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란스러운 증시, ESG 투자로 장기전 준비할까… 단기수익보다 리스크 중점 ETF로 개인도 투자

    입력 : 2020.04.02 16:40:27

  • 하루에 10%씩 널뛸 정도로 증시 변동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선 투자는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믿었던 대형주까지도 가격이 폭락하는 것을 볼 때 주식이나 펀드 투자에 들어갈 생각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장기투자자라면 폭락장에서도 기업의 펀더멘털에 주목한다. 코로나19로 촉발된 실물경제 위기에서도 기업의 가치와 시장의 큰 흐름은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연기금과 같은 ‘큰손’들은 폭락장에서도 미래를 보는 투자를 하기도 한다. 수익자의 은퇴시점까지 몇 십 년을 꾸준하게 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들의 투자처를 본다면 단기 노이즈와 변동성이 제거된 투자를 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변동성 장세에서도 기관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시장은 ESG라고 할 수 있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고려한 투자다. 흔히 ‘착한 투자’라 불리지만 단기적 수익성을 보기보다는 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는 ‘사회적 투자’에 가깝다. 숫자로 드러나는 재무지표와 함께 비재무적 요소를 고려한다. MSCI가 정한 ESG의 열 가지 테마는 환경 분류에선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 환경적 기회이며 사회 분류에선 인적자원, 제품신뢰성, 주주반대, 사회적 기회이며 거버넌스 쪽에선 기업 거버넌스와 기업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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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 고려한 투자는 폭스바겐 같은 기업 리스크 제거해

    ESG 투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폭스바겐이다. 폭스바겐은 1070만 대 디젤차에 대해 배기가스를 시험 인증 단계에서만 기준을 충족시킨 채 통과한 뒤 실제 운행 때는 더 많은 매연을 배출토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한 사실이 2015년 드러나 브랜드 가치가 급락한 것은 물론 각국에서 소송전에 휘말렸다.

    올해 독일 판결에 따라 폭스바겐은 손해배상소송에 참여한 독일 소비자들에게 8억3000만유로(약 1조1086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2015년 3월 247유로였던 폭스바겐 주가는 그해 9월 97유로까지 떨어졌다. 기업이 환경과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을 소홀히 했다가 결국 기업가치도 절하시킨 예라고 할 수 있다. ESG 투자는 이런 기업들을 사전에 필터링해서 투자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

    올 초 국제결제은행(BIS)도 ‘그린스완’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 시대와 관련한 금융의 안정성에 대한 분석 결과를 내놨다. 발생 가능성이 극히 낮지만 발생하면 엄청난 타격을 주는 ‘블랙스완’에 비유해 기후변화로 인해 금융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보고서는 기후변화가 농산물 가격과 에너지 가격을 가파르게 올려서 경제 생산성에 영향을 끼쳐 수요 측이 감소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또한 BIS는 기후변화가 일어날지 아닐지 알 수 없는 ‘블랙스완’과 달리 나타날 것이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에 더 복잡하고 연쇄적인 현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존에 통계를 추정하거나 정규분포를 통한 가정 등으로 리스크를 관리해온 전형적인 방식은 향후 기후변화에 따른 리스크를 평가하기 힘든 만큼 예측이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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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SG 관련 펀드는 작년 말

    9000억달러로 성장

    그렇기 때문에 리스크를 항상 염두에 두고 투자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ESG를 중요시한다. 투자자산에 항상 ESG 평가 요소를 넣고 ESG 펀드도 따로 운용한다. ESG 투자자는 2006년 UN이 책임투자원칙(PRI)을 공표하면서 지속적인 확산세에 있다. 작년 기준으로 UN의 책임투자원칙에 서명한 금융기관은 2372곳으로 이들의 운용 자산 규모만 86조3000억달러이다. 블랙록에 따르면 글로벌 ESG 관련 펀드 규모는 작년 말 9000억달러로 2028년엔 2조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에 따르면 ESG 콘셉트를 벤치마크에 가미한 블랙록의 이머징마켓 상장지수펀드(ETF)인 ESG 이머징마켓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 ESG MSCI 이머징마켓(iShares ESG MSCI EM) ETF’와 섹터 내 ESG 우수 기업인 ESG 리더스(ESG Leaders)를 꼽은 ‘아이셰어 ESG MSCI 이머징마켓 리더스(iShares ESG MSCI EM Leaders) ETF’에는 올 초부터 자금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는 북유럽의 기관투자자들이 ESG ETF를 통해 투자를 나선 시기와 비슷하다.

