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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도 큰손처럼 투자 가능한 ETF, 지수 추적오차·괴리율 낮을수록 좋아요
입력 : 2019.05.02 10: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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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대한 자금을 집행하는 기관 투자가들은 다양한 종목과 섹터에 고루 투자해 시장 전체를 통째로 사는 통 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개별 종목에 베팅하는 것보다 특정 시장이나 섹터의 흐름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방어력을 높이면서 중수익을 추구하는 데 제격인 방법이다. 하지만 이 같은 투자법은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큰손 투자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운용 규모면에서 기관이나 외국인과 대적할 수 없는 개인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 담을 수 있는 종목 수와 종류가 제한적이었기 때문이다.
입맛만 다시던 개인 투자자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온 것은 17년 전. 2002년 10월 국내 시장에 ETF가 등장하면서 소액 개미 투자자들도 포트폴리오에 시장 전체를 저렴한 비용으로 담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ETF는 상장지수펀드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펀드, 그 중에서도 인덱스펀드의 한 종류다. 인덱스펀드란 특정 지수의 움직임을 추종하도록 만들어진 펀드다. 이 같은 움직임을 위해 인덱스펀드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들에 기계적으로 고루 투자한다. ETF는 주식처럼 상장돼 거래되는 인덱스펀드로 지수를 모방해 수익을 내되,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실시간 매매가 가능하다. 주식과 펀드의 장점을 합친 하이브리드형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인덱스펀드의 창시자인 뱅가드 창업자 존 보글은 “(미국에 투자하는)인덱스펀드(ETF)는 간단히 말해 ‘주식회사 미국’을 사는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일반 펀드와 비교했을 때 ETF가 갖는 가장 큰 장점은 낮은 수수료다. 2017년 말 기준 국내 상장된 ETF의 평균 총 보수는 0.25%, 가장 비싼 ETF도 0.99%에 불과했지만 액티브펀드의 평균 보수는 2% 내외다.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만큼 환금성도 높다. 매매 의사를 표현한 시점과 실제 매매가 이뤄지는 시점 간 시차가 없다는 얘기다. 하루 한 번 발표되는 기준가격으로만 가입과 환매가 가능한 일반 펀드와 달리 ETF는 주식처럼 매 순간 변화하는 가격에 따라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높은 투명성도 장점이다. 일반 펀드가 분기별로 자산보고서를 제공하는 데 반해 ETF는 보유 종목을 일별로 확인할 수 있다. 일별 자산구성내역(PDF)을 통해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매일 투명하게 공개된다.
아울러 ETF의 본질은 펀드지만 주식처럼 상장돼 거래되기 때문에 일반 펀드에서 사용하는 가입, 환매, 기준가격 같은 용어보다는 매수, 매도, 현재가라는 주식시장의 용어가 더 어울리는 상품이라는 점도 기억해둘 만하다.
이 같은 이점에 힘입어 ETF는 빠른 속도로 투자자 자금을 끌어 모았다. 10년 전 3조7000억원 남짓했던 ETF시장 규모는 12배 가까이 몸집을 불려 지난 3월 말 기준 44조원에 육박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ETF 총 개수는 421개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 코스피 거래대금 중 ETF 비율은 20%를, ETF 일평균 거래금액은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소수 운용사가 과점한 ETF시장
삼성운용 절반 차지
44조원 규모의 국내 ETF 시장은 상위 운용사가 시장을 접수한 과점 형태다. 후발주자들도 잇따라 ETF 상품을 출시했지만 거래 물량이 많은 상위 사업자로 자금이 몰리는 탓에 보폭을 넓히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국내 ETF 시장의 큰손은 삼성자산운용이다. 11일 기준 ETF시장의 51.1%를 점유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2000년대 초반 ETF가 국내에 도입될 때 초기 시장을 선점해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점유율 25.8%로 2위, KB자산운용은 7.7%로 3위, 한화자산운용이 4.2%로 4위를 차지했다. 이어 한국투자신탁운용(4.0%), 키움투자자산운용(3.3%), NH-Amundi자산운용(2.1%),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0.9%), 교보악사자산운용(0.5%)이 뒤를 이었다.
ETF 명칭을 보면 해당 ETF가 어느 운용사의 상품인지 알 수 있다. ETF명은 운용사의 ETF상표와 상품특성으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접두어의 KODEX, TIGER, KBSTAR는 각각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의 ETF브랜드명이다. 브랜드명 뒤에 붙는 접미어는 상품의 특성을 나타낸다. ‘레버리지’는 일간변동률의 2배수를 유사하게 추종한다는 것을, ‘인버스’는 일간변동률의 -1배수를 유사하게 추종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가령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삼성자산운용이 내놓은 코스피200선물이 하락할 때 2배의 이익을 얻는 ETF라는 의미다.
