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 시대 재테크, 저축은행 특판 리츠 등 주목… 외화상품은 주의 필요, 새해 초 담보대출 받거나 갈아타는 것 고려해야

    입력 : 2019.11.29 14:19:42

  • 은행 예·적금 금리가 1%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16일 기준 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1.25%로 내리면서다. 씨티은행은 같은 달 25일부터 일부 입출금 통장에 주는 우대금리를 0.2%포인트 내렸다. SC제일은행도 지난 11월 1일부터 주요 입출금 상품 금리를 0.2~0.3%포인트 낮췄다. 고객들이 예·적금만으로 돈을 불리기 어려운 시대가 온 것이다.

    기준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시중은행들은 ‘눈치싸움’을 하며 예금 금리 인하를 뒤로 미뤘다. 은행들이 예금 금리를 섣불리 내리지 않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내년부터 새로 도입되는 ‘신(新)예대율(예금-대출 비율)’ 규제와 지난 10월 말 시작된 오픈뱅킹 경쟁으로 고객을 다른 은행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은행 예대율 산정 때 가계대출 가중치를 현행보다 15% 높이고, 기업대출은 같은 비율로 낮추기로 했다. 은행은 예대율을 100%로 맞춰야 한다. 결국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거나 예금을 늘리는 방법밖에 없다.

    오픈뱅킹은 은행의 또 다른 도전 과제다. 오픈뱅킹이란 하나의 은행이나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에서 모든 계좌를 조회하고 입출금하는 서비스다. 이처럼 은행 간 고객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지만 예금 금리도 꾸준히 내려가고 있다.

    저금리 시대에도 투자처를 찾지 못한 돈은 은행에 쌓이고 있다. 신한·KB국민·우리·KEB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10월 말 정기예금·적금 잔액은 706조786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3조8566억원(2.0%) 늘었다. 1월(642조7746억원)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64조원이 늘어난 규모다. 대규모 원금 손실 논란을 빚은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으로 위험 회피 경향이 커졌다. 최근 미·중 무역 분쟁 등 글로벌 경제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연 0.1%라도 더 주는 상품을 찾는 금리 노마드(nomad)족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금에 돈을 쌓아두기보단 리츠, 달러, 금 등 자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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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리 노마드족… 저축은행·특판 눈길

    재테크 시작은 종잣돈을 모으는 일이다. 종잣돈을 모으려는 사회초년생에겐 여전히 예·적금이 가장 쉬운 방법이다. 시중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1%대로 추락했지만 저축은행이나 핀테크 업체를 통하면 많게는 연 5% 금리를 얻을 상품을 찾을 수 있다. 이미 저금리 기조에 은행들이 종종 내놓는 고금리 특판 상품은 수초 만에 동이 날 정도다. 카카오뱅크가 지난 7월 1000만 고객 돌파 기념으로 판매한 연 5% 특판 예금은 1초 만에 완판됐다. 많은 고객이 몰리면서 서버 과부하로 수십 분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 먹통이 되기도 했다.

    연 1%라도 더 높은 금리를 얻으려는 금리 노마드족이 관심을 가질 만한 곳은 저축은행이다. SBI저축은행은 지난 10월 본인 휴대전화 연락처에 있는 지인이 상품에 가입하면 자동으로 우대 금리를 주는 ‘공유형 적금상품’을 선보였다. 월 가입금액은 최대 30만원으로, 가입기간은 1년이다. 기본금리 2.0%에 만기 때 우대금리 0.5%포인트, 인맥 우대금리 1.0%포인트 등 최대 연 3.5% 금리를 준다. 기간에 상관없이 적금을 중도 해지해도 기본금리 2.0%를 준다.

    웰컴저축은행의 ‘웰컴 체크플러스2 M 정기적금’은 우대 금리를 포함해 1년 기준 최고 연 4.3% 금리를 제공한다. 24개월 약정 시엔 최고 연 4.5%에 달한다. 기본금리 연 2.1%(24개월 이상 약정 시 연 2.3%)에 체크카드를 월 50만원 이상 사용하면 2.2%포인트 우대금리를 준다. 30만~50만원 미만 사용 땐 1.8%포인트, 10만~30만 미만 사용 땐 1.4%포인트를 우대해준다.

