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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 혹한기 유망한 대체 투자상품은… 배당주·채권 등 ‘안전빵 투자’로 자산 지켜라
입력 : 2019.08.30 10: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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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면서 재테크 트렌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한 방’을 노리던 투자자들이 이제는 ‘따박따박’ 수익을 보장하는 상품으로 발길을 옮기고 있다. 한 번에 큰 시세차익을 거두지 않더라도 매년 일정한 이익만 보장되면 장기투자로 수십 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복리형 투자법’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6일 기준 코스피는 1927.17로 마감한 이후 1900대 초반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의 박스권인 1900~2000선으로 지수가 다시 회귀한 것이다. 5년 이상 장기투자를 했더라도 대부분의 투자자가 수익을 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코스피가 반짝 상승해 2500을 넘어선 2017~2018년 초에 투자했을 경우 지수 기준으로만 20% 이상의 손해를 보고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식형 펀드 평균수익률도 최근 1년 기준으로 -16%, 최근 2년은 -17%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5년 평균수익률은 -7.5%로, 장기투자를 하더라도 마이너스 수익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식투자가 연 2% 정기예금보다 못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주식에 투자해 마이너스를 보느니 매년 일정한 수익을 올려 장기투자하는 게 현명하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복리형 투자의 대표적 방법은 고배당주와 채권이다. 종목이나 상품에 따라 매년 1~5%의 이익이 보장된다. 고배당주의 경우 주가가 떨어질 우려도 있지만 저점에서 매수할 경우 배당금에 더해 주가 상승분까지 챙길 수 있다. 한 종목에 투자하는 리스크가 우려될 경우 고배당주에 분산투자하는 배당주 펀드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채권은 종류에 따라 수익률이 천차만별이다. 국공채에 투자하면 연 2%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지만 금리가 낮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신흥국 국채, 해외 회사채 등으로 투자범위를 넓힐 경우 연 두 자릿수의 수익률도 기대할 수 있다. 펀드를 통해 채권에 투자하는 것이 간편한데, 투자하는 채권에 따라 수십 가지 테마의 채권형 펀드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증시가 침체될 때 고배당주와 이에 투자하는 배당주 펀드는 투자 매력이 높아진다. 연 3~5% 정도의 배당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일반주식에 비해 주가가 덜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장기로 투자할 경우 배당의 복리 효과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만회할 가능성이 높다. 고배당주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경기방어주로 불리는 경우가 많은 이유다.
전문가들은 지금이 배당주 투자의 적기라고 보고 있다. 대부분의 종목이 하락해 장기로 보유할 경우 올라갈 확률이 더 높은 데다 전 세계적인 금리 인하 추세가 형성되면서 배당수익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고배당주를 저점에 사둘 경우 배당수익뿐 아니라 시세 차익까지 챙겨 ‘꿩 먹고 알 먹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 배당수익률이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주가 상승 여지가 있는 ‘똘똘한’ 배당주를 골라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배당주가 속한 업종의 전망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보험의 경우 배당수익률은 높지만 전망이 좋지 않아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실적 개선이 전망되면서 대외 여건에 영향을 덜 받는 통신주, 음식료가 유망하다는 분석이다. 통신주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지난해 말 배당을 기준으로 각 4.32%, 4.15%의 배당수익률을 기록했다. 특히 KT는 주가가 16일 기준 2만6500원으로 사상 최저가에 근접해 있어, 배당수익률과 함께 주가 상승 차익을 챙길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거론된다. 음식료주에 속하는 KT&G도 배당수익률이 3.94%로 대표적 고배당주다.
우선주도 높은 배당수익을 챙기는 방법이다. 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보통주 대비 높은 배당수익을 지급한다. 전문가들은 시가총액이 높은 대형주 우선주를 추천하고 있다. 삼성전자우는 지난해 배당수익률이 3%가 넘었으며, 현대차2우B 역시 5%를 넘는 배당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우는 배당수익률이 7%에 육박한다.
개별 종목에 투자하기 리스크가 높다고 판단하면 고배당주에 분산투자하는 배당주 펀드를 고르면 된다. 수십 개의 종목에 투자하기 때문에 개별 종목의 ‘이레귤러(irregular)’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롭다. 간혹 악재가 터질 경우 고배당주여도 주가가 급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분산투자를 통해 한 종목에 투자했을 때의 손실을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배당주 투자방법으로 상장지수펀드(ETF)가 각광받고 있다. 복잡한 펀드가입 절차 없이 증권사 프로그램을 통해 간편하게 매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배당주 ETF 중에서는 한화자산운용의 ARIRANG고배당주ETF가 설정액 3500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크다. 두 번째는 설정액이 2200억원인 KBSTAR 대형고배당10TRETF, 세 번째는 설정액 1500억원의 KODEX 배당가치ETF다.
주식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환경이 조성되면서 채권시장은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이 가속화하면서 채권값 추가 상승 여지가 남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예금보다는 위험 감수 성향이 높으면서 주식보다는 낮은 투자자들이 채권에 투자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채권으로 투자자금이 쏠리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일 기준으로 올해 국내 채권형 펀드로 10조6462억원이 순유입됐다. 해외 채권형 펀드로도 3조4101억원이 순유입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 올해 각 2073억원, 3조4101억원이 순유출된 것과 대조된다. 국내 국공채 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수익률은 3.93%로 은행 이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다. 이 기간 국내 회사채 펀드의 평균수익률도 2.34%로 높지 않다. 하지만 5년 수익률의 경우 국내 국공채 펀드 평균이 14.79%, 화사채 펀드 평균이 14%로 복리 효과가 나타난다. 이 기간 -6.7%를 기록한 주식형 펀드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수익률이 더 높다. 해외 채권형 펀드의 경우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8.23%로 국내 채권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다만 5년 수익률의 경우 14.67%로 국내 채권형 펀드와 비슷하다. 해외 채권은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부터 고위험 고수익 신흥국 국채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상품이 많다.
