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반기 주식시장 3대 변수 ‘금리·공매도·실적’ 장기 상승추세 전망 많아… 2분기부터 실적장세

    입력 : 2021.03.26 16:10:31

  • 지난 2월부터 3월 중순까지 증시는 조정 국면에 진입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올라오면서 각국 증시는 하락했다. 나스닥은 연초 상승분을 반납하기도 했다. 저금리 시기 미래가치를 인정받아 실적 대비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았던 성장주가 주춤한 흐름을 보였다. 테슬라는 한때 600달러선 밑으로 내려갔고 애플·아마존 등 FAANG주도 하락과 반등을 반복했다. 중국 증시도 인민은행의 유동성 이슈에 따라 하락과 상승을 거듭했다.

    상반기 주식시장의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2~3월 증시 하락을 불러온 금리 상승을 변수로 꼽는다. 실제로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5%를 넘어서면서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목금리보다도 실질금리가 중요한 변수라는 설명이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명목금리의 대표적인 지표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 기대인플레이션을 뺀 값이다. IBK투자증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기대인플레이션과 주가는 같은 방향성을 띠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실질금리와 주가는 반대 방향성을 띠었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증시 조정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가장 가파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실질금리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뿐 아니라 국내 실질금리도 저점을 지나 추세적인 반등이 시작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로 금리’ 유지를 결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3월 1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로 금리’ 유지를 결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가 필요로 하는 지원을 계속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등 실질금리 상승에 주식시장 주춤 미국뿐 아니라 유로존에서도 금리가 급등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에 유럽중앙은행(ECB)은 채권 매입 속도를 높이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를 낮추기 위해서다. ECB는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EP)의 채권 매입 규모를 내년 3월 말까지 1조8500억유로 정도로 유지하면서 매입 속도를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PEEP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적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프로그램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최근 급등하고 있는 금리에 대해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3월 FOMC 전까지 뚜렷한 대응책을 보이지 않았다. 메리츠증권은 내년까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2%대를 넘어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에는 1% 중반대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채 10년물 펀더멘털 라인은 1% 중반 정도로 추정한다”며 “이 수준에서 금융시장이 적응하고 재차 위험선호가 살아나야 하반기 정도 테이퍼링 논의가 진행되면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1.7%대를 넘어서 안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테이퍼링이란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13년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하자 신흥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가 급락한 바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는 건 실질금리를 낮추는 요인인데, 선후의 문제일 뿐 실질금리도 결국 오르게 될 것”이라며 “금리가 얼마나 오를지, 인플레이션이 어떻게 생길지가 관심사이고 이 구도에서 실질금리는 결국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금리가 상승하더라도 주식시장에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S&P500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이 1.6% 정도 되기 때문에 금리가 1.6%보다 더 높아진다면 채권 자산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역사적으로 봤을 때 1.6%도 대단히 낮은 수준”이라면서 “성장률과 기업 실적을 봤을 때 미국채 10년물 기준 2% 이하 금리는 주식시장에 큰 위험요인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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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포트폴리오 다변화할 때” 하지만 금리가 올라오면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지난해 높은 수익률을 거뒀던 성장주와 함께 경기민감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올라오면 할인율도 높아진다. 미래가치를 선반영해 높은 밸류에이션 수준이 설명될 수 있었던 성장주의 매력도가 낮아진다는 의미다.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경기민감 소비재 업종에도 주목해볼 만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신규 확진자 수가 감소할 때마다 선진국 수출·소비재 업종 수익률이 좋은 흐름을 보였다. 미디어교육·유통·화장품·자동차·호텔레저 등이 여기 해당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주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지만, 수출주와 소비재도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금리 상승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으면서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은 종목들을 추천했다. 이익률과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부담이 적다는 설명이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3월 16일 기준 코스피보다 12개월 선행 ROE가 높으면서 12개월 선행 PBR는 낮은 업종으로 증권·자동차 업종을 꼽았다. ROE는 코스피보다 높으면서 PBR는 2.5배 미만인 업종으로는 음식료·내구소비재·하드웨어·소프트웨어·반도체·상업서비스 업종을 선별했다.

    실질금리 상승 외에도 규제 리스크가 상반기 주식시장 변수로 꼽힌다. 김학균 센터장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에 규제와 관련한 원리주의자와 강경론자들이 등용되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 규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3월 팀 우 컬럼비아대학 교수가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기술·경쟁정책 특별보좌관으로 임명됐다. 팀 우 교수는 반독점법을 옹호하는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에 대한 비판론자로 유명하다.

