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증시 키워드는 ‘명품브랜드·풍력·코인’

    입력 : 2021.04.27 15:46:39

  •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내다보는 투자자들은 올해 2분기 이후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월가에서는 호실적 예상을 기반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포함 기업들 올해 이익 전망치를 높이는 분위기다. 낙관론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시선을 끌 만한 세 가지 주제(명품브랜드·풍력·비트코인)를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 움직임을 엿보기로 한다.

    ▶LVMH 깜짝 호실적에 유럽 증시 명품 주가 줄줄이 상승 금융데이터분석업체 팩트셋 집계에 따르면 최근 월가 전문가들은 올해 S&P 500 기업들 이익 상승률 전망치를 대폭 올렸는데 특히 금융 부문 상승폭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전문가들은 2021년 S&P 500 기업들 이익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5.8% 오를 것이라고 봤는데 올해 4월 들어서는 24.5%로 높였다.

    특히 두 가지 ▲임의 소비재 연간 이익 상승률 전망치가 100%를 넘었다는 점 ▲금융 부문 연간 이익 상승률을 기존 전망 49.8%에서 79%로 대폭 올려 잡은 점이 눈길을 끈다.

    우선 ‘임의 소비재(Consumer Discretio nary)’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점으로 실물 경제 회복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 속에 기업들 연간 이익 상승률 개선 기대치가 가장 큰 부문이다. 작년 말 전망한 상승률은 103%였는데 올해 4월 수정 전망치는 103.2%다. 임의 소비재는 레저용품이나 자동차, 명품 등을 포함한 개념이다. 음식료품이나 생활필수품 등을 말하는 필수 소비재(Consumer Staples)와 비교되는 개념이다. 경제에 활기가 돌수록 소비가 활기를 띤다는 점에서 올해 임의 소비재 부문 기업들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만하다. 물론 지난해 10월부터 뉴욕 증시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증시에서는 기술주에서 임의 소비재 등 실물 경제에 민감한 경기 순환주로 자금이 대거 이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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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반영된 증시에서 이제와 경기 순환주를 매수하는 것은 늦은 일일까? 가장 최근 힌트가 될 만한 사례는 프랑스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다. 지난달 14일(현지시간) 파리 증시에서는 LVMH(종목코드 MC) 주식이 하루 새 2.86% 오른 결과 611.80유로(약 81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달리면서 LVMH는 취리히 증시의 글로벌 거대 식품기업 네슬레를 제치고 유럽 증시 시가총액 1위(3002억유로) 자리를 굳혔다.

    LVMH 주가가 뛴 건 하루 전날 회사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0% 급증한 139억6000만유로(약 18조7000억원)를 기록하면서 명품 소비 시장의 여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시장 예상치(126억유로)를 훌쩍 뛰어넘은 성적인데 중국과 미국 지역에서 매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발생 전인 2019년 1분기보다도 8% 늘어난 수준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경기 회복 기대’에 따른 글로벌 증시 자금 이동에 따라 LVMH 주가가 한 차례 올랐다는 점이다. 회사 주가는 지난해 10월 말 402.30유로에서 같은 해 12월 말 510.9유로로 석 달 만에 26.99% 뛰었었다.

    LVMH는 루이비통과 디올 등의 명품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데 지난해 말에는 미국 보석업체 티파니를 인수해 몸집을 더 키운 바 있다.

    다만 중국발 ‘보복소비’가 두드러지면서 명품브랜드 기업들 실적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돌았고 LVMH에도 매수세가 몰려 기대가 선 반영된 것이다. 당시는 파리 증시뿐 아니라 뉴욕 증시 등 주요 증시에서 ‘기술→소비재’ 부문으로 자금이 이동하던 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자금 이동은 꾸준히 이어졌다. LVMH 주가는 올해 첫 거래일인 1월 4일부터 1분기 실적 발표가 이뤄진 지난달 14일까지 주가가 19.49% 올랐다.

