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렌드 저격, 취향 저격 ETF 골라볼까… 여성평등·가톨릭신념 내세운 상품도

    입력 : 2019.06.28 11:09:17

  • 상장지수펀드라고 불리는 ETF는 20세기 혁신적인 금융상품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다. 적은 돈으로도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단순 펀드와는 달리 시시각각 시세를 확인할 수 있고 거래가 가능한 ETF는 이제 초보 투자자들도 쉽게 사고 파는 투자상품이 됐다. 미국 ETF 시장만 해도 지난해 기준 3조3000억달러(약 4000조원) 규모로 성장한 것은 ETF의 투명성과 저비용 측면이 저금리 시대 투자원칙과 맞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테마형 ETF가 ETF 시장의 다양성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테마형 ETF란 장기적 관점에서 향후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거나 개인적으로 추구하는 가치를 대표하는 트렌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인덱스를 통해서 시장지수가 오르고 내리는 것에만 베팅해야 하는 ETF 투자가 심심하다면 자신의 철학과 취향에 맞는 테마형 ETF 투자가 제격이다. 국내에서는 레버리지 및 인버스형 ETF가 전체 ETF를 차지해 테마형 ETF의 선택폭이 그리 크지 않지만 미국 시장으로 눈을 넓히면 거래량이 많은 ETF를 찾을 수 있다.

    신영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테마형 ETF는 139개(연초 기준)가 상장되어 있고 운용자산(AUM)은 500억달러(60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약 40개가 상장되어 있고 2조원 규모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고 할 수 있다.

    테마형 ETF는 종류가 다양하지만 일단 트렌드에 투자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 외 사회적 신념이나 개인취향에 투자하는 것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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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렌드 ETF는 핀테크

    사물인터넷 등 미래 기술에 투자

    트렌드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ETF는 클라우드 ETF나 4차 산업 ETF와 같은 테크 ETF다. 미국의 ETF 회사인 글로벌X가 내놓은 ETF 중에는 향후 유망 IT산업에 투자하는 ETF가 많다.

    대표상품인 BOTZ ETF(Global X Robo tics & Artificial Intelligence ETF)는 로봇 및 인공지능 활용에 따른 수혜 종목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한다. 2016년 설정 이후 30% 가까운 수익률을 내 연 환산 매년 평균 13% 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FINX ETF(Global X FinTech ETF)는 전 세계적으로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핀테크 기업을 담은 ETF다. 지난 2016년 설정된 이후 수익률은 86%이며, 최근 6개월 14.3% 등 우수한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CLOU ETF(Global X Cloud Compu ting ETF)는 클라우드서버, 스토리지, 데이터베이스,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등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이 넘는 회사에 주로 투자한다.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퍼블릭 클라우드 매출 규모가 큰 회사도 투자대상이다. 부품 생산업체를 비롯해 데이터센터로 사용되는 건물의 리츠(REITs)까지 포함된다. 주요 구성 종목은 커넥티드 업체인 아나플랜이나 전자상거래지원업체 숍피파이 등이다.

    운용자산(AUM) 역시 3억6237만달러(약 4조3000억원)로 두 달간 빠르게 불어났고 일평균 거래량도 700만달러로 안정적이다.

    특히 국내 해외 직구족들이 5월 다량으로 매수하면서 거래량을 키웠다.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투자자들의 글로벌X 클라우드 ETF 매수금액은 8094만달러로 전체 해외주식 중 1위를 차지했다. 그동안 해외직구족의 사랑을 받아온 아마존(6614만달러)이나 마이크로소프트(6167만달러)보다 규모가 더 큰 것이다. 다만 매수에 비해 매도 규모는 적어 전체 거래량으로 보면 4위였다.

    IT산업과 더불어 향후 성장을 주도해 나갈 산업으로 꼽히는 바이오 기업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LNGR ETF(Global X Longevity Thematic ETF)는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에 투자하는 ETF다.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고령층과 연관된 회사들을 편입해왔다.

    주요 보유 종목은 보스톤사이언티픽, 암젠, 메이트로닉 등의 제약 및 바이오 기업들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플랫폼 산업에 투자하는 ETF도 있다.