지난 10여 년 동안 국내 ETF시장은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이뤘다. 시가총액 방식으로 산출된 지수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기초적인 상품에서 시장 수익 이상의 베타를 추구하는 ETF까지 등장하는 등 상품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주식, 채권 등 기초자산을 기본적으로 활용한 ETF가 1세대라면, 지수 상승이나 하락 등 시장 방향성을 예측해 투자하는 레버리지, 인버스 ETF는 2세대 ETF에 해당한다. 국내 ETF시장의 성장은 특히 2세대 ETF의 공이 크다는 분석이다. 높아지는 시장 변동성을 타고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을 중심으로 ETF시장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다. 또 2세대 ETF를 경험한 투자자들이 ETF를 통해 다양한 전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면서 ETF를 통한 추가 수익에 대한 욕구가 높아졌고, 이는 3세대 ETF인 스마트베타 ETF의 등장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스마트베타는 기존 ETF와 같이 단순히 시장을 추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추가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이다. 초과 수익을 위해 기업의 내재 가치, 성장 모멘텀, 변동성, 배당 성향 등 다양한 요소를 기준으로 구성된 지수를 추종한다.
해외상장 ETF 직구 고려할 만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수익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ETF 직구도 활발해지고 있다. 국내 상장된 ETF를 통해서도 해외 자산에 투자할 수 있지만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의 종류가 더 다양하고 거래량도 많아 추적오차나 괴리율이 낮다는 이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인 고액자산가들은 국내 상장 ETF보다 해외상장 ETF에 직접 투자하는 게 세제 측면에서 유리하다. 해외상장 ETF의 매매차익은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양도소득세 22%를 일괄 적용하기 때문이다. 40% 이상의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고액자산가에게는 22%의 양도소득세가 저율의 과세에 해당돼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다만 해외상장 ETF의 분배금은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다. 분배금이 배당금, 이자수익 등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해 연 2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종합소득세 확정신고를 해야 한다.
▶글로벌 ETF시장은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3파전
상위 사업자가 시장을 독식하는 현상은 글로벌 ETF시장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 1위 블랙록, 2위 뱅가드, 3위 스테이트스트리트 등 3개사가 미국 ETF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다.
글로벌 ETF시장의 최강자는 블랙록이다. 전 세계 ETF시장의 약 40%에 달하는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3월 기준 블랙록의 ETF운용자산은 미국에서만 약 1400조원에 달한다.
세계 최대의 ETF운용사인 블랙록은 바클레이즈글로벌인베스터스(BGI) 등 여러 운용사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현재 블랙록 ETF의 대표 브랜드인 아이셰어즈도 BGI가 운용하던 ETF 브랜드였다. 현재 블랙록이 운용하는 아이셰어 ETF는 800개가 넘는다.
블랙록 다음으로 ETF 운용 규모가 큰 뱅가드는 인덱스펀드의 원조로 불린다. 1976년 인덱스펀드를 처음으로 세상에 내놨다. 운용 자금은 900조원 수준이다.
3위 사업자 스테이트스트리트는 ETF의 창시자다. 1993년 세계 최초의 ETF라고 할 수 있는 SPDR S&P500을 출시했다. 대표 ETF브랜드는 SPDR, 스파이더라고 읽는다. 전체 운용 규모는 630조원 가량이다.
블랙록, 뱅가드, 스테이트스트리트 세 곳을 제외하면 ETF 운용 규모는 급격히 줄어든다. 4위 운용사인 인베스코만 해도 ETF 운용 규모가 145조원 수준이다. 5위 찰스슈왑은 100조원, 위즈덤트리 인베스트먼트는 50조원 규모다.
미국 ETF시장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특정 사업자만 레버리지, 인버스 ETF를 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레버리지, 인버스 시장은 2개의 운용사가 양분하고 있다. 이 두 회사에서 출시된 레버리지, 인버스 ETF를 제외하고 미국에 상장된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은 모두 ETN 상품이다.
수많은 ETF 가운데 ‘괜찮은’ 상품은 어떤 기준으로 가려낼 수 있을까. 수익률이 높은 ETF가 최고겠지만 이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니 콕 집어 말할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기초체력이 튼튼한 ETF가 좋은 ETF라는 것이다. ETF의 기초체력을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살펴야 할 것은 추적오차와 괴리율이다. 이 두 개의 절댓값이 낮은 ETF가 건전하게 운용되는 ‘튼튼한’ 상품이다.
추적오차는 ETF 순자산가치가 기초자산 가격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도를 나타낸다. 추적오차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자산운용사가 운용을 잘 했다는 의미다. 추적오차는 주로 기초지수의 구성종목을 그대로 편입하지 않고 일부만 편입하거나 지수 구성종목과 다른 자산을 이용하는 경우, 그리고 운용보수 등 비용 수준이 높은 경우에 높게 나타난다.