    LVMH 1분기 실적 공개 후 개장한 14일 유럽 증시에서 또 다른 명품업체 케링(KER, ↑0.97%)과 리슈몽(CFR, ↑3.31%), 에르메스(HRMS, ↑0.66%)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케링은 구찌와 보테가 베네타, 생로랑을 거느린 업체이고 리슈몽은 까르띠에와 명품 시계 IWC 등을 거느린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월가에서는 당분간 소비재로의 자금 이동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경제 회복이 진행 중이라는 이유에서다. 명품은 최근 경기 불황·호황에 크게 흔들리지 않는 소비재로 부각됐다. 도이체방크는 �캪VMH 같은 명품이 호실적을 내는 것은 브랜드 선호도와 가격 결정력이 시장을 끌어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명품 기업에 투자하는 경우 개별 기업 주가 변동성을 피하고 싶다면 ‘테마주’ 모음 격인 상장지수펀드(ETF)도 선택지다 . 대표적인 글로벌 명품업체 추종 ETF는 파리 증시에 상장된 ‘아문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럭셔리 UCITS(GLUX)’ 와 런던 증시에 상장된 ‘아문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 럭셔리 UCITS(LUXU)’가 있다. 같은 간판을 달고 있지만 GLUX는 유로화로 거래되고 LUXU는 영국 파운드화가 아닌 미국 달러화로 거래된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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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으로 금융업은 지난해 말에 제시된 2021년 기업 이익률 전망치가 가장 큰 폭으로 상향된 부문이다. 미국 주요 은행주를 추종하는 ‘KBE SPDR S&P 뱅크’ 상장지수펀드(ETF)는 올해 들어 시세가 25.85%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31일부터 이달 9일 동안 상승률이다. 해당 기간이 올해 1분기 뉴욕 증시 주요 은행 실적 발표 직전까지를 기준으로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만큼 실적 발표 전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같은 기간 S&P 500 지수 상승률(9.92%)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 미국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시중 금리가 오르고 은행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더해 올해 3월 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시중 은행들에 대한 자사주 매입·배당금 지급 제한 조치를 올해 안에 해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금융주 매수세가 따라붙는다. 연준은 지난해 여름부터 대형 은행들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과 주주 배당금 지급을 제한해왔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에 대비해 현금을 확보해둬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투자자들은 ‘가치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도 예측하지 못한 은행주 추가 상승 여력에 주목한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해 JP모건·골드만삭스·PNC 파이낸셜·뉴욕멜론 등 은행주를 대거 처분했는데 올해 들어 은행주 주가는 큰 폭으로 오른 상태다. 일례로 지난해 2~3분기 동안 JP모건 주식이 100달러를 밑돌던 시절 버크셔가 해당 주식을 총 6000만 주 매도했는데 현재 주가는 156달러 선으로 1.5배 이상 뛰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JP모건은 ‘신용카드 사업 수입 증가 가능성’을 들어 US뱅코프 목표 주가를 기존 53달러에서 60달러로 올리고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이 밖에 뱅크오브아메리카·시티그룹·웰스파고 등 은행주 목표 주가도 올려 잡았다.

    월가가 은행주에 대해 줄줄이 낙관론을 낸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미국 경제 회복에 따라 은행이 신용 준비금 제한을 풀면 영업 범위가 더 넓어지고, 다른 하나는 경제 회복에 따라 소비가 늘면 카드 수수료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이다.

