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재 기상도 금·금속 ETF ‘맑음’ 이미 30% 수익 낸 원유 ETF는 ‘흐림’

    입력 : 2019.05.30 11:10:15

  • 올해 상반기 원자재 섹터는 반전의 연속이었다. 유가는 지난해 말 배럴당 40달러 초반까지 후퇴하다 반등에 나섰고, 올해 에너지 섹터에 투자하는 펀드는 많게는 30%의 수익이 났다.

    글로벌 경제 성장세를 둘러싼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기조가 상반기 원자재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를 개선했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유 등 에너지 섹터보다는 구리, 알루미늄, 아연 등 산업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 섹터의 매력도가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세계 경제가 경기 확장국면 후반부(레이트 사이클·Late Cycle)에 향후 경기 침체를 준비하는 차원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조정 시 매수(Buy the Dip) 전략을 활용하되, 단기적으로는 경기 소순환 사이클에서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경기순환자산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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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30%대 수익 난 원유 ETF 하반기에도 뜰까

    상반기 원자재 투자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유가였다. 지난해 연말 배럴당 45.41달러를 기록했던 미국 WTI(서부텍사스유)는 지난 4월 23일 66.30달러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말 배럴당 60달러 밑을 전전하던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역시 최근 들어서는 70달러 선을 돌파했다. 글로벌 에너지 수요를 둔화시킬 수 있는 미·중 무역 전쟁과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국제 유가는 배럴당 60~70달러 선을 지키고 있는 중이다.

    유가가 고개를 들자 원유 펀드 수익률 역시 기지개를 켠 상태다. 삼성WTI원유 펀드는 올해 32.77%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3개월을 기준으로도 12.27%의 수익을 내 흐름이 좋다.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올해 26.84%의 수익을 올렸고, KB북미생산유전고배당 펀드(18.35%), 블랙록월드에너지 펀드(11.11%) 등 유전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같은 기간 두 자릿대 수익률을 올렸다.

    여의도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재 에너지를 둘러싼 패권 경쟁이 유가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한다. 2017년부터 사우디와 러시아의 원유 감산이 유가 상승을 이끌며 원유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미국이 이란 제재 이후 유가 상승 압력을 제어하기 위해 사우디에 원유 증산을 요구했고, 동시에 셰일 증산으로 원유시장의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셰일 에너지 개발은 에너지 패권 경쟁의 시발점이다. 2008년 최저점에 달했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2015년 셰일1차 혁명을 계기로 하루 959.5만 배럴을 생산하는 원유생산량 3위 국가가 됐다. OPEC+ 국가들은 미국의 원유시장 점유율 증가를 저해하기 위해 증산을 했고, 미국은 셰일 손익분기점을 하회하는 유가 때문에 고전했다.

    2016년부터 미국은 셰일 증산을 통해 전쟁을 위한 전열을 정비했고, 2017년 이후 OPEC+의 감산은 미국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미국의 원유 생산량 증대는 미국의 원유 수입량 감소와 석유 수출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2018년 미국의 석유 순수입은 하루 230만 배럴로 196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고 총 석유 무역량은 하루 1750만 배럴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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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는 외교 정책까지 불사하는 에너지 패권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세계 안보 위협을 근거로 이란 제재를 재개했고, 이란으로부터 원유수입이 허용됐던 8개국마저 5월 2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됐다. 아울러 미국은 베네수엘라 후안 과이도 의장을 지지하는 수단으로 베네수엘라에 경제 제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미국이 에너지 패권 경쟁의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 하반기 파이프라인 구축으로 셰일 증산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미국이 원유 순수출국으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원유 공급 증가는 하반기로 갈수록 유가 하방 압력을 높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와 환경규제 강화에 따른 점진적 원유 수요 축소도 미국이 원하는 저유가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국제 유가의 상고하저의 변곡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45~68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올해 하반기 유가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는 전문가 중 하나다. 배럴당 50~65달러(WTI기준) 수준의 박스권에서 유가가 중장기 안정화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 연구원은 “지난해 수요 전망 악화에 따른 유가 반락을 경험한 바 있는 OPEC+의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가능성은 낮다”며 “반면 섣부른 증산은 또 다른 유가 급락을 초래할 수 있어 OPEC+의 공급정책은 유가의 상·하방 경직성을 모두 강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황 연구원은 유가 흐름의 주도권이 OPEC+에 있다고 봤다. 6월 말 OPEC·OPEC+ 정기회동이 단기 유가에 방향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 연구원은 “OPEC+는 ‘석유시장 안정화’라는 공급 정책 목표 하에서 하반기 유가 상방경직성을 강화하되, 작년처럼 하방 변동성이 확대되는 것도 제한 가능한 공급 정책이 논의·도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유가를 선호하는 미국도 궁극적으로는 배럴당 50달러 하단을 방어하는 수준을 선호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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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금속 등 非에너지 섹터 주목

    추가적인 유가 상승에 보수적인 전망이 우세하게 나타나면서 원자재 투자자들의 시선은 산업금속과 금·은 등 비에너지 섹터로 옮겨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 동안 목표 수준에 도달한 에너지 섹터보다는 저가 매력이 부각된다는 평가다. 산업금속은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지속되고 있고, 최대 소비국인 중국의 경기 부양의지 역시 기대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주요 산업금속 가격은 유가 대비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말 톤당 5965달러로 시작했던 구리 가격은 5월14일 기준 6007달러로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니켈과 아연은 각각 11.6%, 8.1% 올랐지만 유가 상승폭에는 미치지 못했고, 납(-12%)과 알루미늄(-7.11%) 등은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

