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 시대, 은행 대출 안 받으면 손해 ‘빚내서 투자’ 레버리지 활용해 볼까
입력 : 2019.07.30 11:03:30
-
# 1년 전 서울에서 처음으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A 씨는 요새 잠을 설친다. 당시 부족한 자금 사정에 맞춰 최대한도까지 담보대출을 받았는데 그 이후 금리가 뚝뚝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 집을 사서 대출을 받았으면 이자가 덜 나갈 텐데’란 생각에 요즘 나온 싼 대출로 갈아타야 할지 고심 중이다.
# 최근 전세자금대출을 알아보기 위해 점심시간마다 발품을 팔고 있는 직장인 B 씨. 여러 은행의 대출 금리와 한도를 비교하려 일일이 은행을 찾다보니 밥 먹을 시간도 모자라다. 단순히 금리와 한도를 알아보는 데도 재직증명서와 소득세 원천징수영수증 등 각종 서류를 챙겨야 한다. 김 씨는 “며칠간 점심을 김밥으로 때우면서 은행을 돌아다녀 겨우 대출 조건을 알 수 있었다”며 “나중에는 너무 힘이 들어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고 털어놓았다.
▶1년 새 1%P 넘게 떨어진 주담대 고정금리
우선 들여다볼 것이 내 집을 가진 사람이라면 대부분 갖고 있는 주택담보대출이다. 경기 침체 우려로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금융채 몸값이 뛰어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가 최근 1년 새 1%포인트 가까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A 씨처럼 예전에 비싼 금리로 대출을 받은 사람은 이런 상황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대출금리와 시점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대출을 받은 지 2년이 지나면 새로운 고정형 주담대로 갈아타는 게 더 유리하다.
지난 7월 21일 기준 KB국민은행이 판매하는 5년 고정형 주담대(5년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 금리는 2.40~3.9%다. 최저 금리대가 지난해 11월 말 2.85%로 3% 선을 깨고 내려간 지 반년 만에 2%대 중반까지 추락한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금리가 가장 비쌌던 2월 말 3.54~5.04%와 현재 금리 차이는 1.14%포인트로 1%포인트를 넘어섰다. 웬만한 시중은행에서는 자동이체, 매월 카드 사용액 얼마 이상 등 몇 가지 요건만 만족하면 최저 금리 수준으로 주담대를 받을 수 있다. 단, 은행들이 고시하는 최저금리는 장애인 우대금리 등도 포함돼 있어 실제 적용되는 금리는 약간 올라간다. 7월에 국민은행에서 주담대를 받을 때 실제 최저금리는 2.7%, 금리가 최근 1년 새 가장 높았던 작년 2월 말 금리는 3.84%가 된다.
단 이때 고려해야 하는 것이 중도상환수수료다. 은행은 고객이 금리가 저렴한 대출로만 옮겨 다니면 수익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벌충하는 차원에서 보통 실행일로부터 3년 안에 대출을 갚으면 상환금액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추가로 요구한다. 이때 적용되는 수수료율은 보통 1% 초중반대로 시작해 대출을 받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떨어져 3년이 지나면 0%가 된다.
즉 대출자는 싼 대출로 갈아탔을 때 ‘줄어드는 상환액’과 ‘내야 하는 중도상환수수료’를 비교해 만약 상환액이 더 크다면 새 대출로 갈아타고, 수수료가 더 많으면 지금 대출을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다. 보통 2년이 지나면 줄어드는 상환액이 내야 하는 수수료보다 더 커진다.