    앞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시중 금리 상승에 따른 수익성 개선 가능성’을 들어 뉴욕멜론은행 목표 가격을 43달러에서 50달러로 높이고 투자의견은 ‘매도’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미국 10대 대형 은행 중 가장 오래된 뉴욕멜론은행은 최근 대형 헤지펀드 스카이브리지캐피털과 손잡고 ‘암호화폐 대장’ 비트코인 ETF 시장에 뛰어드는 한편 이와는 별도로 암호화폐 거래·입출금 서비스를 연내 개시할 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업 영역 확장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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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 투자 맞물린 ‘친환경 시대’ 풍력에너지… GE의 주식 역분할 유럽을 시작으로 미국부터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전 세계 주요국이 친환경 시대를 선언한 올해, 글로벌 증시에선 주가를 넘어 관련 기업 상장이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이 중에서도 유럽은 ‘기후 변화 대응’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를 가장 빨리 강조하고 나섰기 때문에 미래의 성장 산업 투자에 관심이 있다면 유럽 분위기도 투자 힌트가 될 수 있다. 최근 매수세는 전기차로 몰리지만 풍력 등 재생에너지도 꾸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달 4월 13일 유럽에서는 ‘유럽연합(EU) 양대 축’ 독일·프랑스 등 6개국과 영국 정부가 화석 연료 부문에 대한 공공 수출 보증(Export Guarantee) 지원을 중단한다고 공동 발표했다. 이날 브루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도 우리 7개국 움직임에 합류하기를 희망한다”면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사업 친화적인 지원으로 방향을 돌릴 것이며 수출 금융 정책을 더 투명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수출 금융의 40%를 차지한다.

    영국과 프랑스, 스웨덴 정부는 이미 화석 연료 부문에 대한 공공 수출 보증을 중단하는 계획을 세웠고 나머지 4개국인 독일과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부는 단계적 폐지 여부 등 구체적인 계획을 조정 중이다. 공공 수출 보증은 기업들이 수출 입찰이나 계약 때 생기는 채무(빚)에 대해 정부나 공공기관이 채무 이행을 보증해주는 수출 금융 지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14일 스페인 소재 재생에너지 인프라스트럭처 개발·관리업체 악시오나는 자회사 악시오나에너지를 분사해 상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호세 마누엘 엔트레 카날레스 악시오나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상반기 중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분사하는 회사는 악시오나에너지 사업 전 부문을 포함하며 다만 풍력터빈 제조업체인 노르덱스는 제외된다”고 밝혔다. 악시오나에너지가 분사하면 모회사인 악시오나는 악시오나에너지 기존 지분의 70%와 더불어 증시 상장에 따라 발행·유통될 주식의 최소 25%를 보유할 계획이다.

    악시오나는 스페인과 미국, 호주, 칠레, 멕시코 일대에서 풍력 발전 단지를 운영하는 다국적 기업이다. 현지 매체 엑스판시온은 마드리드 증시 악시오나에너지 상장이 관련 업계 최대 규모일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에서는 악시오나에너지가 상장하면 기업 가치가 100억유로(약 13조3325억원)를 넘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악시오나는 자회사 상장을 통해 모은 자금으로 오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을 20기가와트(GW)로 늘리는 데 주력하고 일부는 부채 상환에 쓸 예정이다.

    유럽은 친환경 시대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친환경 부문 기업들 주가 상승도 두드러진다. 3월 중순까지를 기준으로 악시오나는 올해 주가가 25.70% 올랐다. 재생에너지 체제로 전환을 선언한 스페인 최대 정유사 랩솔은 30.33%, 이탈리아 최대 정유사 에니는 24.14% 뛰었다. 같은 기간 유로존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유로 스톡스 50’ 지수가 11.56% 상승한 것에 비하면 가파른 오름세다.

    다만 유럽 증시에선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유틸리티 부문 기업들의 주가 수익률이 올해 여전히 마이너스(-)인 경우가 적지 않다. 풍력 발전을 보면 특히 업계 강자로 통해온 덴마크 오스테드(ORSTED)와 베스타스(VWS), 영국 그린코트UK윈드(UKW), 스페인 지멘스가메사(SGRE) 주가 하락률이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올해 1~4월 중순 기준 변동률이다.

