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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증시 탈출구는 헤지펀드? 주식일변도서 채권·부동산 등 대체투자 인기
입력 : 2019.07.29 15: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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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증시다. 코스피는 미·중 무역전쟁의 재발 우려에다 일본의 수출규제까지 악재가 겹쳤다. 코스피는 실적 부진에 대한 기대로 무너졌고 코스닥은 인보사 사태와 임상실험 실패 등 바이오주의 붕괴로 직격탄을 맞았다. 떨어진 주가만 문제가 아니다. 거래량 역시 눈에 띄게 줄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월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은 8조8832억원으로 전월대비 8.2%가 감소했다. 거래세도 0.05% 인하되었지만 악재가 겹친 시장에선 별다른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증시 하락에 펀드들의 수익률도 또다시 하락하면서 주식형 액티브 공모펀드에서는 자금 썰물이 가속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률에서 선전하고 있는 펀드가 있다. 바로 사모 헤지펀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모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식지 않고 있다. 일단 주식 일변도인 사모 헤지펀드에서 채권형, 부동산형, 대체투자형으로 관심이 옮겨갔을 뿐이다. 특히 부동산과 대체투자는 최근 사모펀드의 모멘텀을 키운 일등 공신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은 33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2018년 말 기준 23조9000억원에서 반년 만에 10조원이 늘어난 셈이다. 헤지펀드의 수는 2800개가량인데 이 중 레포펀드(채권을 매수해 환매조건부로 채권을 매도한 뒤 그 돈으로 다른 채권을 매입해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사용하는 펀드)를 제외한 순수 한국형 헤지펀드 설정액은 23조원가량이다.
▶롱숏&롱온리 전략 올 상반기 다시 부활
지난해에는 롱숏 전략이 힘을 못 썼지만 올 상반기는 달라졌다. 특히 6월에 주가가 다소 회복되면서 롱숏 전략은 기업공개(IPO)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도체 현물 가격 상승 등이 주가에 반영되면서 펀더멘털 요인들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한 것이다. 롱숏 전략은 한국형 헤지펀드의 기본이 되는 전략으로 브레인자산운용 등 1세대 헤지펀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롱온리 전략 역시 빛을 발했다. 2018년 DS자산운용을 시작으로 일부 2세대 운용사들이 주로 사용하는 전략이다. 작은 종목 수로 압축된 포트폴리오 투자로 베타 및 변동성, MDD(기간 내 최고가와 최저가의 차이를 기간 내 최고가로 나눈 값)가 매우 높은 전략이다. 2017년 한국 주식시장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롱온리 전략 펀드 성과도 매우 우수했으나 2018년 하반기 대세 하락장에서 쓴 맛을 본 적이 있다.
지난해 주식 급락장에서 손실을 본 사모 헤지펀드들은 올해 1분기까지 여전히 소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사모 헤지펀드들이 주로 쓰는 롱숏 전략은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은 매수하고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은 공매도를 하는 전략인데 대부분의 롱숏 전략은 숏보다는 롱의 비중이 더 크다 보니 지난해 급락장에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이다. 올해 초반에는 반대로 상승장이 펼쳐졌지만 사모 헤지펀드들이 선제적으로 IT 등의 대형주 비중을 줄였던 탓에 코스피 상승세와는 동떨어진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러다보니 그동안 사모 헤지펀드의 대명사였던 ‘롱숏 전략’에 대해선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어갔고 상대적으로 안정된 성과를 낸다는 메자닌 전략이나 IPO전략이 인기를 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분기 들어 롱숏 전략이 다른 전략에 비해 선방한 이유는 부진한 시장에서도 주가는 뛰었던 5G나 반도체 장비주 같은 중소형 IT주를 주로 담았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에 중소형주 공모펀드들이 코스피200지수보다 월등히 좋은 성과를 낸 이유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DS자산운용, 빌리언폴드, 머스트자산운용 등 대표적인 2세대 한국형 헤지펀드들이 다시 한 번 이름값을 했다.
