런 분들의 발상이 과연 어디에서 나올까 고민하다 하워드 가드너의 <Unschooled Mind>를 떠올렸는데, 학교교육을 받지 않은 야생의 마음이 곧 브리꼴레르다. 생존해 계신 분들을 찾다보니 배 상무님을 만나게 됐다. 콕 짚어 어떤 점이 그렇던가. -우선 가방끈이 길지 않다.(웃음) 내가 볼 때 가방끈의 길이는 할 수 없는 이유와 비례하거든. 그만큼 현장에서 체험적으로 깨달은 분들의 깊이를 알게 됐다. 박사학위를 받고 5년간 국내 대기업에 입사한 시절이 있었는데, 그때 석사가 돌 석이고 박사가 엷은 박이란 걸 알게 됐거든. 관념적 지식은 현실변화에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작심하고 <브리꼴레르>를 썼지. 체험적 지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결국 현장의 변화를 가져오고 살아있는 지식을 만들어낸다. 가장 안전한 보험은 체험이다. 흔히 알려진 ‘1명의 인재가 1만 명의 범인을 먹여 살린다’는 논리와 전혀 다르다. -브리꼴레르 한 명이 1만 명을 먹여 살릴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학교교육을 오래 받다 보니 아이들이 제도화되고 획일화된 사고를 하게 된다. 체험할 기회가 없어지고 책상에서 논리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은 발달하지만 가슴으로 생각하는 능력, 이건 체험을 해봐야지만 알 수 있는데 그게 없어진다. 머리로 생각하는 훈련보다 가슴으로 생각하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능력도 있지 않나. -성장배경이 중요하지. 난 시골에서 농경생활을 하다 공업고등학교에 진학했는데, 그런 체험이 상상력의 기반이 됐다. 체험적 상상력만이 창조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상상은 공상이나 망상으로 전락하지만 체험한 사람은 그러지 않는다는 걸 체험적으로 알게 됐다. 그럼 브리꼴레르가 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인가. -우선 한 우물을 파야겠지. 한 우물에서 자기정체성이 확실해진 상황에 또 다른 우물을 만나면 물줄기가 커진다. 그런데 여기저기 집적이다 보면 이도저도 안 된다. 직장인에게 적용한다면. -두 가지가 있겠지. 첫째는 제너럴리스트의 길을 걷다 어느 순간 ‘이걸 하면 재미있겠다’란 욕망의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그걸 파고들면 제너럴 스페셜리스트가 될 수 있다. 또 하나는 스페셜리스트. 전문가의 길을 걷다가 다양한 우물, 지식을 넘나들게 되면 스페셜 제너럴리스트가 될 수 있다. -생각이 복잡하면 행동하지 못한다. 행동해봐야 그게 옳은지, 가능성이 있는지 알 수 있다. 단순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필요하고 또 하나는 이타심이다. 자기 자신만을 위한다면 어느 한 순간 불순한 의도가 드러나거든.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다. 선한 기운은 이타심에서 나온다 그러고 보니 두 분이 공통점이 많다. 에너제틱한 면도 그렇고 저술이나 포럼처럼 본업 외 일에 열성적인 것도 그렇다. -난 책을 읽고 글을 쓸 때, 대중을 향해 강의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상당히 오랫동안 방황하다 찾은 길이지. 매일 새벽 2~3시경에 잠자는데, 집중해서 책을 읽고 토요일이면 연구실에 앉아 글을 쓴다. 재미있는 걸 하면 피곤하지 않더라고. 글을 쓸 때면 내 안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 같다. 쓴다는 건 나의 행복이지만 읽는 분들의 생각과 행동까지 바꿀 수 있다면 그보다 더한 보람이 또 어디 있겠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좀 더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고 그래서 아침이면 빨리 출근하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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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외에 수요포럼을 진행하며 너무 힘들었는데, 지난해 참석한 분들의 삶을 엮은 책 <땡큐도감>을 보고 내가 왜 이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게 됐다. 누군가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영향을 미치는 건 재미있고 보람된 일이다. 두 분이 여행도 좋아한다던데. -여러 곳에 다니는 걸 좋아한다. 지금은 남극이나 북극에 가는 게 새로운 목표다. -난 지난해에 사하라 사막에 갔다 왔다. 사막의 그랜드슬램이 있는데 사하라 사막 250㎞를 뛰고 중국의 고비 사막, 칠레에 아타카마 사막, 마지막이 남극이지. 작년에 하루 40㎞씩 배낭을 메고 뛰었다. 그러다 160㎞를 뛰고 기절했지. 그때 깨달은 게 도전도 살아 돌아와야 의미가 있다는 것. 그 사하라 사막 책도 곧 출간될 예정이다. -유 교수님은 생각하고 경험하는 모든 것들을 책으로 완성한다. 100권 째 출간기념회는 내가 직접 바이칼에서 해주고 싶어서 앞으로 2년은 기다리겠다고 했다. -한두 달에 한 권씩을 쓰는데 열심히 써야겠다.(웃음)
