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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티스톤 회장, “우리금융 다시 나오면 또 뛰어들 겁니다”
입력 : 2011.09.28 17: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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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년생/ 서강대 경영학과
뉴욕주립대 버펄로대학원 경영학 석사
모건스탠리 서울사무소장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사장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리먼브라더스 서울지점 대표
산업은행장(현)/ 산은금융지주 회장
서강대 경영학과 특임교수 / 2011년 티스톤 회장(현) “아쉽게 됐습니다. 티스톤에 합류하면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내 자금 비중이 70%가 안 되면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공언했었는데 미국발 쇼크, 정부의 미온적인 태도에 대한 걱정 등이 국내 투자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웠습니다. 결국 (인수전에) 불참하게 됐지만 얻은 것도 있었습니다. 세계적인 금융기관들이 티스톤을 믿고 거액을 베팅했다는 점이지요. 잃은 건 우리금융지주 인수지만 얻은 건 또 다른 기회입니다.”
민유성 티스톤 회장이 최근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결국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뒤 기자와의 통화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는 산은금융지주 회장을 끝으로 공직에서는 물러났다. 민 회장은 산은금융지주 회장 시절,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았을 때 당시 어려움을 겪고 있던 GM과의 협상을 원만히 타결시킨 바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 KDB생명 인수, 영국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의 우즈베키스탄 법인인 RBS Uz(우즈) 인수 등도 주요 성과다. 리먼브라더스 사태 당시엔 선제적으로 외국 금융기관을 매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이후 그는 서강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잠시 초야에 묻혀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돌연 새로운 명함으로 금융계에 얼굴을 내밀었다. 사모펀드 티스톤의 회장이란 직함으로 말이다.
“금융지주회사를 처음부터 만들어 본 사람이 많지 않던 시절, 우리금융지주 재무담당 부회장으로서 조직을 만들고 미국 상장까지 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습니다. 당연히 우리금융지주에 대한 애정이 많지요. 지금은 정부 산하의 금융기관이지만 민간으로 경영권이 넘어왔을 경우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킬 수 있는 여러 방안들이 많았어요. 산은금융지주 민영화 계획도 추진했던 터라 더욱 그랬지요. 이런 진정성으로 접근하면 펀딩이 안 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 제가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이 있었어요.”
그게 원준희 티스톤 사장이었다. 두 사람은 살로먼스미스바니 시절 한 회사에서 근무하며 인연을 이어왔다. 다만 민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부회장, 산은금융지주 회장 등 화려한 경력을 쌓고 있을 때 원 사장은 사모펀드 티스톤을 만들어 조용히, 하지만 의미있는 투자성과를 올리고 있었다.
6월 중순 어느 일요일 저녁. 다른 사업구상으로 골몰하고 있던 원 사장은 민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예? 우리금융지주요?”
“그래. 우리나라 은행들의 초국적화 지수는 4%에 불과해. 하지만 산탄데르같은 유럽계 은행중 일부는 76%인 곳도 있어.
우리금융그룹 역시 아시아 리딩뱅크로 치고 나가야 금융의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 이번 인수전에 들어가려는데 자네가 도와주게.”
당시 민 회장의 논리는 설득력이 있었고 목소리엔 진정성이 묻어났다는 게 원 사장의 전언이다.
이후 상황은 급속하게 전개됐다. ‘서강대 특임교수’란 직책은 돌연 ‘티스톤 회장’이란 이름으로 바뀌었고 6월 30일엔 기자회견까지 열었다.
“일각에서는 ‘쇼 한다’라는 말도 들었어요. 하지만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떨어지는 회사의 수장으로서 시장에 신뢰감을 줄 수 있어야 방법을 찾다가 단행한 겁니다. 한편으로는 계획을 천명해야 목표에 맞춰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자기암시’도 가동될 것으로 본 측면도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사모펀드를 ‘먹튀’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솔직히 그런 면이 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순기능도 눈여겨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이 앓아누웠을 때 링거 역할을 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살아나면 또다시 새로운 주인에게 인계한다는 점에서 기업 주치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우리금융지주 인수전 불참은 막판까지 고심했다는 게 그의 전언. 민 회장은 “기자회견까지 열었는데 끝까지 참여안 하는 게 더 비겁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안 될 딜이라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는 상황이었다. 국내 투자자 비율이 낮은데 괜히 예비심사에 참여했다가 투자에 참여한 업체들의 명단이 밝혀지면서 선의의 피해자들이 발생할 것이 우려돼 포기했다”라고 설명했다.
‘이게 끝인가’란 기자의 질문에는 단호했다.
‘한국금융 발전’이란 대의명분을 갖고 티스톤에 뛰어든 만큼 그 명문에 걸맞은 행보는 계속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금융지주가 이번 정권 내에 매물로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저는 계속 지켜볼 겁니다. JC플라워 등 해외 유수의 금융기관들이 저를 믿고 따라준 건 제 전략과 꿈에 공감한다는 겁니다. 지켜봐야겠지만 국외 투자자들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 해외 기업들의 국내 진출 과정에서도 작은 힘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금융지주 인수전이 다시 가동된다면요? 당연히 뛰어들어야지요!”
티스톤은 3개 펀드 이전에도 이미 투자 이력이 상당하다. 티스톤은 우리홈쇼핑, 드림시티방송 등에 투자해 IRR(내부수익률) 108%의 투자실적을 거둔 바 있다.
우리홈쇼핑 투자는 특히 눈길을 끈다. 티스톤은 취득시점에는 1700억원 수준이었던 우리홈쇼핑의 회사 가치를 처분시점에는 1조원에 가깝도록 5배 넘게 기업 가치를 성장시켰다. 그리고 성공적으로 매각(Exit)을 완료했다.
원준희 사장은 “우리홈쇼핑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우리홈쇼핑의 이익률 성장에 초점을 맞춘 투자전략을 취했다. 우선 우리홈쇼핑 상품구성을 기존 시간대별 상품구성과는 달리 시간대별 맞춤 고수익 포트폴리오로 전환했다. 프라임 타임 때 다른 홈쇼핑이 비싸지만 남는 건 없는 백색가전 제품을 팔 때 우리홈쇼핑은 인건비 이외엔 거의 들지 않는 보험 상품을 팔아 대박을 남기는 식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비효율적인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등 우리홈쇼핑의 수익률 개선에 주안점을 둔 끝에 우리홈쇼핑의 기업가치를 띄웠다는 것이 원 사장의 설명이다.
현재 운용중인 3개 펀드 중에서도 성과가 났다. 1호 펀드에서 투자한 일본법인 게임온은46%라는 높은 투자IRR로 성공적인 매각(exit)을 일궈낸 바 있다.
티스톤은 민유성 회장을 필두로 한국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 IB대표 출신인 원준희 대표와 20여 명의 투자 및 기업경영 전문인력으로 구성됐다.
[박수호 / 매경이코노미 기자 suhoz@mk.co.kr│사진 = 매경DB]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2호(2011년 0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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