DS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해 증시에서 종목과 섹터가 펀더멘털보다는 테마에 따라 오르고 내려 롱숏 전략이 무너졌다면 올해는 정책이나 산업의 방향성에 따라 주가가 오르는 종목들이 보여 액티브하게 운용하는 롱숏 전략들이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5G나 비메모리 반도체 등 정부의 육성 의지가 보이는 종목들이 주목받으며 주가가 오르자 종목 발굴로 롱숏 전략을 펴던 헤지펀드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과를 거둔 것이다. 케이엠더블유와 같은 5G 장비주는 중국과 일본의 5G 본격투자에 실적 기대감이 커지며 올해 들어 4배가량 주가가 오르기도 했다.
라임자산운용 관계자는 “코스닥의 5G나 장비주들이 주목 받으면서 롱숏 펀드뿐만 아니라 코스닥벤처 펀드들의 성과도 개선됐다”며 “코오롱인보사 사태로 투심이 위축되기는 했지만 연초에 비해서는 여전히 주가가 높은 수준인 바이오 종목들도 사모 헤지펀드들의 상승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특히 5G투자는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계속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5G 장비주는 향후 2~3년간은 실적 퀀텀점프를 통해 추가 주가 상승 모멘텀도 남아 있다는 것이 시장의 전망이다.
▶DS자산운용, 빌리언폴드, 머스트자산운용 등 이름값
실제로 7월 중순까지의 연초 대비 성과를 보면 디에스 智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22.7%, 디에스 賢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20.18%, 디에스 福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19.84%, 디에스 正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20.49%로 골고루 좋은 성과를 냈다. 특히 디에스 福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2018년 손실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2016년 4월 설정 이후 누적수익률이 35.79%에 달해 연환산 수익률은 10.65%다.
디에스자산운용은 롱숏전략보다는 롱온리 전략이 메인이다. 오를 것 같은 주식을 사고 내릴 것 같은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버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 경쟁력을 가진 성장기업에 장기투자한다. 재작년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비롯한 코스피 대형주와 중소형 화학주·게임주에 분산투자해 큰 수익을 봤고, 올해는 5G관련주와 장비주로 또 한번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
작년 초 한 달 만에 뭉칫돈 3000억원을 모은 빌리언폴드자산운용도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는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헤지펀드 업계 2위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에서 안형진 헤지펀드 본부장을 영입하자 검증된 트랙레코드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몰린 것이다.
빌리언폴드 Billion Beat-EH 전문투자형사모펀드는 연초 대비 수익률 10.66%, 빌리언폴드 Billion Beat-RV 전문투자형사모는 11.77%, 빌리언폴드 Billion Beat-ED 전문투자형사모는 10.9%를 기록했다.
중소형 가치투자를 통한 펀더멘털 롱숏 전략으로 알려진 타이거자산운용 역시 올해 좋은 성과를 거뒀다. 타이거자산운용은 이익 창출 능력이 뛰어난 중소형 저평가 소외 종목을 발굴하는 데 능력을 보여왔다. 모두가 주목하는 대형 블루칩보다는 실적과 재무구조가 우수하면서 주가는 덜 오른 우량주인 옐로칩에 투자한다.
머스트자산운용 역시 제1호 사모펀드가 연초 9.37% 수익률, 2호 펀드는 9.55% 수익률을 냈다. 2016년 10월 설정 이후 수익률은 1호 펀드가 79.11%라 연환산 수익률이 28.65%에 달한다.
타이거 5 Combo 전문투자형 사모는 연초 대비 15.46%를 거뒀는데 2016년 2월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이 77.2%에 달해 연환산수익률로 따지면 22.8%다. 타이거 5-02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역시 올해 수익률은 17.95%이며 2016년 3월 이후 누적수익률은 71.9%다.
롱바이어스드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트리니티자산운용도 지난해의 부진을 마감하고 2017년의 영광을 다시 찾을지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만 공격적인 롱 전략으로 지난해 수익률이 급하락하면서 설정 이후 수익률이 여전히 마이너스 10%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쉽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의 중소형 롱숏펀드인 트리니티 중소형주 플러스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올해 들어 20.4%의 수익률을 거뒀다. 트리니티 라렌카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역시 올 들어 20.21%의 수익률을 거뒀다.
