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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시작된 액티브 ETF 흥행몰이, 캐시 우드의 ‘아크 ETF’ 기술주 부진에 주춤, 국내선 작년 길 열려… 지수 대비 ‘α’ 수익 추구
입력 : 2021.05.28 1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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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상장지수펀드(ETF) 전성시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붐이 일어나면서 펀드지만 주식처럼 HTS(홈트레이딩시스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로 실시간 매매가 가능한 ETF에 많은 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 5월 11일 현재 국내에 상장된 ETF의 순자산은 59조5267억원으로 작년 말 52조365억원보다 약 7조4000억원 증가했다. 반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은 작년 말 52조474억원으로 근소하게 ETF 순자산보다 많았지만 주가가 올라 순자산이 늘어나는 만큼 환매가 계속 이뤄져 5월 11일 현재 순자산은 55조5406억원으로 ETF 순자산에 역전을 당했다.
국내 상장 ETF 순자산이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을 넘어선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내가 가입한 펀드가 어디에 투자하는지, 매일 기준가가 얼마나 오르고 내렸는지 확인하는 건 어렵지만 ETF는 매일 투자 종목을 공개하고 실시간으로 시세 파악과 매매가 가능하다는 확실한 비교우위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ETF 시장이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 대비 초과(알파) 성과 창출을 목표로 한다. 벤치마크로 삼은 비교지수 수익률을 이기기 위해서는 운용사와 펀드 매니저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세부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주식형 액티브 펀드와 같은 개념이다.
액티브 ETF 흥행 돌풍의 주역은 ‘돈 나무 누님’으로 불리는 미국 아크(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다.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는 ‘파괴적 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액티브 ETF 전문 운용사다. 아크의 대표적인 액티브 ETF인 ‘아크 이노베이션 ETF(ARKK)’는 지난해 1년 동안 152%의 기록적인 수익률을 올리며 투자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ARKK는 테슬라를 가장 많이 보유하며 큰 성과를 거뒀지만 올해는 테슬라 주가가 4~5월 주춤하면서 연초 이후 11일까지 수익률이 -2.99%로 부진의 늪에 빠져있다. 전반적인 기술주 주가 부진도 ARKK의 낮은 수익률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지수 대비 초과 성과 창출을 펀드 매니저가 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AI)에 맡겨 진정한 의미의 액티브 ETF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액티브 ETF와 기존 패시브 ETF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운용방식에 있다.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하지만 패시브 ETF는 기초지수 성과를 그대로 추종한다. 따라서 포트폴리오 측면에서도 액티브 ETF는 펀드 매니저가 비교적 자유롭게 구성하지만 패시브 ETF는 지수와 동일하게 구성한다.
거래소 규정에 따라 상장 폐지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와 일간변동률 기준으로 0.7 이상의 상관관계를 유지하면 되지만 패시브 ETF는 0.9 이상의 상관관계를 가져야 한다.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먼트 CEO
자산운용사들은 액티브 ETF의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할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추종매매로 시장 왜곡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런 우려 때문에 액티브 ETF의 경우 포트폴리오 당일 공개 원칙에 예외를 두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제도 개선이 되지 않아 액티브 ETF도 패시브 ETF처럼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해야 한다.
지난 2월 금융위원회는 금융발전심의회 자본분과 회의를 열고 “주식형 액티브 ETF는 해외의 제도 개선 경과(자산구성내역 일단위 공개 완화) 등을 보아가며 추가적인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타임폴리오 등 4개 운용사 외에도 액티브 ETF 출시를 저울질하는 운용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패시브 ETF 시장은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등 2개 대형사가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어 새로 이 시장에 뛰어들 동력이 약했지만 액티브 ETF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 잘만 하면 초기에 높은 점유율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 중견 자산운용사 대표는 “지금 인력과 자금을 쏟아부어도 시장 수익률을 추종하는 기존 패시브 ETF 비즈니스에 뛰어들어서는 승산이 없다”며 “액티브 ETF는 아직 절대 강자가 없는 새로운 영역이기 때문에 신상품 출시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운용의 ‘KODEX K-미래차 액티브 ETF’는 비교지수로 에프앤가이드의 K-미래차 지수를 사용한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리서치 역량을 활용해 K-미래차 지수 대비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KODEX K-신재생에너지 액티브 ETF’는 에프앤가이드 K-신재생에너지 플러스 지수보다 높은 수익을 추구한다. 포함되는 산업군은 2차전지, 태양광, 풍력, 수소 등이다.
미래에셋운용의 ‘TIGER 퓨처모빌리티액티브 ETF’는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 플라잉카 등 미래차 관련 국내 기업 주식에 투자하는 ETF다. ‘TIGER 글로벌BBIG액티브 ETF’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 지수를 기본적으로 추종하면서도 BBIG 개별 테마에 맞는 국내외 상장 ETF를 편입해 운용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한투운용은 기존 패시브 ETF 브랜드(KINDEX)는 그대로 두고 액티브 ETF 브랜드는 ‘네비게이터’로 정했다. 새로 선보인 ‘네비게이터 ESG 액티브 ETF’는 향후 ESG 팩터 추구가 시장 대비 초과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비교지수인 MSCI Korea Country ESG Leaders Custom Capped Index를 추종하면서 내부적인 ESG 통합 전략을 활용해 초과 수익 달성을 목표로 한다.
지난 1월 열린 ‘코스피 3000 돌파 기념 자본시장 CEO 좌담회’에 앞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활성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TIMEFOLIO Kstock 액티브 ETF’는 코스피 지수 대비 초과 성과를 추구한다. 코스피를 추종하는 기본 포트폴리오에 타임폴리오 주식운용본부 멀티매니저 포트폴리오가 갖는 시장 전반의 섹터, 테마 및 종목에 대한 특성을 체계적으로 반영해 액티브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TIMEFOLIO BBIG액티브 ETF’는 KRX BBIG-K 뉴딜지수를 비교지수로 삼는다. 비교지수 성과를 추종하는 기본 포트폴리오에 BBIG 테마에서 섹터와 종목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며 초과 성과 달성을 노린다.
[문지웅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9호 (2021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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