    ‘iShares ESG MSCI EM Leaders’는 지난 2월 7일 설정된 이후 곧바로 핀란드 최대 연금 보험 회사인 일마리넨(Ilmarinen ·Mutual Pension Insurance Com pany)이 6억달러를 투자했다. 일마리넨은 2019년 블랙록이 아이셰어 ESG MS CI 미국 리더스 ETF(iShares ESG MSCI USA Leaders ETF)를 출시할 때도 8억5000만달러를 핀란드 회사로부터 투자하는 등 블랙록과 협업한 바 있다. 연기금들은 ESG ETF를 통해 담배, 알코올, 도박, 핵무기, 살상무기 등에 투자하는 회사에는 투자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효과를 쉽게 거둘 수 있다.

    ▶코로나19에도 ESG 투자는 꺾이지 않아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위험자산 기피 현상이 극심해지면서 이머징 시장에서도 패시브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와중에 ESG ETF엔 오히려 자금이 순유입됐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로 MSCI 이머징마켓 지수를 추종하는 대표 ETF인 아이셰어 MSCI 이머징마켓 ETF(iShares MSCI Emerging Market ETF)에서 자금이 빠졌을 때 ESG 전략을 추구하는 아이셰어 ESG 이머징마켓 ETF(iShares ESG MSCI EM ETF)로 자금이 오히려 유입되었다”고 설명했다.

    미국 증시가 폭락했을 때 오히려 ESG 리더스 ETF로는 자금이 유입되었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글로벌 증시를 흔든 전염병에 개의치 않고 ESG ETF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동안 글로벌 연기금에 비해서는 ESG 투자에 한 발짝 늦었던 국민연금 역시 ESG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은 내년부터 국내 주식 직접 액티브 운용의 경우 신규 종목 편입 검토나 투자종목 점검 시 ESG 평가 결과를 확인해 투자하기로 했다.

    분기별로 투자종목을 점검할 때 ESG 등급이 C등급인 경우에는 벤치마크 초과 편입 시 조사보고서를 의무화해 사실상 투자를 어렵게 한 것이다. 향후 ESG 대상 자산군을 국내 주식뿐만 아니라 해외 주식과 국내 채권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2022년 기준 약 538조원의 자산이 책임투자 대상이 된다.

    문제는 과연 착한 투자가 착한 수익률로 연결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이유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것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성과를 보면 ESG 투자가 전체 증시에 비해서는 성과가 낫다. SK증권에 따르면 MSCI 전 세계 지수(MSCI ACWI 지수) 대비 MSCI 전 세계 ESG 리더스(MSCI ACWI ESG Leaders) 지수는 평균적으로 1.5%포인트 아웃퍼폼했다. 코로나19 여파로 글로벌 증시가 크게 하락할 때도 ESG 전략 인덱스의 낙폭은 벤치마크 대비 낮았다. 특히 ESG 투자의 선두주자인 유럽에서 ESG 리더스 지수가 MSCI 벤치마크를 크게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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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TF 활용하면 개인투자자도 간편하게 ESG 투자

    개인 역시 ESG에 간편하게 투자할 수 있다. 재무적 요소가 아닌 비재무적 요소를 중시하는 ESG 투자는 정보 접근성이 제한된 개인들에겐 쉬운 영역이 아니지만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 ESG나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를 이용하면 된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간편한 방법은 ESG ETF에 투자하는 것이다. 미국 기업의 ESG에 투자하고 싶다면 미국 시장에 상장된 ESG ETF를 매수하면 되고 ESG가 우수한 한국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한국 시장에 상장된 ESG를 활용할 수 있다.