괴리율은 ETF가 거래되는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NAV) 차이를 의미한다. 괴리율이 클수록 ETF가 적정한 가치에 거래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순자산가치는 이론상가치에 해당하는데 일반 펀드의 기준가격과 비슷한 개념이다. ETF 순자산가치가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보다 크면 해당 ETF는 저평가, 반대면 고평가된 가격으로 거래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ETF의 자산구성내역과 순자산가치 등 상세 정보는 한국거래소 홈페이지(한국거래소 홈페이지 접속 후 ‘시장정보→ETF’)나 자산운용사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TF에 대한 세금은 종류별로 다르게 적용된다. ETF가 국내주식ETF, 국내기타ETF, 해외상장ETF 중 어떤 분류군에 속하는지에 따라 과세체계가 달라진다.
우선 ETF는 크게 국내상장 ETF와 해외상장ETF로 나뉜다. 국내상장ETF는 말 그대로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다. 국내상장ETF는 다시 두 가지로 갈린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주식들을 편입한 ETF인 국내주식ETF가 있고 국내주식 이외의 자산, 즉 채권·레버리지·인버스·원자재·해외지수 등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국내기타ETF가 있다. 해외상장ETF는 미국, 중국 등 해외 주식시장에 상장된 ETF를 말한다.
국내주식ETF의 매매차익은 비과세다. 국내주식을 매매할 때 비과세 적용을 받기 때문에 국내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국내주식ETF도 형평성 차원에서 비과세 적용을 받는다. 일반 주식의 배당금에 해당하는 분배금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로 간주해 15.4%를 원천징수하고, 나머지 금액이 계좌로 입금된다.
국내 상장된 국내기타ETF의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배당소득세율 15.4%가 적용된다. 주의할 점은 이 매매차익에 대한 기준이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가 실제 사고 팔았던 ETF가격의 차이고 두 번째가 과세표준 기준가격의 차이다. 과세표준 기준가격은 해당 ETF 운용사가 수익 중 비과세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고시한 세금계산의 기준이 되는 가격이다. 실제 매매차익과 과표기준가 매매차익 중 적은 금액에 대해 세금을 부과한다. 투자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과세되는 셈이다. 과세표준기준가격은 운용사가 ETF의 순자산가치를 산출할 때 함께 산출해 매일 고시한다. 따라서 투자자가 매수한 ETF를 당일 매도하게 되면 과표증분은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미국 증시 지수에 투자하는 국내기타ETF에 투자했다고 치자. 오늘 시가와 과세표준가격이 10만원인데 장중 주가가 하락해 9만원에 매수했다. 며칠 후 주가가 올라 종가가 11만원이 됐고, 이튿날 해당 ETF의 과세표준가격도 11만원으로 조정됐다. 그런데 장중 주가가 올라 11만5000원에 매도했다면 이때 과세 대상 금액은 얼마일까. 정답은 매매 차익인 2만5000원(11만5000원-9만원)과 과세표준가격 상승에 따른 이익분 1만원(11만원-10만원) 중 적은 금액인 1만원이다.
해외상장ETF는 연간 전체거래에서 발생한 매매차익을 통산해 250만원 이상 수익이 났을 경우 초과수익에 대해 양도소득세 22%가 부과된다. 매매차익이 250만원 이하인 경우 비과세 적용을 받는다. 해외상장ETF의 분배금에 대해서는 국내주식ETF와 국내기타ETF와 마찬가지로 배당소득세 15.4%가 원천징수된다.
▶ETF와 ETN, 어떻게 같고 다른가
ETF와 유사한 상품으로 상장지수채권(ETN)이 있다. ETN은 기초지수 변동과 수익이 연동되도록 증권회사가 발행하는 채권이다. 주식처럼 거래소에 상장돼 거래되며, 손쉽게 분산투자가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에서는 ETF와 같다.
차이점도 있다. 우선 상품을 발행하는 주체와 만기가 다르다. ETF는 자산운용사가 발행하는 상품이지만 ETN은 증권회사가 발행한다. 또 ETF는 만기가 없어 상장폐지되지 않는 한 지속되는 반면, ETN은 일종의 회사채 또는 약속어음에 해당하므로 만기가 있다.
두 상품의 가장 큰 차이점은 편입 자산을 별도 신탁기관에 보관하는지의 여부다. ETF는 펀드에 주식, 채권 등의 자산을 편입해 별도 신탁기관에 보관하지만 ETN은 재량적으로 자산을 운용하고 기초지수 수익을 투자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다. 따라서 ETN은 ETF에 존재하는 추적오차 위험 없이 기초지수 수익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다만 발행회사가 파산하는 경우에는 얘기가 달라진다. ETF투자자는 별도 신탁기관에 보관된 펀드 자산을 매각해 투자자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ETN투자자는 투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실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됐던 리먼브라더스의 ETN이 상장폐지된 전례가 있다.
ETF에 비해 재량적인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ETN의 특성이다. ETF는 펀드의 일종이기 때문에 분산투자 기준이 엄격하며, 펀드 자산 보호를 위해 파생상품 거래 등에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반면 ETN은 펀드가 아니기 때문에 법규에 따른 운용 제한에서 보다 자유롭다. 그만큼 다양한 전략을 추구하는 상품 개발이 가능하다.
[홍혜진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04호 (2019년 5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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