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베르토 볼리니` 피나이더 회장…명품의 조건은 단 하나, Quality!

    입력 : 2011.10.27 09:5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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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림한 핏이 돋보이는 감색 싱글에 훤칠한 키, 살짝 바랜 은빛 머리가 멋스럽다. 커다란 손으로 작은 명함을 건네곤 불빛에 비춰보라 손짓하는 모습엔 장난기가 가득하다. 그의 말처럼 실내등에 명함을 덧대니 ‘Pineider’란 로고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냈다. 로고 위에 새겨진 알파벳의 조합은 알베르토 볼리니(Alberto Bollini). 이탈리아 명품 잡화 브랜드 ‘피나이더’ 의 CEO가 이 잘생긴 신사의 공식 직함이다. 이탈리아 밀라노의 가톨릭대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스위스 정유업체 쉘(Shell)을 거쳐 법률회사에 근무하다 피나이더의 구조조정을 담당하며 2004년 브랜드를 인수했다. “피나이더는 240년 전에 종이로 시작했습니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와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의 편지가 피나이더 지류에 담겼고 바이런의 시가 피나이더 필기구로 완성됐어요. 스탕달의 작품도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에 놓인 지류를 살피더니 수압으로 마무리한 종이의 특성을 손으로 짚어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마무리된 종이에 비해 우툴두툴한 끝선이 예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지류는 200년 넘는 세월 동안 전통방식을 고집한 피나이더의 자존심이다.

    “2년 전 이탈리아에서 G8 정상회담이 열렸을 때 각국 정상들의 테이블에 피나이더의 데스크패드와 메모홀더, 펜홀더, 각종 지류, 서류가방 등이 제공됐어요. 30개국 정상들을 위해 서류가방에 이름을 새겨 회의석상에 놓아두었는데 회의가 끝난 후 가방은 갖고 가고 패드와 홀더는 놓고 갔더군요(웃음).”

    피나이더는 럭셔리 브랜드가 아니다
    한국 론칭 1주년을 기념해 처음 방한한 볼리니 회장이 한국메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 론칭 1주년을 기념해 처음 방한한 볼리니 회장이 한국메사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류가 피나이더의 대표 상품이라면 가죽제품은 성장의 근간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 첫 숍을 오픈한 이래 처음 시작한 그 자리에서 100% 전통 수공예를 고집하고 있다. 인건비 등 단가를 줄이기 위해 동유럽으로 생산기지를 옮긴 여타 이탈리아 가죽제품이 브랜드만 ‘Made in Itary’를 강조하고 있다면 미련하리만치 오리지널 브랜드를 고수하고 있는 셈이다. “의식적으로 메이드 인 이탈리아를 고집하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건 제품의 질인데, 그 기본은 재료의 질이에요. 우선 가죽이 좋아야하고 가공은 그 다음이죠. 저희가 볼 때 재료를 보는 안목과 숙련된 장인의 기술은 이탈리아가 베스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만약 머지않은 미래에 다른 곳의 장인이 뛰어나다면 그쪽으로 생산지를 옮겨도 상관없습니다.”

    전통과 이탈리아 장인에 대한 믿음이 담긴 피나이더의 가죽제품(핸드백, 가방, 지갑 등) 컬렉션은 총 11가지. 그 외에도 다양한 색상의 가죽 커프링크스, 가죽 알람시계, 가죽 볼펜, 액세서리 등 총 600여 종의 제품이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 세계 15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한국 진출은 한국메사를 통해 2010년 7월부터 시작됐습니다. 우선 너무 놀랐어요. 이미 진출한 일본 시장의 성장률이 3%라면 한국에서의 성장률은 30%나 됩니다. 이번에 백화점의 명품 매장을 둘러봤는데 직원들이 흰 장갑을 끼고 제품을 다루는 게 인상적이더군요. 이탈리아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인데 돌아가면 꼭 적용해야겠어요.”

    성장률을 거론하며 한국과 중국, 일본 시장의 성패가 곧 브랜드의 미래이자 성장동력이라고 수없이 강조한 볼리니 회장은 한국 고객의 특성을 묻자 한 가지 요약했다.

    “한국 고객들은 제품의 퀄리티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기더군요. 그건 피나이더가 지향하는 바와 일치합니다. 패션에 트렌드가 있다면 피나이더에는 퀄리티가 있습니다. 4~6주 동안 햇볕에 태닝한 가죽으로 가방을 만드는데 또 다시 4~6주가 걸려요. 10개 공방에서 총 300여 명의 장인이 모두 수작업으로 진행합니다. 최연소 장인이 66세죠. 그런 분들이 스크래치가 잘 나지 않는 가죽, 손에 쏙 들어가는 지갑 등 한국 고객이 선호하는 특성을 제품에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명품 브랜드 수장이 생각하는 명품의 조건은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샤넬이나 루이비통을 명품이라고 생각한다면 전 피나이더가 명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린 같은 제품을 빨리 찍어내지 않거든요. 소량의 제품을 생산하고 최고의 퀄리티를 갖출 때까지 오랫동안 작업합니다. 여타 명품 브랜드와는 거리가 멀죠.” 재료와 디자인, 장인의 조화가 최고의 퀄리티를 보장한다고 강조한 볼리니 회장은 한국 고객에 대한 특별함을 이야기하며 아시아 시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거론했다.

    “그 동안 피나이더의 가방이 너무 크다는 한국 고객의 주문을 제품에 반영했더니 아시아 고객을 위한 제품이 됐습니다. 10월부터 피나이더 지류 제품에도 한글 폰트를 적용하고 있고 11월 상하이의 숍 개장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시아 시장은 이제 전 브랜드의 운명 아닐까요. 한국 시장에서 많은 점을 배우고 얻었습니다. 우선 일하는 분들의 자세부터 다르더군요. 그 자세부터 도입할 생각입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사진 = 조성재(마니 스튜디오)]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4호(2011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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