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르는 시장서도 배당주 찾는 보수적인 투자자들, 美 통신·헬스케어주로 월세 같은 배당 받아볼까?
입력 : 2020.10.06 15:58:59
-
성장주만 오르는 시장에서도 여전히 보수적인 투자자들은 배당주를 찾는다. 주가 상승이 주는 희열은 없지만 ‘따박따박’ 나오는 배당이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은행 예금이자가 연 1%를 밑도는 저금리 시대 배당주의 프리미엄은 더 커진다. 특히 배당 투자에 집중하는 투자자들은 미국 배당주에 주목한다. 배당의 안정성과 지속성, 통화분산 차원에서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배당수익률 자체만 보면 미국 시장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S&P500 배당수익률은 2% 수준인데 코스피와 큰 차이가 없다. 배당수익률은 배당금을 주식가격으로 나눈 것인데 미국 주식은 동종 업종이라도 주식의 밸류에이션과 가격 자체가 한국 주식보다 높다 보니 오히려 배당수익률은 낮다. 또 배당수익률을 따지면 유럽 국가들이 더 높다. 그러나 미국 기업들의 주주친화적 정책, 차별화되는 실적 성장, 통화 분산을 고려해야 한다.
배당락이 발생하는 월이 다른 미국 배당주 주식들을 조합하면 월세처럼 매달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주식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가령 1, 4, 7, 10월에 배당을 주는 미국 통신사 AT&T와 2, 5, 8, 11월 배당을 주는 3M과 3, 6, 9, 12월 배당을 주는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을 모두 매수하면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배당소득을 올릴 수 있다.
한편 통화 분산 차원 또는 달러 투자 차원을 생각하면 분명히 이점이 있다. 국내외 금융시장이 동시에 불안해지는 시기에는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원화로 환산한 주식가치는 손실 폭이 상대적으로 줄어든다.
증시가 활황인 요즘 같은 시기엔 달러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나 그 이상의 주가상승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는 미국 연준의 공격적인 통화정책으로 달러화 가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는 추세지만 단기적인 환차익이 아니라 장기적인 달러 자산 보유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배당왕이라고 해서 무조건 안심하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 업황에 따라 큰 폭의 주가 하락을 경험할 수 있다. 과거 GE, 크래프트하인즈, 테바 등의 전통 고배당주도 배당컷을 발표한 후 주가 급락이 나타났다. 배당컷은 단순히 배당수익률 악화가 아니라 기업의 펀더멘털 하락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투매로 대응한 것이다.
코로나19로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부 리츠는 이익 전망이 크게 낮아지며 배당컷(배당액 감소 또는 중단)이 우려되고 있다. 배당왕에 속했던 미국 페더럴리얼티인베스트먼트는 유통업 리츠가 주력이며 재개발을 통한 수익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는데 올초 130달러였던 주가가 80달러까지 떨어진 후 쉽게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까진 51년 연속으로 배당금을 증가시켜 왔지만 2020년 1, 2분기 연속 컨센서스에 못 미치는 실적을 발표하면서 배당컷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고배당의 함정도 조심할 필요가 있다. 주가 하락에 의한 착시효과일 가능성도 있는데 업종 현황에 따라서 추가로 주가가 더 하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받은 업종들은 과거 고배당 기업들이 많은 점도 유의해야 한다. 전문가들이 지금 연 5%가 넘는 배당수익률인 정유주(엑슨모빌 등)의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12년 이후 꾸준히 배당을 증액했던 미국 항공사 보잉이 이제 배당은커녕 파산 위험에 처한 것도 배당투자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예다. 과거 높은 배당수익률과 꾸준한 배당 증액으로 배당투자자들이 선호한 달튼 레스토랑과 같은 기업들도 코로나19로 인한 미국 레스토랑 셧다운으로 주가 하락이 나타났다.
이 때문에 배당주 투자는 한 종목에 ‘몰빵’하기보다는 다양한 산업 섹터와 종목으로 분산해 투자하는 포트폴리오 투자가 필요하다. 배당성장주 또는 포스트 코로나에 오히려 실적이 좋아질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할 필요도 있다.
AT&T
코로나19의 여파로 자사주 매입 계획을 철회한 후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추가적인 악재는 두드러지지 않아 저가매수를 노린 배당투자가 꾸준한 것이다. AT&T의 주가는 올 초 39달러까지 갔지만 지금은 29~30달러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HBO MAX 가입자 확대 등의 기대감이 있는 상황에서 주가가 30달러 수준에서 연 6.9%의 배당수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보니 높은 배당수익률을 우선시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
같은 통신주이자 배당수익률이 연 4.6%인 버라이즌은 부진한 2분기 실적에도 불구하고 5G 투자로 인한 기대감으로 하반기 이익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10월에 아이폰 5G 출시가 예정돼 있어 10월부터 본격적인 이동전화 매출액 증가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수한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배당 메리트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 기준 기대배당수익률 4.3%, 주가이익비율(PER) 12배 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브로드컴은 지난해 반도체칩 매출 159억달러로 퀄컴이나 엔비디아를 제치고 팹리스 기업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지속적인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아직 3.9%대의 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인 성장주다. 인텔, 퀄컴 등의 주요 비메모리 반도체 업체에 비해선 밸류에이션 매력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코카콜라
헬스케어 업종의 배당주 역시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성장이 기대되는 종목들이다. 존슨앤존슨은 상장 후 연평균 12% 배당을 늘려온 배당왕으로 2 메드테크(medtech) 부문의 성장세가 기대된다. 2019년 수술용 로봇 업체인 오리스 헬스에 50억달러 이상 투자할 것을 발표했고 알파벳과 합작으로 버브 서지컬(로봇수술 기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유나이티드 헬스그룹은 미국 최대의 건강보험 기업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 창출에 따라 높은 배당 성장 폭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내 고령인구 증가에 따라 메디케어 프로그램 가입자가 늘어나고 온라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옵텀헬스의 성장이 기대되는 곳이다. 다만 양 사 모두 의료보험 개혁과 약가 인하 압박이 주가에 리스크다.