전문가들은 미국 채권의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배경이 경기 둔화가 아닌 ‘보험성 조치(insurance cut)’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가 악화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화사채의 안정성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미국의 경우 금리 인하에 더해 경제 성장이 지속되면서 국채와 회사채가 모두 투자매력이 높다는 설명이 나오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떨어지면 채권의 메리트가 높아질 것”이라며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는 가격이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와 채권 값은 반대로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가 내려가면 채권 값이 올라 투자자들의 수익이 늘어난다. 또 다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 경제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투자등급 회사채도 투자상품으로서 계속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국채도 안정성을 우선시하는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금리가 1% 초반대에 형성돼 있어 기대 수익이 다소 떨어지지만 해외 펀드와 달리 환헤징으로 나가는 1~2%의 수수료가 없다. 언헤지 펀드에 수반될 수 있는 환율 리스크가 없다는 뜻이다. 국내 국채는 직접 매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에는 ETF를 통한 거래가 활발하다. KODEX 국고채3년, KOSEF 국고채10년, KBSTAR 단기국공채액티브 등이 대표적인 국공채 ETF다.
신흥국 국채는 안전성에서는 떨어지지만 고수익이라는 장점이 있다. 신흥국은 이미 기준금리가 평균 6~7%에 형성돼있기 때문에 선진국 대비 인하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선진국은 기준금리가 1~2% 수준이지만, 일부 신흥국들은 10%에 이르기 때문에 인하할 수 있는 폭이 더 크다. 기준금리가 높기 때문에 리스크는 있지만 기대수익 폭도 크다. 고위험 고수익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적합하다.
터키, 아르헨티나, 멕시코, 러시아는 모두 올해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국가들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가 금리 인하 사이클에 접어드는 가운데 경기 불확실성 또한 커지고 있어서, 경기회복 추세가 지속되고 금리 매력도가 높은 이머징국가의 채권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인컴 펀드도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주목받고 있다. 시세 차익보다는 꾸준한 이자수익(인컴)을 올리려는 재테크가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인컴 펀드란 채권, 고배당주 등에 투자해 정기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기존 채권형 펀드, 배당주 펀드와 비슷하지만 위험 성향을 조금 더 끌어올린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같은 채권에 투자하더라도 주택저당증권(MBS),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을 편입해 일반 채권형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 평균 수익률은 연초 이후 8.31%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인컴 펀드는 하락장에서 몸집을 불리며 설정액 3조원을 돌파했다. 올해만 1조4551억원이 들어오며 44개 테마 펀드(퇴직연금 제외) 중 가장 많은 순유입액을 기록했다. 주식의 변동성은 꺼리면서 은행 이자 이상을 추구하는 중위험·중수익 성향의 투자자들이 인컴 펀드로 몰리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인컴 펀드는 전통적인 채권과 전통적 주식 가운데 있어 연 5% 이상의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에게 인기”라며 “장기 투자할 경우 복리로는 수십 %의 수익률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나UBSPIMCO글로벌인컴혼합자산펀드는 올해 투자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펀드였다. 설정액이 연초 이후에만 1조원 이상 순유입됐기 때문이다. 헤지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이 4.68%를 나타내고 있다. 이 펀드는 MBS, 이머징 채권, 선진국 국채, ABS, 상업용부동산담보증권 등에 분산 투자하고 있다. 삼성누버거버먼글로벌인컴펀드(언헤지)도 6%의 수익률을 올리며 주목받고 있는데, 국채와 함께 MBS, 이머징 채권 등을 편입하고 있다.
변동성이 낮은 종목에 분산투자하는 ‘로볼’ 펀드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볼 펀드는 조정장에서 하락폭을 최소화할 수 있어 장기수익률이 시장 벤치마크를 웃돌고 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볼 펀드는 변동성이 낮은 종목을 편입하기 때문에 하락장이 올 때 덜 빠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복리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에 장기수익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로볼은 낮은(Low) 변동성(Volatility)의 약자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로볼 펀드들이 주로 추종하는 코스피200 로볼 가중지수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2.36%로 코스피 수익률(-3.56%)을 웃돌고 있다. 코스닥 로볼 지수인 코스닥150 저변동성 지수도 올해 수익률이 -0.83%로, 같은 기간 -10.79%를 나타낸 코스닥보다 수익률이 10%포인트 가까이 높다. 로볼 전략은 이론으로 증명되기도 했는데, 로버트 하우겐 박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1년까지 주요 12개국 증시를 조사한 결과 로볼 주식이 하이볼(High Volatility) 주식보다 성과가 우수했다.
국내에는 총 13개의 로볼 펀드가 있다. 이 중 8개가 ETF, 나머지는 일반 로볼 펀드다. 코스피 로볼에 투자하고 싶으면 코스피200 로볼 가중지수를 추종하는 ARIRANG200로우볼ETF가 대표적 상품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2.96%) 등 국내 대표 우량주를 주로 편입한다. 에프앤가이드 모멘텀&로우볼 지수를 추종하는 KBSTAR모멘텀로우볼ETF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1.32%로 같은 기간 11% 하락한 코스닥 지수보다 낙폭이 적다.
다만 로볼 펀드는 중단기 수익을 보고 투자해서는 안 된다. 급락장이 지속될 경우 로볼 펀드 또한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로볼 펀드가 시장 퍼포먼스에 비해 하락폭이 작지만 중단기에 플러스 수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로볼 펀드는 장기 투자자나 투자기간이 긴 연금 펀드 등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박의명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8호 (2019년 9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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