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ashion] EFC, 사명 변경 1년… `김락기` 사업본부장, 옛 영광 되찾으려 자존심도 버렸다

    입력 : 2012.03.26 17:4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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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창립 50주년을 맞아 EFC(Esquire Fashion Company)로 사명을 변경한 에스콰이아의 이유 있는 변신이 화제다. 지난해 외국계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인수하며 대대적인 브랜드 정비에 나선 이후 도드라진 성과가 하나 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것. 변화의 미션은 ‘Best Looking & Feeling’. 패션브랜드 ‘로리엣(Roliat)’의 디자이너 홍승완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해 여성 잡화라인 ‘헬레닉 제인(Hellenic Jane)’, 클래식한 남성 잡화 ‘에이드레스(A Dress)’, ‘에스콰이아 바이 디자이너스 에디션 바이 홍승완’을 선보였고 맞춤형 장인 수제화 ‘알쿠노(Alcuno)’를 론칭하며 명품라인까지 분야를 넓혔다. 지난해 12월에는 ‘2012 S/S 제화 컨벤션’에서 ‘에스콰이아(Esquire)’, ‘에스콰이아 블루라벨(Esquire Blue Label)’, ‘기라로쉬(Guy Laroche)’, ‘젤플렉스(Gelflex)’, ‘내추럴라이저(Naturalizer)’ 브랜드의 봄, 여름 콘셉트를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여성화 라인은 현대적인 디테일과 여성성으로 알려진 국내 브랜드 ‘헬레나 앤 크리스티(Helena and Kristie)’와 콜래보레이션해 부드럽고 에지 있는 디자인을 선보였다. S/S 제화 컨벤션은 에스콰이아가 최근 몇 년간 개최하지 못했던 이벤트다.

    이러한 EFC의 행보에 패션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세기 전통의 국내 토종 패션 브랜드가 자존심을 버리고 변신하고 있다”며 “외부 디자이너 영입 등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굉장히 빠른 속도로 젊어지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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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제로 경기도 성남에 자리한 EFC 본사는 패션기업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빠르고 효율적인 업무 진행에 무리 없는 동선이 인상적이다. 사무실 한 쪽에 전자칠판을 놓고 회의 시간에 칠판에 써내려간 내용을 바로 출력한다는 김락기 사업본부장(전무)은 “회의 내용을 기록하느라 토론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회의를 할 이유가 없다”며 “두산 시절 박용만 회장에게 배운 토론시스템인데 스피디한 업무 진행에 이만한 문명도 없다”고 소개했다. 두산그룹 ‘폴로’의 마케팅과 기획, 아디다스, 컨버스 등의 브랜드를 거치며 패션업계의 베테랑이 된 김 전무는 50년 간 브랜드를 유지한 EFC가 9회 말 투아웃에 등판시킨 구원투수. 김 전무는 “우리가 있는 자리가 늘 최고라고만 생각했지 바깥은 살피지 않았다. 그래서 1, 2등이 아니라 3, 4등으로 밀렸다”며 “높기만 했던 자존심을 버렸다.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이유 있는 변신을 이야기했다.

    사명 변경을 시작으로 EFC의 변신이 시작됐다. 변신에 앞서 꼭 사명을 변경해야 할 다른 이유가 있었던 건가.

    아쉽다는 분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3월에 변경했는데 그래서 일부러 대대적인 홍보를 하지 않았다. 에스콰이아는 이미 다들 알고 있는 브랜드 아닌가. 단지 주식회사 에스콰이아 안에 수많은 브랜드가 생겼는데 각각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위해 사명 변경이 불가피했다. ‘에스콰이아 패션 컴퍼니’가 갖고 있는 각각의 브랜드를 통해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나는 게 현재의 목표다.

