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퇴 자금 아니어도 눈여겨볼 TDF, 수익률 양호… 일반 투자 상품으로도 각광

    입력 : 2019.10.02 10:44:41

  •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도 꾸준히 돈이 들어오는 펀드가 있다. 자산운용사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신상품을 계속 준비 중인 이 상품의 이름은 타깃 데이트 펀드(Target Date Fund; TDF)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TDF는 9월 초 기준으로 설정액이 2조1313억원에 달한다. 지금까지 10개 자산운용사가 상품을 출시했으며 종류는 87개가 있다. 은퇴 시점에 맞춰 펀드가 여러 개가 나오기 때문에 하나의 자산운용사에서 구비하고 있는 라인업도 최소 5가지 이상은 된다.

    TDF란 은퇴 예상 연도를 목표로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을 글라이드 패스(Glide Path)에 맞춰 유연하게 배분하는 상품이다. 생애주기곡선이라고 불리는 글라이드 패스는 은퇴 시점까지 자산별 비중이 변화되는 모양이 비행기 활강경로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은퇴를 남겨둔 시점에 따른 최적의 자산배분 곡선을 의미한다. 은퇴가 아직 많이 남은 시기에는 주식 등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려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영하지만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채권과 같은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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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 시점 선택하면 최적의 자동 자산배분

    20~30대라면 공격적 투자를 통해 수익률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은퇴를 생각해야 하는 40~50대들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다. 은퇴를 목전에 둔, 또는 은퇴자들은 안전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채권 위주로 투자하되 안정적인 인컴도 주요 고려 대상이다. 2030형은 은퇴가 10여 년 남은 사람들을 위한 TDF라 채권 비중이 높다. 반면 2050형은 은퇴가 아직 20년 이상 남아 있기 때문에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TDF들은 대부분 2030형, 2040형, 2050형 등 은퇴시기를 나눠서 출시되고 있는데 5년을 단위로 세분화해 출시한 자산운용사들도 많다. 2030형은 은퇴 시점이 11년 남았다는 가정 하에 글라이드 패스가 진행되는 방식이고 2050형은 은퇴가 31년 남았다는 가정 하에 글라이드 패스가 시작된다.

    TDF는 개인에 따른 위험선호도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도 본인의 위험성향에 따라 2030, 2040, 2050형을 선택하면 해결된다. 반드시 은퇴연령과 TDF 유형을 맞출 필요는 없다. 공격적 투자자라면 은퇴 시점이 조금 남아 있어도 2050형을 택해서 주식 비중을 높인 상태에서 글라이드 패스를 시작하게 하면 된다. 은퇴가 10년 남았어도, 만약 은퇴 후에도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고 싶다면 2050형을 고를 수 있다.

    최근 들어 TDF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수익률이다. 증시가 실망을 준 이 시기 TDF는 달랐다. 전체 TDF의 연초 대비 평균 수익률은 11.9%다. 장기 투자인 점을 감안해 2년 수익률이나 3년 수익률을 봐도 각각 6.89%, 19%다.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인 상황에서도 분산 투자를 통해서 수익률을 제고했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상품이 없다.

    ▶전 세계 주식·채권·대체자산까지

    펀드 하나로 투자

    광범위한 자산 배분은 TDF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글라이드 패스 상의 채권 대 주식 비중으로만 자산 배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주식이라고 하면 국내뿐만 아니라 선진국, 이머징 주식을 모두 담고 채권 역시 다양한 만기와 지역, 신용등급의 채권을 담는다. 시장 상황이나 국가리스크에 대한 변동 폭이 줄어들 수 있는 이유다. 대체자산이라고 할 수 있는 인프라, 부동산, 리츠 등도 TDF의 투자 대상이다. 최근 TDF의 수익률 상승에는 이러한 대체자산이 크게 기여했다.