    서로 경쟁했던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과 ‘천재 물리학자’ 니콜라 테슬라. 에디슨은 JP모건과 손잡고 GE를 창업했고, 테슬라는 21세기 들어 전기차 테슬라와 수소차 니콜라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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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는 분위기가 살짝 다르다. 미국 풍력 터빈 강자 제네럴일렉트릭(GE) 주가는 지난해 3.2% 떨어졌지만 올해 들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풍력 발전 육성 행정명령을 낸 것을 계기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지난해 중국발 코로나19 사태로 불거진 항공 산업 악재보다 올해 출범한 바이든 정부의 재생에너지 발전 정책이 더 큰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결과다. ‘129년 된 미국 대기업’으로 유명한 GE 는 비행기 제트 엔진부터 가스·풍력 터빈, 금융·의료 서비스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이달 4일 연례 주주총회를 열고 주식 역분할(Reverse Stock Split) 결의안을 통과시킬 계획이다. 주식 역분할을 계기로 사업을 풍력 발전 중심으로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1월 말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2030년까지 해양 풍력 생산을 2배로 늘리라는 내용의 행정명령을 냈고 내무부를 주축으로 올해 해상 풍력 산업이 본격 가동된다. 풍력은 덴마크 베스타스와 오스테드, 스페인 지멘스가메사 등이 강자로 꼽히지만 미국에서는 GE가 특히 풍력 터빈에 비교우위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 해양에너지관리국(BOEM)은 미국 내 최대 규모 풍력 발전 프로젝트 ‘빈야드윈드(총 28억달러 규모)’ 입찰과 관련해 미국 아반그리드재생에너지와 덴마크 풍력 발전 인프라 투자업체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가 만든 합작사 빈야드윈드 유한책임회사(LLC) 제안서 대신 ‘터빈 기술력 우위’를 이유로 GE 제안서를 우선 검토 중이다. 풍력 발전 기대감 속에 GE 주가가 오르기는 했지만 ‘주식 역분할’을 전후해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 앞서 3월 GE는 ‘1 대 8’ 주식 역분할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시가총액이 비슷한 다른 기업들과 비교할 때 GE 주식 수를 더 일반적인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이유에서다. GE 유통 주식 수는 약 88억 주인데 경쟁사인 허니웰 인터네셔널은 약 7억 주다.

    오는 5월 4일 열릴 연례 주주총회에서 해당 권고가 최종 승인을 받아 통과하면 이로부터 1년 안에 이사회가 재량으로 시기를 정해 역분할을 시행할 수 있다. 1대 8 비율이기 때문에 기존에 GE 주식을 8주 소유한 투자자는 이제 통합된 새 주식 1주를 가지게 되는 셈이다. 주가는 기존보다 오르겠지만 GE가 발행한 유통 주식 수는 기존(약 88억 주) 8분의 1인 11억 주로 줄어들게 된다.

    주식 역분할은 기업이 기존에 발행해 유통한 주식을 더 적은 수의 새 주식으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1만원짜리 5장을 5만원권 1장으로 바꿔서 가지게 되는 셈이다. 주식 분할과 마찬가지로 회사의 시가총액이나 투자자들의 평가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고, 발행 주식 수와 역분할 이후 새 주식 가격만 달라진다.

    주식 역분할은 투자자 입장에서 좋을까 아니면 나쁠까? 주식 역분할은 분할과 마찬가지로 주주의 지위나 기업 시가총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 기업의 펀더멘털과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이론적으로 볼 때 일부 주요 투자자들로서는 자신의 지분율이 줄어드는 상황을 맞을 수 있고, 증권거래소들이 기업에 대해 주가를 특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일례로 나스닥증권거래소는 주가가 1주당 1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는 조건을 걸고 있다. 또 일부 기관 투자자들은 역분할 이후 회사 주가가 특정 수준 이상으로 내려가면 투자를 안할 수도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보면 상당히 재미있는 심리 효과가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식 역분할은 기업 가치 인식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주가가 높은 기업일수록 우량주처럼 보이기 때문에 해당 기업 주식을 더 매력적으로 평가하게 되는 인지 효과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주식 역분할은 기업 경영 이사진이 회사의 재정 여건이나 주가 회복이 쉽지 않다고 보는 현실을 반영한 결정일 수 있다는 점에서 역분할이 긍정적인 현상이라고만은 볼 수 없다.

