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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도 쉽게 이해하는 원유 ETF·ETN 투자설명서
입력 : 2020.05.28 14: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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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나 산악동호회, 맘카페 등에도 원유투자가 유망하다는 내용의 글이 퍼지면서 단기간에 자금유입은 크게 늘어났다. 수조원의 자금이 시장에 몰려들면서 각 상품들은 유가를 제대로 추종하지 못하는 현상이 심심치 않게 벌어져 급기야 거래정지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문제는 원유는 물론 파생상품에 대한 이해도 부족한 투자자들이 시장에 진입해 원유에 대비되는 자산가치(NAV)보다 몇 배나 높은 가격에 자금을 투입해 원금을 날리는 일이 비일비재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원유가격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와 레버리지 인버스(가격은 반대로 추종하는) 상품에 더욱 빈번히 일어났다.
30달러대가 바닥인줄 알았던 유가는 20달러대를 거쳐 10달러대를 진입해 급기야 만기일에 마이너스에 진입하는 현상까지 보였다. 원유선물에 직접 투자했던 일부 투자자들은 원금을 모두 날리고 빚까지 지게 됐다.
5월 20일 현재 유가는 어느 정도 안정세를 찾은 모양이다. 국내 주요 파생상품의 기초자산인 미국 서부 텍사스유(이하 WTI)의 6월물 만기가격은 30달러대로 마감했고 7월물도 31달러대에 거래되고 있다. 아직도 평시 대비 반값에 거래되고 있는 상황인지라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투자 상품별로 추종 월물 달라
초심자가 먼저 유념해야 할 부분은 원유파생상품들이 현물이 아닌 선물투자라는 점이다. 현재 유가만 기준으로 단순하게 유가가 60달러가 넘으면 2배 수익을 거둘 것이란 생각으로 뛰어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쉽게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와 비슷한 유형으로 ‘만만히’ 보고 달려든 경우 뜻하지 않은 손실을 경험할 수 있고 기대 대비 초라한 수익률에 실망하기 십상이다.
먼저 원유파생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상품검색을 해보자. 원유 투자 ETF 중 시가총액, 거래 유동성이 풍부한 상품을 우선적으로 보는 게 낫다. 매수는 물론 향후 매도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주요 상품은 다음과 같다. KODEX 원유선물(H)(A261220), TIGER 원유선물Enhanced(H)(A130680)는 국내 상장된 1배 투자 ETF다. 신한 레버리지 WTI원유선물 ETN(H)(A500019, +2배) 등 레버리지가 붙은 상품은 가격을 2배로 추종해 움직인다. 이 상품들 모두 뒤에 (H)가 붙어있다. 이는 달러 매도로 환헤지를 하는 상품이란 의미다. 국내가 아닌 해외선물에 투자하는 상품인 만큼 환헤지를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은 상품을 고르는 것이 안정적이다. 즉 원달러 환율이 내려갈 때 유리하다.
ETF와 ETN의 차이도 알아두면 좋다. ETF는 ETN과 비슷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먼저 ETF는 자산운용사가, ETN은 증권사가 상장한다. 유동성 측면에서는 ETN보다 ETF가 상대적 우위에 있다. ETF와 ETN은 모두 원유가격에 맞는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LP(유동성 공급자)가 끊임없이 매수매도를 통해 가격을 조정한다. ETN은 LP(유동성 공급자) 증권사가 1곳뿐이지만 LP 증권사가 ETN 유동성 공급을 위해 호가를 내려면 발행 물량을 금융당국에 사전 신고하고 물량을 확보한 후 추가 상장해야 한다. 때문에 원유 레버리지 ETN처럼 투자가 몰려 LP 물량이 소진되면 거래에 차질이 빚어진다. 반면, ETF는 복수의 LP가 유동성 공급에 나선다.
이러한 연유로 원유 레버리지 ETN처럼 LP가 제시한 매도 물량이 소진돼 잔고가 없어지더라도 거래가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 이 경우 LP 증권사가 해당 ETF 운용사를 통해 추가 물량을 설정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는 무한대로 유동성 공급이 가능하다. 즉, ETF는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LP가 제출한 호가 물량이 모두 소진되더라도 지속적으로 동일 호가에 거래가 이뤄진다.
다음으로 알아야 할 것이 상품별 추종 월물이다. 즉 1배 상품이라고 같은 상품구조를 가진 것은 아니다. 현재 KODEX 원유선물(H)의 경우 8월물과 9월물의 가격에 연동되고 TIGER 원유선물Enhanced(H)는 12월물을 추종하는 식이다. 근월물과 원월물의 가격변동성이 다른 만큼 투자성향에 맞게 상품을 골라야 한다.
