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지주 빅4 경쟁, 신한>KB>하나>우리順… 신한금융 순익 ROE 1위, 순익증가율은 하나

    입력 : 2020.05.28 14:38:55

  •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국내 금융권 ‘챔피언스리그’에서 ‘트리플 크라운(실적·수익성·보수 대비 순익 창출 능력)’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열한 금융지주 간 경쟁에서 조 회장이 승리한 비결은 무엇일까.

    오렌지라이프로 대표되는 인수·합병(M &A) 효과와 신한베트남 등 신남방 공략 성공 등이 절묘하게 어우러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일각에선 코로나19 사태에도 위기관리 비용으로 불리는 대손충당금을 글로벌 기준보다 적게 쌓았고 기타 영업 손실 등이 덜 반영되면서 ‘착시효과’가 일부 발생했다는 지적도 있다.

    KB금융은 올 1분기에 '본업'이 아닌 '부업'에서 대거 손실을 반영한 결과, 신한금융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베트남 호찌민시 레주언가(街) 엠플라자 빌딩 1층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은행 사이공지점 앞으로 오토바이를 탄 현지인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베트남 호찌민시 레주언가(街) 엠플라자 빌딩 1층에 위치한 신한베트남은행 사이공지점 앞으로 오토바이를 탄 현지인들이 바쁘게 지나가고 있다.
    ▶KB보다 2000억원 이상 앞선 신한

    각 금융지주사가 발표한 올 1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신한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9324억원에 달했다. 작년 동기 9184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신한금융은 작년 4분기 순이익 5075억원에 그치며 KB(5347억원)에 밀린 바 있다. 신한금융이 1분기 만에 금융지주 1위를 탈환한 비결은 2018년 인수한 오렌지라이프 실적을 올해부터 100% 반영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오렌지라이프 지분 인수 효과와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당기순이익은 8000억원 중반대다. 오렌지라이프 등 인수·합병에 따른 회계상 이익이 1000억원 이상 발생했다는 뜻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신한은행과 신한카드가 견실한 실적을 이끌었다. 신한은행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6265억원, 신한카드 순이익은 같은 기간 3.6% 증가한 1265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1분기 순이자마진(NIM)은 지난달 기준금리 50bp 인하에 따라 지난 분기보다 0.05%포인트 하락한 1.41%에 그쳤지만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중심으로 대출 자산을 전년 대비 2.9% 확대하며 이자이익 상승을 이끌었다.

    비은행 부문에선 글로벌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5% 성장한 890억원, GIB(글로벌&그룹 투자금융)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1% 성장한 1749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대면 영업 감소, 자본시장 위축 등에 따라 전반적인 실적은 하락세를 보였다. 순이익은 신한금융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34.1% 하락한 467억원,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는 같은 기간 각각 26.3%, 26% 하락한 397억원, 595억원을 거두는 데 그쳤다.

    신한금융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선전한 반면 KB금융은 다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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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3.7% 감소한 7295억원을 기록했다. 당초 증권가에선 KB금융의 1분기 순이익이 8000억~8100억원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순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 타격이 심각했다. 냉정하게 따지면 본업보다는 부업에서 손실이 컸다. 1분기 실적 부진은 코로나19로 인한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진 영향 탓이다.

    주가지수, 환율, 금리 등 금융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KB금융은 1분기에 2773억원의 기타영업손실을 신고했다. 외화채권, 원본보전신탁, 유가증권운용 등의 부문에서 평가손실이 발생했고, 파생상품 및 외환 관련 부문에서도 손실이 있었다. KB금융 관계자는 “최대한 모든 손실을 1분기에 반영한다는 입장에서 회계처리했다”고 밝혔다.

    계열사 중 국민은행은 1분기 순이익이 58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했다. 하지만 KB증권이 214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KB증권은 작년 1분기에는 80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었다. ELS 리스크 회피와 라임자산운용 거래 관련 손실 등이 일시적으로 대거 발생한 것이다.

