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욱 펀더풀 대표 | ‘손대는 영화마다 대박’ K콘텐츠 전문가가 야심차게 내놓은 투자 플랫폼 ‘펀더풀’

    입력 : 2021.08.31 15: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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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 수익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BTS’와 ‘기생충’ 두 단어만으로도 대한민국은 명실공히 세계적인 콘텐츠 강국으로 도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와 음반은 물론이고 웹툰,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K콘텐츠 투자 시장의 투명성은 낮은 편이다. 18년 이상 콘텐츠 투자 전문가로 경력을 쌓은 윤성욱 펀더풀 대표가 영화 <기생충>의 수익 규모를 반문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기생충>으로 올린 수익은 저도 모릅니다.(웃음) 그만큼 아직까지는 정보의 투명성이 약하고 대중적으로 투자상품이란 인식도 낮다고 할 수 있죠. 자금 조달 창구가 한정되어 있고 안정적이지 못한 편입니다. K콘텐츠에 대한 관심도가 세계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그에 맞는 플랫폼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성욱 펀더풀 대표
    윤성욱 펀더풀 대표
    펀더풀은 2019년에 설립돼 올해 2021년 2월 금융위원회로부터의 정식 인가를 얻어 3월에 정식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국내 최초의 K콘텐츠 전문 투자 플랫폼’이다. 펀더풀의 고객사는 콘텐츠 제작팀과 투자자다. 제작사에게는 새로운 자금 조달의 창구로, 일반인·전문투자기관에게는 드라마, 영화, 뮤지컬, 애니메이션, 웹툰 등 상업 대작 K콘텐츠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서비스를 제공한다.

    쇼이스트, IBK 기업은행, 와디즈 등에서 오랜 기간 대박작품을 발굴해 투자에 성공한 윤성욱 대표가 근 2년간 준비해 내놓은 야심작이라 할 수 있다. 윤 대표를 거쳐 간 작품들으로는 <명량> <베테랑> <군도> <올드보이> 등 쟁쟁한 작품들이 많다. “직접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연출진과 출연진, 그리고 투자회사들과 대내외 시장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투자상품을 구조화하는 일을 해왔습니다. 제가 특별히 작품을 보는 눈이 뛰어나다기보다는 흥행을 가르는 요인들을 경험적으로 많이 체득한 것 같습니다.”

    윤 대표가 밝힌 비결은 보통의 예상을 빗나갔다. 시나리오, 감독의 연출력, 화려한 주연배우 라인업도 아니었다.

    “물론 다른 요소들도 생각해야겠지만 저는 어떤 ‘돈’이 들어와 있는지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명망 있고 그동안 많은 투자에서 성공을 거둬 인사이트가 있는 자금이 들어왔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다만 어느 정도 들어왔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이름난 배급사가 투자에 참여했다고 하더라도 투자금이 적을 경우 배급을 맡아 이미 비즈니스를 끝낸 경우도 있을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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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의 비대칭성 개선하고 제작사에게는 홍보효과 안겨 좋은 투자처에는 스마트 머니가 들어오기 마련이다. 콘텐츠 시장에도 이러한 투자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이 윤 대표의 지론이다. 경험과 인사이트를 갖춘 투자사들의 참여 여부를 파악하고 이에 더해 자금의 성격까지 디테일하게 파악해야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일반투자자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정보도 얻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대박과 쪽박이 난무하는 콘텐츠 시장의 특성상 정보의 비대칭성은 투자위험을 더욱 높이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콘텐츠 투자는 위험성이 있지만 펀더풀은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전문투자기관이 1차 투자 완료한 검증된 대작 K콘텐츠를 선별해 일반투자자에게 선보입니다. 이에 더해 일반투자자가 쉽게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투자 수익 연동 지표(시청률, 관객 수 등) 등 투자에 참고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함께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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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펀더풀의 또 다른 특징으로 제작사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가 아닌 각각의 콘텐츠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작품을 프로젝트성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정해진 기간 내 작품 성과에 따른 수익 정산을 할 수 있다.

    “일반투자자에게는 투자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해 대작 콘텐츠에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돕고, 제작사에게 독립적인 자금 조달 환경과 팬이자 투자자의 서포트를 제공하고 홍보효과를 가져오는 것이 펀더풀의 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콘텐츠에 따라 유통 채널과 수익구조는 다르다. 영화는 관객 수, 드라마는 시청률, 공연은 점유율 등의 수익성의 보조지표로 활용한다. 이와 같은 지표는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인도 직관적으로 투자 프로젝트를 판단할 수 있는 쉬운 지표라는 공통점이 있다. 영화로 예를 들면 관객 수가 300만을 달성했을 때 예상수익률을 알 수 있는 방식이다.

    “최근 프로젝트로는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 두 번째 이야기의 경우 닐슨코리아 최고 시청률에 연동한 투자 수익을 제공하는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2021년 5월 초 모집 시작 후 5억원을 모집해 마지막 화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6.6%를 달성하며 최고 수익률은 8%를 달성했습니다. 연 수익으로 환산하면 20%를 훌쩍 넘는 성과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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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외에 스페인 사진작가 요시고의 국내 최초 단독 전시회인 <요시고 사진전>도 성공적이었다. 관광지의 풍경과 건축물을 피사체로 한 350여 점의 사진을 소재로 한 이번 전시는 오픈 하루 만에 목표금 5억원 중 3억원을 달성하는 등 5억원 이상의 투자금 모집 후 완료했다. “요시고 사진전의 경우 관람객 수와 굿즈 판매 수익을 함께 분배하는 방식으로 감사하게도 전시 기간이 한참 남은 상황에서도 목표를 달성해 조기상환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연수익으로 환산하면 20%가 넘는 수익 분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일반투자자는 자신의 투자금과 수익금을 돌려받고 수익금의 15.4%는 세금으로 낸다. 첫 단추를 잘 꿰었지만 늘 성공적인 투자만 있을 수는 없는 법. 펀더풀의 투자상품은 원금보장은 물론 쪽박의 위험성도 있는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콘텐츠 시장이 경쟁작이나 변수가 많고 해외 시장에서도 소비되는 만큼 리스크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투자자들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성공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를 발굴해 선보이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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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스크를 측정하기 어려운 투자상품인 만큼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하는 것이 펀더풀의 역할이라고 강조한 윤 대표에게 마지막으로 중장기적인 목표를 물었다.

    “증권형코인(STO)을 통한 K콘텐츠 상시 투자 시장을 만드는 것은 장기적인 비전입니다. 지금은 프로젝트성으로 진행되는 금융상품이 투자계약증권을 투자자들끼리 매매하면서 만기 동안 지속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도록 바꾸는 것이죠. 이러한 시장이 형성되면 제작사는 보다 긴 시간 동안 큰 자금을 유용하게 조달하고 투자자는 프로젝트성이 아닌 긴 기간 동안 해외 판권 수익 등 안정적인 장기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투자의 장이 열릴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He is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3년 쇼이스트(영화 <올드보이> <친구> 제작사)에 입사했다. 이후 한화, IBK기업은행, 와디즈(투자 이사) 등에서 근무하며 수많은 콘텐츠 투자를 이끌어왔다(영화 <명량> <베테랑> <올드보이> <82년생 김지영>, 뮤지컬 <캣츠> 등). 총 18년 이상 금융권에서 콘텐츠 투자를 담당하며 느낀 자본과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2019년 국내 최초 K콘텐츠 플랫폼 ‘펀더풀’을 창업했다. [박지훈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32호 (2021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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