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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 효과’로 은행 간 ‘완전경쟁’ 시대 열려, 고객 뺏기 치열… NH농협·KB국민 ‘약진’·토스 ‘주춤’
입력 : 2020.01.31 13: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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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뱅킹이 지난해 10월 30일 시범실시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18일에 본격 실시에 들어가면서 뱅킹 애플리케이션(앱)을 둘러싼 은행 간 ‘완전경쟁’ 시대가 열렸다. 과거에는 특정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고객이라면 특정 은행 뱅킹 앱만 이용이 가능했지만, 오픈뱅킹으로 한 개의 뱅킹 앱으로 다른 은행의 거래도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오픈뱅킹은 한 개의 은행·핀테크 앱에서 모든 은행의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뜻한다. 사실상 은행·핀테크 업체 간 벽이 허물어진 것이어서 은행·핀테크 업체 간 ‘고객 지키기’ ‘고객 빼앗기’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져왔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오픈뱅킹 시범운영이 시작된 이후 지난해 10월 30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오픈뱅킹 서비스에 모두 1197만 명이 가입하고 계좌 2222만 개가 등록됐다. 특히 서비스가 전면 시행된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올해 1월 8일까지 22일간 880만 명이 가입하고 1444만 계좌가 등록되면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이는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지난해 10~12월 3개월간 7개 뱅킹 앱의 월간 사용자수(MAU)를 분석한 결과다.
이번 조사는 신한 쏠(SOL)·KB스타뱅킹·하나원큐·NH스마트뱅킹·IBK기업아이원뱅크·토스·카카오뱅크 등 뱅킹 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우리은행 뱅킹 앱은 사용자 수 집계 측면에서 왜곡이 있을 수 있어 조사대상에서 제외했다. 우리은행은 이 기간 중 ‘우리 원터치뱅킹’ 앱 서비스를 종료하고 ‘우리원뱅킹’ 앱 서비스를 새롭게 시작했다.
NH농협은행 ‘NH스마트뱅킹’ 앱의 사용자수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15.6%(572만 명)에서 11월 15.7%(606만 명)로 오른 데 이어 12월에는 15.9%(628만 명)로 상승했다.
오픈뱅킹 시범실시 이전에 비해 사용자 수 점유율이 0.3%포인트가량 증가한 것이다. KB국민은행 ‘KB스타뱅킹’ 앱의 사용자수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16.4%(602만 명)에서 12월에는 16.7%(659만 명)로 늘어나면서 역시 0.3%포인트 확대됐다. 카카오뱅크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6.9%(618만 명)에서 17.3%(683만 명)로 0.4%포인트 올랐다. 카카오뱅크는 아직까지 오픈뱅킹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사용자수 점유율은 오히려 늘어나면서 뱅킹 앱 시장에서 강세를 이어갔다.
신한·KEB하나·IBK기업 등 은행은 사용자 수 점유율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한 ‘쏠(SOL)’ 앱의 사용자 수 점유율은 지난해 10월 14.4%(526만 명)에서 12월 14.5%(570만 명)로, IBK기업 ‘아이원뱅크’ 앱은 지난해 10월 7.1%(258만 명)에서 12월 7.2%(284만 명)로 각각 0.1%포인트씩 상승했다. KEB하나은행 하나원큐는 10월과 12월 각각 7.1%(각각 259만 명·280만 명)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뱅킹 앱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토스는 오픈뱅킹 실시 이후 점유율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 사용자 수 점유율이 22.6%(827만 명)에 달했던 토스는 11월 22%(851만 명)로 하락한 데 이어 12월에는 21.4%(843만 명)까지 내려갔다. 여러 은행의 계좌거래를 손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토스의 강점이었지만, 이 같은 강점이 오픈뱅킹 실시로 희석된 것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7개 뱅킹 앱의 월간 총 사용자 수는 지난해 10월 3661만9000명, 11월 3865만5000명, 12월 3945만9000명이었다.
오픈뱅킹 시범실시 이후 모바일기기에 신규 설치된 뱅킹 앱 가운데 토스의 비중도 축소폭이 컸다. 지난해 10월 신규로 설치된 뱅킹 앱 중 토스 앱은 전체의 42.7%에 달했지만 12월에는 29.4%로 줄었다. 13.3%포인트 가까이 감소한 것이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14.1%에서 19.8%로 5.7%포인트가 늘었다.
뱅킹 앱이 신규로 설치된 모바일기기의 수는 10월 286만9000개, 11월 242만2000개, 12월 249만 개였다. 신규설치 기기 수 비중 측면에서도 NH스마트뱅킹의 약진이 돋보였다. NH스마트뱅킹의 비중은 10월 11.4%에서 12월 14.4%로 3%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KB스타뱅킹은 10.6%에서 12.2%로, 신한 쏠(SOL)은 8.5%에서 9.8%로, IBK기업 아이원뱅크는 7.5%에서 8%로, 하나원큐는 5.3%에서 6.4%로 각각 비중이 확대됐다.