에머슨일렉트릭
미국 대형 할인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타겟 역시 코로나19의 수혜를 받은 기업이다. 코로나 여파로 3월 말 95달러까지 올라왔던 주가는 최근 150달러까지 올라왔다. 온라인 주문 후 매장에서 픽업하는 드라이브업이나 식료품 배송 서비스인 십트(Shipt)가 각광을 받으며 올 2분기 시장 컨센서스를 훨씬 웃도는 실적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48년간 배당을 증액시켜 왔으며 현재 배당수익률은 1.8%다.
식품 관련 배당주는 코카콜라, 허쉬, 호멜푸드가 있다.
코카콜라는 배당주의 대명사지만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레스토랑들이 셧다운되면서 매출과 이익 하락으로 주가가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52주 최고가는 60달러인데 8월 말 주가 수준은 50달러 수준이다. 작년까지 매년 배당을 증액했고 배당수익률은 3.4% 수준이다. 음료 기업 중 시총과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1위 기업인데 탄산음료 외에도 생수, 주스, 커피, 에너지 음료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허쉬는 북미 최대 초콜릿 제조업체로 금융위기 때도 배당을 줄이지 않고 꾸준히 증액한 기업이다. 현재 배당수익률은 2.16%로 올 2분기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는 연초 수준을 회복했다. 호멜푸드는 스팸, 스키피 피넛버터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작년까지 54년간 배당금을 매년 증가시켰다. 8월 말 배당수익률은 1.81%이며 코로나19로 인해 외식 수요가 가정 내 식사 수요로 바뀌면서 매출이 선방하고 있다. 스팸 등 기존 브랜드 파워가 견조하면서도 신규 브랜드의 성장도 기대되는 기업이다.
또 다른 배당귀족인 맥도날드는 미국의 레스토랑 기업들의 주가가 코로나19로 인해 급락한 것과 반대로 1년 전 주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배달 및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최근 우버이츠와의 협력을 통해 배달 편의성을 강화하면서 셧다운의 여파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다. 43년간 배당액을 늘려왔으며 배당성향도 50%가 넘는다. 8월 말 주가 기준으로 배당수익률은 2.4%대다.
▶약달러 수혜 기대되는 산업재 배당주 B2B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 소비자들에겐 생소하지만 배당왕에 속하는 산업재 기업으로는 에머슨일렉트릭, 도버 등이 있다. 미국의 소비재 기업에 비해서 해외 매출 비중이 크기 때문에 달러 약세 상황에서는 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에머슨일렉트릭은 공정자동화 등 자동차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62년간 배당액을 늘려왔으며 8월 말 기준 배당수익률은 2.87%다. 50%가 넘는 배당성향과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친화적 기업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올 1~2분기 모두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해 주가가 1년 전 수준을 회복했다.
다만 상업·주거용 솔루션 사업에서 중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 리스크에 노출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도버는 미국의 산업장비 및 부품 제조업체로 엔지니어드 시스템 사업부(산업 자동화 솔루션 제공), 플루이드 사업부(펌프와 압축기 제조), 냉장 및 주방 장비 사업부로 구성된다. 지난 63년간 배당을 꾸준히 증액했으며 배당수익률은 1.78% 정도다. 해외 매출 비중은 48% 정도다. 스탠리블랙&데커는 글로벌 공구회사로 일반 소비자와 산업·건설 분야에서 공구와 엔지니어 솔루션을 제공한다. 공구&스토리지 부문은 매출액 기준으로 글로벌 1위 기업이다. 52년간 배당을 증액시켰으며 현재 배당수익률은 1.76%다.
미국의 복합산업 기업인 3M은 자동차, 전자, 에너지, 헬스케어, 운송 등 다양한 전방 산업에 노출되어 있는 기업이다. 지난 60년간 배당을 꾸준히 증액한 기업으로 배당성향은 60%대다.
8월 말 기준 배당수익률은 3.58%다. 다양한 전방 산업에 반제품을 납품하고 미국 배당주치고는 해외 매출 비중이 60%로 높은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 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실적 하향이 우려되지만 최근 약달러 현상이 진행되면서 주가는 1년 전 수준은 회복했다. 다만 유해물질 폐기 관련 소송이 계속 진행 중이라 보수적인 투자자라면 이로 인한 현금 악화 가능성과 자사주 매입 축소를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21호 (2020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