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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풍향계] 다시 각광받는 주상복합 환금성 떨어지는 단점도
입력 : 2019.10.01 14: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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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파트값이 지난 몇 년간 너무 많이 올랐어요. 내 집 마련용으로 주상복합아파트를 장만해도 될까요?”
청약가점이 낮아 최근에 청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어떤 실수요자가 물어온 질문이다. 주택 매매시장에서 그동안 매매가격 상승에서 제외되었던 서울 강남과 목동 등 주요 주상복합단지들이 잇달아 사상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도곡동 타워팰리스, 도곡동 대림아크로빌, 잠실동 갤러리아팰리스, 목동 하이페리온 등 1세대 주상복합아파트들이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한동안 일반아파트에 비해 소외받았던 주상복합아파트가 다시 한번 발돋움을 하고 있다. 주상복합아파트는 구입해선 안 되는 금기처럼 여기던 수요층의 생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
▶주상복합 전성기 다시 올까
대한민국에서 주상복합아파트가 각광받았던 시기가 있었다. 타워팰리스 등 1세대 주상복합아파트는 대부분 준공될 때까지도 미분양이었다. 그러나 준공 이후 실수요자들의 각광을 받으면서 가격이 치고 올라가서 2008년에는 일반아파트 평균 가격을 뛰어넘었던 적도 있다.
과연 주상복합아파트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고 다시 한번 일반아파트와 어깨를 견주는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도곡동 타워팰리스 전경
주상복합의 장점은 일단 살기에 편리하다는 점이다. 상업지역에 지어지다보니 직주 근접형의 입지를 가지고 있고 상업시설이 많아 편리한 삶을 살 수 있다. 역세권이거나 전철역과 지하로 연결되어서 비를 맞지 않고 출퇴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매매가가 싼 것도 장점 중 하나이다. 일반아파트와 같은 층간소음이 별로 없다. 철골조로 만들어지므로 내구연한이 길어 설비 등만 교체해서 리모델링하면 반영구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일반아파트에 비해 커뮤니티 시설이 차별화되어 있고 보안이 강화된 장점이 있다. 전세가와 매매가가 거의 차이가 없어서 투자용으로 사두기에 쉬운 장점도 있다.
하지만 단점도 많다. 먼저 대지지분이 적다는 점이다. 일반아파트의 용적률이 2 00~300%수준이라면 주상복합아파트는 400~800% 수준이다. 일반아파트보다 용적률이 1/3~1/4 수준이다.
하지만 용적률이 높은 상업지역이라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대지지분 가격이 꼭 낮다고 볼 수는 없다. 실사용면적이 좁은 편이다. 주상복합아파트는 일반아파트와 달리 발코니가 없는 경우가 많고 구조가 답답하다. 일부 주상복합은 이런 단점을 보완해 발코니를 넣고 구조를 잘 뽑는 곳도 있다.
관리비 면에서 불리한 경우도 많다. 30평대 기준 일반아파트에 비해 10만원가량 비싼 경우가 많다. 재건축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시간이 갈수록 일반아파트와 같은 재건축 기대가 살아나지 않는 단점도 있다.
양도세가 중과세되면서 선도 단지인 대단지아파트 가격이 먼저 올랐다. 가격이 오를수록 세금이 중과세되므로 매물이 더욱 잘 나오지 않고 가격이 오른다. 이렇게 되면 실수요자나 투자자 입장에서 선도단지를 추종하는 주상복합아파트로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매수자가 선택의 폭이 넓을 때에는 일반아파트를 선택한다. 하지만 일반아파트 가격이 상승하고 나면 주상복합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싸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주상복합아파트가 올라 키 맞추기를 하게 된다.
서울 도곡동의 렉슬아파트가 먼저 오르고 나면 맞은편의 타워팰리스가 키 맞추기를 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잠실의 리센츠아파트가 먼저 오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맞은편의 갤러리아팰리스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보인다.
선도가격인 신축아파트값이 오르면 일정 기간 이후 구축 가격이 오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또 상승장 초기에는 대단지나 역세권이 가격을 선도하지만 상승장 후기에는 소규모단지나 비역세권이 가격을 좁히는 것도 비슷한 현상이다.
자양동 더샵스타시티 전경
주상복합 시장의 변화
상승장의 후반전이 되면 투자자의 시장에서 실수요자의 시장이 되고 전세가 중심으로 가격 변동이 이루어진다. 전세가가 오르면 전세 매매의 갭이 큰 일반아파트보다는 주상복합아파트가 밀려올라가는 비율이 높아진다. 2020년부터 입주물량 부족에 의한 전세난이 예상되고 있으므로 주상복합이 상대적으로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2004~2005년에 입주한 분당 정자동의 주상복합은 2006~2008년에 걸쳐 급격한 상승을 보였고 일부단지는 평당 3000만원이 넘는 높은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가격대의 거래는 10년이 지난 아직도 최고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적인 요인도 작용한다. 최근에 거론되고 있는 분양가상한제나 재건축에 대한 각종 규제가 시행되면 신축아파트 희소성도 높아지지만 기존아파트나 주상복합으로 관심이 옮겨가는 측면도 있다.
주택 수요를 잡기 위해 내놓는 세금 대출 분양 등에 대한 여러 가지 규제들은 주택 매매 수요를 줄이기도 하지만 결국 투자자를 줄이고 주택 공급을 가로막게 된다.
한편 아파트 건설이 힘들어진 주택건설업체들은 단위면적당 비용이 높은 자투리 땅 개발에 매달리게 된다. 땅값이 매우 비싼 도심지 상업지역의 소규모 부지를 개발해서 내놓는 소규모단지 주상복합아파트가 매우 높은 가격에 분양되면 살기 좋은 기존의 대단지 주상복합아파트가 상대적으로 싸보이는 면도 있다.
▶주상복합아파트 상승세
언제까지 이어질까?
주상복합은 상승장 후반기에 집중적으로 상승세가 부각된다. 하지만 상승장이 끝나고 침체장이 나타나면 일반아파트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단점도 있다. 침체장일수록 비용에 민감하기 때문에 관리비 등이 높은 주상복합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다.
장기적 실거주 목표가 아닌 투자자라면 주상복합에 대한 관심은 한시적인 것이 좋겠다. 향후 4~5년 가까이 주상복합이 각광받겠지만 그 이후에는 처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곽창석 도시와공간 대표]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9호 (2019년 10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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