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계부채 터질라’ DSR 규제 7월부터 단계적으로 강화… ‘영끌’ 대출 통한 ‘빚투’에 제동, 마이너스 통장 사용 어려워져

    입력 : 2021.05.28 14:42:50

  • 앞으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매하거나 ‘빚투(빚내서 투자)’를 하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문턱을 높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었던 토지와 오피스텔 등 비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새로 생겼다. 대신 까다로워진 대출 조건에 피해를 볼 수 있는 청년과 주부 등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방안도 마련됐다. 단순히 소득이 아닌 국민연금과 저축액 등 다양한 요소를 보고 미래 소득을 추정해 대출액을 산정하는 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이같은 내용이 담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내 집 마련을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거나 ‘빚투’ 목적으로 신용대출을 받으려는 예비 대출자는 꼼꼼히 따져야 할 부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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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부터 시가 6억원 넘는 집도 DSR 적용 우선 정부는 오는 7월부터 투기·투기과열·조정대상지역 시가 6억원 넘는 집을 살 때 대출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적용한다. 지난 2월 기준 서울 주택의 10채 중 8채가 DSR 적용 대상이다. 경기도 아파트 중엔 33.4%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DSR 40%를 적용하면 연봉 8000만원인 대출자는 전체 대출금과 이자액이 3200만원 이내여야 한다.

    DSR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대출자의 모든 대출과 이자를 연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그동안 DSR는 금융사별로 관리했다. 예를 들어 은행은 전체 DSR를 40%로 관리했다. A씨에게 DSR 60%를 적용했더라도 B씨에게 DSR 20%를 적용하면 전체 평균인 DSR 40%를 맞출 수 있다는 의미다. 대출자별로 적용하는 경우는 2가지였다. 투기·과열지구에서 9억원 넘는 주택을 구매할 때와 소득 8000만원 넘는 대출자가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다. 하지만 정부는 가계부채를 촘촘히 관리하기 위해 DSR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7월부터는 전 규제 지역에서 6억원 넘는 주택을 사면 DSR가 적용된다. 연 소득과 상관없이 1억원 넘는 신용대출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년 7월부터는 더욱 규제가 엄격해진다. 1단계 적용 대상과 함께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대출자에 DSR가 적용된다. 전체 대출자 중 12.3%(243만 명)가 여기에 해당한다. 오는 2023년 7월부터는 총 대출액이 1억원만 넘으면 무조건 DSR가 적용된다. 1억원 이상 가계대출 대출자는 전체의 28.8%(568만 명)지만, 금액 기준으로 전체 가계대출의 76.5%에 달한다.

    DSR가 확대 적용되면 대출 가능액이 크게 줄어든다. 예를 들어 연 소득 6000만원인 A씨가 시가 6억1000만원짜리 아파트를 구매한다고 가정해보자. 기존에 A씨는 주택담보대출 약 2억4000만원, 신용대출 1억원을 더해 총 3억4000만원 상당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7월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A씨가 빌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은 약 2500만원이다. 이를 A씨의 연 소득으로 나눌 때 DSR는 42.6%다. DSR 40% 규제를 맞추려면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1억원 가까이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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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주택담보대출 받기도 어려워져 정부는 DSR 산정 때 실제 만기를 반영하도록 체계를 정비한다. 지금은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DSR 산정 때 실제 만기를, 신용대출의 경우 일괄적으로 10년을 적용한다. 예를 들어 5년 만기로 1년마다 갱신되는 마이너스 통장 역시 DSR 산정 시 일괄적으로 만기 10년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이같은 주담대 중심 규제가 신용대출 ‘풍선효과’를 불러왔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실제 지난해 전세대출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4.8%인 반면 신용대출은 18.3% 증가했다.

    정부는 우선 오는 7월부터 10년으로 일괄 적용되는 신용대출 DSR 산정 만기를 10년에서 7년으로 바꾼다. 오는 2022년 7월부터는 산정 만기가 5년으로 더 줄어든다. 또 특정 신용대출의 경우 실제 만기를 DSR 산정만기로 적용한다. 3~10년 신용대출(거치기간 없음)과 분할상환 방식 신용대출 등이 그 대상이다.

    다만 일부 대출은 DSR 적용에서 제외된다. ▲소득 외 상환재원이 인정되는 대출(전세자금대출·예적금담보대출·보험계약대출) ▲정책대출(서민금융상품·정부 협약대출 등) ▲소액대출(300만원 미만) 등이 그 예다.

    정부가 강력한 가계대출 대책을 내놓은 이유는 가계대출이 우리나라 경제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해서다.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대응으로 돈을 풀면서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신용 증가율은 2016년 11.6%에서 2019년 4.1%로 감소했다. 하지만 지난해 7.9%로 증가율이 다시 튀어올랐다. 금융위 관계자는 “과도한 가계부채 누적이 우리 경제에 잠재 리스크 요인이 되지 않도록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선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그대로 이어진다. LTV는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인정되는 자산가치 비율이다. 만약 LTV가 70%이면, 3억원짜리이면 2억1000만원을 빌릴 수 있다는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캪TV가 금융사 건전성 관리 차원 규제라면 DSR는 대출자 상환 능력을 심사하는 소비자 보호 차원 규제”라며 “금융사 건전성과 소비자 보호는 금융안정의 양대 축으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청년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청년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토지와 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을 받기도 어려워졌다. 정부는 5월 17일부터 은행 등 전 금융권에서 토지와 오피스텔, 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주택담보대출비율(LTV) 70% 규제를 적용한다. LTV란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 가능한 한도를 의미한다. LTV 70%가 적용되면 1억원짜리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최대 7000만원까지 한도가 나온다.

