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자의 기술] 박관종, 프렌드투자자문 대표이사, “스트라이크를 골라 쳐야 타율이 높아진다”

    입력 : 2011.09.28 16:18:08

  • 사진설명
    작지만 강한 사람이 있다. 어려보이지만 꽉 차있고 가벼워 보이지만 진중한 사람이 있다. 서론이 길었다. 박관종 프렌드투자자문 대표이사의 첫 인상이 그랬다. 무거운 주제를 알기 쉽게 풀어내는 동안(童顔)의 투자자문사 대표는 강약을 조절하며 답변하는 품이 날카로웠다. 어쩌면 그 곱상한 얼굴 뒤에 날카로운 창을 쥔 장수의 기개가 숨어있지 않을까 내심 궁금했다.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 자리한 빌딩 14층. 여느 투자자문사나 PB센터의 고급스러움과는 동떨어진 사무실 분위기가 생경하다. 대표이사실도 마찬가지. 4대의 모니터가 놓인 책상 앞에 커다란 회의 탁자가 전부다. 사무실 내에 무엇 하나 쓸모없는 거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꼭 필요한 것만 있어야 할 곳에 놓인 이곳이 프렌드투자자문의 브레인이 모이는 곳이다.

    “6시30분에 일어나 해외시장을 돌아보고 변수가 없었는지 체크합니다. 7시40분에 출근해 5개 경제지와 일간지를 검색하고 이곳에서 직원들과 아침 회의를 갖습니다. 9시부터 3시까지는 시장에 몰입하죠. 장이 끝나면 고객을 상대로 장에 대해 설명합니다. 마케팅 관련 업무가 남아 있으면 직원들과 야근하기도 하죠. 피로요? 여기선 다들 그렇게 하루를 시작해 마무리합니다(웃음). 물론 쉴 땐 쉬어야죠. 쉬는 것도 전략 아닙니까.”

    박 대표는 그렇게 20여 년을 살았다. 쉴 틈 없이 달려왔다. 후회할 틈도 없을 만큼 바쁘고 고된 세월이었다. 하지만 그 동안 그의 이름은 스타급 반열에 올랐다. 증권업계에선 “승부사 기질이 다분한 사람”으로 통한다. 그도 그럴 것이 나라종금 등을 거쳐 2004년 외환은행에 입행하고선 펀드매니저와 법인브로커 사이에서 ‘외환고유 지존’으로 통했다. 탁월한 수익률이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그가 운용했던 고유상품은 코스피 대비 연평균 50% 이상 초과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렇게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더니 이번엔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펀드매니저로 나선다. 2008년 우리자산운용 주식운용 1팀장으로 새 명함을 내밀었을 땐 업계 최하위권이었던 성장형 펀드의 수익률을 8개월 동안 상위 2%로 끌어올렸다. 그것만? 2009년 4월 한때 3대 자문사로 이름을 날린 인피니티투자자문의 공동대표로 근무할 땐 1년4개월 만에 수탁자산을 380억원에서 6000억원으로 끌어올려 이변을 연출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프렌드투자자문은 이 모든 성과를 뒤로한 박관종 대표의 또 다른 도전장인 셈이다.

    지난 1월 영업을 시작했으니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장에 복귀한지 7개월 여. 자문형 랩이 고전한 올 1분기 업계에선 “역시 박관종”이라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그만큼 수익이 앞섰다. 8개 자문·운용사 중 가장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쯤 되면 돌아온 승부사의 기개가 여전히 좌중을 압도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연 그가 갈고 닦은 투자의 기술은 무엇일까.

    사진설명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이라던데. 그게 새로운 일은 아니지. 여기선 다들 그렇게 살고 있다. 아니 그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된다(웃음).

    지난 6월20일 주식시장이 저점을 기록한 이래 7월 들어 반짝하고 있다. 이럴 땐 더 바쁘겠다. 당연하다. 올해 펀드를 론칭하면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여러 번 설명회를 개최했다. 그 때 ‘올 시장은 굉장히 다이내믹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지난해엔 기업 이익이 높았기 때문에 꾸준히 우상향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익증가율을 10% 내외로 기대했다. 지난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부담도 있으리라 예상했다. 그렇다고 장이 쉽게 빠지진 않을 것이다. 그만큼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졌다. 꾸준히 올라가는 것보다 모멘텀이나 재료에 의해 올랐다가 떨어져 저점을 기록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다이내믹할 수밖에. 그러다보니 손이 많이 간다. 시장이 움직이니 수익률을 꼼꼼히 챙겨야 하는데 꾸준히 올라가는 시장보다 올해처럼 다이내믹한 시장이 훨씬 바쁘다.