    위즈덤트리 플랫폼 ETF(WisdomTree Platforms ETF)로 나스닥에 상장되어 있으며 보유 종목으로 아마존, 구글부터 부동산 플랫폼 회사인 질로우, 게임 플랫폼 제공자 소니, 음식 배달업체 그룹허브가 있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로이터는 2023년까지 플랫폼 산업의 성장성을 연 29%로 전망했는데 평소 사람들의 생활패턴만 생각해보더라도 플랫폼 산업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이해된다”며 “WisdomTree Platforms ETF는 산업을 불문하고 플랫폼을 구축해나가는 것이 기업들의 트렌드인 만큼 전통적인 섹터분류 대신 다양한 플랫폼 형태를 기준으로 만든 스마트 베타 ETF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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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의 철학과 취향까지 반영하는 ETF도 있어

    테마형 ETF로는 개인의 철학이나 신념에 따른 투자도 가능하다. 자신의 철학과 부합되는 기업이나 섹터로 구성된 ETF에 투자하면서 그 기업들의 주가를 올리고 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셈이다. 대표적인 ETF는 SHE ETF다. 김남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의 다양화 및 여성 임원들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여성 평등을 주제로 한 ETF들도 출시됐다”며 “투자 전략에서 ESG, 다양성, 평등에 대한 인식과 도입이 확산되면서 향후 여성평등 테마 ETF는 더욱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거대 자산운용사 스테이트 스트릿 글로벌 어드바이저(State Street Global Advisors)의 SHE ETF는 시가 총액이 가장 높은 1000개의 미국 상장 기업 중 최근 6개월간 월평균 거래량이 최소 25만 주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편입여부를 결정한다. 기업들은 이후 임원과 이사회의 여성 비율 등을 바탕으로 여성 평등 순위가 정해진다. 마지막으로 각 섹터에서 순위가 상위 10%인 기업들만 SHE에 편입되는데 만약에 CEO나 이사회 중 어느 하나의 포지션에

    여성이 없을 경우에는 제외된다. 주된 보유종목은 존슨앤존슨, 홈디포, 마스터카드, 코카콜라, 웰스파고 등이다.

    SHE ETF는 SSGA 성별 다양성(Gender Diversity) 지수를 추종한다. 2016년 3월 SHE ETF가 상장된 이후부터 계산된 수익률은 S&P 500 지수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으나 SHE ETF는 2010년 이후부터 약 220%의 수익률을 올리며 동기간 S&P 500 W지수를 41%포인트 상회했다. 현재 운용자산(AUM)은 3억달러에 가까운데 자산운용사 SSGA의 파워를 감안하더라도 이미 SHE ETF가 전략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신호라 할 수 있다.

    테마형 ETF는 운용 보수가 높은 편인데 총보수율도 20bp에 불과하다는 장점이 있다. S&P 500 지수와 비교하면 경기순환주 성격이 강한 IT 섹터 비중이 적고 헬스케어와 필수소비재 비중이 높아서 경기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

    Global X가 내놓은 ETF 중에서는 가톨릭교의 신념을 바탕으로 하는 ETF도 있다. CATH ETF(Global X S&P 500 Catholic Values ETF)다. 가톨릭 신자로서 자산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투자하고 싶은 투자자들에게 적합한 ETF다.

    CATH는 미국 가톨릭주 교회에서 명시한 가톨릭 신념을 바탕으로 S&P 500 지수에 포함된 종목들을 스크리닝한다. 가톨릭 신념과 반대되는 기업들을 편입 대상에서 제외시킨다. 낙태, 성인관련 콘텐츠 제작, 화학적 및 생물학적 무기 제조, 피임 관련, 줄기 세포 실험 관련해 매출이 조금이라도 발생하면 투자 대상에서 제외된다. 기업 운영 및 제조에 미성년자를 채용할 경우도 투자 대상에서 뺀다.

