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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종부세 폭탄…정치권선 완화 ‘만지작’
입력 : 2021.04.27 16: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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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대폭 오르면서 서울뿐 아니라 지방광역시에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세금 부담이 더 커질 전망이다. 서울에선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보유세를 내야 하는 단지가 나왔고, 경기도 부산광역시 세종특별시 등에서는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으면서 올해 처음으로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내야 하는 단지가 등장했다. 대구광역시 등에서는 보유세가 전년 대비 30% 오른 아파트 단지가 속출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사실상 증세’라며 세 부담 증가가 자칫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1월 1일 기준 전국 공동주택 1420만5000가구의 공시가격안을 지난 3월 15일 공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평균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은 19.08%로 집계됐다. 참여정부 때 공시가격을 한꺼번에 많이 올렸던 2007년 22.7% 이후 14년 만에 최대폭으로 오른 것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전국의 아파트값이 워낙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에 올해 공시가격이 가파르게 인상됐다”고 설명했지만 실제 시세 상승분의 두세 배씩 오른 지역이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
세종시 공시가는 전년 대비 70.68% 올라 인상폭 1위를 기록했다. GTX(광역급행철도) 노선 결정 호재 등으로 최근 집값 상승을 주도하는 경기도가 23.96%로 인상폭 2위를 기록했고, 대전(20.57%), 부산(19.67%), 울산(18.68%)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은 19.91%의 상승폭을 기록했다. 17개 시도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낮은 곳은 제주도로 1.72%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는 전체의 92.1%인 1308만8000가구로 나타났다. 서울은 전체의 70.6%인 182만5000가구가 6억원 이하였다. 정부는 공시가 6억원 이하인 공동주택에는 재산세를 인하해주고 있다. 종부세 부과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은 전국 52만4620가구로 전체의 3.7%로 나타났다. 서울은 전체 공동주택의 16.0%인 41만3000가구의 공시가가 9억원을 초과했다. 지난해 9억원 초과 주택은 전국 30만9361가구, 서울은 28만842가구였다.
지역별 공시가 중위값 1위도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세종시가 차지했다. 공시가격 중위값은 세종이 4억2300만원으로 나타났다. 공시가 급등으로 보유세 부담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으로 재산세는 3600억원가량 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세종시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무려 70.68% 올라 전국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세종시 종촌동 아파트단지 전경.
부산 수영구 남천동의 ‘삼익비치’ 전용면적 84㎡의 공시가격은 작년 6억5500만원에서 올해 12억1100만원으로 85% 폭등했다.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서며 이 아파트 보유자는 올해 처음으로 종부세를 납부하게 됐다. 재산세와 종부세 등 주택 보유세 부담도 크게 늘어 지난해 168만원이던 보유세는 올해 241만원으로 44% 뛰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범어동 ‘빌리브범어’ 전용면적 84㎡도 올해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43% 오른 10억3800만원으로 첫 종부세 과세 대상이 됐다.
공시가격 폭등으로 1주택자의 세금 부담마저 늘자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빌미로 사실상 증세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서울 강남의 한 아파트를 소유한 김성주 씨(가명)는 “정부의 각종 규제로 인한 수급 불균형으로 집값이 올랐고, 당장 차익 실현한 것도 아닌데 1년 사이 왜 세금을 이렇게나 많이 내야 하는지 납득이 안 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무주택 서민들과 1주택 은퇴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말 시행된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 가뜩이나 전셋집을 구하기 쉽지 않은 가운데 세금마저 오르면 임대인이 세금을 전·월세 가격에 전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금은 법률에 의해 정하게 돼 있고 공시가격은 세금을 어떻게 얼마나 걷을지 기술적으로 정하는 것인데, 공시가격이 세금을 늘리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조세법률주의에 전면으로 위반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현된 이익이 아닌데 1주택자와 연금생활자 등에 대한 보호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라며 “가뜩이나 전세난이 확산하는 가운데 세금 증가는 전·월세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매일경제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과 김종필 세무사에게 의뢰해 2021년 공동주택 1주택자의 보유세를 계산한 결과, 래미안대치팰리스 보유자는 올해 종합부동산세 483만원을 포함해 보유세 1312만원을 내야 한다. 작년에 부과된 보유세 907만원보다 무려 45% 높은 금액으로, 1년 만에 보유세가 약 1.5배 가까이 뛴 것이다. 보유세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지방교육세, 농어촌특별세 등을 모두 합한 것으로, 세액은 만 59세로 공동주택을 만 5년 미만으로 보유한 1주택자가 세액공제를 받지 않는 경우를 가정해 산출했다.
지난해 공시가가 8억8200만원이었던 경기도 과천시 원문동 ‘래미안슈르’ 전용면적 84㎡는 올해 공시가가 처음으로 9억원을 넘어서면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됐다. 이 주택의 올해 공시가격은 10억2800만원으로 작년 대비 17% 상승했다. 경기도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23.96%로,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경기도 평균 상승률에 못 미치지만 보유세는 전년 대비 39.4% 상승해 올해 326만원이 부과된다.
세종시 새롬동 ‘새뜸마을 14단지’ 전용면적 98㎡ 보유자도 올해 첫 종부세를 낸다. 공시가격이 폭등해 9억원을 넘었기 때문이다. 이 주택의 공시가격은 지난해 5억4400만원에서 올해 9억400만원으로 66% 급등했다.
