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블록체인과 1100가지 가상화폐
입력 : 2017.10.20 11:48:27
-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가상통화)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미래의 부를 보장하는 디지털 골드라는 의견에서부터 과거 네덜란드 튤립 열풍과 같이 곧 꺼질 거품에 불과하다는 말도 나온다. 9월 중순 기준 암호화폐 정보사이트 코인마켓캡에는 총 1100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등록돼 있으며, 이 숫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다른 암호화폐들을 통틀어 알트코인(‘alternative coin’의 줄임말)이라 부른다. 이 많은 알트코인의 존재 이유는 무엇이며 지향하는 바는 어디일까. 알트코인 개발자들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진행됨에 따라 소위 ‘대박’이 날 수도, 거품처럼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격이 오를 것이다, 내릴 것이다를 떠나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이라는 블록체인이, 그리고 이에 기반한 알트코인이 그리는 미래에 대해 살펴보겠다. 아래 소개할 알트코인들은 한국 기반 거래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거래할 수 있거나 투자자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암호화폐 중 무작위로 선정했으며, 향후 전망과는 무관하다. 암호화폐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각 암호화폐 웹사이트의 백서(white pape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나카모토 사토시가 개발한 최초의 암호화폐다. 2100만 개로 발행량이 한정돼 있어서 디지털 세계의 ‘금’으로 불린다. 많은 거래소에서 다른 알트코인을 거래하기 위한 기축통화로 쓰이는 만큼 비트코인의 가격 변동이 알트코인 가격에 영향을 준다.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심한 가격 변동에도 불구하고 코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비트코인은 우상향”이란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개발자의 이름을 따 1억분의 1BTC를 ‘1사토시’라는 단위를 사용한다.
러시아 출신 캐나다인 천재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이 개발한 암호화폐이자 일종의 플랫폼으로 블록체인 상에서 누구나 스마트계약에 기반한 앱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스마트계약이란 거래 당사자들이 설정해 둔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자동으로 거래가 이뤄지도록 한 프로토콜로 상거래는 물론 각종 계약이나 협약에 활용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앱(APP, 애플리케이션)과 마찬가지로 이더리움 플랫폼을 활용한 여러 가지 ‘댑’(DAPP, 탈중앙화된 앱)이 개발되고 있다. 아래 소개할 골렘, 엣지리스 등이 이더리움 플랫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댑이다.
▶라이트코인(LTC)
라이트코인은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출신 찰리 리가 “비트코인이 금(金)이라면 라이트코인은 은(銀)이 되겠다”며 개발한 암호화폐다. 비트코인의 단점을 보완해 화폐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데 주안을 뒀다. 비트코인이 새 블록을 생성하는데 10분이 걸리는 데 반해 라이트코인은 이를 150초로 줄였다. 향후 ‘아토믹 스왑’을 통해 별도의 거래 절차 없이 비트코인과 라이트코인 사이에 즉시 교환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라이트코인은 최종적으로 8400만 개가 생성되도록 설계됐다.
▶리플(XRP)
리플은 저렴하고 빠른 글로벌 정산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탄생한 암호화폐다. 국경을 넘어 이뤄지는 결제 서비스는 소비자, 국내 은행, 해외 은행 등 여러 기관을 거쳐 정산이 이뤄지는 만큼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리플은 2~3일이 걸리는 정산 시간을 4초로 줄였다. 초기에 1000억 개를 발행했고, 9월 18일 기준 383억 개를 유통 중이다. 리플 본사가 발행량 중 절반 이상을 보유하는 등 ‘중앙화’돼 있어서 블록체인 정신에 위배된다는 비판도 있지만 상용화에 가장 가까운 암호화폐라는 평가다.
▶퀀텀(QTUM)
큐텀으로도 불리는 퀀텀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장점을 합친 어플리케이션 플랫폼이다. 퀀텀 블록체인에서 스마트계약과 ‘댑’에 활용되는 암호화폐다. 금융이나 공급체인, 사물인터넷, 게임 등 여러 산업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퀀텀 재단에 따르면 대부분 블록체인이 PC 환경에 집중된 것과 달리 퀀텀은 ‘GO 모바일’ 전략을 통해 모바일 앱에 최적화된 인프라를 제공한다고 한다. 위챗, 왓츠앱, 바이버 등 SNS 플랫폼에 통합된 앱을 개발 중이다.
대쉬(DASH)
디지털 캐쉬(Digital Cash)의 줄임말인 대쉬는 모네로(XMR)와 제트캐쉬(ZEC) 등과 함께 익명성 3대장으로 불리는 암호화폐다. 물건을 살 때 비트코인으로 지불할 경우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반면 대쉬의 경우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를 쓸 때와 달리 현금을 쓰면 기록이 남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러 개의 거래를 ‘마스터노드’에서 섞은 뒤 거래 내역을 내보내는 방법을 통해 익명성을 구현했다. 승인시간 역시 비트코인보다 빠른 2.5분이고 총 공급량은 2250만 개다.
▶골렘(GNT)
골렘은 분산화된 슈퍼컴퓨터를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로 컴퓨팅 파워의 에어비앤비로 불린다. 에어비앤비를 통해 남는 방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것과 같이 컴퓨터에 남는 자원을 서로 빌리고 빌려주는 개념이다. 골렘을 통해 컴퓨팅 파워를 빌리는 사람은 비싼 돈을 주고 성능이 좋은 컴퓨터를 살 필요 없이 저렴한 가격에 고성능을 요구하는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다. 컴퓨팅 파워를 빌려 주는 사람은 컴퓨터를 쓰지 않는 동안 돈을 벌 수 있다. 이런 거래는 암호화폐를 통해 이뤄진다.
▶엣지리스(EDG)
블록체인에 기반한 카지노라고 볼 수 있다. ‘에지(edge)’란 카지노 업계 용어로, 카지노 측이 이길 확률이 50.1%일 경우 카지노의 하우스 에지를 0.1%라고 한다. 엣지리스는 이러한 에지(edge)를 없앴다. 블록체인에 기반했기 때문에 하우스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없고 카지노 참가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한다. 엣지리스는 이더리움의 플랫폼에 기반한 ‘댑’으로 이더(ETH)를 카지노 칩처럼 쓸 수 있다.
[노승환 매일경제 금융부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창간 7주년 특집호·제85호 (2017년 10월)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