    KB금융의 1분기 순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한 2조3492억원을 기록했고, 순수수료이익은 21.7% 증가한 6701억원을 기록했다. 은행 원화대출금은 4.2% 증가했다. 1분기 은행의 NIM은 전 분기 대비 5bp 하락한 1.56%를 기록했다. 1분기 대손충당금은 2435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900억원 가까이 늘리며 향후 리스크에 대비하는 모습이다. 대손충당금은 보유 대출 중 향후 부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리스크를 반영해 비용으로 처리하는 회계 항목이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우)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좌),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우)
    ▶마른 수건 짠 하나금융, 뒤쫓는 우리금융

    하나금융은 코로나19 사태에도 내부 비용 효율화와 글로벌 부문 수익성 확대가 반영되며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순이익으로 657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1분기보다 20.3%나 늘어난 수치다. 1년 새 순이익 증가율로 보면 금융지주 중 1위다.

    특히 판매관리비가 크게 줄면서 ‘마른 수건 짜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하나금융 이자이익(1조4280억원)과 수수료이익(5326억원)을 합한 핵심이익은 전년 대비 120억원(0.6%) 증가한 1조9606억원이었다.

    기준금리 인하·신용카드 이용 감소 등으로 NIM이 하락했지만 대출 자산이 적정 수준으로 성장한 가운데 중국·인도네시아 등 국외 부문 이자이익 증가세가 뒷받침됐다. 특히 주요 비용 중 하나인 판매관리비를 크게 절약한 것이 주효했다. 1분기 중 판매관리비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2억원(12.1%) 감소한 9279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는 지난해 1분기 시행된 특별퇴직 관련 비용(약 1260억원)에 대한 기저효과와 비용절감효과가 반영됐다.

    하나금융 자산건전성 지표는 안정적인 수준이다. 1분기 대손충당금 등 전입액은 9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6%(718억원) 감소했고, 1분기 중 그룹 대손비용률도 0.13%로 안정 수준을 유지했다.

    다만 하나금융의 대손충당금 감소는 업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지주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감독과 회계법인의 적법한 처리에 따랐다”며 “올 2분기 이후에는 좀 더 보수적인 비용 처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 1분기 말 그룹 전체 연체율은 0.31%로 전 분기 대비 0.01%포인트 상승했다. 지주의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은 13.8%로 안정권이라는 평가다.

    하나금융과 치열한 3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우리금융은 올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8.9% 감소한 5182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으로 구성된 순영업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1조7769억원을 달성했다. 이자이익은 시장금리 하락추세에도 핵심예금 유치 노력의 성과로 조달비용이 감소하며 전년 동기 대비 0.6%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신규 편입된 자회사들의 손익기여가 본격화되며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했다. 대출자산은 1분기 기업대출이 5.7% 증가한 영향으로 지난해 말 대비 2.8% 증가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좌),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우)
    자산건전성(은행 기준) 부문은 경기침체로 인한 건전성 훼손 우려에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 0.40%, 연체율 0.31%를 각각 기록했다. 우리금융 측은 최근 몇 년간 건전성을 중시한 여신문화 확산과 리스크관리 능력 향상의 결과로 우량자산 비율은 85.8%, 고정이하여신에 대한 커버리지 비율도 120.7%를 기록하며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우리자산신탁,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등 그룹에 신규 편입된 자회사들의 경영성과가 올 1분기부터 본격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글로벌 부문 역시 1분기 순이익 530억원을 달성하며 그룹 당기순이익 비중을 10% 이상 유지했다.

