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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ntier]<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저자 코너 우드먼…사업가는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직업이죠
입력 : 2012.04.25 15: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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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한국에 진짜 멘토다운 멘토가 나타났다. 그것도 세계 최고 금융 선진국인 영국에서 최대 컨설팅 회사에 다니며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30대 벽안의 청년이다.
그는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엉뚱하게도 저개발 15개 국가를 돌아다니면서 자기만의 비즈니스를 경험했다고 한다. 그는 “하루에 500만원씩 벌던 애널리스트 시절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지금 상황이 훨씬 행복하다”고 털어놓는다.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의 저자 코너 우드먼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모두 부러워하는 고액 연봉의 직장을 왜 그만뒀을까. 무슨 이유로 그는 인도와 티베트와 카자흐스탄 국경을 헤매고 다녔나. 2012 MBN포럼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우드먼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결심’ 의 이유와 교훈을 털어놨다. 또 4개 대륙 15개국의 전통시장과 상품 거래 현장에서 그가 배운 ‘진짜 사업’의 정수를 밝혔다.
그의 경험과 조언은 사업과 성공을 꿈꾸는 한국의 많은 청년과 기업의 성장을 위해 뛰고 있는 중소기업 사업가들에게 ‘위로를 넘어서는 비전’을 제시하기에 충분했다.
사람 위해 만들어진 학문이 사람을 괴롭힌다 우드먼은 자신이 ‘고액 연봉의 전망 좋은 직장’을 그만둔 이유부터 들려줬다. 때는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막 30대로 접어들었던 시절이다.
당시 우드먼이 하던 일은 더 이상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를 정리해 최대한 싸게 팔아넘기는 것이었다. 직원들이 회사를 위해서 몇 년 동안 헌신했는지, 가족들은 몇 명인지 등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처음 맨체스터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으로 택할 때 가졌던 열정, 사람에 대한 애정이 냉혹한 금융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어떤 의미도 없었다”며 “경제학은 사람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데 결과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큰 회의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일로 크게 괴로워하던 우드먼은 휴양 차 네팔로 떠난다. 그곳에서 그의 운명이 바뀌었다. 우드먼은 “영화 같다고 웃을 수도 있겠지만 이건 진짜”라고 거듭 강조하며 실제 영화 속 한 장면 같은 경험을 회상했다. 네팔의 산 중턱에서 쉬고 있던 차에 그는 굳게 닫힌 중국 국경을 무사통과해 티베트로 들어가는 한 무리의 상인을 봤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던 차에 승려 한 명이 나타났다. 그 승려는 티베트로 들어가는 상인들이 그들의 오랜 선조 때부터 시작된 자신들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라는 얘기를 들려줬다. 우드먼은 “그때 뭔가 큰 깨달음 같은 게 느껴졌다”며 “내가 보고 있는 상인들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부터 이어져온 실물거래와 전통적인 비즈니스에 내가 뛰어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말했다.
진짜 비즈니스는 실물거래 현장에서 배운다 단말기 앞에서 엄청난 액수의 금융거래를 하던 그였지만 각 나라의 실제 시장을 오가며 상품을 팔다보니 경험 많은 베테랑 상인들은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여행 초기 아프리카에서 인도로 가는 동안 벌었던 돈은 카자흐스탄에서 거의 다 잃었고 브라질에서 벌인 사업이 그나마 성공적이어서 이를 기반으로 사실상 다시 출발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5000만원을 갖고 출발한 여행에서 그는 결국 자신의 목표인 1억원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그가 배운 ‘진짜 비즈니스’란 무엇일까. 우드먼은 단연코 이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사업은 논리와 디테일이 아니라 전부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여러 사람 만나기를 좋아하고 만난 사람들도 자신을 좋아한다면 그 사람은 이미 사업가의 기질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회계, 선적하는 방법, 여러 가지 문서 작성과 물류관리는 나중에 다 공부할 수 있지만, 사람을 만나고 그들과 거래하는 사업의 정수는 절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다는 것이다. 우드먼은 또 생각 뒤집기와 ‘타이밍 잡기’를 배운 것도 큰 교훈이라고 회고했다. 그가 거둔 최고의 성공적 거래 중 하나는 인도에 칠리소스를 팔아 이윤을 남긴 일이었다. 그는 “에스키모에게 얼음을 파는 게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얼음집 때문에 진짜 얼음이 필요한 건 에스키모가 맞다”며 “바로 그런 생각 뒤집기로 향신료의 원조 국가인 인도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칠리소스를 팔았다”고 말했다. 향신료가 많은 나라라 사람들이 향신료에 대한 관심이 높고, 최근의 경제성장과 소득증대로 수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을 이용했다는 것이다.
열정이 있다면 저질러봐라 우드먼에게 요즘 한국의 청년들이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처럼 안정된 직장만을 찾아 온 힘을 쏟고 있는 현실을 들려줬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 어떤 얘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우드먼은 “세계 어느 나라나 청년실업이 심각하고 경제가 어렵다”며 “한국 청년들의 그런 심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젊은이들에게 나는 사업가가 세상에서 제일 ‘섹시한 직업’이라는 얘길 꼭 해주고 싶다”며 “세계 경제의 축이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는 시대에 바로 아시아에 있는 한국 청년들과 사업가들에게 기회는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드먼은 “나도 다른 젊은이들이 선망하던 고액 연봉자였지만 내 안의 ‘아이 같음’, 뭔가 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청년 특유의 열정이 발동해 일을 저질렀다”며 “한국의 젊은이들도 삼성전자에 입사할 생각만 하지 말고 내가 직접 삼성전자 같은 새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갖고 일을 저지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승연 매일경제 기업경영팀 기자 seanko@mk.co.kr 사진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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