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익률 안정적인 인컴형 펀드 인기몰이, 美회사채·이머징채권… 랩·ETF 통해 투자

    입력 : 2020.02.03 10:19:02

  • 지난 연말에 이어 연초 계속 달려가는 글로벌 증시에도 불안함은 있다. 비록 단기간의 미약한 조정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연초부터 이란발 중동 리스크가 증시를 출렁이게 한 것처럼 거침없는 증시에도 언제 어디서 장애물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년과는 달리 올해 시장 전망이 장미빛이라고 하더라도 ‘인컴형 자산’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인컴형 자산은 자산가격의 변화는 거의 없지만 꾸준한 현금 흐름이 창출될 수 있는 자산이다. 과거 투자자들이 원하는 자산은 변동성이 있더라도 큰 자본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이었다면 요즘 투자자들이 원하는 투자자산은 자산가격 상승폭은 적지만 꾸준한 배당, 이자 등이 나올 수 있는 자산이다. ‘채권형 주식’이라는 말이 있듯이 변동성이 적고 꾸준한 배당(이자)이 나오는 주식을 투자자들이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인컴형 자산이 각광받는 이유는 꼭 불안한 금융환경이나 증시 때문은 아니다. 오히려 저금리 기조가 더 크다. 과거엔 은행 이자만으로도 연 5%대 수익을 얻는 것이 가능했다면 이제는 은행 예금이나 적금이나 1%대로 주저앉았다. 주가연계증권(ELS)가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유명하긴 하지만 종종 조기상환 실패나 낙인 공포 등의 헤드라인으로 신문 지상을 오르내리니 완전히 안전자산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적어도 연 3% 이상은 제시할 수 있는 인컴 자산이 유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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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컴 측면에선 미국 국채보다는

    신흥국 채권

    대표적인 인컴 자산이라면 주식 중에선 ‘맥쿼리인프라’가 있다. 그동안 급등했던 리츠들이 올 4분기 조정 국면에 나선 와중에서도 맥쿼리인프라는 하락폭이 크지 않았다. 인프라 자산에 대한 소유권이 없기 때문에 자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는 주가에 반영되지 않고 배당이익에 대한 전망만으로 주가가 움직이는 구조기 때문이다. 부동산 소유권이 아니라 운영권을 가지고 거기에서 나오는 배당금만 수익으로 잡히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변동은 맥쿼리인프라 펀드 수익률에 별 영향이 없다. 펀드를 청산할 때 기초자산 가격이 떨어져도 투자자에게는 별 손해가 없는 구조다.

    눈을 돌려보면 맥쿼리인프라만 인컴형 자산으로 있는 게 아니다. 다소 가격 변동을 감수해야 하지만 리츠, 신흥국 채권, 하이일드 등도 모두 인컴형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모두 이자 및 배당액이 최소 연 3% 이상은 나오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 한국 국채나 선진국 국채가 매력적인 인컴형 자산이 되기 힘든 이유는 단기채냐 장기채냐와 상관없이 거기서 나오는 이자가 적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 하락에 따른 가격 상승을 기대하면 투자수익률이 높기는 하지만 일단 1~2%로 진입한 선진국 국채나 한국 국채는 이자수익만 바라보고 투자하기엔 아쉬운 측면이 있다.

    당분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현수준 또는 더 낮은 수준의 기존 금리를 유지할 것으로 판단돼 이로 인한 글로벌 저금리 기조는 계속될 수 있다. 마이너스 채권의 비중이 줄어들었다고는 하나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이너스 채권은 금리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로는 보유할 만하지만 일드(yield) 측면에선 오히려 손실이다. 인컴형 자산은 저금리 시대에도 과거와 같은 3~5%대 수익을 기대할 만해야 한다.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의 심리가 비슷하기 때문에 인컴형 자산의 가격은 저금리 시대에 높아지기 마련이다.

    증권사들의 올해 자산배분 전망에서도 인컴형 자산은 투자포트폴리오에 반드시 담겨야 하는 자산으로 꼽힌다. 삼성증권은 올해 자산배분의 큰 줄기를 성장, 일드(yield), 글로벌로 봤다. 이베스트증권 역시 올해는 일드 헌팅의 시대로 정의했다.