    다만 CATH ETF가 추종하는 S&P 500 Catholic Values 지수는 S&P 500 지수와 수익률과 방향성에서 거의 유사한 움직임을 보인다. S&P 500 지수에서 구성 종목을 제외시키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지수 간 종목 수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데 헬스케어와 일부 산업재 섹터들이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헬스케어는 피임 및 줄기 세포와 연관된 기업이 많이 지수에서 빠지고 보잉이나 록히드마틴 등의 무기 제조업체들도 편입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S&P500 종목 중 CATH ETF에 편입 제외된 사유를 보면 환경오염과 열악한 노동 환경, 피임 관련이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이러한 이유로 43개의 회사가 빠졌다. S&P 500지수에서 1.5%의 비중을 차지하는 존슨앤존슨도 피임약을 제조한다는 이유로, 유나이티드 헬스그룹도 피임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빠졌다. 펩시코와 하니웰 역시 환경오염을 이유로 편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만약 미국의 대형주 지수에 투자하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위배되는 기업들에 자신의 투자금이 들어가는 것을 피하려는 투자자들이라면 CATH가 좋은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 AUM은 2억5000만달러 정도이며 총보수율도 29bp라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미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테마로 하는 MAGA ETF
    미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테마로 하는 MAGA ETF
    ▶정치적 이념도 ETF 투자 상대

    한국 투자자들에게는 관심 대상이 아니겠지만 미국 유권자들의 정치적 성향을 테마로 하는 ETF도 있다. MAGA ETF다.

    MAGA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들고 나온 ‘Make Ame rica Great Again’이라는 미국 우선주의를 상징하는 구호다.

    MAGA는 친공화당으로 분류되는 기업들의 정치적 수혜 가능성에 베팅하기 위해서 출시됐다. MAGA가 S&P 500 내 종목 편입 여부는 후원금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2012년에서 2016년 사이 기업의 이름으로나 해당 기업 임직원이 기부한 후원금이 누적으로 2억5000달러를 미달하는 경우는 제외되며, 필터된 기업은 공화당과 민주당 후원금 비율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편입시킨다.

    MAGA는 결과적으로 우리가 짐작하는 것과 같이 특정 섹터에 비중이 더 쏠린 투자가 되기 싶다. 전통적으로 공화당 집권 시 수혜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금융, 에너지, 산업재의 시가 총액 비중이 S&P 500 지수보다 낮다. 반면 역시나 짐작하듯이 친민주당으로 알려진 IT 섹터의 비중은 매우 낮은 편이다. IT 섹터 중에서 MAGA ETF에 들어있는 종목은 AT&T와 피델리티 내셔널 인포메이션뿐이다.

    다만 공화당이 대권을 잡든 안 잡든 MAGA의 수익률에는 별로 영향을 못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후 MAGA의 수익률은 S&P 500 지수를 하회했기 때문이다. 이는 섹터의 영향이 크다. MAGA에서 편입 비중이 높았던 에너지 분야가 그동안 저유가 영향으로 주가 상승에 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S&P 500 지수에서 수익률이 가장 높은 섹터는 IT섹터였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 대립관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과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로 주가는 고공행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IT섹터의 주도주를 일컫는 단어도 ‘MAGA’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아마존(Amazon), 구글(Google), 애플(Apple)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기술주에서 대장격인 ‘MAGA’ 중목의 주가 상승세는 MAGA ETF보다 훨씬 가팔랐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마켓사이트에서 나스닥이 GlobalX 클라우드컴퓨팅 ETF의 상장을 알리고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 위치한 마켓사이트에서 나스닥이 GlobalX 클라우드컴퓨팅 ETF의 상장을 알리고 있다.


    ▶잘 고른 트렌드 ETF로 수익률도 잡아

    워낙 트렌드와 스타일이 뚜렷한 ETF다 보니 과연 수익률은 좋을까 하는 의구심이 갈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올해 27% 상승한 마리화나 ETF의 수익률을 생각하면 된다. 티커명이 MJ인 ETFMG Alternative Harvest ETF는 ETF 중 1분기 수익률로는 최고였다.

    김수정 SK증권 연구원은 “작년 ETF시장의 핫한 키워드였던 마리화나에 대한 관심은 올해 미시간주가 기호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면서 다시 진행됐다”며 “대마초가 앞으로 양지로 올라와 사업규모가 확대될 것이란 기대감, 캐나다에서의 공급 부족이 겹쳐 마리화나 ETF 편입 종목들은 높은 주가 상승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제림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6호 (2019년 7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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