    ‘웰컴 첫거래우대 M정기적금’은 웰컴저축은행을 처음 이용하는 고객이라면 꼭 챙겨야할 적금이다. 우대금리까지 더해 연 최고 4.2%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기본금리 연 3.2%에 적금 납입 때 웰컴저축은행 자유 입출금 통장으로 8회 이상 자동 이체하면 우대금리 1.0%포인트를 추가로 준다. 이용 고객 중 30대 비중이 40%에 달할 정도로 20·30에 인기가 높다.

    핀테크 업체를 중심으로 고금리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핀크는 산업은행, SK텔레콤과 손잡고 연 5% 금리를 주는 ‘KDB×T 하이파이브(high5)’ 적금을 선보였다. SK텔레콤을 이용하는 소비자면 누구나 기본 연 4% 금리를 받고, SK텔레콤 요금제 5만원 이상을 사용하는 고객은 연 1%포인트 추가 우대금리를 받는다. 핀크는 DGB대구은행과 손잡고 ‘T 하이파이브’ 적금으로 인기를 끌자 후속 상품을 내놓았다. 이 상품은 기본금리 연 2%에 우대금리 2%포인트, 캐시백 1%포인트를 준다. 출시 한 달 만에 5만 명이 가입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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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바리퍼블리카가 운영하는 토스도 은행과 카드 등 다양한 금융사와 제휴를 맺고 있다. KEB하나은행과 제휴한 토스 적금은 최고 연 2.7% 금리를 준다. 기본금리 1.0%에다가 19세 이하 자녀가 있는 고객에게 토스머니 연 0.7%포인트, 친구를 초대하면 추가로 연 1.0%포인트를 준다.

    최근 들어 ‘파킹(Parking) 통장’도 인기를 끈다. 파킹 통장이란 차를 잠깐 주차하듯 짧게 돈을 맡겨도 쏠쏠한 이자를 받는 자유입출금식 통장이다. 금리는 만기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고, 언제든 돈을 빼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적당한 투자처를 찾지 못했지만 돈을 놀리기 어려운 고객에게 알맞은 상품이다. 필요할 때 언제든지 돈을 빼서 투자할 수 있다. 다만 상품마다 가입 조건과 우대 금리 조건이 달라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

    SC제일은행의 ‘마이줌 통장’은 고객이 100만~10억원으로 통장에 넣을 돈을 결정한다. 일별 예금의 최종 잔액이 고객 설정액보다 높으면 설정액에 연 1.0% 금리를 준다. 최근 금리를 1.2%에서 1.0%으로 낮췄지만 여전히 시중은행에서 괜찮은 금리다. 설정액을 넘는 돈에도 0.5% 이자를 준다. 예를 들어 고객이 1000만원을 정해 한 달 동안 잔액이 이보다 높았다면 월 이자는 약 8500원이다.

    저축은행 파킹 통장은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고, 예치 한도도 없다. JT저축은행의 ‘JT점프업 저축예금’은 예치 기간이나 거래 실적, 잔액 유지 등 별다른 조건 없이 연 2.1% 상당의 금리를 준다. 이자는 매 분기 평균 잔액을 기준으로 분기별로 지급한다.

    SBI저축은행의 ‘사이다뱅크 입출금통장’과 페퍼저축은행의 ‘페퍼루 저축예금’은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다. 두 상품 모두 연 2.0% 금리를 준다. 웰컴저축은행은 5000만원 이하 금액에 한해 연 1.7% 금리를 주는 ‘웰컴 비대면 보통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5000만원 넘는 금액에는 연 0.5% 금리를 적용한다. 저축은행은 파산 때 예금보험공사가 5000만원까지 보증을 해준다.

    은행들은 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소비를 줄일 수 있는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 11월 4일 업계 최초로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M’ 서비스를 시범 출시했다. KB금융 계열사 이용 실적에 따라 통신 요금이 월 최대 3만7000원 할인된다. 급여와 4대 연금, 아파트 관리비 등을 자동이체하고 제휴 카드 청구할인을 적용하면 5G 요금제 가격은 월 4만4000원에서 7000원까지 내려간다.

    ▶저금리 시대 ‘리츠’가 뜬다

    최근 들어 투자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상품은 바로 ‘리츠(REITs)’다. 리츠는 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업무용 빌딩과 호텔, 백화점 등 부동산에 투자한 뒤 임대 수익과 매각 차익 등을 투자자에게 배당하는 부동산 간접투자 상품이다. 리츠의 장점은 투자자가 적은 금액으로 빌딩과 호텔, 백화점 등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상장 리츠는 일반 주식처럼 쉽게 사고 팔 수 있고, 배당 수익 외에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 저금리 시대에 공모가 대비 5% 안팎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은행 이자보다 높은 이익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에게 매력 요소다.