최근 투자자들이 원유 시장에 관심을 높여준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에 대해서도 제대로 알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 레버리지 상품은 투자자산 가격이 상승할 때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지만 투자자산 가격이 예상과 다르게 하락하는 경우 손실도 확대될 수 있는 고위험상품이다. 투자자산 가격의 하루 변동률의 2배에 연동되는 레버리지 상품과 하루 변동률의 -1배에 연동되는 인버스 상품은 다양한 투자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장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투자기간이 한 달이라고 해서 그 기간만큼 기초자산 가격 상승분의 2배, -1배, -2배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하루 수익률의 2배, -1배, -2배만 목표로 한다는 점이다. 투자 시장에서는 이를 침식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본인이 투자한 기간의 변동률을 보장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고, 이런 부분에서 상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최근 초보투자자가 원유 시장에 들어와서 피해를 보는 가장 주된 이유 중 하나인 괴리율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ETN·ETF의 괴리율은 시장가격과 투자대상자산의 실질가치(NAV) 사이의 차이를 비율로 표시한 투자위험 지표다. 즉 괴리율이 높을 경우 실질 선물의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투자를 하게 되는 셈이다. 최근 매수 과열 현상이 나타나면서 LP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레버지리 상품의 경우 괴리율이 400~700%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원래 가격보다 4~7배나 비싸게 주고 상품을 구매하는 셈이다. 상품가치가 제자리를 찾아가면 이를 모르고 투자한 개미들은 그야말로 곡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상품에 투자하기 전에 종목정보를 클릭해 실질가치(NAV)를 파악하고 괴리율이 크게 벌어지지 않는 상품을 선택해 투자하는 것이 좋다.
롤오버(Roll-Over) 이해해야 초보 탈출
모든 원유 ETF·ETN은 원유선물에 투자한다. 그러나 선물은 한 달마다 만기가 도래한다. 그래서 원유선물 파생상품은 선물을 교체하는 작업을 거치는데 이를 롤오버라고 부른다. 이때 상품이 보유하고 있던 선물보다 교체해야 할 원월물 가격이 더 높은 경우 비용이 발생한다. 이와 같은 상황을 콘탱고(Contango)라고 부른다.
최근 몇 달간 유가 급락에 따라 최근월물과 차근월물 사이 콘탱고가 10% 이상으로 급등한 상황이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롤오버 비용은 통상 1% 내외에서 결정된다.
슈퍼 콘탱고 상황이 지속되면 이론적으로 1년을 보유했을 때 15%×12=177%(원유 선물과) 정도의 수익률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원유선물이 1년간 300% 오른다고 가정하면(20$→80$) 1배 투자 ETF는 150%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주지했던 것처럼 상품별 추종 월물이 다른 만큼 롤오버 비용도 달라진다.
KODEX ETF의 경우 롤오버할 때 최근월 선물을 팔고 차근월 선물을 사는 방식을 쓴다. 5월물 만기가 다가오면 5월물을 팔고 6월물을 사는 식이다. 이처럼 만기가 가까운 근월물을 매수하는 방식은 ETF가 유가의 움직임(수익률)을 가장 가깝게 반영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처럼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져 콘탱고 장세가 강해지면 만기가 가까운 원유선물의 상승폭이 더 크기 때문에 단기에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KODEX ETF를 선호하게 된다.
이와 달리 TIGER ETF는 만기가 많이 남은 ‘원(遠)월물’에 투자하는 전략을 쓴다. 근월물과 차근월물 간 가격차가 0.5% 이상 날 경우 12월물을 매수해 롤오버하는 상품구조이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지금과 같은 콘탱고 장세에서는 만기가 가까운 원유선물의 움직임을 덜 반영한다. 이 때문에 TIGER ETF는 현 시점에서 높은 상승률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보다는 유가의 변동성이 낮은 것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레버리지 ETF와 ETN에 대해 기본 예탁금 1000만원을 부과한다.
예탁금 늘려 개미투자자 장벽 높여
최근 유가 하락으로 가장 많은 자금이 몰려든 원유 관련 파생상품은 레버리지 ETF·ETN이었다.
레버리지 ETN 거래가 전체 ETN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월 78.3%에서 4월 96.2%로 급증했다. ETF 중 레버리지 ETF 거래비중도 지난 1월 38.1%에서 4월 63.5%로 늘었다.
이 같은 투자 수요를 증권사들이 못 따라가면서 괴리율이 대폭 늘어났다. 금융당국은 수차례 소비자 위험 경보를 발령했으나 소용이 없었다. 결국 규제책을 꺼내 들었다. 대표적으로 레버리지 ETF·ETN에 대해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도입하기로 했다. 일반 개인투자자가 이런 상품을 사려면 증권사에 어느 정도 돈을 맡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투자 손실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 사람만 투자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또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ETF·ETN을 투자하려면 사전 온라인 교육을 이수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했다. 이런 상품의 개요나 특성, 거래방법 등을 미리 공부한 다음에 투자하라는 것이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파생형 ETF·ETN에 내재된 위험(괴리율, 롤오버 효과) 등도 교육 내용에 넣겠다는 계획이다. 또 ETF·ETN 가치가 떨어져 ‘동전주’로 전락할 경우, 증권 가격이 너무 싸게 보여서 투기 수요가 불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ETN의 액면 병합도 허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시장관리대상(투자유의종목 지정)이 되는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앞으로 국내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상품에는 6%, 해외 기초자산의 경우 12%를 넘으면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된다. 투자유의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매매 체결 방법이 단일가로 변경된다. 그 이후에도 괴리율 정상화가 곤란한 경우에는 거래를 정지하기로 했다. ETN을 발행하는 증권사가 제때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도록 유동성 공급물량(상장수량 20%)을 미리 확보할 의무도 부과된다.
앞으로 괴리율 관리 의무를 자주 위반하는 증권사 등에 대해서는 불이익 조치가 강화된다. 의무 위반수준에 비례해 신규 ETN 상품 출시 기간을 제한하는 방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괴리율이 급격히 확대될 경우 등에는 조기 청산하는 방안도 허용된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 가운데 거래소 규정 개정만으로 가능한 사항은 시장 의견수렴을 거쳐 7월부터, 법령 개정 및 시스템 개발이 필요한 과제는 9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박지훈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7호 (2020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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