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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rategist]올해 투자 핵심 테마는 리스크 분산이다…타이 후이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전략가
입력 : 2013.03.07 16: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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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반기 회복 기대·유럽 불확실성 여전 세계경제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그는 삐걱대는 소리가 더 나올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재정절벽이나 정부부채 상환 문제가 올해도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경제의 여러 측면을 짚어보면 개선될 조짐이 보인다. 주택시장과 관련해서 건설 경기가 좋아지고 실업률도 떨어지고 있어 개인소비를 지탱해줄 것이다. 그동안 기업들이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정치적 불확실성이 줄어 투자를 재개할 것이다. 다만 상반기에는 재정절벽이나 공공부문 지출 등에 대한 이슈로 불확실성이 여전할 것이다. 협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나올 수도 있다. 연준이 이 시점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어렵다. 하반기 들어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가 성장을 위해 행할 조치들이 하반기부터 나올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유럽 상황에 대해 그는 유로존 붕괴의 우려는 굉장히 줄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험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ECB가 많은 조치들을 취했다. 유동성 투입이나 채권 매입 등과 같은 조치들이다. 객관적으로 볼 때 최악의 상황은 넘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두 가지 위험이 남아 있다. 첫째 정치 상황과 관련된 리스크를 들 수 있다. 이탈리아는 2월 말에 국회의원 선거, 독일은 9월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상황이 바뀔 수 있다. 두 번째 리스크는 성장률과 관련된 것이다. 올해 유럽의 성장률은 여전히 낮다. 이 때문에 아시아 국가, 특히 한국처럼 유럽 수출이 많은 국가들의 경우 여전히 도전 받는 해가 될 수 있다.”
그는 특히 유럽 주변국들이 여전히 긴축정책을 실시하고 있어 소매나 기업심리가 살아나지 않고 있는 점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중국 시장 신뢰 살아날 가능성 중국 경제와 관련해 그는 여러 지표들이 회복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중국 성장의 동인은 민간 소비에서 나오고 있다. 고정자산 투자도 늘고 있다. 우리 보고서에서 볼 수 있듯이 주거용 부동산 착공이나 거래가 늘어나는 등 소비는 회복되는 추세다. 다만 수출은 여전히 저조한 모습이다. 그래도 민간소비의 회복은 중요하다. 중국 주식시장은 지난 2년간 저평가 된 면이 많았다. 증시의 실적이 좋지 않았다. 이번 민간소비 회복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3개월간 시장의 성과가 좋았던 게 그 징조다.”
타이 후이 전략가는 긍정적인 유동성 상황이 중국의 경기회복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다만 일본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보지만 몇 가지 전제가 따른다고 했다.
“우선 기업실적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또 일본 정부가 재정 지출을 확대해야 하며, 중앙은행이 통화정책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 완화엔 긍정적 신호가 보이고 있으나 시장 전체로 안정화가 일어나야 한다.”
그는 일본 시장은 매우 강하지만 한국으로선 일본만 보지 말고 세계 시장 전반을 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한국에 대해 그는 낙관적인 시각을 보여줬다.
“한국에선 지난 몇 주간 엔화 약세의 부정적 영향이 나타났다. 엔화는 달러화나 원화 대비 모두 약세다. 많은 사람들이 이로 인해 한국 기업의 실적을 보수적으로 잡고 있으나 나는 낙관한다.”
한국 경제나 시장에 두 가지 긍정적 요소가 보인다는 것이다.
“첫 번째 긍정적 요소는 세계경제 환경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의 회복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인 가전이나 화학 철강 중장비 수요가 덩달아 회복될 것이다. 한국의 제품들은 가격 경쟁력이 있다. 특히 기억할 부분은 한국의 수출 상품들이 지난 몇 년간 경쟁력이 향상돼 환율 효과를 이겨낼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한국 기업들이 한국에 있던 생산기지를 전 세계로 분산했다는 점이다. 생산시설을 미국이나 아시아 각국으로 이전해 환율효과를 상쇄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증시를 긍정적으로 본다. 한국 시장은 아직도 10년 평균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PER이나 PBR 어느 측면에서 보더라도 저평가 돼 있다. 이런 점이 여전히 매력 있다. 한국 시장이 아시아 각국에 비해 비싸지만 여전히 긍정적이다.”