더 싼 대출을 찾는 것은 금리 하락기에 소비자가 많이 찾는 전통적인 ‘손실 회피 전략’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과거에도 대출금리가 급락했을 때 일부 수수료를 물고 저렴한 금리 대출로 옮기는 고객이 많았다”며 “요즘에는 고정 주담대 금리가 변동금리보다 낮아서 새로 대출을 받는 고객 대부분은 고정금리를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주담대 등 새롭게 이뤄진 가계 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비중은 43.4%로 1년 전 23.2%보다 20.2%포인트나 늘었다. 은행권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에 이어 한국은행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만큼 지금과 같은 주담대 금리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새 잔액 코픽스 주담대 노려볼만
주담대 갈아타기를 고민하는 차주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최근 하나 더 늘었다. 지난 15일 은행연합회는 새로운 기준으로 산정한 잔액기준 코픽스가 6월 기준 1.6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기준대로 따져 본 코픽스 1.98%보다 0.3%포인트 낮다. 한 달 전(2%)과 비교하면 0.32%포인트 내려간 것이다. 코픽스는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평균 금리로 변동금리대출 상품의 기준금리 역할을 한다. 은행들은 여기에 가산금리 등을 붙여 실제 대출상품의 최종 금리를 매긴다.
코픽스는 크게 신규취급액과 잔액기준 등 두 가지로 산정된다. 이 중 기존 잔액 코픽스는 정기 예·적금 등 8개 수신상품 금리를 기준으로 결정됐다. 하지만 지난 1월 금융당국 주도로 기타예수금과 차입금, 결제성 자금 등을 추가로 반영하면서 금리가 달라졌다.
이번에 낮아진 새 잔액기준 코픽스가 나오면서 당장 7월 16일부터 은행들이 판매하는 관련 주담대 상품 금리도 내려갔다. KB국민은행의 새 잔액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담대 금리는 3.37~4.87%에서 3.05~4.55%로 낮아졌다. 신한은행도 기존 3.4~4.65%에서 3.08~4.33%로 조정됐다. 우리은행은 3.40∼4.40%에서 3.08∼4.08%로, 농협은행은 2.98∼4.49%에서 2.66∼4.17%로 인하했다. KEB하나은행의 관련 상품 금리도 2.537∼3.637%로 조정됐다.
금융당국은 새 잔액기준 코픽스 대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기존 대출자가 새 코픽스 연동 대출로 갈아타면 최근 강화된 대출규제를 피해갈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과거 서울에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60~70%일 때 대출받은 사람이 지금 다른 대출로 갈아타면 LTV 40%가 돼 원금 일부를 상환해야 하지만, 새 코픽스 대출 대환 시에는 기존 대출 시점의 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단, 이는 기존 대출의 현재 잔액 이하까지만 가능하다. 새 대출은 과거 비싼 금리로 대출받은 사람이 갈아타면 상황에 따라 빚 부담을 줄이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갈아탈 때 드는 비용이다. 보통 주담대는 처음 받은 후 3년 안에 갈아타면 남은 기간만큼 1.2~1.4%대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야 한다. 2억을 빌린 차주가 1년 만에 대출을 바꿀 경우 수수료에 인지세를 합해 대략 200만원을 물어야 한다. 이 때문에 주담대 고정금리 대출을 갈아타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출을 받은 후 수수료가 면제되는 3년 이후나 확 줄어드는 2년차에 대환 대출을 고려하는 게 좋다.
변수도 있다. 변동금리대출 금리는 매달 바뀌기 때문에 요즘 같은 금리 하락기에는 앞으로 더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 즉 혼합형 상품 대출자는 상환액이 매달 고정되지만 새 잔액 코픽스 변동금리 상품을 받으면 그만큼 상환액도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새 잔액 기준 코픽스 연동 대출을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지는 고객 사정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며 “대출금리뿐만 아니라 대출기간 중 금리 변동 가능성, 중도상환수수료, 대출 규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RTI 1.5 이상 되는 목 좋은 상권 잡아라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고 임대업에서 수익을 노리고 싶은 예비 건물주라면 임대사업자 대출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지난해 대출 규제인 임대업이자상환비율(RTI)이 도입되면서 문은 좁아졌지만, 조건만 제대로 갖추면 지금도 충분히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임대사업자 대출은 크게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가능하다.
첫 번째는 비주택 기준으로 RTI가 1.5 이상이어야 한다. RTI란 담보가치 외에 임대수익으로 어느 정도까지 이자 상환이 가능한지 산정하는 지표다. 제대로 된 임차인이 있어서 월 고정적인 임대수익이 발생해야 한다는 의미로, 대출 신청자의 연간 임대소득이 ‘해당 대출 연간 이자비용+그 건물에 잡혀 있는 기존 대출 연간 이자비용’의 1.5배일 때만 대출이 가능하다.