롱숏 펀드가 다시 살아날 기미가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자들의 최고선호 펀드는 멀티 전략을 쓰는 헤지펀드다. 롱숏 전략의 대명사이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역시 최근에는 롱숏 전략을 주로 하되 다른 전략까지 추가한 멀티 전략을 표방하고 있다. 타임폴리오는 한국형 헤지펀드에서 설정액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2016년 5월부터 설정되기 시작한 The Time M, H, A, Q, T, F, M2, H2, A2, Q2, T2 등 여러 펀드들이 출시되어 있다. 설정액이 1090억원에 달하는 타임폴리오 The Time-M 전문투자형 사모펀드는 올해 연초 대비 1.75%의 수익률을 거뒀다. 2016년 5월 설정일과 비교하면 누적수익률은 28.8%라 연환산 수익률은 9.15%다. 이외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2016년에 설정된 대부분의 멀티 전략 펀드들은 연환산 수익률 9~10%대의 수익률을 내고 있다.
멀티 전략은 다양한 롱숏, 메자닌 IPO, 이벤트드리븐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꾸준하게 안정적인 성과를 목표로 한다. 다만 여러 가지 전략을 쓰기 때문에 매니저 보유에 따른 높은 운용비용이 발생한다는 단점이 있다. 일부 운용사에서는 한 매니저가 여러 전략을 구사하기도 하는데 이는 운용에서의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7월 순자산 기준으로 주요 전략별 점유율은 레포펀드가 28.9%, 멀티전략이 19.2%, 롱숏전략이 8%, 채권형이 10.5%, 코스닥벤처와 메자닌이 6% 정도다. 레포펀드는 단기채권을 레버리지로 활용해 투자하는 형태다. 레포펀드를 제외하면 멀티전략이 31.6%로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작년에 주목받은 메자닌 전략, 올해는 실망스러워
다만 코스닥 시장의 붕괴로 메자닌 전략은 크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메자닌은 주식과 채권의 중간 정도 위험과 수익을 기대하는 전략으로 동일한 기초자산에 대해 자산의 상대 가치 차이를 이용하는 전략이다. 보통 전환사채(CB)나 환매조건부채권(BW)를 담는데 주가가 올라야 수익률이 뛰는 전략이다. 오히려 최근의 코스닥 시장의 부진을 감안하면 메자닌 전략을 쓰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예상보다 더 낮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까지는 리픽싱(주가가 하락할 때 전환 가격 재조정)으로 수익률이 올라갔지만 펀드에 편입할 때처럼 주가가 크게 뛰어 큰 수익을 실현할 가능성은 낮아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메자닌 전략을 쓰는 펀드 같은 경우에는 CB가 행사되지 않는 이상 CB의 가치는 처음 매수 때 산 가격 그대로 기준가에 반영된다”며 “지금처럼 코스닥 시장이 급락세를 보이는 상황에서 CB의 가치는 당초 매수한 가격에 못 미칠 텐데 기준가만 보면 그게 드러나지 않는 셈”이라고 말했다.
메자닌 전략을 쓰는 파인밸류메자닌 플러스 사모펀드는 연초 대비 수익률이 2.4%, 지브이에이Mezz-V 사모펀드는 연초 대비 5.4% 수익률을 보였다. 성과가 고만고만한 레포펀드를 제외하고 채권 전략 중에서는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스텔라 우량채 전문투자형 사모펀드가 눈에 띈다. 지난해 11월에 설정된 펀드인데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채를 담으면서도 레버리지를 최대 4배까지 활용하는 전략을 활용한다. 올해 4호 펀드까지 나오면서 2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모아 상반기 가장 인기 있는 펀드 중 하나로 떠올랐다.
7월 들어 순자산은 대형 펀드 위주로 많이 증가했다. 설정액이 3000억원이 넘는 미래에셋 스마트Q 아비트라지는 2개 클래스를 통해 한 달 만에 700억원이 유입됐고 국내 주식형 헤지펀드 중 가장 규모가 큰 NH앱솔루트리턴은 200억원이 늘어났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7호 (2019년 8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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