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이나 쇼크’에 신음하던 제주 집값 5년 만에 꿈틀

    입력 : 2021.03.05 14:45:01

  •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에 제주도 집값이 약 5년 만에 들썩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1월 셋째 주에 전주 대비 0.30% 올라 약 5년 만에 최고폭으로 상승했다. 서울에서 촉발된 집값 상승세가 전국으로 확산되며 제주도 집값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제주도아파트값은 지난해 전국 시도별 아파트값이 다 오를 때 유일하게 하락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셋째 주 제주도 아파트 매매상승률은 전주 대비 0.30% 올랐다. 이는 2016년 2월 마지막 주 0.32% 상승한 이후 약 5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1년간 전국 아파트값이 7.04% 오를 때 제주도 아파트값은 1.17% 떨어졌다. 제주시보다 서귀포시 아파트값 하락폭이 더 컸다. 지난해 제주시 아파트 매매가 하락률은 0.54%, 서귀포시 하락률은 3.12%였다.

    제주시 노형2차 아이파크 단지 전경
    제주시 노형2차 아이파크 단지 전경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에 제주도 집값도 들썩 2010년부터 시작된 제주 지역의 ‘차이나 머니’ 유입이 2015년부터 시들해지면서 제주도 아파트값은 최근 4년간 하락했다.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2016년 8.5% 상승한 이후 4년간 내리막길을 걸었다. 한때 제주는 중국 광풍이 휘몰아쳤다. 외국인이 콘도, 펜션 등 국내 부동산에 일정 금액(50만달러 또는 5억원 이상)을 투자할 경우 5년이 지나면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인 ‘부동산 투자이민제’를 도입한 것이 계기가 돼 중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넘쳐났고, 주요 상점가는 중국어로 간판을 달았다. 땅과 건물은 내놓기가 무섭게 ‘중국 큰손’들에게 팔려 나가면서 ‘차이나 머니 공습’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차이나 머니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제주도의 엄격한 개발사업 심사, 투자유치 정책 전환 등으로 중국인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집값이 계속 하락했다. 한반도 내 사드 배치 결정으로 한·중 관계가 악화된 것도 제주도 부동산이 얼어붙은 데 영향을 미쳤다.

    설상가상 중국 정부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해외에 나가는 단체관광객 대규모 축소 지침을 내려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마저 줄며 2017년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0.35% 하락했다. 2018년에는 -2.35%, 2019년에는 -2.68%. 2020년에는 -1.17%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그러던 것이 전국적인 집값 상승 영향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조금씩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본격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지난 1월부터 6주간 제주도 아파트 매매가격은 1.38% 상승해 작년 하락한 집값을 모두 회복하고도 더 올랐다. 같은 기간 제주시는 1.67% 올랐고, 서귀포시는 0.47% 올랐다. 이에 제주도가 ‘차이나 쇼크’를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도 솔솔 나온다.

    제주도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도 3년 반 만에 처음으로 100을 넘어섰다. 제주도 매매수급지수는 올해 1월 첫째 주 101.9를 기록하며 201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00을 넘겼다. 2020년 1월 초 76.1에 머물던 수급지수는 70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2020년 11월 말부터 가파르게 올랐다. 2월 둘째 주에는 105.8을 기록했다. 이 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100에 가까우면 수요와 공급 비중이 비슷하다는 것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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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 노형동·연동 가격 상승 주도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시 노형동 ‘노형2차아이파크’ 전용면적 84㎡는 2020년 11월 7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2017년 초반 거래가격을 회복했다. 같은 단지 전용면적 115㎡(7층)는 지난해 12월 10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6월만 해도 4억5000만원에 거래되던 제주시 노형동 ‘현대아이파크’ 전용면적 75㎡도 올해 1월 5억4000만원에 손바뀜되며 1억원 가까이 올랐다.

    제주시 연동 아파트값도 크게 뛰었다. 이 지역의 대림이편한세상1차 전용면적 84㎡는 지난해 3월 5억35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는데 10개월 만에 아파트값이 21%나 올랐다. 지난 1월 이 아파트는 6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인근 대림이편한세상2차 역시 연초 대비 15% 오른 6억7000만원에 지난해 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제주지역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도 올라 3.3㎡당 1700만원을 넘겼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제주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1㎡당 519만9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뛰었다.

    2014년 평균 분양가격 대비 현재 시세를 나타내는 분양가격 지수도 지난 1월 222.1을 기록하며 2014년보다 아파트 값이 두 배 넘게 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제주도 인구가 소폭 늘어 부동산 시장에도 훈풍이 불지 주목된다. 통계청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 중 60%에 가까운 10개 시도에서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은 인구 자연감소가 나타난 가운데, 제주도는 인구가 소폭 늘었다. 인구가 증가한 곳은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과 세종, 울산, 대전 등이다. 제주 인구는 대전(65명)보다 조금 많은 81명 늘었다. 65세 고령 인구가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사망자가 늘면서 인구 자연감소 지역이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도 인구가 늘어난 것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가 수도권에 집중되면서 비규제 지역인 지방에 대한 관심이 커져 제주도 부동산 시장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제주도는 육지 아파트 시세와의 동조화 현상이 가장 늦게 나타나는 곳”이라며 “전국적인 아파트값 상승세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아파트 가격이 모두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에는 유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광역시처럼 어느 정도 수요가 뒷받침되는 곳이 아닌 중소 도시의 경우에는 위험 요인이 더 크다고 조언한다. 정부가 지난해 다주택자들의 취득세와 양도세, 보유세 등을 강화하면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이 커지고 있는 탓이다.

    박 위원은 “제주도 부동산 시장은 과거 차이나 머니 유입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최근 2~3년 조정 국면에 들어갔었는데, 전국적인 집값 상승세 영향으로 회복 초입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급격한 상승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한울 매일경제 부동산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6호 (2021년 3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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