두 번째는 신용부분 분할상환이다. 임대목적의 물건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는 감정평가 결과나온 담보인정비율에서 소액보증금을 제외한 ‘담보인정가’ 만큼만 담보대출로 진행된다. 이 인정가를 초과해 추가로 받는 금액은 신용대출로 분류된다. 시가 100억원짜리 건물을 구입하면서 70억원의 임대사업자 대출을 신청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만약 이 건물의 담보인정가가 50억원에 불과하다면 나머지 20억원은 차주의 신용으로 빌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신용대출은 평소에 이자만 내고 만기 때 한번에 원금을 갚지만, 임대사업자 대출에 껴 있는 신용부분 대출액은 원리금을 대출 기간 중 꾸준히 내는 분할상환을 해야 한다. 두 조건을 모두 만족시킬 핵심요소는 바로 목 좋은 상권에 있는 물건을 잡는 것이다. 이자를 충분히 낼 만큼 임대소득을 올리고, 건물의 담보인정가를 최대한 높게 책정받고 싶다면 유동인구가 많고 매출이 높은 핵심 상권 소재 상가를 타깃으로 대출을 실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두 조건을 만족하고 보통 소요자금의 30% 이상의 자기자금을 부담하면 대출이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폰으로 바로 찾는다
대출을 잘 이용하기 위해서는 이자 부담이 낮은 대출 상품을 잘 찾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핀테크 업체들은 7월부터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이용한 대출 비교·분석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사표는 핀다(FINDA)가 던졌다. 7월 초 출시된 핀다의 ‘원스톱 대출마켓플레이스’는 4대 보험(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산재보험)에 가입된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대출을 원하는 고객은 핀다 앱을 시작한 뒤 대출 금리와 한도를 알아보고 싶은 금융사를 선택한다. 최소 두 곳 이상의 금융사를 선택할 수 있다. 이후 필수 약관에 동의한 뒤 공인인증서 인증 절차를 거친다. 인증을 거치면 재직, 소득 정보가 자동으로 파악되는 만큼 별도의 서류를 낼 필요가 없다. 이후에는 빠르면 10초 내에 자신이 고른 금융사의 확정 금리와 한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 ‘A은행 직장인 신용대출 확정금리 연 4.02%, 한도 1억 4000만원’ ‘B저축은행 신용대출 확정금리 연 4.4%, 한도 1억5000만원’ 등으로 표시된다. 원하는 대출상품을 선택한 뒤 ‘신청하러 가기’ 버튼을 누르면 곧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핀다의 대출 비교 서비스는 여러 번 조회해도 신용등급에 영향이 없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는 한국투자저축은행 한 곳의 신용대출 상품만 비교 가능하지만 앞으로 대부분의 은행, 저축은행, 카드사, 캐피털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초기에는 신용대출 상품만 취급하지만 앞으로는 주택담보대출 등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 핀다의 계획이다.
핀다와 함께 마이뱅크와 핀셋,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도 대출 비교 서비스를 내놓는다. 팀윙크(8월), NHN페이코(9월), 핀마트·핀크(10월) 등 업체도 순차적으로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마이뱅크는 대출 비교 서비스 시장의 모든 정보를 모아 보여주는 소위 ‘구글’을 지향한다. 금융사는 마이뱅크에서 사업자등록증 인증만 받으면 고객을 모집할 수 있다.
팀윙크도 고객의 비식별 정보를 이용해 여러 금융사 대출 조건을 보여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팀윙크 관계자는 “우선 시중은행 4곳과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며 “16곳 이상 금융사의 대출 상품을 비교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핀셋은 고객에게 현재 부채 현황과 원리금 납부 일정도 함께 보여준다. 서민금융연구원 등과 연계한 모바일 신용 상담도 탑재할 계획이다.
대출 비교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금융사 간 금리 인하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객과 직접 접촉하지 않는 비대면 형태이기 때문에 금융사가 고객 한 명을 확보하는 데 드는 비용이 적어 우대금리 제공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성·이새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