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anual] 통찰력과 진정성이 결여된 리더십은 탐욕이다

    입력 : 2011.03.23 09: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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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리더십은 다른 사람을 이끄는 것이 먼저가 아니다. 그것의 일차 작용점은 나다. 대체로 내가 나에게 확실한 일은 굳이 상대를 설득시키려 하지 않아도 상대는 쉽게 나를 믿고 따른다. 그러나 스스로 확신이 없는 일은 갖가지 수사법을 동원해 설득시키려 해도 쉽게 따르게 하기 어렵다. 머리를 숙이고 따르는 척 하더라도 나는 그들의 마음속에 뭉실거리는 의심을 보게 된다. 그러므로 리더십의 작용점은 먼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본질적으로 셀프 리더십이 바로 리더십의 토대며 출발점이다. 그러나 하나의 해답으로 만족할 수 없는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자도 스스로 확신을 갖기는 어렵다. 이때 우리는 객관적인 진실 여부를 떠나 열정의 힘을 빌려야 한다. 영어의 열정 ‘enthusiasm’이라는 단어의 그리스어 어원은 ‘entheos’라고 한다. 이 말은 ‘신의 힘’이라는 뜻이다. 신이 불어 넣어준 힘이니 곧 믿음의 힘이다. 믿을 수 있는 것을 믿는 것은 믿음이 아니라 이성적 행위다. 믿음이란 믿을 수 없는 것을 믿는 것이니 결코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행위가 아니다. 그럼에도 열정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를 확신시킬 수 있기에 자신의 운명을 따를 수 있다.

    영화 "트로이"
    영화 "트로이"
    아마추어 고고학자였던 상인 슐리만은 트로이를 발굴했다. 트로이는 실재했다. 마지막 왕 프리아모스의 보물도 실재했다. 그가 번창하는 사업을 접고, 인생의 중반에서 발굴이라는 허망한 작업에 뛰어 든 것은 어린 시절부터 읽어온 호머의 책 한 권 때문이었다. 그것은 그에게 신의 음성을 담은 경전이었다. 나는 그를 스스로의 운명을 이끈 셀프 리더십의 가장 전형적인 원형 ‘prototype’의 현시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열정이란 아무 객관성도 없는 것일까? 눈먼 열정이 우리를 파괴시키지는 않을까? 그런 사람을 믿고 따른다면 눈이 없는 사람의 맹신을 믿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다. 위험한 일이다. 다른 사람을 이끈다는 것, 다른 사람을 따른다는 것은 리스크를 지는 것이다. 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그 열정의 순도와 내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첫째, 열정의 내용을 결정하는 것은 통찰력이다. 통찰력은 때때로 잘 설명할 수 없는 것을 느껴 알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직감적이거나 직관적으로 그저 감지되는 경우가 많다. 통찰력이 그저 생기는 경우는 별로 없다. 수많은 경험들이 이리저리 연결되어 엄청난 정보로 축적된 상태에서 어느 순간 무엇을 보는 그 짧은 찰나에 관련된 것들이 펼쳐지면서 그 내용의 일단을 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통찰력이 없는 열정은 땔 것이 넉넉지 않은 불길 같아서 쉽게 잦아들게 마련이다. 열정은 곧 믿음이기에 알 수 없는 심연으로부터 오는 굳건한 우주적 떨림을 잃고 의심하는 순간, 허망한 유령으로 사라진다.

    둘째, 열정의 순도를 결정하는 것은 진정성이다. 진정성은 말과 행위의 일치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말하는 좋은 말이 곧 진심이고 행위로 이어질 때, 우리는 그 사람의 진정성을 믿을 수 있게 된다. 이때 부드러운 바람에도 성난 불길이 되듯 그 사람의 열정에 빨려들게 된다. 순도가 결핍된 열정이 바로 탐욕이다.

    통찰력과 진정성을 가진 열정은 믿어도 좋다. 그것이 우리를 이끄는 리더가 되게 할 때 비로소 다른 사람을 따르게 할 수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 이런 종류의 열정이 일어나면 그것이 무엇이든 의심하지 말고 믿고 따라야 한다. 어쩌면 그것은 고대인들이 운명의 갈림길에서 불확실한 미래를 신들의 신탁을 통해 가늠했던 것과 흡사할지 모른다. 그때는 신의 신관이 있어 그들만이 신의 계시를 읽고 모호한 신탁으로 통역해 알려주었지만 지금은 스스로 자신의 마음속에서 들리는 신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우리는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자신의 신을 섬기고 있기 때문이다. ‘신의 힘’을 빌려라. 그러면 열정으로 자신을 채울 수 있다. 그때 우리는 스스로를 이끄는 리더가 된다.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 bhgoo@bhgoo.com]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1호(2010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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