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문 진화랑 유재응 대표…화랑가 트렌드 리더 되겠다

    입력 : 2013.08.09 16:5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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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 있는 상품들은 모두 아오이 쿠사마의 작품들입니다. 단순하게 아트상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마저도 작가가 직접 제작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미가 있는 거죠. 우리는 이런 아트상품들을 통해 화랑가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할 겁니다.” 대한민국 3대 갤러리로 손꼽히며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던 40년 전통의 진화랑이 새로운 변신을 준비 중이다. 전시기획과 그림판매를 주 업무로 했던 기존 화랑들과 달리 작가들이 직접 만든 아트상품을 파는 ‘아트숍’을 기획하고 있어서다.

    진화랑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는 이는 유재응 전무다. 그는 아트숍의 운영 목적이 금전적인 이득이 아닌 화랑 운영을 위한 안정적인 자금 마련에 있다고 말했다.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닌, 단순하게 화랑 운영을 위한 운전자금을 만들어 돈에 구애받지 않는 더 좋은 전시를 기획하기 위해서란다.

    아트숍 운영이란 독창적인 카드를 꺼내며 명문화랑 재건에 나선 유재응 진화랑 대표를 만나 솔직한 소회와 앞으로의 계획을 들어봤다.

    갤러리 대표 중에서는 상당히 젊은 축에 속한다. 예술계와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나는 그림 혹은 예술과 관련된 공부를 한 적이 없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집에 그림이 많아 자연스럽게 그림을 접하게 됐다. 아직도 그냥 비워있는 벽을 보면 자꾸 그림을 걸어놓고 싶을 정도다. 원래 좋아했던 분야는 요리였다. 지금도 직접 해서 먹을 정도로 요리하는 게 좋다. 아마도 직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공부로 연결하지는 못했다. 대학에 진학하면서 ‘전자공학’이란 전혀 다른 분야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통해 인연을 맺은 전자공학은 이후 병역특례업체와 무역회사 근무 시절까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갤러리와의 인연은 없었다. 한마디로 작품에 대한 접촉을 있었지만 갤러리를 운영할 정도의 전문지식은 없었던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007년 아버지와 고모님이 저에게 갤러리 운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하셨다. 처음에는 고사했지만 고민 끝에 수락했다. 이후 작품 디피부터 운반, 섭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일을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배웠다. 지금도 학예사들보다 지식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여기지만 갤러리 운영과 관련해서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아트숍에 대한 반감이 의외로 많다. 반대가 많았을 것 같은데. 다른 화랑들의 눈총은 제쳐두고 집안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진화랑은 이제 과거의 대한민국 대표 화랑이 아니다.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한다. 2000년대 이후 가나아트와 국제갤러리 등이 트렌드를 주도하며 화랑가의 리더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언제까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런 와중에 아트숍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이라는 점에서 좋은 시도라고 생각해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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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아트숍인가? 다른 대안도 있었을 텐데. 물론 많은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아트숍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하고 명료했다. 돈을 벌기 위해서다. 갤러리 역시 하나의 회사다. 그래서 운영에는 필연적으로 자금이 소요된다. 그나마 갤러리 부지가 우리 소유이기 때문에 임대료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자금력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여기에 학예사들을 위한 임금과 운송비용, 설치비용, 건물 관리비 등 의외로 많은 자금이 필요하다.

    결국 이 자금을 해결하지 못하면 갤러리 운영을 위해 좋은 작품이 아닌 ‘팔 수 있는 작품’만을 가져와 전시해야 한다. 그림을 팔아야 갤러리 운영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경기침체로 인해 화랑가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그림을 사는 이들이 줄었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갤러리들이 좋은 기획이 아닌 팔 수 있는 작품을 전시하는 상황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낮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자금은 어떻게 충당해야 할까. 그래서 나온 결론이 아트상품을 판매하는 것이었다. 일반인들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격에 작가가 직접 만든 예술품을 소장한다는 점에서 매력적일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직 아트숍이 모두 정비되지 않아 판매에 나선 상태는 아니지만, 지나가는 분들이 전시된 아트상품들을 보고 들어와서 문의를 할 정도다.

    영세한 갤러리들에게는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다. 앞으로의 운영 방향은? 특별한 것은 없다. 다만 과거의 방식이 아닌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갤러리 문화가 작품을 비치해 눈으로만 보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관람객들이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볼 수 있는 전시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진화랑 역시 이런 전시를 많이 기획 중이다. 또 예술작품만이 아닌 산업디자인과 시각디자인 등을 포함해 다양한 전시를 구상 중에 있다. 아트숍 역시 현재는 해외작가들의 상품만을 팔고 있다. 국내 작가들의 상품을 팔고 싶어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들과 아트상품에 대한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작품만을 팔아야 하는 작가들에게 아트상품이란 또 다른 수익이 생긴다면 더 좋은 작품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다.

    [서종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5호(2013년 0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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