올해는 주식 비중 확대할 때 그는 “상대적 밸류에이션으로 볼 때 올해는 주식 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해”라고 강조했다. 세계경제 환경을 볼 때 성장률이 개선되고 있고 테일 리스크는 지난해보다 감소하고 있는 데다 지난 몇 개월 간 강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기 때문이란다. 한국 시장이 압박을 받는 요인이 있기는 하지만 2013년 한 해를 보면 여전히 낙관적이라고 했다.
“2013년의 테마는 리스크 분산이다”라고 강조한 타이 후이 전략가는 특히 올해는 ‘D-I-V’를 기억하라고 주문했다. 분산투자(Diversification)와 동시에 인플레이션 방어(Inflation protection)와 밸류에이션 포착(Valuation capture)에 주력하라는 얘기다.
“아시아 투자자들은 집중 투자로 인한 리스크를 안고 있는데, 특히 자국시장 집중이 심하다.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서는 분산투자가 필요하다. 자산을 전 영역으로 분산해야 한다. 특히 변동성 측면에서 자산을 자국시장 이외로 분산하는 게 좋다. 아시아 시장은 물론이고 세계 시장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는 특히 한국 투자자들은 한국과 일본이 어떻게 되는가를 보려 하는데 그 보다 글로벌 시장의 분산투자를 생각하라고 했다. 엔화 약세가 미칠 영향에 신경 쓰기 전에 세계경제가 어떻게 움직일지를 보고 분산투자를 하라는 얘기다. 그중에서도 주식에 대해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시아는 그동안 고정수입 상품(채권)에 지나치게 투자했다. 주식으로 점진적 이동이 예상된다. 지난 2~3년간 채권 비중이 아주 높았는데 주식의 변동성이 커서 그랬던 것 같다. 2013년 이후 자금이 이동하는데 채권에서 빠져나온다기보다 예금성 자산에서 주식으로 갈 것이다. 지금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예금성 자산의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다.”
일본이 엔화를 찍어 환율전쟁을 초래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정책을 펴는 것에 대해 그는 (장기적으로) 효과가 희석될 것으로 평가했다. 다만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나 금과 같은 보다 안전한 자산, 보수적 자산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런 변동성이 주식시장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위안화처럼 가치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는 통화도 있다고 했다.
“이런 환경하에서 필요한 것은 적극적인 포트폴리오 관리이다. (일본이 좋아진다고) 일본 시장에 돈 넣고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리기 보다는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각국이 경쟁적으로 돈을 찍어내더라도 버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주가는 아직 어떤 면을 보더라도 버블이 아니다. PER나 PBR 모두 과거 평균 수준보다 훨씬 낮다. 선진국이나 아시아나 마찬가지다.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나오면 반영될 것으로 본다. 채권의 경우 일부 시장에서 수익률이 큰 폭으로 하락했는데 그렇다고 조정 상황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다. 여전히 채권 유동성이 많고 투자자들은 여전히 수익이 나는 채권을 찾으려 한다.
부동산의 경우 일부 시장, 예를 들어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은 많이 상승해 조정 위험이 있으나 대부분 아시아는 각국 정부가 조정에 나서 버블 가능성이 많이 줄었다.”
“중국은 먼저 밸류에이션이 좋다. 저평가 됐다는 얘기다. 경제 데이터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분산 차원에서도 중국이 유리하다. 미국은 재정절벽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또 유럽은 독일과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의 정권교체가 예정돼 있다.”
글로벌 분산을 위해 미국이나 유럽을 보더라도 그 쪽은 지금 들어갈 시기가 아니란 얘기다.
타이 후이 수석전략가 JP모간자산운용 아시아 수석전략가로 홍콩에서 활동하고 있다. 10년 이상 투자전략 수립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나 투자 전망을 하는 데 탁월하다. 캠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고 홍콩대에서 국제행정학 석사를 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서 12년간 리서치를 했으며 아시아 지역 리서치 헤드로 싱가포르에서 근무하다 JP모간으로 자리를 옮겼다.
Key point 한국 경제나 시장에 두 가지 긍정적 요소가 보인다. 첫 번째 긍정적 요소는 세계경제 환경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의 가장 큰 수출시장인 중국의 회복이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주가는 아직 어떤 면을 보더라도 버블이 아니다. PER나 PBR 모두 과거 평균 수준보다 훨씬 낮다. 선진국이나 아시아나 마찬가지다. 기업 실적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나오면 반영될 것으로 본다.
[정진건 기자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30호(2013년 0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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