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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서울머니쇼 주식투자전략 | 하반기 저평가 중소형 가치주 주목하라
입력 : 2017.06.19 14:4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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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턴 대형주에서 중소형 가치주로의 장세 전환이 이뤄질 것이다. 그간 소외됐던 저평가 가치주에 다시 주목하자.”
지난 5월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17 서울 머니쇼’에서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CIO)은 ‘재테크 전환기에 주목할 알짜주 찾기’라는 주제로 이 같은 주식투자 전략을 내놓았다. 이채원 부사장은 한국가치투자 1세대를 이끌어온 주요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부사장은 이날 6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파죽지세 장세가 나타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주식시장은 더 오를 수밖에 없는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들어 코스피가 2300 고지를 넘나들면서 단기 고점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분위기지만, 오히려 이 부사장은 국내 주식시장의 우상향 기조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엔 올해 상장사 기업이익이 100조원을 넘어 120조원에 이를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신정부 출범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가 가시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이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주식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다.
2017 머니쇼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부사장
이 부사장은 우선 올 하반기부터 중소형주 장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며, 문재인 정부가 핵심 공약으로 내걸고 있는 정책과 관련된 업종이나 종목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보통 대형주 주가가 상승하면 이후에 중소형 가치주가 따라오는 패턴”이라며 “2년 주기로 장세가 변한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대형주 강세는 거의 막바지에 접어든 셈”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그는 투자자들에게 “더 싸고, 귀하고, 소외된 주식을 찾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부사장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5배 정도 되고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이하로 주가가 저평가된 것으로 평가받는 알짜주를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인 기업, 현금 보유 능력이 큰 기업 등도 가치투자 단골손님으로 꼽았다.
이 부사장은 “버려지고 외면받는 주식 가운데 싼 주식을 찾는 게 중요하다”면서 “일례로 그동안 많이 올랐던 수출 관련주보단 내수주, 중소형 지주회사나 필수 소비재 쪽에 관심을 둬도 좋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분위기는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들의 성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펀드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2일 집계기준 가치주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7.3%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6개월간 수익률은 10.5%였다. 1년과 2년 수익률은 각각 4.0%와 -0.1%로 회복 중이다. 개별 펀드로는 ‘KB그로스&밸류’(연초 이후·15.7%), ‘한국밸류10년투자100세행복’(15.6%), ‘삼성밸류플러스’(15.2%), ‘신한BNPP Tops Value’(13.8%), ‘메리츠코리아’(13.4%) 등의 순이었다.
다만 이들 펀드들에선 자금 유출이 거세다. 최근 수년간 저조한 성과로 지친 투자자들이 코스피 강세를 타고 원금 회복과 차익실현 차원에서 펀드를 대거 환매하고 있는 것이다. 97개 가치주 펀드들에선 연초 이후 1조7802억원이 유출됐다. 최근 6개월 동안은 무려 2조1803억원이 환매됐다. 지난 1년간 가치주펀드에서 빠져나간 금액만 4조2460억원이었다.
이 부사장은 “가치주 투자의 기본 콘셉트는 장기투자”라면서 “긴 호흡을 갖고 저평가된 주식이 커나가는 것을 지켜볼 수 있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부사장은 “개인의 목표수익을 달성했다면 펀드를 환매해도 무관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급적 펀드를 들고 있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향후 가치주의 시대가 본격화되면 펀드 수익률이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철저한 분산투자 강조
이 부사장은 투자에 있어 여러 종목, 여러 투자처로 자산을 분산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주식이더라도 모든 자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 부사장은 “수십 년 자산운용업에 몸담고 있는 나 역시도 향후 증시 전망을 모두 맞추긴 어렵다”면서 “따라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게 주식이라면 자산을 여러 주머니에 나눠 담는 게 당연한 이치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치투자의 핵심도 분산투자에 있다는 게 이 부사장의 지론이다.