    저금리에다가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파생결합펀드(DLF) 대규모 원금 손실 등으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자 대안 상품으로 리츠에 돈이 몰리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불패 신화도 리츠의 인기 요인으로 분석된다.

    정부도 세제 지원 등 리츠 투자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5000만원 한도로 일정기간(약 3년) 동안 공모 리츠에 투자하면 배당 소득 분리과세(세율 9%) 혜택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리츠 배당소득엔 이자·배당소득세 14%가 부과되고, 2000만원을 넘는 금액엔 최고 42%에 달하는 누진세가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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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상장된 리츠는 에이리츠, 케이탑리츠, 모두투어리츠, 신한알파리츠, 롯데리츠 등이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부센터장은 “최근 경기가 불안정해서 꼬박꼬박 수익이 들어오는 상품이 인기”라며 “리츠 등은 정기적으로 3개월, 6개월마다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에 분산 투자가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0월 30일 상장한 롯데리츠는 상장 첫날 상한가를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다. 롯데리츠는 롯데쇼핑 산하 백화점과 마트 등을 사들여 임대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한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백화점 4곳(창원점·구리점·광주점·강남점)과 마트 4곳(의왕점·장유점·서청주점·율하점), 아웃렛 2곳(청주점·율하점)을 기초 자산으로 한다. 2020년과 2021년 목표 배당수익률은 연 6.6~6.7%다.

    NH프라임리츠는 오피스 자산을 기반으로 한 부동산 재간접형 공모 상장 리츠다. 실물 부동산이 아닌 서울 스퀘어, 삼성물산 서초타워, 강남N타워, 잠실SDS타워에 투자한 펀드와 리츠 지분 일부를 기초 자산으로 한다. 이들 건물에 투자한 펀드와 리츠에서 배당을 받아 투자자에게 분배하는 방식이다. 7년 연평균 배당수익률 예상치는 5.5%(공모가 5000원 기준)다.

    하지만 리츠 역시 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분산 투자’를 하는 게 중요하다. 눈앞에 수익에 몰두한 나머지 이른바 ‘몰빵’을 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초저금리 시대에 5~6%는 고수익이다. 높은 수익을 얻는 상품은 그만큼 리스크가 크다는 의미다.

    달러에 대한 관심도 여전히 높은 편이다. 김 팀장은 “달러 예금은 3개월짜리가 연 1.7%대, 달러 주가연계증권(ELS)는 연 6~7%대라서 찾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달러 예금은 3개월, 6개월, 1년물로 나뉜다. 금리는 3개월이 연 1.7%, 1년짜리가 연 1.5% 수준이다.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이 원화인 고객들은 달러 예금 등 외화로 자산 일부를 보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단기적으로 외화 시장에 베팅하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 달러당 원화값 하락 또는 상승장에 베팅하는 달러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의 경우 일시적인 환율 움직임을 좇아 사고 팔면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주식처럼 계속 사고 파는 대신 1~2년간 장기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실제 지난 8월 13일 1222.2원(종가 기준)으로 3년 5개월 만에 최저치를 찍은 달러당 원화값은 한때 1150원선까지 내려갔다.

    일단 머니마켓펀드(MMF)에 예금하고 시장 상황을 지켜보다가 투자하려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8일 기준 수시 입출금식 상품인 MMF 설정액은 121조2023억원으로 전달(115조4389억원)보다 5조7634억원 늘었다. MMF는 만기 1년 안에 국공채나 기업어음 등 단기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돈을 잠시 넣어두는 용도로 사용한다. 시중에 풀린 부동자금이 투자처를 찾느라 잠시 MMF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김형리 농협은행 WM연금부 차장은 “1월 효과로 주식 시장이 좋아질 수도 있어 투자자들이 일단 MMF에 예금했다가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1월 효과란 특별한 호재가 없더라도 1월 주가가 다른 달보다 높은 현상을 의미한다. 통상 연초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과 연말 기관 투자가들의 주식 매도 등이 맞물려 나타난다.

    [이새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1호 (2019년 12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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