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콘텐츠 찾는 글로벌 OTT…제작사주 뜬다는데

    입력 : 2021.03.05 15:12:03

  • #최근 네이버웹툰 원작 <스위트홈>이 넷플릭스에 방영된 이후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잠재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작년 12월 18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스위트홈>은 방영 나흘 만에 한국을 포함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방글라데시, 페루, 카타르 등 11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프랑스, 브라질 등 유럽 및 남미 지역 19개 국가에서는 톱5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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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에 따른 ‘집콕’ 문화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급성장하면서 콘텐츠 시장도 기대감에 들썩이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 기업들이 <킹덤> <스위트홈>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콘텐츠 투자를 크게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OTT 서비스가 기존 공중파와 케이블 채널을 대신해 안방극장을 점령해나가면서 국내외 미디어 그룹들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 승부를 걸고 있다. 플랫폼 기업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콘텐츠 제작사의 협상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특히 ‘스트리밍 전쟁’의 격전지로 떠오르는 동남아 시장에서 K콘텐츠의 영향력이 견고한 만큼 국내 제작사에 대한 투자도 늘어날 전망이다.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1위 업체인 넷플릭스는 최근 3년 새 구독자가 1억1000만 명에서 2억 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전 세계 인구 39명 중 1명이 넷플릭스를 시청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코로나19가 불거진 지난 한 해 동안만 3600만 명의 신규 가입자가 넷플릭스 계정을 만들었다. 넷플릭스 신규 가입이 가장 많았던 곳은 유럽, 중동 및 아프리카(EMEA) 지역으로 이용자가 6670만 명으로 1500만 명(29%)가량 늘었다. 두 번째는 아태(APAC) 지역으로 한 해 동안 구독자가 2550만 명으로 970만 명(57%) 가까이 급증했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인터넷으로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것으로 OTT(Over The Top, 오버더톱) 서비스라고도 부른다. 넷플릭스, 유튜브 등이 대표적인 OTT 업체로 꼽힌다.

    OTT 시장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신규 진출도 활발하다. 글로벌 OTT 시장에는 애플tv+, 디즈니+, HBO MAX 등 신규 경쟁자 진입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019년 11월 애플과 디즈니가 OTT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애플tv+와 디즈니+가 잇달아 출시된 바 있다. 시가총액이 2조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1위 기업 애플과 명실상부 ‘콘텐츠 제왕’인 디즈니가 동시에 스트리밍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바야흐로 ‘스트리밍 전쟁’의 시대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스위트홈>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스위트홈>
    ▶급성장하는 OTT 시장 먼저 치고 나가는 주자는 디즈니다. 디즈니+는 이미 지난해 말 9490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했다. 출시 1년 여 만에 넷플릭스 구독자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올라선 것이다. 디즈니의 강점은 콘텐츠 재생산의 기반이 되어 줄 방대한 캐릭터와 세계관이다. 디즈니는 지난 2010년 인수한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어벤져스’ 시리즈를 선보이며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를 완성하는 데 열을 올려왔다. 이어 디즈니는 2017년 말 영화사 21세기 폭스를 인수하면서 미국 3위 OTT 업체인 훌루(Hulu) 지분을 절반 이상 확보했다.

    스트리밍 전쟁에 뛰어들기 위한 전초기지를 마련한 셈이다. 디즈니는 훌루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을 바탕으로 스트리밍 전쟁에 뛰어들게 된다. 훌루와 ESPN+를 포함하면 디즈니는 1억5000만 명에 가까운 스트리밍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ESPN+는 디즈니 산하 케이블 스포츠 채널인 ESPN이 지난 2018년 선보인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다. 가입자 수는 디즈니+ 9490만 명, 훌루 3840만 명, ESPN+ 1210만 명을 기록 중이다.