    최근(7월) 주가 상승의 원인은 무엇인가. 결국은 세 가지 측면이다. 내적으론 어닝모멘텀의 공백기였다. 이런 시기에 미국 양적완화 종료에 따른 우려감이 시장을 지배했고 6월 들어 그리스 채무 조정에 시장이 불안했다. 그랬던 시장 상황이 일단 7월 들어 한숨 돌린 형국이다. 그리스가 그렇고 미국도 생각 밖으로 PIM과 ISM제조업지수가 잘 나와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는 조짐이 보인다. 이런 기대감이 반등을 낳았다.

    주가 상승 지속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면. 상승추세가 지속되려면 결국 기업실적이 시장의 기대치를 넘어서야 한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수출주도형 기업이기 때문에 결국은 수출을 이끌어야 지수도 꾸준히 상승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뒷받침하려면 미국의 경기가 살아나야 하고 중국이 효과적인 긴축정책을 끝내고 다시 부양으로 방향을 선회해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하반기 시장이 어느 정도 괜찮지 않을까.

    국내 증시는 주도주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주도주의 확산이 가능할까.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게 주도주의 역할이다. 한두 달 반짝했다 빠진다면 주도주라 볼 수 없겠지. 적어도 1분기 또는 1년 정도 꾸준히 올라갈 수 있는 체력을 갖춰야 한다. 상반기 중에는 다들 알다시피 자동차와 화학주가 그 역할을 했다.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랐기 때문에 시장에서도 부담스러운 부분이 없지 않다. 그런 이유로 주도주 확산보단 조정이 될 때 그 자리를 메워줄 수 있는 종목들이 나오지 않을까. 변동 폭이 심한 형태의 시장이 될 것 같다.

    종목들도 다이내믹해진다? 아무리 주도주라 해도 쉬지 않고 꾸준히 올라갈 순 없다. 환율변수나 수급변수가 일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 주도주 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발굴주라면. 구체적으로 종목을 얘기하는 건 어렵고(웃음). 일단 차·화·정이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고, 수출주든 내수주든 제 가격을 못 받고 있는 기업 중 성장 스토리를 가질 수 있는 기업을 꾸준히 찾고 있다.

    하반기에도 투자 범주에 차·화·정이 중심인가. 벗어날 수도 있겠지. 전혀 다른 영역의 기업들이 주도주로 랠리를 이어가고 있는데 주도주 역할을 했던 이유가 글로벌 경쟁력 강화로 요약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다른 업종에서도 이러한 유형이 기업이 나올 수 있다.

    예를 들어 5000만 명을 상대하는 내수시장이 잘 돼 그 경험을 토대로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이 있고 내수 시장에서도 경쟁을 이겨내 점점 장악력을 높이는 기업이 있다. 그런 기업들이 하나의 개별적인 주도주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바이오와 태양광 등의 분야가 주목받고 있는데. 아직은 시가 총액이 작기 때문에 몇몇 업체를 제외하곤 가시적인 실적이 없다. 때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포트폴리오에 담아놓고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은 나쁘지 않다.

    어떤가. 이름을 걸고 자문사를 열었는데 좋았던 시절에 대한 후회는 없나. 1991년 금융기관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0년이다. 주식 운용도 스타일이 다 다르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 펀드에 도전하고 싶었다.

    외환은행에 다닐 때 은행장 표창장도 받았는데 우리CS로 자리를 옮겼거든. 쉽진 않았지만 그 때도 새로운 도전이 첫 번째 이유였다. 웬만하면 뒤돌아보지 않는다. 결국 잘되고 못되는 건 얼마나 노력하느냐에 달린 것 아닌가. 최선을 다했다면 좋지 않은 결과에도 승복할 자신 있다. 단 항상 즐거워야지. 만족하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한다(웃음).

    프렌드란 자문사 이름이 평범해서 오히려 특이하다. 주니어 매니저 시절부터 펀드매니저가 되면 꼭 내 회사를 만들고 싶었거든. 그 때 생각한 이름이 프렌드였다. 고객과 직원, 주주가 친구처럼 동반자로 나갈 수 있는 회사. 시장에서 가장 친화적인 회사가 되고 싶다.