    주식 역분할은 우량기업들 중에는 사례가 많지 않다. 최근 사례로는 2008년 금융위기 여파가 이어진 지난 2011년 5월 9일 시티그룹이 10대 1 역분할을 했고, 2003년 6월 16일에는 부킹홀딩스(당시 회사명 ‘프라이스라인 그룹’)가 6대 1 역분할을 한 적이 있다. 단기 주가 움직임은 어땠을까? 시티그룹을 보면 주식 역분할 발표가 나온 3월 21일 1주당 44.33달러였는데 1달 후인 4월 21일에는 45.50달러, 역분할이 이뤄진 5월 9일에는 44.16달러, 2달 후인 5월 20일에는 41.02달러였다. 결과적으로 역분할 발표가 주가가 오르는 데 별로 도움이 될 만한 소식은 아니었다.

    지난해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지난해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 앞에 ‘샤넬’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가상화폐의 시대’ 비트코인 코인 관련주, 더 오를까 ? 비트코인 시가총액이 ‘1조달러 시대’에 이어 미국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상장 소식을 따라 국내외 증시에서 관련주 주가가 널뛰고 있다. 비트코인 시세가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을 타고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변동성이 가장 큰 투자 리스크다. 지난달 13일 코인베이스 상장을 하루 앞둔 날 뉴욕 증시에서는 관련주 주가가 들썩였다. 채굴업체인 라이어트블록체인(RIOT) 주식은 전날보다 15.00%나 급등해 주당 59.26달러에 거래를 마쳤고 자사 플랫폼에 비트코인 거래를 도입한 핀테크(금융기술) 기업 페이팔(PYPL)과 스퀘어(SQ) 주가도 각각 2.38%, 3.03% 상승했다.

    힌덴버그리서치가 ‘투자 자금 유용’ 의혹을 폭로했던 중국 기업 이방 주가도 그간 급락세와 달리 이날은 6.29% 뛰었다. 이달 6일 힌덴버그리서치가 ‘이방: 미국 투자자 돈을 빼돌린 또 다른 크립토 중국 허슬(사기)’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의혹을 제기하고 공매도(특정 기업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법)를 선언한 것을 전후해 ‘암호화폐 채굴장비 제조업체’ 이방 주가가 출렁인 바 있다. 분위기는 하루 만에 급변했다. 바로 다음 날인 14일 뉴욕 증시에서 채굴 기업들 주가를 보면 우선 마라톤디지털(MARA)은 15.75% 급락했고 비트디지털(BTBT)도 6.74% 떨어졌다. 라이어트블록체인도 15.36% 폭락했고 이방(EBON)도 7.89% 급락했다. 페이팔과 스퀘어도 3~5%대 하락세를 그었다.

    시장 관심은 코인베이스 상장 이후 비트코인 단기 시세 향방에 몰린다. 페어리드의 캐티 스탁튼 수석 기술 분석가는 “비트코인이 13일 이미 3월 최고점(6만1642달러)을 뚫은 만큼 이를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6만9121달러를 찍을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이에 비해 미국 증권사 BTIG의 줄리안 에마뉘엘 주식·파생상품 전략가는 “이번 주가 중요한 기점”이라면서 “이미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과 달러 가치 하락, 정부의 과도한 지출과 이에 따른 공공 부채에 대한 리스크 헤지 수단으로 비트코인 시세가 올랐기 때문에 추가 상승 모멘텀이 없다면 5만4900달러 선으로 떨어질 수 있고 이에 따른 리스크는 늘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8호 (2021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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