    (좌)배양숙 삼성생명FC 명예사업부장,(우)유영만 한양대 교수
    (좌)배양숙 삼성생명FC 명예사업부장,(우)유영만 한양대 교수
    사람을 대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기준이 있을 법한데. -나보다 다른 사람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 그래야 서로 영향을 받게 되고 관계가 발전하게 된다.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 책을 쓰게 된 중요한 계기 중에 하나가 우리 주변에 전문가가 많은데, 멍 때리는 전문가가 많다. 매뉴얼이 없으면 생각하지 못하지. 두 번째 답답한 전문가도 많다. 자기 분야 밖에 모르니 다른 사람을 인정하지 않는다. 세 번째 무늬만 전문가. 가짜 전문가지. 네 번째가 개인적으로 가장 싫어하는데 재수 없는 전문가다. 싸가지가 없지. 머리는 스마트하지만 가슴은 따뜻하지 않다. 남을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 브리꼴레르도 결국은 미덕을 갖춘 최고 경제 전문가를 어떻게 길러내야 할까 고민하다 만든 것이다. 미덕이라는 게 진선미, 지덕체를 골고루 갖춘 것인데 지식만 있고 자신만 아는 이들은…. -간혹 다른 이들의 좋은 기운은 취하고 그들을 힘들게 하는 이들도 있다. 과연 그게 정답일까. 그래서 사람을 보는 눈이 중요한 것 같다. 누군가를 만나면 좋은 면을 먼저 보려고 하는데, 기운이 이상한 분들은 눈빛이 흔들리고 표정변화가 심하다. 그런 점은 체험적으로 알게 됐다.(웃음) 행복의 조건을 꼽는다면. 돈이 꼭 필요한 걸까. -그게 필요 없다면 거짓말이지. 하지만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돈을 쫓지 않고 신나고 재미있는 걸 쫓는다. 내가 하면 재미있고 잘할 수 있는 걸 해야지. 그게 행복의 첫째 조건이다. 좋아하는데 잘할 수 없는 걸 하면 불행해진다. 잘할 수 있는 걸 좋아서 파고들면 기능이 재능을 넘어서 예능까지 발전한다. 재능은 내가 하는 재미있는 능력이다. 또 하나, 자기만을 위해서만 살면 안 되지. 내 재능으로 하여금 다른 이들에게 선한 영향을 미치는 재능기부가 중요하다. 제자들에게 강조하는 점이 있을 텐데. -티베트에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란 속담이 있다. 걱정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별로 없다는 말이지. 걱정해도 어찌할 수 없는 걸 붙잡고 걱정한다? 그러지 말고 밖에 나가서 도전을 해보라고 한다. 대학 4년 동안 책상 앞에 앉아만 있으면 1학년 때 하던 걱정을 4학년 때도 똑같이 하게 된다. 그래서 요리조리 고민하지 말고 이리저리 가서 도전해보라고 한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유 교수는 떠오르는 생각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도 유 교수는 떠오르는 생각을 수첩에 옮겨 적었다
    요즘은 스펙 쌓기가 화두인 시대다. -기업들이 더 이상 스펙을 안 본다고들 하지만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어야지. 보통사람들이 갖고 있는, 예를 들면 영어를 하나도 못한다면 그게 문제겠지. 더 심각한 문제는 남과 비교해 토익점수 10점이라도 더 따려고 하는 것이다. 늘 비교가 문제인데, 행복해지려면 어제의 나와 비교해야 한다. 남보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전보다 잘해야 한다. -호메로스의 <오딧세이>를 보면 20년을 떠돌다 고통을 당하고 20년 만에 부인 옆에 누워서 ‘앞으로 고통이 더 많아질 것이다. 나는 감당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20년 만에 부인을 만났으면 좋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데 왜? 인생이라는 게 결국 고통의 연속인데,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어느 목욕탕 귀퉁이에 이런 글귀가 있더라고. 