    법인세 인상 등 증세 이슈도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법인세를 21%에서 28%까지 높이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법인세 인상을 옹호한다. 김 센터장은 “영국도 법인세율을 올리려고 하고 있는데, 이는 주주들에게 달갑지 않은 소식”이라며 “이런 경제 외적인 요인들과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과 금리 상승 압력을 얼마나 조화롭게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외에도 바이든 정부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하한선을 설정하고 포괄적인 연방세율 인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기업 수익을 소유주 개인 소득으로 간주해 법인세 대신 소득세를 낼 수 있도록 한 기업들의 조세 특례를 축소하고 부동산세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연간 소득 40만달러 이상의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소득세율을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포괄적인 증세안이 추진되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빌 클린턴 행정부 이후 포괄적인 증세안이 추진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증세안이 계획대로 이뤄지면 앞으로 10년간 2조1000억달러의 세수가 늘어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법인세 인상이 증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법인세율 인상은 S&P500의 주당순이익(EPS) 전망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높이면, 기업이익이 9%가량 낮아지는 효과”라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그 외 금융거래세 인상도 언급된 바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아직 높지 않은 상황”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연소득 40만달러 이하의 시민들에게는 증세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므로 대중 소비에 큰 영향은 미치지 않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디지털세 역시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에게는 악재다. 김 연구원은 “이익을 창출한 곳에서 세금을 내도록 하는 디지털세가 추진됐지만 트럼프 정부에서는 반대했다. 하지만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 이후 조세 정책의 기조가 바뀌고 있다”며 “지난 2월 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옐런 재무장관은 미국이 더 이상 디지털세 추진을 가로막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세는 플랫폼 기업의 자국 내 디지털 매출에 법인세와 별도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프랑스가 지난 2019년 7월 처음으로 도입했고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 양상을 빚은 바 있다.

    오는 5월 3일 재개될 공매도 역시 주식시장의 한 가지 변수로 여겨진다. 다만 시장에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매도가 재개되더라도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등 대형주 위주로 재개가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역시 공매도 재개가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공매도 재개 이후 주가가 처음에 약세를 보이다가 상승한 2009년 5월과 2011년 11월 선례가 있다는 게 근거다.

    다만 코스닥시장에서는 공매도 재개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였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공매도 재개가 코스닥시장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공매도 금지 이후 코스닥시장에서 대차잔고 감소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대차잔고란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위해 주식을 빌린 뒤 갚지 않은 물량을 의미한다. 때문에 공매도가 재개된다면 대차잔고 감소폭이 컸던 코스닥시장에서 공매도 수요가 더 높아질 것이란 설명이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 2009년과 2011년 공매도 금지 이후 재개 사례를 공매도가 코스닥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근거로 제시했다. 재개 이후 코스피보다 코스닥시장에서 대차잔고 증가 폭이 컸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과 달리 코스피에서는 오히려 외국인이 단기적으로 순매수세를 보이기도 했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라는 제도 자체가 증시 추세를 바꿀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라며 “다만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제도인 만큼 투자심리 위축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또한 결국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에 더 불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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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전망치는 긍정적 많은 변수에도 전문가들은 증시가 장기적으로 상승 추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여전히 실적에 대한 전망치가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IBK투자증권은 지난해 9~10월과 지금 실질금리 상승기의 차이를 분석했다. 지난해 9~10월에는 실질금리가 상승하는 속도에 비해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실적 전망치의 추가 상향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1조9000억달러 부양책 최종 시행이 임박한 가운데 추가 현금 지급과 코로나19 백신 접종 가속화, 하절기 계절 변화에 따른 바이러스 확산세 진정, 봉쇄조치 완화가 맞물리면 기대 이상의 이연수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석원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빠른 금리 상승 속도에 유동성 측면에서의 변화가 경기 회복 등 주가 상승 동력 요인을 압도한다면 주가가 떨어지겠지만 현재는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금리가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 금리 수준이 증시 매력도를 저해할 수준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에 금리 수준에 적응을 마친 이후에는 추가적으로 주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최 센터장은 “코스피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았다”며 “4월 중순쯤 코스피가 재상승해 5~6월 정도에 전고점을 뚫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금리가 오르면서 증시에 부담이 됐는데, 미국 증시가 1~2개월 정도 하락 조정을 거친 후 다시 상승한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도 최근 코스피가 바닥을 통과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우선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3.7배 수준까지 내려왔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12개월 선행 PER 13.7배 정도의 주가 수준에서 펀더멘털 측면의 하방 지지선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삼성증권은 두 번째 근거로 코스피 세력균형지표상 매도 정점을 통과했다는 징후가 확인됐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따르면 세력균형지표는 시가와 고가, 저가, 종가에 기초해 산출되는 지표다. 시장 내 매수와 매도압력을 측정해 과매수 혹은 과매도 구간 통과 여부를 판단한다.

    2분기부터 증시가 실적장세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국면이 진정되면서 경제활동이 점차 정상화될 것”이라며 “작년에 부진했던 소비·에너지·금융 업종의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각국 정부의 재정 부양이 개인 소비를 가져오고, 이는 기업의 이익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은 제품의 초과 수요와 제품 단가의 상승을 의미하기 때문에 기업이익 증가에 우호적인 환경”이라고 덧붙였다.

    [신유경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7호 (2021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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