    작년 말 기준 애플tv+ 구독자는 약 4000만 명으로 추정된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북 등 디지털기기의 점유율을 강점으로 내세워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의 일환으로 애플은 자사 기기를 구매한 고객에게 애플tv+ 무료 구독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애플은 최근 무료 구독 서비스 기한을 올해 7월까지로 연장한 바 있다. 미국의 영화전문 유선방송 HBO(Home Box-Office, 홈박스오피스)가 2020년 5월 출시한 HBO MAX는 구독자 6000만 명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미국 국내 구독자가 4100만 명에 이른다.

    디즈니+, HBO MAX 등의 선전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OTT 기업들은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대형 OTT가 모두 열을 올리고 있는 곳은 인구가 많고 향후 구조적인 콘텐츠 소비 증가가 기대되는 동남아 시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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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시장서 한국 콘텐츠 인기 동남아 시장에서는 아직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에서 지배적인 플랫폼 기업이 없어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동남아에서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어떤 OTT 플랫폼 기업도 100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한 곳이 없다. 이에 동남아 시장에서 꾸준히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콘텐츠에 대한 투자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상위 톱10 트래픽을 한국 드라마가 이끌고 있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스튜디오드래곤 등에서 제작한 드라마 <싸이코지만 괜찮아>가 말레이시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등에서 100일 넘게 톱10 리스트에 머물렀다. 그 외에 <더 킹: 영원의 군주> <이태원클라쓰> <하이바이, 마마!> 등 한국 드라마가 10위권을 다퉜다. 넷플릭스는 작년 9월 한국에 별도 법인 ‘넷플릭스 엔터테인먼트 Ltd.’를 설립하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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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는 그간 영국, 스페인 등 콘텐츠 경쟁력이 강한 국가에서 OTT 플랫폼 운영 외에도 콘텐츠 수급과 투자를 전담으로 하는 법인을 설립해왔다. 실제 넷플릭스는 이미 지난 2019년 말 국내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과 제이콘텐트리에 지분 투자를 감행한 바 있다. 이는 넷플릭스가 순수 콘텐츠 제작사에 지분을 투자한 첫 사례다.

    중국 OTT 사업자도 한국 콘텐츠 투자를 더욱 강화하는 추세다. 후발주자인 텐센트는 지난해 12월 제이콘텐트리의 자회사인 JTBC스튜디오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100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앞서 텐센트는 작년 말레이시아 스트리밍 플랫폼 아이플릭스를 인수하는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JTBC스튜디오는 제이콘텐트리가 지분 60.5%를 보유한 종속회사로 JTBC 콘텐츠의 저작권 관리 및 유통, 수익관리 업무를 담당한다. 중앙미디어그룹의 계열회사로 드라마 제작과 매니지먼트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특히 28.4%로 비지상파 역대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부부의 세계>, 두 번째로 높은 23.8%의 , 16.5%의 <이태원 클라쓰> 등의 기획, 투자, 제작 및 유통을 담당하는 등 드라마 제작 부문에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넷플릭스는 장기적인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기반을 다지기 위해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스튜디오와 수년간에 걸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넷플릭스는 장기적인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기반을 다지기 위해 경기 파주시와 연천군 스튜디오와 수년간에 걸친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중소형 제작사 주가도 재평가 기존 리딩업체인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등 대형사뿐 아니라 지난해 4분기부터 중소형 제작사와 신생 제작사의 주가도 재평가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는 평가다.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는 기존 호재였던 모멘텀이 살짝 더 확장되는 정도인 반면, 이러한 업황 변화에 따른 산업 헤게모니 이동 및 교섭력 증대는 그간 열악한 위치에 있었던 중소형 제작사에게 더 큰 기회요인이기 때문이다.

    지인해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티빙, 쿠팡, 웨이브 등 국내 OTT와 다수의 글로벌 OTT로부터 오리지널 콘텐츠 수주가 몰려오고 있다”며 “글로벌 인지도 상승에 따라 한국 드라마를 찾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2021년 전사 제작편수가 대폭 증가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협상력 증가에 따라 외주제작에서 IP 보유 모델로 수익모델의 진화도 예상된다”며 “해외 OTT로부터 자금 소싱이 원활해져 직접 IP를 확보하기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가영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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