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중식 리얼디자인테크 대표 | 즈위프트보다 더 실감난다고?

    입력 : 2021.10.08 16:34:55

  • “타보시면 즈위프트보다 더 현실감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이중식 리얼디자인테크 대표는 자사 제품인 얼티레이서의 경쟁력을 이렇게 자신했다. 얼티레이서는 실내에서도 바깥에서처럼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장치다. 홈 사이클용 제품인데, 코로나19 발발 이후 급속히 확장되는 관련 시장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제품이다. 2020 세계가전전시대회(CES)에서 혁신상을 받았을 정도로 기술력을 자랑한다. 실내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방법은 고정식 실내자전거를 이용하거나, 일반 자전거를 롤러, 트레드밀 등을 이용해 타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식은 각각의 단점이 있다. 실내자전거를 이용하면 운동량이 실제 자전거를 탈 때보다 못할 수 있고, 롤러 등을 이용하면 안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고정식 롤러 등이 있지만 설치의 복잡함 때문에 대중적인 요소가 약하다. 얼티레이서는 이 모든 문제를 한번에 해결한다. 자전거를 플랫폼에 고정시키면 끝이다. 버티컬 서포트란 장치에 들어간 자전거는 좌우로 흔들릴 뿐 절대 넘어지지 않는다. 기자가 실제 타보니 운동량도 실내자전거를 탈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러칭, 요잉, 서징, 바운싱, 롤링, 피칭 등 바깥에서 자전거를 타는 모든 형태의 기술이 다 구현된다.

    이중식 리얼디자인테크 대표
    이중식 리얼디자인테크 대표
    이 때문에 다소 고가의 제품이지만 자전거 마니아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며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 자전거 사랑이 남다른 남궁훈 대표가 이끄는 카카오게임즈가 제품을 구매해 사내에 설치했다고 한다. 남 대표는 지난해 한 방송에 나와서 출연진들과 실내자전거로 경주를 벌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얼티레이서의 또 다른 장점은 확장성이다. 실내자전거를 현실감 있게 타는 것 외에 이동 플랫폼으로서 새로운 산업과의 융합이 자유롭다.

    이 대표는 “메타버스 속 아바타를 보다 매끄럽게 이동시킨다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게임을 하는 등 얼티레이서의 쓰임새는 생각보다 넓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는 얼티레이서가 좌우 이동의 위치 정보를 구현해 내기 때문”이라면서 “즈위프트보다 더 현실 같은 주행 느낌을 제공하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얼티레이서는 자체 개발한 내장형 센서, 다채널 블루투스 송신기술 등을 이용해 가상현실에서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즈위프트 같은 플랫폼은 콘텐츠 속 자전거 아바타가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맵이 움직이는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관련 업계에서는 다양한 협업 제안이 쏟아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이 대표가 주목하는 시장은 따로 있다. 세계적인 인구 노령화 현상 속에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시니어 홈트레이닝 시장은 124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대표는 “노년층이 홈트레이닝에서 가장 건강에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 실내자전거”라면서 “자전거를 꾸준히 타면 경도 인지장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시니어 시장을 겨냥한 최종 목표는 얼티레이서를 디지털 치료제로 만드는 것”이라면서 “자전거를 타면 근육과 뇌를 자극해 균형감각 및 인지능력이 향상되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실제 결과물로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회사는 고려대학교 의료원과 경도 치매 환자 치료용 디지털 트리트먼트 프로그램 개발 실험을 하고 있다. 시니어들에게 최적화된 제품도 현재 개발 중이다. 회사는 올 연말께 저가형 제품 등 제품 라인업을 다양화해 적극적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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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S에서 제품이 알려진 계기가 재미있다고 들었습니다.

    ▷영국 BBC 기자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CES 당시 저희 부스의 위치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영국 기자가 저희 제품을 타보고 흥미가 있었던지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이게 파급력이 있었는지 CES 기간 내내 얼티레이서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중에서는 다리가 불편한 노인 분도 계셨는데, 방송을 보고 왔다면서 꼭 타보고 싶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제품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대학원에서 논문을 준비할 때 살이 많이 쪘습니다. 갑작스런 체중 증가로 건강이 나빠져 병원을 가니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으니 당장 살부터 빼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운동을 할까 고민하다가 자전거를 선택해 탔는데 재밌고 저에게 잘 맞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자전거를 타다가 트럭에 치이는 큰 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 다행히 팔꿈치 쪽만 다치는 비교적 가벼운(?) 상처를 입었지만 그 후로 바깥에서 자전거를 타려고만 하면 트라우마 때문에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자전거를 실내에서 현실감 있게 탈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다가 나온 것이 얼티레이서입니다. 사실 제가 이렇게 스타트업을 할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내가 타고픈 자전거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는데, 하다 보니 더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계속 초기 모델을 발전시켜 나갔고 그게 회사로까지 성장했습니다. 회사 설립의 결정적 계기는 공원근 공동 대표님이 합류하면서부터입니다. 삼성전자 수석연구원 출신인 공 대표님이 없었다면 얼티레이서는 탄생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하드웨어를 만들었다면 공 대표님은 소프트웨어를 만드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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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업모델이 기존 홈피트니스 업체와 유사한 점이 있는데요.