    물론 최근에는 EMP(ETF Managed Portfolio) 펀드나 TRF(Total Risk Fund) 등 개인이 분산투자할 수 있는 수단이 조금씩 생겨나기는 한다. 그러나 시중에 EMP 펀드는 아직 종류가 다양하지 않고 리스크와 변동성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공격적 성향의 투자자라면 아쉬움을 느낄 법하다. TRF는 주식과 채권 두 가지로만 자산배분을 하기 때문에 TDF와 같은 광범위한 분산투자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TDF는 은퇴 자금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목적의 재테크 상품으로서도 유효하다. 은퇴자금을 생각한다면 TDF 펀드를 퇴직연금 확정기여형(DC형) 계좌에 담거나 개인형 연금(IRP)계좌에 담으면 된다. 이 경우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은 투자금액 일부에 대한 세액공제다. 연금저축 납입금액 400만원, IRP까지 합하면 700만원까지 투자금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급여소득 5500만원 이하 기준 세액공제율은 16.5%다. 계좌에서 발생한 운용수익은 인출하기 전에는 비과세된다. 여기에 발생하는 이자소득에 대해선 매년 이자소득세(15.4%)를 면제해주기 때문에 복리효과가 커진다. 향후 55세 이후 연금으로 수령 시엔 저율 과세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퇴직연금계좌에 넣지 않고 단순히 일반 펀드에 투자하듯이 TDF만 가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목적이 있는 목돈 마련을 위해서는 TDF가 적절한 대안이다. 주택구입이나 자녀 학자금 마련과 같은 경우엔 짧게는 5년, 길게는 20년이 소요되는 장기 투자다. 만약 2030년에 집을 구매할 계획을 세우는 투자자라면 2030형 TDF를 가입해 적립식으로 꾸준히 돈을 모으면 된다. 투자금을 55세 이전에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수령하기 때문에 절세 혜택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목표로 세운 시점에 가까워질수록 안전자산 위주의 투자로 ‘지키는’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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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용 낮추고 싶으면 S클래스 펀드 선택해야

    은퇴자금 투자든 일반적인 재테크 차원이든 상관없이 TDF 투자의 비용은 좋은 펀드를 고르고 초기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TDF 운용사마다 운용보수는 그리 큰 차이가 나지 않기 때문에 판매보수를 낮춰야 총 비용이 줄어든다. 한국포스증권에서 운영하는 펀드슈퍼마켓 사이트나 앱을 활용하면 S클래스로 가입할 수 있는데 판매보수가 다른 펀드 클래스의 30~40%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출 수 있다.

    가령 삼성 한국형TDF2040펀드의 C클래스의 판매보수는 연간 0.97%다. 반면 한국포스증권의 S클래스는 0.25%에 불과하다. 만약 3년간 1000만원을 투자한다면 총 비용이 C클래스는 42만원(연간 투자수익률 5%) 가정인데 S클래스는 18만원이어서 24만원을 절약할 수 있다.

    또한 펀드슈퍼마켓 앱은 10개 자산운용사들의 TDF 라인업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에 운용사 간 펀드 비교에도 유용하다. 일반 은행, 증권사, 보험사의 판매 창구는 자사가 주력으로 미는 TDF를 권하기 쉬운데 펀드슈퍼마켓 앱에선 개인의 투자성향에 맞은 TDF를 수익률과 보수 모두 비교해보고 선택할 수 있다. TDF 맞춤 솔루션을 통해 필요 은퇴자금에 대한 개인별 월간 필요 투자액도 알 수 있다.

    각 자산운용사별로 각기 다른 스타일의 TDF를 내놓고 있어서 자산운용사별의 운용 전략이 자신에게 맞는 펀드를 고르면 된다. 현재 TDF를 출시한 회사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P자산운용, KB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 NH아문디자산운용이다. 지금까지의 수익률만 보면 신한BNPP자산운용의 TDF가 가장 수익률이 높은 편이다.