    일드는 채권에서 나오는 수익을 뜻하는 말인데 통상적으로 정해진 시기에 나오는 정해진 금액을 일드라고 보면 된다. 일드 측면과 안정성 측면을 모두 고려하면 괜찮은 자산은 미국 우량회사채,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 미국 하이일드 채권 등이 유망할 수 있다. 다만 신흥국 중에서도 국가별로 통화 정책의 여력이 차별화되기 때문에 선별 투자가 필요하다. 미래에셋대우는 기준금리 인하 여력은 성장률과 물가 안정 측면에서 멕시코와 러시아가 가장 크다고 전망했다.

    신흥국 채권 투자 시 통화변동성 측면에서 로컬 통화표시 채권보다는 달러 표시 채권이 안정적일 수 있다. 신흥국 경기 여건 개선과 약달러 추세를 감안하면 로컬 통화표시 채권 투자의 메리트는 높아질 수 있지만 개인의 투자성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저금리와 저물가 환경으로 인해 신흥국 금융환경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펀더멘털 개선 모멘텀이 있는 신흥국 국채로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 통상 JP모건 신흥국 채권 스프레드는 달러와 동일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 강달러인 상황에서는 신흥국 채권 스프레드(미국채와의 이자율 차)가 확대되어 신흥국 채권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엔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스프레드가 축소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커지면서 신흥국으로 자금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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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 상장된 ETF 통해 인컴 투자 가능

    이베스트증권은 주요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판단돼 이머징 국가 금융환경 개선이 기대되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 있는 이머징 투자 등급 국채에 자금 유입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드와 자본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자산인 것이다. 만약 이머징 채권에 투자하고 싶다면 EMB ETF(iShares J.P. Morgan USD Emerging Markets Bond)가 해외 직구족들에게 가장 많이 쓰이는 ETF다. 미국 달러표시인 만큼 로컬 통화의 변동성을 차단할 수 있으며 달러자산 투자 효과를 노릴 수 있다.

    미국 회사채는 미국 경기가 견조함을 이어가고 있어 안정적인 투자처로 활용될 수 있다. 경기 확장 국면 재개 시 국채 대비 성과가 좋을 것으로 전망된다. 캐리 메리트가 금리의 점진적 상승으로 인한 가격 손실을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LQD ETF(iShares IBoxx $ Invest Grade Corp Bd)가 대표적인 ETF다. 일드는 연 3.3%로 낮은 편이지만 가격 하락의 위험은 이머징 채권이나 하이일드보다는 적은 편이다.

    하이일드 채권은 경기 확장 국면 재개 시 신용 위험 부각이 제한적이다. 최근 토털 리턴 측면에서 채권 중 가장 수익률이 좋다. 가격 측면에서 조달 금리 점진적 상승으로 인한 초과수요 감소는 향후 수급에 미우호적이다. HYG ETF(iShares iBoxx $ High Yield Corporate Bond ETF)가 대표적인 미국 회사채 ETF인데 연 이자가 5% 정도 나온다.

    리츠는 지난해 상반기 가파른 가격 상승을 했다가 하반기 되어 오히려 시장 금리가 반등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글로벌 리츠의 하락폭도 컸지만 한국 리츠의 하락폭은 더 컸다. 특히 신한알파리츠와 같은 경우는 그동안 판교라는 입지와 오피스리츠라는 희소성 때문에 가격이 급등했는데 최근엔 작년 9월 수준으로 주가가 떨어졌다. 지난해 9월엔 연초 대비 80%가 오를 정도로 상승폭이 컸지만 2달 만에 20% 이상 빠진 것이다.

    신한알파리츠의 예에서 보듯 리츠가 인컴형 자산이 되기 위해서는 저가 매수와 종목 선정이 중요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리츠가 연말에서 다음해 3월 사업계획을 발표하는 기간까지 가격이 횡보하는 경우가 많다”며 “상승장에서의 추격 매수보다는 리츠 가격이 충분히 떨어졌다고 판단할 때가 리츠 투자를 하는 적기”라고 말했다.

    ▶가격 모멘텀 큰 리츠 종목은

    인컴형으로 부적격

    물론 리츠 자산이 일시적인 가격 하락은 경험할 수 있지만 글로벌 저금리 환경을 생각하면 여전히 유망한 자산이라고 할 수 있다. 만약 글로벌 리츠에 투자하고 싶다면 가장 저렴한 보수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뱅가드의 리츠ETF인 뱅가드리얼에스테이트인덱스펀드(Vanguard Real Estate Index Fund ETF; 티커명 VNQ)에 투자하는 방법이 있다. 분산투자이기 때문에 올해 대형 리츠 종목들의 변동성이 큰 와중에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상승세를 그려왔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해 초 79달러였던 가격이 10월 94달러까지 갔다가 1월 중순 92달러 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 리츠는 인컴 자산으로 보기에는 가격 변동성이 큰 종목들이 많아 유의해야 한다. 아메리칸타워와 같은 인프라 리츠는 특정 산업의 전망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이고 이미 큰 폭으로 가격이 올라 배당수익률은 1%대로 낮아졌다. 인컴 자산으로 미국 리츠를 접근하자면 가격 모멘텀보다는 배당수익률을 우선 봐야한다.