    지금까진 비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사실상 없었다. 상호금융권만 가이드라인 형태로 비주담대 LTV 규제를 받아왔다. 은행 등 다른 금융권은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각사 내규로만 LTV 규제를 하는 정도였다. 이 때문에 주택담보대출보다 느슨한 규제를 노리고 토지 투기가 이뤄진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년 대비 비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18년 3.4%, 2019년 1.6%, 2020년 2.0% 수준이다.

    특히 7월부터 토지거래허가지역에서 신규 비주담대를 받으면 LTV 40%만 적용받는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대치동·삼성동·청담동·잠실동이, 이달에는 압구정동·성수동·목동·여의도동이 추가로 지정됐다. 기존 농업인은 농지원부·농업경영체 확인서 등을 제출하면 LTV 40% 제한을 받지 않는다.

    정부는 대신 자금이 필요한 농·어민과 임업인 등의 대출문이 좁아지지 않도록 보완조치도 마련한다. 사실상 개인사업자 대출(기업대출)이지만 편의상 가계대출로 취급된 대출이 대표적이다. ▲농지·임야·양식장 등을 담보로 하는 사업자금 목적 대출 ▲영세 음식점과 도소매업 등 사업을 위한 상가담보대출 ▲오피스텔·지식산업센터 등 임대업 목적 담보대출 등이 그 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같은 대출은 가계대출이 아닌 사업자 대출로 유도할 계획”이라며 “선의의 자영업자가 대출을 받을 때 어려움이 생기지 않도록 충분한 보완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만들어 비주담대 등 상호금융 건전성 현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공동대출 제도도 개선된다. 공동대출이란 2개 이상 조합이 같은 사람에게 내주는 담보대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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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등 금융소외계층 대출은 풀어 정부는 가계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다양한 소득 인정 방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소득을 파악하기 어려운 청년이나 주부, 자영업자 등이 DSR 확대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현재 소득이 낮은 대출자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 시 ‘장래 소득 인정 기준’을 마련해 오는 7월부터 반영한다. 나이가 어리고 대출 만기가 길수록 대출 한도도 늘어나는 구조다. 만기 안에 소득이 20%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출자가 여기에 해당된다. 월 급여가 250만원인 만 24세 무주택자가 연이자 2.5%로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소득(연 3000만원)으로는 최대 2억5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예상 소득 증가율 75.4%를 적용해 산출된 예상 소득(4131만원)을 적용하면 최대 3억485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학생과 주부, 일용근로자 등 소득을 산정할 땐 임대·금융소득·매출액·카드 사용액·저축액 등 다양한 자료가 활용된다. 농·축·임·어업인 소득을 인정하는 방법도 확대된다. 농촌진흥청이 제공하는 최근 3년간 평균 총수입에서 경영비 제외분을 인정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노령연금과 국민연금, 건강보험료, 적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득을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예를 들어 적금을 매달 50만원씩 넣는 학생은 1년 납부 금액(600만원)을 민간저축률(27.8%)로 나눈 값에 90%를 곱해 연 소득을 1900만원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경우 DSR 40%를 적용하면 다른 대출이 없을 때 신용대출 최대 한도는 약 5800만원(만기 10년·연이자 3% 기준)이다. 퇴직자는 매달 받는 노령연금 50만원을 연 소득 600만원으로 추정해서 약 1800만원을 빌릴 수 있다. 신용카드를 연 1500만원 사용하는 주부의 연 소득을 약 3000만원으로 추정할 수도 있다. 이때 DSR를 적용하면 신용대출 최대 가능한도는 920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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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하반기 40년짜리 모기지 나와 올 하반기엔 40년짜리 초장기 모기지도 출시된다. 만 39세 이하 청년과 결혼한 지 7년 내 신혼부부가 대상이다. 버팀목 대출 등 정책금융상품은 만 34세 기준이지만, 주택 구매에 큰돈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해 만 39세로 지원 연령을 높였다. 주택가격 6억원 이하에 연 소득 7000만원(부부 합산 8500만원)을 대상으로 한 ‘보금자리론’과 소득 제한 없이 9억원 이하 주택 구매자를 대상으로 한 ‘적격대출’이 그 대상이다.

    이 상품이 나오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예를 들어 금리 연 2.75%로 3억원 대출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30년 만기면 매달 122만원을 내지만, 40년 만기이면 104만원으로 월 부담액이 15.1% 줄어든다.

    정부는 또 서민과 실수요자에 대해 LTV와 DTI를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우대 방안은 크게 3가지다. 우선 LTV·DTI 추가로 우대 혜택을 주는 것이다.

    현재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주택가격 6억원 이하이고 부부 합산 연 소득 8000만원 이하면 LTV·DTI를 각각 50%(조정대상지역 60%)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여기에 10%포인트를 더 주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부부 합산 연 소득 8000만원과 생애최초구입자 9000만원인 연 소득 기준을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무주택자인 신혼부부 등에게 대출을 받을 기회를 더 주기 위해서다. ‘연 소득 8000만원 이하’ 기준을 ‘1억원 이하’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다. 주택 가격 기준도 높아진다. 주택 가격 요건을 ‘6억원 이하’에서 ‘9억원 이하’로 확대하는 방식이 될 전망이다.

    [이새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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