    ▶수익률 가장 높은 신한BNPP마음편한 TDF, 환전략으로 성공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신한BNPP마음편한TDF2040은 1년 수익률이 9.4%, 연초 수익률이 19%에 달한다. 주식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는 2040형이지만 해외주식 시장에서의 선방과 환차익 때문에 수익이 높았다. 그외 신한BNPP마음편한TDF는 2025형, 2030형, 2035형 모두 1년 수익률이 8%는 넘는다. 시장 상황과 투자자산의 성격에 따라 환오픈과 환헤지 전략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환차익 효과를 극대화시킨 것이 수익률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다음은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25형이 1년 수익률 6.7%, 한화라이프플러스TDF2020형이 6.4%, 삼성한국형TDF 2015형이 6.4% 수익률을 올해 거뒀다. 2020형이나 2025형의 경우 채권 비중이 높은 펀드기 때문에 연초 저금리로 채권값이 상승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

    TDF는 은퇴 시점까지 길게는 수십 년이 남아 있는 초장기 투자상품인 만큼 1~2년 수익률보다는 자신의 투자 스타일과 맞는 펀드를 고를 필요가 있다.

    TDF는 크게 액티브 펀드형과 ETF형, 혼합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보다 액티브하게 시장 상황이나 종목 교체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삼성자산운용이나 한국투자신탁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형, NH아문디자산운용의 TDF를 고를 수 있다.

    국내 TDF 시장에서 가장 큰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는 삼성자산운용 TDF는 판매사도 많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고 환헤지인지 환오픈인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TDF 중에선 가장 먼저 출시된 만큼 트랙레코드도 길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자산운용사 캐피탈그룹의 TDF운용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생애주기에 최적화된 TDF를 개발했다.

    한국 주식의 비중은 거의 없는 것이 특징인데 이미 금융 및 부동산 자산의 대부분이 한국에 투자되어 있는 국내투자자들을 생각하면 분산 차원에서 괜찮은 선택이다. 미국, 유럽, 아시아 개발도상국 등 글로벌 시장의 주식 및 채권에 투자하는 캐피탈그룹의 11개 펀드에 분산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자산배분형 역시 분산투자가 특징이다. 투자대상은 전세계 국가의 주식, 채권, 원자재, 부동산 등이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한국투자TDF알아서’는 TDF 전문 자산운용사인 티로프라이스(T.RowePrice)와 협업해 글로벌자산과 한국 자산에 분산투자한다. 한국자산을 20%가량 담았으며 빠른 노령화와 평균수명 증가 추이를 감안한 한국형 연금자산배분 모델을 적용해 다른 TDF에 비해 주식편입비중이 높다.

    ▶위험방어냐 보수절약이냐에 따라

    다양한 펀드 선택 가능

    NH아문디자산운용의 하나로TDF는 다른 TDF와 달리 하방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험상황에서 선물 매도 전략을 쓴다. 자문사 웰스파고의 동적리스크헤지(Dynamic Risk Hedging) 전략을 활용하는데 시장 급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선 자산의 10% 이내에서 장내 파생상품을 활용해 극단적인 손실을 방어하는 포트폴리오 위험관리 방법이다. 이 때문에 미중 무역분쟁의 재발로 전 세계 증시가 한번 요동치던 지난 3개월간에도 3%중후반대의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운용보수가 액티브 펀드에 비해 낮은 상장지수펀드(ETF) 위주의 투자를 통해 비용이 다소 낮은 곳은 KB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의 TDF다. TDF는 장기투자인 만큼 총보수를 1bp라도 낮추어야 수익률 격차를 벌릴 수 있다. KB자산운용의 KB온국민TDF는 미국 뱅가드와 협업을 통해 인덱스 펀드와 ETF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주식자산에 집중 투자한다. 키움키워드림TDF는 글로벌 운용사 SSGA의 TDF 자산배분 모델을 적용했으며 비용이 낮은 ETF 위주의 패시브 펀드를 주로 담았다.

    액티브 펀드와 패시브 펀드의 혼합형은 한화자산운용과 교보악사자산운용의 TDF에서 찾을 수 있다. 올해 출시된 교보악사마음든든ETF는 국내주식은 교보악사위대한중소형밸류와 같은 액티브형으로 투자하지만 해외리츠는 뱅가드 리얼에스테이트ETF와 같은 ETF형으로 혼합해 투자한다. 악사자산운용의 펀드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 펀드를 대상으로 가장 수익률과 운용전략 면에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 펀드를 편입한 것이 장점이다. 한화Lifeplus TDF는 미국 JP모건의 자문을 통해 신흥국이나 해외 중소형주는 액티브 펀드로 담지만 미국 대형주는 ETF로 투자한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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