세종시 공시가격 평균 상승률은 70.68%로 이 아파트의 공시가격 상승률은 세종시 평균에 못 미치지만, 보유세는 전년 대비 31.7% 상승했다. 이 아파트 보유자의 보유세는 지난해 126만원에서 올해 166만원으로 40만원 오른다.
대구광역시 등지에서도 보유세 상승률이 30%에 달하는 아파트가 속출했다. 대구광역시 수성동 ‘범어롯데캐슬’ 전용면적 84㎡의 올해 공시가격은 7억9500만원으로 지난해 5억9400만원 대비 34% 올랐다. 보유세는 지난해 114만원에서 올해 148만원으로 30% 상승했다. 지금과 같은 집값 상승 추세가 이어질 경우 내년에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에서는 공시가격이 1억원 이상 오른 아파트가 쏟아졌다. 노원구의 중계동아파트(청구366) 전용면적 115㎡는 지난해 공시가격 6억5700만원에서 올해 8억9700만원으로 2억4000만원 올랐다. 내년에는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도봉구 북한산아이파크5차 전용면적 119㎡ 공시가격은 전년 대비 32.4%(1억6600만원) 오른 6억7800만원을 기록했다. 강북구 미아센트레빌(전용면적 114㎡) 역시 공시가격이 전년 대비 1억5900만원 오른 6억9900만원을 기록했다.
우병탁 팀장은 “세종과 부산 등 지방 광역시의 공시가격 상승률이 높아 보유세도 덩달아 가파르게 올랐다”며 “특히 지방 9억원 초과 공동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 상승폭은 올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인 경우 재산세를 일부 감면받아 전년보다 보유세가 소폭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분당의 30평형 아파트 두 채를 보유한 김승수 씨(가명)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열람 후 화가 나서 잠을 한숨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세금을 아껴보겠다고 11년 전 두 주택을 모두 부부 공동명의로 취득했는데,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한 데다 다주택자 추가세율이 부과되면서 부부가 각자 한 채씩 주택을 보유한 것보다 종부세를 더 많이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되기 때문이다. 김 씨는 “공시가격 총합이 20억원 넘는 공동주택 두 채를 부부가 각자 보유했을 때보다도 내가 내야 하는 세금이 더 많다”며 “재산이 적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하는지 도무지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씨가 보유한 아파트 두 채의 공시가격은 총 16억원가량으로 부부가 내야 하는 종부세는 500만원이 조금 넘는다.
국토교통부의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 안에 대해 일반인의 열람이 진행 중인 가운데, 아파트 두 채를 각자 소유한 부부와 공동소유한 부부의 종부세 희비가 엇갈려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김종필 세무사에게 의뢰해 조정대상지역 내 공동주택 두 채를 보유한 부부의 종부세를 계산한 결과, 해당 주택을 부부가 각자 소유한 것보다 공동소유할 때 세금이 네 배가량 더 많이 부과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두 채의 공시가격 총액이 20억원인 아파트를 부부가 각자 소유한 경우 종부세가 지난해 168만원에서 올해 366만원으로 두 배 가까이 오르지만, 같은 주택을 부부가 각각 공동소유한 경우 종부세가 지난해 233만원에서 올해 952만원으로 네 배 넘게 오르기 때문이다.
종부세는 주택 가격이 일정한 기준(공시가격 1주택 9억원, 2주택 이상 6억원)이 넘는 개인에게 부과된다. 개인이 가진 모든 주택(지분 포함)의 공시가격을 합친 금액을 기준으로 하는데, 개인별로 따지다 보니 일부만 소유한 지분도 1주택으로 본다. 부부 공동소유로 1채를 갖고 있으면 세대로는 2주택, 부부 개인별로는 1주택이다. 2채를 부부 공동소유하면 각각 2주택자다.
래미안대치팰리스
김종필 세무사는 “김 씨가 아파트 2채를 각자 소유했다면 종부세가 1인당 1채로 계산돼 다주택자에게 중과되는 추가세율이 적용되지 않았을 텐데, 부부가 반반씩 두 채를 가지고 있다 보니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로 분류돼 추가세율이 부과된 것”이라며 “과거 헌법재판소가 2008년 종부세의 세대별 합산 과세에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종부세가 개인별로 부과됐는데 그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부부 공동명의는 널리 알려진 절세 수단이었는데, 최근 집값이 급등하면서 역차별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종부세 부담이 단독명의보다 더 커지는 사례가 나오면서다. 이에 지난해 말 ‘고령자·장기보유자 세액공제’를 단독명의 1주택자건 부부 공동명의 1주택자건 상관없이 똑같이 받을 수 있게 바뀌었는데, 조정대상지역 내 부부 공동명의 2주택자에 대해 추가세율이 부과되며 또 다른 역차별 문제가 제기됐다.
주택을 부부 공동명의로 소유한 다주택자는 “소유 형태에 따라 재산이 더 적은 사람이 더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일부 부부가 절세를 위해 단독 소유로 명의변경을 검토하는 데 대해 김 세무사는 “향후 부담해야 하는 세금과 증여에 따른 비용을 저울질해 어떤 게 실익이 있는지 따져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며 “향후 집값 변동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권한울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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