    처음 자문사를 시작하면서 생각한 목표 수익률이 있을 텐데, 현재와 비교한다면. 사모펀드 기준으로 연간 30% 이상이 목표였다. 욕심인지 아닌지 잘 모르겠지만 다행히 1월 초에 들어온 자금들은 어느 정도 수익률을 맞춰가고 있다.

    성장률을 지켜나가는 투자 포인트는 무엇인가. 적어도 시장을 예상할 때 1분기, 넓게 봤을 때 1년까지 예측하는데 현재 시장의 성격과 흐름을 체크하는 작업이 가장 중요하다.

    시장이 원하는 바를 읽어내야 한다. 그래야 그 다음 전략을 짤 수 있다.

    펀드매니저를 12년 넘게 하고 있지만 시장 차트에서 되풀이 되는 그래프의 콘셉트가 다 다르다. 물론 버핏이나 소로스 같은 유명 투자자라면 상황이 다르겠지. 그들은 오랜 기간 롱텀의 관점에서 주식을 매매하겠지만 일반 고객들은 얼마나 효율적으로 수익을 내고 관리하느냐가 명제다. 시장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체크해야 할 해외 변수라면. 미국과 유럽, 아시아로 요약할 수 있다. 거대한 경제 주체가 된 중국이 어떤 스토리로 성장을 이끌 수 있느냐가 가장 큰 관건이다. 그 틈바구니에서 한국 대표기업의 경쟁력 또한 챙겨야 할 부분이다.

    프렌드투자자문의 운용 철학이 궁금하다. 국내 펀드시장의 역사가 그렇게 길진 않다. 펀드가 대중화되기 시작한 게 고작 10년이다. 2차 대중화가 랩 열풍인데 미국이나 유럽처럼 꾸준한 성장이 요구된다.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건 펀드 매니저들이다. 고객과 운용자가 5년, 10년, 20년 동안 신뢰를 갖고 투자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고객한테 신뢰받을 수 있는 수익을 꾸준히 내자’가 프렌드의 운용 철학이다.

    현재 운용하고 있는 자금은. 4000억원 정도 운용하고 있다.

    직원 선발에 있어서도 기준이 남다를 것 같다. 제일 중요한 건 팀워크다. 한 회사에서 같이 일 한다는 건 같이 생활한다는 말과 마찬가지 아닌가. 정답이 없는 게임을 하고 있는데 열심히 일하는 건 당연하다. 그 과정에서 팀워크가 형성이 되지 않으면 장기적인 목표를 함께할 수 없다. 팀워크를 깨뜨리는 인재는 적어도 이곳에선 인재가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의 롤모델인데 조언한다면. 주식을 사려면 우선 그 회사가 뭘 하고 있고 어느 정도 이익을 내고 있는지 또 향후 성장 스토리는 어떠한지 공부해야 한다. 결국 본인 스스로 공부하고 선택해야 하는 문제다. 이런 주식투자는 후회가 없다. 실패하더라도 반성할 수 있다. 그래야 발전하는 거 아닌가.

    정보에 의존한 투자는 실패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 그건 끝없이 추락할 수 있다. 야구장에 가면 타율은 좋은데 찬스에 약한 타자가 있고 타율은 낮은데 찬스에 강한 타자가 있다. 타율이 높다는 건 (수익을)먹는 횟수가 많다는 것이고 타점이 많다는 건 한번 (수익을)먹을 때 제대로 먹는 것이겠지. 그런데 가장 중요한 건 결국 스트라이크를 쳐야 안타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욕심보다 스트라이크를 고를 수 있는 눈과 정확한 타이밍이 중요하다.

    스트라이크를 골라내려면 어떤 점을 염두에 둬야 하나. 스트라이크가 기존 시장에 잘 알려지지 않은 종목일 수도 있고 또 기존의 알려진 종목들 중 얼마만큼 매수하기 좋은 가격대가 됐느냐 등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 두 가지 측면을 잘 보면…(웃음).

    하반기의 스트라이크라면. 예전과 확연히 달라지는 기업들이 생기고 있다. 예전 성장 동력의 틀을 벗어나려는 기업들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황당한 신수종 사업이 아니라 기업의 가치를 높여 줄 수 있는 변모가 기대되는 기업, 그들이 하반기 스트라이크다. 열심히 찾고 있다(웃음).

    [안재형 기자 ssalo@mk.co.kr│사진 = 정기택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1호(2011년 0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일경제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