    ▷즈위프트나 펠로톤 등이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겠는데, 저는 성격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즈위프트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업체이고 저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만드는 업체입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다룬다는 점에서 미국 홈트레이닝계의 넷플릭스라고 불리는 펠로톤과 같지 않느냐고 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저희의 하드웨어는 독창적으로 만든 것이고, 펠로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 얼티레이서는 물론 즈위프트에서도 작동합니다. 그래서 기술력적인 면에서는 저희 제품이 훨씬 앞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기술력은 가상현실 속에서 좌우로 이동이 자유롭다는 점입니다. 이는 얼티레이서상에서 자전거를 탈 때 발생하는 운동에너지를 위치 정보로 전환시켜서 가상현실 속에서 자신을 대신해 달리는 아바타에게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즈위프트는 맵이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달리는 아바타끼리 피하지 못 합니다. 중첩이 될 뿐이죠. 하지만 저희는 아바타가 맵 위를 달리기때문에 다른 아바타를 만나면 자전거 핸들을 틀어 피해갈 수 있습니다. 이런 차이점 때문에 얼티레이서가 더 현실감 있는 실내자전거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죠. 그냥 얼티레이서에 집에 있는 자전거를 부착하면 끝입니다. 절대 넘어지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고 재미있게 실내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제품이 알려진 이후 한 외신에서 ‘펠로톤이 긴장을 해야 된다’는 보도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해외 시장에 더 관심을 갖는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있으신가요.

    ▷시장 규모가 국내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특히 미국 시장이 큰데, 규모가 반도체 시장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IBS World가 지난 4월에 펴낸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미국 자전거 제조 시장 규모는 약 100억달러, 11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국내보다 해외 판매에 더 집중을 하려고 합니다. 이미 미국 쇼핑몰에 론칭한 상태이고, 내년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려 합니다. 현지에 생산기지도 마련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2024년 600억 매출 목표는 좀 어렵지 않을까요.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합니다. 홈 실내 사이클링 시장의 성장세가 가속화되고 있고, 특히 시니어 시장을 선점하면 매출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해외 시장을 겨냥한다고 했는데, 2020 CES에 나갔을 때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곳들이 미국, 영국 등의 서구 국가들이었습니다. CES에서 저희 제품을 본 미국 전자제품 소매업체인 베스트바이에서 대량 구매를 제안할 정도 였습니다. 당시 성사만 됐다면 100억원이 넘는 매출을 한번에 이뤄낼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논의 자체가 흐지부지됐는데,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 5월 제품이 출시됐는데 벌써부터 미국 쪽에서 문의가 꽤 옵니다. 현재 월 300대의 양산 체제를 갖췄고, 6개의 제품 개발도 완료한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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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히 시장이 크다고 진출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맞습니다. 제가 겨냥하는 시장은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입니다. 단순히 건강관리용 헬스케어 시장이 아니라 디지털 치료제의 가능성을 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치료약이 없는 질병 중 하나가 치매 분야인데, 자전거가 치매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려면 넘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하고 또 바퀴를 계속 굴려야 하기 때문에 근육 형성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이를 반복하면 경도 인지장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문제는 치매 환자들이 밖에서 자전거를 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죠. 여기에 얼티레이서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얼티레이서는 절대 넘어지지 않는 자전거 환경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밖에서 타는 것과 유사한 운동 강도를 제공합니다. 항상 주위의 관심이 필요한 치매환자들에게 보다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죠. 현재 미국에서는 치매 관련 비용만 6000억달러에 달합니다. 그리고 매년 2조원을 들여 치매 발병을 늦추는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저는 여기에 얼티레이서의 기회가 있다고 봅니다. 현재 회사는 고려대학교 의료원과 재활 및 경도 치매 환자 치료용 디지털 트리트먼트 프로그램 개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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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 취재를 하다 보니 자전거로 게임을 하던데요.

    ▷맞습니다. 얼티레이서를 게임기의 조이스틱처럼 쓸 수도 있습니다. 자전거를 탈 때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도 넣을 수 있는 것이죠. 게임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상에서 이동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다 적용 가능합니다. 메타버스 속 환경도 물론이고요, 다만 시니어 헬스케어 시장의 도전은 저희만 할 수 있는 것이라 여기에 먼저 집중을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기술력이면 투자 받기가 좀 낫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웃음). 하드웨어 중심의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가 특히 더 녹록지 않습니다. 올해 5월 제품 출시 전까지 보릿고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도움을 주셔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운동량은 어떤가요.

    ▷스피닝 전문가 강사가 타도 10분이면 정말 힘들다고 합니다. 언덕을 올라가면 정말 언덕을 오르는 것처럼 힘듭니다. 백 번 설명보다 한 번 타보면 ‘정말 다르다’라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제품이 상당히 고가인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요.

    ▷현재 나온 제품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실내에서 자전거를 타는 데 필수품인 롤러만 400만원이 훌쩍 넘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 감안하고 제품의 성능을 보면 가격이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품의 대중화도 중요하기 때문에 연말쯤 저가형 모델도 출시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구독 형태로 제품을 보급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의 부담이 덜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수인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3호 (2021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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