    주요 자회사별 순이익은 우리은행 5057억원, 우리카드 510억원 및 우리종합금융 13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BIS 자본비율 평가 때 표준등급법을 적용하고 있다. 신한, KB, 하나금융 등 3대 금융그룹이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는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우리금융은 평가방법을 변경하기 위해 금융감독원에 변경 신청을 했으며 금감원은 최근 실사를 마치고 승인 여부를 검토 중이다. 올 상반기 내에 변경승인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의 BIS 평가 방법이 변경되면 BIS 자본비율이 1~2%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우리금융은 M&A와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자본 여력이 확대되면서 증권사나 보험사 등을 M&A하게 돼 향후 실적 상승 요인이 다른 지주사 보다 많은 편이다. 금융권에선 올 1분기에 금융지주 실적이 상대적으로 선방했으나 2분기부터는 실적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 KEB하나은행-라인파이낸셜아시아 신주인수계약 체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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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용병 회장, 보수 덜 받고 순익은 더 많이 내

    국내 4대 금융지주는 유럽축구로 따지면 ‘챔피언스리그 4강’, 미국 대학 농구로 비유하면 ‘파이널 4’, 해외 금융권에서 회자되는 ‘빅4’로 바꿔서 말할 수도 있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면서 분기마다 순이익이나 수익성 등에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순이익은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수익성 차이는 근소하다. 자기자본을 활용해 수익을 얼마나 잘 냈는지를 뜻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신한금융이 9.75%로 가장 높았다. 우리금융(9.57%), 하나금융(9.38%)도 신한금융과 같은 9%대 수익성을 냈지만 KB금융은 7.64%에 그쳤다.

    이에 따라 신한지주는 매 분기 치열해지고 있는 금융지주 경쟁에서 올해 첫 분기부터 실적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렇다면 받는 보수(연봉) 대비해 어느 회장이 가장 높은 성과를 냈을까. 일단 올해는 1분기 잠정실적만 나온 상황에서 작년 사업보고서상 연간 보수총액과 작년 금융지주 순이익을 참고해 분석했다. 작년에 가장 높은 연봉을 받은 금융지주 회장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으로, 25억원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에 하나금융이 2조3916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니까 김 회장은 1억원당 957억원의 순익을 낸 셈이다. 같은 식으로 계산해 봐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높은 성과를 냈다. 조 회장은 상대적으로 적은 13억원의 연봉을 받고 가장 많은 3조4035억원의 순익을 창출했다. 조 회장의 생산성은 연봉 1억원당 2618억원의 순익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작년에 8억원만 받고 1조8722억원의 순익을 냈다. 생산성 수치는 2340억원이다.

    이에 따라 연봉별 성과는 조 회장이 1위인 것은 그대로지만 손 회장이 연봉을 덜 받는 반면 수익은 많이 내면서 2위로 올라왔다. 그러나 진정한 숨은 승리자는 윤종규 KB금융 회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윤 회장은 16억원의 연봉으로 3조3118억원의 순이익을 창출했다.

    여기엔 다른 금융지주사처럼 DLF나 라임펀드 등 펀드 수익이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윤 회장이 리스크관리 차원에서 이 같은 고위험 상품을 팔지 말라고 내부적으로 단속했기 때문이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윤 회장은 작년에 실적에서 손해 보더라도 각종 고위험 상품 판매를 자제하면서 온갖 구설수에서 제외돼 있다”며 “다른 금융지주들은 펀드 손실을 메꾸느라 실적은 물론 그룹 이미지도 다소 하락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알짜 매물인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면서 향후 실적도 1위를 넘보게 됐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해 쓴 2조3000억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78배 수준이다. 이는 푸르덴셜생명 인수금액(2조2650억원)을 이 생명보험사의 작년 말 순자산가치(2조9140억원)로 나눈 값이다. 지분가치 상승에 따른 이자까지 감안해도 PBR는 0.8배 수준이다.

    업계에선 KB금융의 푸르덴셜생명 인수 가격 수준이 2018~2019년에 이뤄진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인수·합병 때보다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당시 신한금융은 오렌지라이프 인수에 3조2570억원을 투입하면서 순자산가치 대비 PBR가 0.94배에 달했다. 보험 업계 환경을 제외하고 매매가격 기준으로 보면 KB금융이 신한지주보다 보험사를 더 싸게 인수했다는 뜻이다.

    [문일호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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