    ESG와 관련한 미국 ETF 시장 자산은 지난 1년간 약 3배 증가했다. 전 세계 ETF 시장에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블랙록은 향후 수년간 150개의 ESG 관련 ETF를 출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현재 미국 시장에서의 ESG 관련 ETF는 284억달러로 미국 전체 ETF의 1% 규모다. 배호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에서 ESG 관련 투자에 가장 활발한 유럽의 경우 1240억달러 규모의 ESG ETF가 상장돼 있다”며 “ESG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는 미국 ETF 시장에서도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에 상장된 대표적인 ESG ETF는 블랙록의 ‘아이셰어 ESG MSCI 미국 리더스(iShares ESG MSCI USA Leaders) ETF’, ‘아이셰어 MSCI KLD 400 소셜(iShares MSCI KLD 400 Social) ETF’, ‘엑스트랙커 MSCI 미국 ESG 리더스 에쿼티(Xtrackers MSCI USA ESG Leaders Equity) ETF’, ‘아이셰어 ESG MSCI 미국(iShares ESG MSCI USA) ETF’ 등이 있다.

    ESG ETF 중 자산규모와 일거래대금이 가장 큰 아이셰어 ESG MSCI 미국 리더스 ETF는 MSCI 미국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ESG 측면의 성과가 뛰어난 기업에 투자하는 ETF다.

    포지티브 스크리닝 방식에 더해 심각한 논란과 관련 있는 기업들은 배제하는 전략도 택하고 있다. 동종 그룹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을 위주로 포함한다는 점에서 리더스라는 이름이 붙었다.

    주요 상위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8.8%), 구글(3.2%), 존슨앤존슨(2.8%), 비자(2.4%), P&G(2.2%) 등이다. MSCI USA 비중이 애플(4.9%), 마이크로소프트(4.4%), 아마존(3%), 페이스북(1.7%), 구글(1.6%)인 점과 비교하면 시총 상위인 대형기술주들이 비교적 덜 들어가고 금융주 등은 좀 더 들어가는 편이다. 대형주 비중이 97.4%다.

    ‘MSCI USA ESG Focus ETF’는 MSCI 미국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ESG 스코어링을 통해 재구성된 MSCI USA ESG 포커스 지수를 추종하는 ETF이다. 포커스 지수는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을 채택해 MSCI USA 지수 중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기업들은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을 편입한다.

    DWS의 엑스트랙커 S&P 500 ESG(Xtr ackers S&P 500 ESG) ETF는 S&P 500을 구성하는 종목 중 ESG 퍼포먼스 분석에 따라 재구성된 S&P 500 ESG 지수를 추종한다. S&P 500 기업 중 ESG 퍼포먼스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종목들은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을 포함한다. 상위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아마존, 알파벳, 제이피모건체이스다.

    블랙록의 아이셰어 MSCI 미국 ESG 셀렉트(iShares MSCI USA ESG Select) ETF는 MSCI 미국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 중 ESG 스코어링을 통해 재구성된 MSCI USA ESG 셀렉트 지수를 추종하는 ETF이다. 네거티브 스크리닝 방식으로 ESG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종목들은 제외하고 ESG 점수가 좋은 기업 순으로 더 많은 가중을 두고자 한다. 보유 상위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에코랩, 액센추어, 알파벳이다.

    한국에도 ESG 투자를 할 수 있는 ETF들은 있다. 다만 거래량이 많지 않아 호가 스프레드가 넓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ESG ETF 중에서 가장 거래량이 많은 종목은 KODEX 200 ESG다. 코스피200 ESG 지수를 기반으로 한다. 지난해 9월 상장했으며 연보수는 0.3%로 해외 ETF보다는 다소 비싸다. 주요 종목을 보면 코스피200 ETF와 큰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가 30.73%로 비중이 높으며 그 다음이 SK하이닉스(9.15%), 네이버(4.17%), LG화학(3.08%), 삼성SDI(2.83%)다.

    TIGER MSCI KOREA ESG 유니버셜과 KODEX MSCI KOREA ESG 유니버셜은 모두 MSCI 한국 ESG 유니버셜(MSCI Korea ESG Universal)을 추종하는 ETF다. 구성 종목은 삼성전자(33.7%), SK하이닉스(6.9%), 삼성전자우(4.95%), 네이버(4.4%), 신한지주(3.9%) 순이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ESG ETF는 대형 종목 위주로 구성되는 면이 있다. 아무래도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ESG까지 고려하는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인력과 재무상태가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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