    내부적으로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는 말로 들리는데. 한 브랜드가 50년 동안 명맥을 이어왔다. 한데 사실 지난 10년간은 정말 힘들었다. 40년 동안의 영광에 10년 동안 바깥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내가 늘 최고라고만 생각했지 새로운 브랜드가 생기고 수입브랜드가 물밀듯이 밀려오는 바깥은 보지 않았다. 그러니 젊은 고객이 떠나는 것도 모를 수밖에. 그저 나오던 매출이 유지되는구나 하고 머물렀던 기간이 10년이다. 탠디, 소다 등의 브랜드에 추월당하면서도 보고만 있었던 게 결정타였다. 그렇게 경영난도 왔고 주인도 바뀌었다.

    사명 변경 이후 1년이 흘렀다. 사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던데. 스피디한 조직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조직 개편과 외부 인재 영입이 진행됐다. 중요한 건 경쟁력이다.

    그 중에서도 상품 경쟁력이 으뜸이다. 고객이 원할 때 우리 상품이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조직이 광범위해 의사 결정에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패션업계는 스피드가 관건이다. 액션을 취해야 할 때 남보다 한걸음 빨라야 하는데 뒤져 있었다. 지금은 BM(Brand Manager)제도를 운영하면서 팀장들에게 의사 결정권을 주고 사업본부장인 내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 잘되면 팀장 탓 안 되면 내 탓이다.(웃음)

    핵심 역량은 디자인이다
    대통령의 신발을 만드는 장인으로 알려진 이기철EFC이사가 제품 샘플을 검수하고 있다.
    대통령의 신발을 만드는 장인으로 알려진 이기철EFC이사가 제품 샘플을 검수하고 있다.
    외부 인사 영입의 특징은 분명한 득과 실인데. 물론 원활할 순 없지. 나를 비롯해 백화점 팀장, 영에이지 BM 등 많은 분들이 영입됐는데 처음부터 커뮤니케이션이 쉽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서로 시너지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지금? 지금은 제대로 스피드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 더 빨라질걸.(웃음)

    타 브랜드 디자이너와의 콜래보레이션이 특징이다. 패션디자인 회사에서 왜 타 브랜드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맡긴 것이냐?(웃음) 디자인은 반드시 지켜야 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분야다. 좋은 인재를 영입하고 키워야 한다. 하지만 지금은 에스콰이아가 갖고 있던 자존심과 체면을 버려야 할 시기다. 지금까지는 이건 우리가 못해도 해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다면, 지금부터는 아니다. 잘하는 이, 잘할 수 있는 이를 밀어주는 게 맞다. 물론 핵심 역량은 갖고 가야겠지. 콜래보레이션은 더 강화하기 위한 충격요법일 수 있고 고객과 접점을 만들 수 있는 시도일 수도 있다. 단순히 이슈화하기 위한 작업은 아니다.

    콜래보레이션을 진행하며 별다른 의견 충돌은 없었나.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와 콜래보레이션한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컬러와 스타일을 지향하는 분들인데 에스콰이아는 타깃층의 연령대가 높거든. 전체적인 균형 맞추기가 쉽진 않았다. 반대로 생각해봤지. 그분들의 강점인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이 우리에겐 약점이지만 30~40대는 우리가 강하다. 소재와 컬러 선택에 있어서 그 간극을 많이 좁혔다. 그렇게 탄생한 라인이 S/S컬렉션이다.

    그러고 보니 오랜만에 S/S 제화 컨벤션을 개최했다. 몇년간 개최하지 못했었지. 그만큼 지난 10년간 어려웠다. 지난 겨울 진행한 컨벤션은 100점 만점에 65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많이 바뀌었지, 하지만 여전히 배고프다.(웃음) 올 F/W시즌에는 85점까지 상승하리라고 확신한다. 100점? 과연 디자인과 상품 경쟁력에 100점짜리 제품이 나올 수 있을까. 우린 부단히 노력할 뿐이다.

    앞으로도 콜래보레이션 작업을 지속할 계획인가. 패션은 고객을 리드해야 한다. 고객을 따라가면 재고만 쌓일 뿐이다. 우선 핵심 디자인 역량은 강화하고 일부 라인은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고객을 리드해 나갈 예정이다. 국내외 디자이너와 그 부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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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형 기자 ssalo@mk.co.kr / 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9호(2012년 0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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