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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 레섬` 플로리스트·신라호텔 웨딩 부문 자문…난 비의 팬, 그의 결혼식을 장식하고 싶다
입력 : 2011.10.27 09: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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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스멘은 말과 행동에 품격이 있는 사람제프 레섬은 즐기는 문화가 곧 바람직한 웨딩문화라고 이야기했다.
“물론 고객이 상류층이긴 하지만 제 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분을 원합니다. 얼마 전에도 러시아의 한 부자가 디자인을 원했는데 느낌이 좋지 않았어요. 금전적으론 도움이 됐겠지만 너무 많은 걸 요구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거절했습니다. 요구가 많다는 건 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 아닙니까. 대부분 고객과의 관계는 원만해요. 간혹 고객을 보좌하는 분들이 어렵게 만들곤 합니다. 첼시 클린턴의 결혼식이 그랬는데 노출에 대해 이것저것 지적하는 통에 얼마나 힘들던지(웃음).”
셀리브리티에게 의뢰받은 행사에서 그가 집중하는 부분은 세 가지. 새로운 것, 존재하지 않는 것, 고급스러운 것이 그것이다. 이 세 덕목으로 장식된 작품은 고객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며 새로운 사업으로 발전했다. 최근 자신의 이름을 딴 향수와 향초 등 뷰티 라인을 출시한 그는 두 권의 꽃 관련 서적의 출간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 뿌린 향수가 제 향수에요. 좋은 향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플로리스트를 그만두더라도 계속 가야 할 길이란 예감이 들어요. 아, 또 하나는 꽃병인데요. 우선 한정판 15개를 디자인해 1만3000불에 판매했습니다. 다 팔렸어요(웃음). 곧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는데 크리스털로 된 투명한 꽃병입니다.”
사실 제프 레섬이란 이름 앞에 붙은 ‘세계 정상급’이란 수식어는 우연한 기회에 얻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버지를 도와 정원손질에 나서기도 했지만 어린 소년에게 플로리스트란 직업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런 그에게 꽃은 향기가 아닌 시련을 앞세웠다.
“대학을 다니다 중퇴했는데 당연히 직업이 필요하더군요(웃음). 갭(Gap) 매장에서 매니저로 일하다 우연히 모델이 됐어요. 덕분에 자주 유럽을 접했습니다. 그 때 프랑스에서 디자인을 보게 됐죠.”
3년간 모델로 활동하다 LA로 돌아왔지만 수입이 필요한 백수 신세가 전부였다. 생계를 위해 꽃 관련 회사에 취직한 그는 또 다시 우연한 기회에 LA 포시즌 베벌리힐스 호텔의 플라워숍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꽃에 대한 그의 재능은 이 시점부터 몽우리를 맺기 시작한다.
“그 호텔에서 처음으로 제 디자인을 선보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꽃 앞에서 포즈를 취하더군요. 꼭 디즈니랜드 같았어요(웃음). 열심히 했습니다. 하는 만큼 인정해주더군요. 그렇게 지금의 파리 포시즌 조르주 상크 호텔로 스카우트됐습니다. LA에서의 시작은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자 추억입니다.”
그는 파리에서 3년 연속 ‘최고의 유럽 호텔 플로리스트’로 인정받았다. 꽃과 디자인을 전공한 이들이 즐비한 플로리스트의 세계에 제도권 교육이 전무한 고졸 학력자가 넘버원이 된 것이다.
“꽃과 관련된 공부는 못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한계나 틀을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거해라 저거해라가 아니라 스스로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라고 생각했으니까. 또 하나,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데로 하다 보니 이 자리에 올라오게 된 것 같습니다. 거리낌 말투도 한몫하지 않았나 싶네요(웃음).”
받아야 줄 수 있고 줘야 받을 수 있다 이번이 여섯 번째 방한인 제프 레섬이 신라호텔에서 선보인 올 가을과 겨울 웨딩 디자인 트렌드는 겨울의 대표 컬러 화이트를 기본으로 한 ‘핫핑크’. 그에게 핑크빛 웨딩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을 묻자 ‘최소 5만불’이란 답이 돌아왔다.
“현재 살고 있는 프랑스의 경우는 가격이 낮아질 수도 있는데, 다른 국가는 꽃값에 체재경비가 포함되기 때문에 최소한 이 정도 금액은 돼야 합니다. 덕분에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세운 에이즈 치료약 연구단체에 기부도 하고 무상으로 꽃 장식을 해주기도 하죠. 받아야 줄 수 있고 줘야 받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 럭셔리 웨딩(Luxury Order-Made Wedding) 전문가에게 한국의 결혼식 문화는 어떻게 비춰졌을까.
“결혼식에 너무 많은 사람들이 관여하는 건 좋지 않아요. 주인공의 취향이 살지 않습니다. 한국의 결혼식은 많은 분들이 참석해 밥만 먹고 집에 가더군요.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지만 좀 더 즐겨야죠. 식 전엔 칵테일을 나누며 대화하고 식 후엔 장소를 바꿔 파티를 즐기는 겁니다. 그러려면 완전히 분위기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렇게 즐기는 문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장·고 커플은 어땠냐고요? 글쎄요. 전 비 팬이라서(웃음). 비의 결혼식은 꼭 제가 장식하고 싶습니다.”
[안재형 기자 ssalo@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4호(2011년 11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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