사용자수 점유율·신규설치 비중은 감소했지만 토스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연말 기준 7개 뱅킹 앱의 총 설치기기 수는 5452만7000개로 이 가운데 토스는 20.1%(1096만4000개)에 육박한다. 이어 카카오뱅크(1025만 개), KB국민 스타뱅킹(909만8000개), NH스마트뱅킹(883만5000개), 신한 쏠(762만4000개), IBK기업 아이원뱅크(347만4000개), 하나원큐(428만3000개) 순이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픈뱅킹은 시범실시 기간을 포함해 2개월여가 지났고 아직 효과를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다만 오픈뱅킹으로 토스만의 장점이 줄어든 측면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전체 뱅킹 앱 5분의 1이 토스 앱인 만큼 영향력은 절대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중구 소공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서 윤면식(왼쪽부터) 한국은행 부총재,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권인원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뱅킹 앱 사용자 비중은 연령대에 따라서도 차이를 보였다. 30대 이하는 토스와 카카오뱅크의 비중이 높았고, 40대 이상은 NH농협의 NH스마트뱅킹 앱과 KB스타뱅킹 앱의 사용자수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12월 기준 20대 미만의 뱅킹 앱 이용자 134만9000여 명 가운데 48.9%(65만9000명)는 토스를 이용했다. 20대 미만의 절반가량이 토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카카오뱅크(15.1%·20만3000명), NH스마트뱅킹(10.9%·14만7000명) 등이 토스의 뒤를 이었다.
20대가 가장 많이 이용하는 뱅킹 앱도 토스였다. 20대 뱅킹 앱 이용자 833만5000명 중 토스 사용자 수는 255만1000명으로 전체의 30.6%에 달했다. 카카오뱅크 이용자 수는 165만3000명(19.8%)을 차지했으며, KB스타뱅킹(14%·116만6000명)·신한 쏠(12.9%·107만7000명)·NH스마트뱅킹(10.4%·86만7000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30대는 카카오뱅크 앱의 사용자 수 비중이 높았다. 30대 뱅킹 앱 이용자 1191만1000명 가운데 19.6%에 해당하는 233만9000명이 12월 한 달간 카카오뱅크를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18.1%(215만5000명)를 차지한 토스가 2위, 17.4%(206만9000명)의 KB스타뱅킹이 3위를 기록했다. NH스마트뱅킹(15.2%·181만600 0명), 신한 쏠(14.5%·173만2000명) 등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12월 50대 이용자 수는 558만2000명으로 역시 NH스마트뱅킹이 강세를 보였다. 전체의 19.9%에 해당하는 111만 명이 NH스마트뱅킹 앱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뱅킹 앱을 이용한 50대 5명 중 1명이 NH스마트뱅킹 고객인 셈이다. KB스타뱅킹은 전체 사용자 수의 19.4%(108만1000명)를 점유해 2위 자리를 지켰다. 토스(16.8%·93만8000명)·신한 쏠(15.9%·89만 명)·카카오뱅크(12.7%·71만1000명) 등이 각각 3~5위에 올랐다.
60대 이상 사용자 153만9000명 중 20.8%(32만 명)는 NH스마트뱅킹 고객이었다. KB스타뱅킹(19.7%·30만3000명)과 신한 쏠(17%·26만2000명)이 NH스마트뱅킹의 뒤를 이었다. 60대 이상 고령자 가운데서도 토스·카카오뱅크 등 이용 비중이 높은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60대 사용자수 점유율은 토스가 15.8%(24만4000명), 카카오뱅크가 11.6%(17만9000명)에 달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오픈뱅킹 전면 실시 이후 송금 서비스 중심의 핀테크 기업들이 다수 참여하면서 ‘출금이체 서비스’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전면 시행 전 출금이체 서비스 비중은 2%에 불과했지만, 전면시행 이후에는 비중이 28%까지 상승한 것이다. 전체 서비스 이용 비중(지난해 12월 18일~올해 1월 8일)은 잔액조회(58%)가 가장 많았고, 출금이체 서비스에 이어 거래내역조회(10%), 계좌실명조회(3%), 입금이체(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권 고객은 오픈뱅킹 전면시행 이전과 이후에 큰 관계없이 잔액조회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핀테크 업계는 출금이체 서비스의 비중이 컸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올해 1월 8일까지 은행 서비스 이용건수의 84%가 잔액조회였고, 핀테크 서비스 이용건수의 81%가 출금이체 서비스였다.
현재 조회·이체에 한정된 기능을 예·적금 등 보유자산 측면으로 확대하는 방안, 모바일·인터넷 외 일반 점포 등 대면채널에서의 서비스 허용 등이 연구용역에서 다뤄진다. 또 신용정보법 통과로 새로운 금융산업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오픈뱅킹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오픈뱅킹을 통한 휴면계좌 활성화로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가상계좌 등 이용가능계좌를 늘려 이용자 편의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연구내용에 포함된다. 오픈뱅킹과 관련한 리스크 분석, 보안·이용자보호 강화 방안 등 안정성 확보 방안도 모색할 전망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업계를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 등 현장의견과 해외사례를 충분히 반영하고 검토해나갈 것”이라며 “5월 중 연구용역을 마무리하고 결과를 바탕으로 참가기관·기능 확대 등 ‘오픈뱅킹 고도화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최승진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3호 (2020년 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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