사람은 다 때가 있는 법이다. 누구나 타이밍이 있다. 저마다의 재능을 갖고 있고 꽃피울 때까지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세상일이라는 게 일이 아니다. 또 세상에는 나쁜 이들보다 좋은 이들이 많다. 살다가 한 번쯤은 괴물을 만나게 되는데 그 괴물을 잘 견디고 지나가면 다음에 더 큰 괴물을 만났을 때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그러니 당연히 괴물도 운명이다. -괴물을 피해야 보물을 만나는 법이다.(웃음) 의미가 머리가 아닌 심장에 꽂히면 의미심장해진다 행복한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행복한 리더? 내겐 간단한 문제인데, 우선 내 삶에서도 나는 리더다. 기술적인 모양새는 다르겠지만 기본적인 건 같다. 나와 함께 사는 사람들이 모두 좋아질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이 한 가지만 생각하면 나머지는 답이 확실해진다. -일례로 낙하산 만드는 사장님의 고민 중 하나가 불량률인데, 최근에 경영혁신으로 식스 시그마(Six Sigma)를 도입했다. 그랬더니 직원들이 6시만 되면 퇴근하는 거야. 식스시그마를 ‘여섯시구만’으로 해석한 것이지. 아무리 좋은 경영혁신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실현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장님이 이렇게 했다. 내일부터 본인이 만든 낙하산은 본인이 직접 시험해 불량률을 체크한다고. 그리곤 다음날 직접 헬기에 직원들을 태워 하늘로 올라갔다. 당연히 불량률 제로지. 직원들이 왜 몰입하지 않고 열정적이지 않을까. 그건 오너십이 없어서다. ‘여긴 내가 다닐 곳이 아니야’ ‘지금 하는 일은 내 일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적당히 발만 담고 있다. 어렵겠지만 리더는 회사 구성원 모두 남은 나이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목숨 걸고 몰입해보자고 독려해야 한다. -즐겁게 일해야겠지. 난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 타이핑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대학교수들이 주는 원서를 타이핑해 제본하는 일이었다. 그걸로 동생들을 가르쳤다. 30년 전이니 그땐 타자기 시대인데, 너무 힘들었지. 원서 받으러 대학에 갈 땐 어찌나 좋던지.(웃음) 하루는 어차피 한번 치는 거 타자기에 먹지를 대고 한 번에 두 권을 만들어서 보냈다. 복사기로 해도 됐는데, 30년 전엔 토너가 좋지 않아 번졌거든. 그렇게 가져갔더니 소문이 났는지 문전성시였다. 즐겁게 일하면 당연히 결과가 좋다. -리더가 해야 하는 일 중 하나는 구성원을 감동시키는 일이다. 인간을 행동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감동이거든. 대부분의 리더들은 마음을 움직이려 하지 않고 머리로 행동하려 한다. 의미가 머리에 꽂히면 골 때리지만 심장에 꽂히면 의미심장해진다. 리더가 수많은 관리보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태우면 한길로 달려갈 수 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한 가지가 있는데, 지금까지 난 모두 덕분에 된 거라고 생각한다. 받았으니 드려야지. 많은 분들에게 덕을 나눠주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 장학재단을 떠올렸다. 지금까지 쓴 책의 인세도 많은 부분이 한양대 발전기금으로 들어가는데, 그 인세를 모아 후배들을 위한 장학재단을 만들고 싶다. 모교 후배들이 박사과정까지 무료로 다닐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계획하고 있다. -나는 현 상황의 연장선상에서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다. 비즈니스 면으로는 기업가들의 상속플랜을 확실히 구축하는 것. 이게 본업이지.(웃음) 또 하나는 ‘수요포럼 인문의 숲’이 영원할 수 있도록 서울 성북동에 강연장을 준비하고 한다. 이름하여 ‘수요포럼 인문의 전당’이 꿈이다. 경험이 풍부한 시니어와 조언이 필요한 이들을 만나게 해 강연과 나눔이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 싶다. [안재형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5호(2013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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