    주요 산업 금속 관련 ETF 역시 수익률이 신통치 않다. 구리 선물 가격을 추종해 수익을 내는 삼성KODEX구리선물 ETF는 올해 1.19%의 수익을 냈고, 산업금속을 채취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블랙록월드광업주 펀드 역시 수익률이 3.45%에 그쳤다. 원유 펀드가 연초 이후 30% 안팎의 수익률을 보이며 지난해 손실분을 대거 만회하는 사이 산업금속 관련 상품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정체된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아연을 제외한 광산 부문의 타이트한 공급 상황을 감안하면 산업 금속 섹터의 투자 비중 확대를 조언하고 있다. 황병진 연구원은 “글로벌 광산 기업들의 보수적인 설비투자 기조는 대부분 금속에서 신규 대형 광산 출현을 제한하고 있다”며 “구리의 경우 심각한 설비투자 기근 탓에 최소 2022년까지 생산 성장세가 연평균 1%대에 그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타이트한 광산 공급 상황이 수년간 산업 금속 섹터 전반의 가격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는 재료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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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업 금속의 최대 소비국인 중국이 보이고 있는 여전한 경기부양 의지와 부동산 시장의 활황세도 산업 금속의 수요 전망상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은 지난 4월부터 제조업과 교통·운수·건축, 서비스 산업의 증치세(VAT)를 각각 13%, 9%, 6%로 인하해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철도와 도로해운 등 인프라 투자 목표도 상향 조정하는 중이다.

    NH투자증권은 올해 구리의 경우 톤당 5800~7300달러, 알루미늄의 경우 1800~2100달러, 아연 2500~3000달러, 납 1800~2200달러, 니켈 1만~1만5000달러 선에서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이 제시한 가격 상단과 현재가를 감안하면 구리는 21.6%, 알루미늄 59%, 아연 9.8%, 납은 23.5%, 니켈은 25.7%가량 차이가 난다.

    ▶안전자산 선호에 금 사 모은 큰손들

    금 역시 최근 들어 가장 주목받는 원자재 투자처 중 하나다. 금·은 등 귀금속은 미국 연준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 기조 하에서 달러 강세가 완화되는 것을 전제로 하반기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국내 큰손들은 금 매입을 늘리며 미·중 무역분쟁 심화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일 평균 국내 금 시장 거래량은 42.9㎏으로 4월 22.0㎏보다 약 2배 증가했다. 4월 24일 65.9㎏을 기록한 이후 5월 2일엔 63.5㎏, 14일엔 68.7㎏으로 집계되는 등 최근 거래량이 급증하는 양상이다.

    실제로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골드바 판매율은 올해 들어 매월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달에는 한 달 만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민은행은 단기간에 골드바 수요가 몰리자 PB센터 전 지점이 5월 13일부터 100g, 10g 골드바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최근 경기 변동성이 커지자 안전자산인 금 투자 수요가 증가해 골드바 제조사가 일시 공급 부족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 은행의 골드바 전체 판매량은 지난 2~3월엔 월간 10~11㎏ 수준이다가 지난달 38.8㎏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지금도 골드바 1㎏과 실버바는 판매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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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은 현재 금이나 달러 같은 안전자산이 저렴하거나 투자 적기라서 수요가 몰리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한다. 시장에 불안심리가 퍼지자 자산가치 하락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기 위한 투자 문의가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원휴 KEB하나은행 한남1동 골드클럽PB팀장은 “1㎏ 미만 골드바를 구매하려면 3~4개월 기다려야 할 정도”라며 “최근에는 안전자산 포트폴리오에 달러 등 해외 통화뿐 아니라 금 펀드·골드바 등도 적극적으로 포함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국제 금 시세와 수익률이 연결되는 금 펀드 역시 최근 투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다. 국내에 설정된 금 펀드는 금광 채굴 기업의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와 금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로 나뉜다. 금 펀드 전체 설정액은 5월 14일 기준 최근 1개월 동안 26억원 줄어들었지만 금 선물 등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를 기준으로는 15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최근 3개월 사이 123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투자금 흐름이 전환된 것이다.

    투자금 순유입 흐름과는 달리 금 펀드의 수익률은 신통치 않다. 국내에 설정된 금 펀드는 올해 평균 0.71% 손실을 봤다. 금 펀드는 최근 1개월을 기준으로도 3.22%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무역긴장이 재점화하면서 금 가격이 반등에 나섰지만 여전히 바닥권인 금 시세가 펀드 수익률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5월 14일 뉴욕상품거래소 기준 국제 금 가격은 온스당 1294.70달러로 지난 2월 말 연고점(1343.30달러) 대비 3.61% 하락한 상태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하반기부터 금 가격이 반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은 달러 표시 자산의 특성상 강달러 국면에서는 가격 하락의 압력을 받는데, 달러 강세가 진정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는 금 가격 상승 시도를 제한해온 달러 강세 부담도 완화되고 신흥시장 수요도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과거 5년 동안 금 가격의 강한 저항선으로 자리 잡은 온스당 1350~1400달러 극복은 여전한 과제지만 장기 투자의 관점에서는 금 등 안전자산의 ‘조정 시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유준호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5호 (2019년 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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