그는 “돈 잃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는 투자 성향 때문에 주로 (내가 투자한) 가치주들은 빅히트는 치지 못하지만, 과도하게 성과가 급락하는 경우도 드문 종목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손실이 50%라고 가정했을 때 원금을 회복하려면 100%의 수익을 거둬야 한다”면서 “그만큼 수익률이 높으면 원금 손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의 경우 손해를 안보는 것을 가장 큰 원칙으로 삼는다”면서 “따라서 철저한 분석과 원금 보존을 추구하려는 성향에 적당한 수익을 내는 게 가치투자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그는 자신만의 투자 성향과 목표 수익률에 걸맞는 투자 방식을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가치주 투자만을 무조건 정답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서 “투자 자금의 성격이 지금 당장 써야 할 돈인지, 10년 후에 차용해도 되는 여윳돈인지 등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투자 성향이 공격적인지 안정 추구형인지에 따라서도 투자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원금 손실 가능성보단 수익률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 고위험·고수익형 투자자라면 가치주 투자보단 성장주(모멘텀) 투자가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부사장은 “모멘텀 투자의 경우 주가 하락이 위험요소이기 때문에 상승추세를 보이는 종목을 재빠르게 매입해 시장의 유행을 좇는 전략”이라며 “따라서 내가 만원에 산 주식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언제든지 9000원에 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가치가 하락하지 않았는데 주가가 떨어진 경우라면 가치주 투자에선 손절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가치투자는 기업의 가치가 나빠지는지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변하지 않는 이상 10년이 되더라도 팔지 않는다는 대원칙이 있다”면서 “따라서 가치주와 모멘텀 투자 가운데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는 투자기법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치주 투자의 경우 주가가 더 떨어지면 싼값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추가 매수에 나서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부사장은 “보통 투자자들은 주가가 내리면 손절매를 하고서라도 손해를 만회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면서 “그러나 가치주 투자에 있어선 기업가치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가가 떨어지면 매수의 타이밍으로 본다”고 말했다.
▶저평가 우량 가치주를 고르는 법
이 부사장은 가치주 투자에 나서려는 투자자들에게 저평가 우량주를 고르는 법을 제시했다. 기술적인 접근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 0.5배, 주가수익비율(PER) 10배 이하인 종목으로도 가치주를 선별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현재, 미래에 발생하는 가치들을 분석하는 정량적인 평가 방법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과 산업의 성장성은 미래에 발생할 가치”라면서 “현재 얻을 수 있는 가치가 주식의 경우엔 PER, 부동산은 임대수익률”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에 이미 확보된 가치가 바로 주식은 PBR, 부동산은 대지지분”이라고 덧붙였다. 즉 자산가치(과거)와 수익가치(현재), 성장가치(미래)를 합산한 것이 내재가치라는 것이다.
이 부사장은 “개념적으로 개인투자자들에게 가치주를 선정하는 방식이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면서 “그러나 쉽게 접근하면 장기적으로 성장가능성이 보이는 기업을 찾는 작업으로, 현재의 주가 수준에 급급해 단기적인 투자 관점을 가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증권가에서도 이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가치주 투자에 대한 투자 접근이 유효하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창환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5년간 성장주 대비 가치주 상대지수는 국고채 금리와 동행하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따라서 가치주와 성장주로 대표되는 시장 움직임을 예측할 때 금리에 대한 방향성을 이용할 수 있고, 국고채 금리 추이가 추세적으로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가치주 매력도는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이경수 하나금융투자 연구원도 “국내 기업이익이 작년부터 개선되었고, 가치주의 강세가 작년부터 이어졌다는 점에서 경험적으로도 국내 기업이익 흐름과 저PBR 롱-숏 성과는 상당히 일치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면서 “따라서 매년 초 ROE(자기자본이익률) 대비 PBR가 낮은 종목에 대해서 투자해 연말까지 보유하는 전략이 2012년부터 연평균 10.2%의 성과를 보였다는 측면을 고려했을 때, 이익의 반등세가 나타나는 가치주에 대한 관심을 갖는 전략이 중장기적으로 유리해 보인다”고 전했다.
[고민서 매일경제 증권부 기자 사진 류준희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Luxmen 제81호 (2017년 06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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