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VER STORY]INTERVIEW ETF로 고수익 낸 오치 테츠오 MCP자산운용 대표…시장 변동성 낮추는 게 핵심이다

    입력 : 2012.09.07 17:4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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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장지수펀드(ETF)인 ‘퀀트셰어즈 미국 마켓 뉴트럴 안티모멘텀’은 연초 이후 한때 28%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면서 올해 대부분의 주식펀드가 저조한 성과를 낸 것에 비해 상당히 돋보이는 성과다. 비결은 무엇일까. 일본계 헤지펀드 매니저인 오치 테츠오 MCP자산운용 대표가 이 펀드의 비결과 함께 최근 글로벌 헤지펀드 시장의 내밀한 변화를 소개했다. 동경대 출신으로 지난 5월 말 기준 미즈호 은행을 비롯해 수많은 은행, 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의 자금 50억달러를 재간접 헤지펀드(작은 규모의 헤지펀드들에 분산해 재투자하는 헤지펀드) 형태로 운용하고 있는 한국금융투자협회 등에서 헤지펀드 관련 강의를 하고 있기도 하다.

    2011년과 2012년 연속으로 매경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하는 그는 “최근 전반적인 헤지펀드 시장의 시그널을 읽어보면 주식 시장 변화가 급격해지고 있으며 누구도 그 변화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인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주식에 관한한 투자의 룰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헤지펀드들은 시장의 움직임을 다각도로 관찰할 수 있는 만화경과도 같기에 그의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싸면 사고 비싸면 판다’라는 고정된 가치투자 관점으로 투자하지 않는 헤지펀드 매니저들이 변하는 모습에서 시장의 거대한 변화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치 대표는 “이는 시장 경제의 산업 구도 자체가 과거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것을 짐작하게 한다”며 초과수익을 얻기 위해 회사채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

    베타값 제로로 만드는 전략이 비결 그는 주식시장이 변화하고 있다는 몇 가지 근거를 들었다.

    첫째로 ‘마켓 뉴트럴’ (Market Neutral)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들의 수익률이 약진하고 있다는 것. 마켓 뉴트럴 펀드란 전체 주식시장이 아무리 요동을 쳐도 수익률이 움직이지 않도록 설계한 펀드다. 전문 용어를 쓰자면 β(베타)를 0에 가깝게 만드는 전략을 쓰는 펀드를 말한다. 이들 펀드는 보통 3~5%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변동성이 극도로 낮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최근 이 펀드의 수익률이 20% 이상 넘어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 회사의 ETF는 그보다 더 높은 수익을 내기도 했다.

    보통 개별 주식은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 변화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데 이 펀드는 약 400~500개 종목이 각기 주식시장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는 정도(베타값)와 서로의 수익률 상관관계를 고려해 주식시장 수익률과는 무관한 수익률을 만들어 내도록 고안됐다.

    특히 개별 주식종목들의 펀더멘탈은 전혀 보지 않고 오로지 개별 주식들이 주식시장 변화에 대해 어떤 형태로 움직이는지에만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형태의 펀드들이 고수익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은 주식시장이 무엇인가 예전과는 다른 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했다.

    오치 대표는 “누구도 마켓뉴트럴 펀드의 고수익 현상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을 하지는 못한다”며 “하지만 이 비정상적인 수익률은 기존 주식 수익률과 시장의 상관관계, 개별 주식들끼리의 상관관계가 과거와 달리 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도 적응하기 쉽지 않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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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그가 드는 주식시장의 변화는 성과를 잘 내는 상위 헤지펀드와 하위 헤지펀드들 사이의 격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 과거에는 아무리 못하는 펀드들도 3~5%의 수익률을 안정적으로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따라서 조그만 헤지펀드들에 투자하는 대형 재간접 헤지펀드들은 개별 펀드의 위험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이제는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펀드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 특히 헤지펀드들이 과거처럼 꾸준한 수익률을 내는 경우도 이제는 드물다고 했다. 한 달에 10%씩 수익을 내다가도 어느 한 달은 마이너스 20%를 내기도 한다는 것. 앞서 얘기한 마켓 뉴트럴 전략의 헤지펀드 외에는 대부분의 전략들이 안정적 수익률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이에 대해 오치 대표는 “인간이 갖고 있는 하나의 논리로 시장을 재단하기 어려운 시기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전 세계 인구가 성장하고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인프라 및 에너지 관련 주식들이 장기적으로 좋은 전망을 가질 것’이라는 등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는 것.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들이 주식에 손을 댄다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수익률의 리스크가 커짐에 따라 모든 투자자들이 초과수익을 내기 어려운 지경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대형 연기금 입장에서 이는 큰 문제다. 연금 중에는 고객에게 지급해야 하는 금리가 7%를 넘는 경우가 많은데 연간 8% 이상의 수익률을 올려야 연금 재정이 파탄나지 않기 때문. 그래서 연금들은 장기 기대 수익률이 8~10% 사이인 주식에 장기 투자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개인들 역시 두 자릿수 이상의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렵다고 그는 주장했다.

    미국 유럽도 일본병 앓아 가장 큰 이유는 국채 수익률의 하락이다. 그는 “미국이나 유럽 모두 일본병을 앓거나 그런 증상을 보이고 있다”며 “나는 머지않아 미국 유럽 모두 일본처럼 초저금리의 국채를 장기적, 지속적으로 발행하는 처지에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정적 자산이며 모든 투자 포트폴리오의 근간이 되는 국채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것은 투자자산 전체의 수익률도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는 “헤지펀드 매니저 입장에서도 이는 고민거리”라면서 “과거에 국채를 두고 트레이딩했던 모든 방법들을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대안은 고수익 회사채 이런 상황에서 높은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자산은 ‘회사채(Credit)’ 외에는 많지 않다고 그는 덧붙였다.

    오치 대표는 “연금들 입장에서는 당분간 주식 대신 고수익이 나는 회사채(Credit)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미 그런 기대감이 반영돼 회사채의 가격이 비싸진 상황(회사채 금리 하락)”이라고 말했다. 회사채의 경우 기업의 부도위험이 크지 않은 (신용도가 높은) 물건을 잘 확보한다면 만기까지 고정적,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투자자들이 회사채의 장점을 파악하고 많은 물량확보를 했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 당분간 회사채 시장의 약진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현규 매일경제 지식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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