    한국 리츠 투자는 종목이 제한되어 있다는 단점은 있으나 장기투자를 하는 경우엔 세제 혜택이 있다.

    올해부터 공모리츠 및 부동산펀드에 대해 5000만원 한도로 3년 이상 투자하면 배당소득 9%에 분리 과세된다. 지금 리츠의 배당소득은 14%의 이자 및 배당 소득세(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15.4%)가 부과되고 2000만원이 넘는 금액의 경우 최고세율(42%)로 누진 과세된다. 가령 현재 연 5%의 배당을 주는 리츠는 14%의 이자 및 배당 소득세(10% 지방소득세 포함)를 내면 세후 수익률이 최대 4.23%지만 9%의 분리과세가 되면 세후 수익률은 4.5%로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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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컴펀드 지난해 수익률은 11%로 높아

    인컴형 투자는 펀드로도 쉽게 할 수 있다. 인컴펀드는 원래 그리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펀드라 재작년까지만 해도 별로 각광을 받지 못했지만 작년부터 증시 변동성이 심화되면서 반사이익을 받았다. 여기다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자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누리고자 하는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지난해 인컴펀드들은 자금 유입과 수익률 면에서 국내외 주식형 펀드와 국내 펀드들을 모두 능가했다.

    전체 펀드 중에서 유입액 규모(MMF 제외)가 2위인 하나UBSPIMCO글로벌인컴펀드는 1년 사이 9500억원가량이 몰렸다. 하나UBS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주식 시장의 성과가 부진한 상황에서 우량 채권 등을 편입한 펀드들은 PB센터나 판매처에서 고객들에게 보다 쉽게 권할 수 있어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특히 인컴펀드는 높은 자본차익이나 가격 상승보다는 안정적 현금흐름을 추구하는 펀드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에 따라 수익률까지 높게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인컴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지난해 11%였다. 안전자산인 채권, 리츠나 고배당주의 가치가 올라가면서 수익률이 덩달아 상승한 것이다. 피델리티글로벌배당인컴펀드는 지난해 연초 이후 24.05% 상승했고 블랙록다이나믹하이인컴은 17.8% 올라 인컴펀드면서도 해외주식형을 뛰어넘는 성과를 올렸다.

    ▶신규 인컴형 펀드나 랩도 속속 출시

    한편 인컴펀드가 좋은 성과를 내면서 올해도 인컴 전략에 집중하는 랩이나 펀드가 출시될 예정이다. KB증권이 출시한 KB IPS자산배분랩(글로벌 인컴형)은 작년 높은 수익률이 입증된 AB글로벌고수익 펀드나 신한BNPPH2O펀드 등을 담은 랩이다. 연 4% 이상의 배당이나 이자수익률이 기대되는 자산에 투자하면서 자산가치 상승까지 더해 초과 수익률을 노리는 인컴형 랩이다. KB증권 관계자는 “그동안은 월지급식 상품이 지급 금리가 기대에 못미처 별 인기를 못 끌었으나 글로벌 인컴 자산을 활용하면 안정적이면서도 만족할 만한 수익률을 낼 월지급식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화글로벌본드인컴펀드, 한국밸류글로벌리서치배당인컴펀드, 한국투자다이나믹헤지인컴펀드 등 최근에 나온 펀드들도 눈여겨볼 만하다. 한화글로벌본드인컴펀드는 글로벌 채권에 최적화된 분산투자를 통해 투자등급 회사채보다 낮은 변동성과 하이일드 채권 수준의 이자수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펀드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이 내놓은 한국밸류글로벌리서치배당인컴펀드도 리츠 등 다양한 고배당자산과 우량 배당성장주에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다. 펀드의 운용 전략은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신흥국 채권 등 변동성이 낮은 고배당자산을 담아 기본 수익을 확보하면서 자산의 10%가량을 우량 배당성장주에 투자해 금리 수준 이상의 꾸준한 인컴을 창출하는 것이다. 효과적인 자산배분과 선진시장 리서치 강화를 위해 해외의 다양한 네트워크를 보유한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의 자문을 받아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고 있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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